[통일로 미래로] 분단이 낳은 천혜의 생태, 장항습지
입력 2024.11.09 (08:34)
수정 2024.11.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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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넘게 남북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 일대는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식물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보존된 습지들은 생태계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항습지도 그중 한 곳입니다.
철새들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도심 속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데요.
이곳에 있는 생태관이 이번 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습지 일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장예진 리포터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이가 빚어낸 갯골이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늪과 못 사이에 자리한 갈대 군락과 넓게 펼쳐진 버드나무 숲.
동서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어 주는 '장항습지'는 오랜 세월 인적이 끊긴 채 천혜의 풍광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여러 개 습지 중 하나인데요. 장항습지 안에 사는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관계를 온대 맹그로브 생태계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생태계입니다."]
["장항습지가 온갖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생태의 보고가 된 이곳이 이제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30여 분 거리.
경기 북부 수도권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올해 민간에 개방된 평화의 길이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양시에 살며 20여 년간 장항습지를 연구한 박영철 박사가 소개를 맡았습니다.
장항습지는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고 댐이나 둑과 같은 시설물 설치도 제한됐는데요.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특히 우리나라 연안 습지들이 많이 감소되고 있는데, (장항습지는) 하구에 남아있으면서 철새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생물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아직도 우리나라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잘 보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이 지킨 습지는 과연 어떻게 보존되고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습지 안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이곳에는 2018년까지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는데요.
습지로 향하는 길은 과거 군인들이 이동하던 지하통로를 따라 이어졌습니다.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 앞에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요.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탄알이 있는 총기를 받아서 교환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분단의 경계 같던 철책선은 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데요.
6·25전쟁 당시 매설한 지뢰들도 여전히 남아있어 대다수 구역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있고요. 평소에는 이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도심 한복판, 원형 그대로 남겨진 습지 탐방로를 걸어봅니다.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자유로인데 바로 이 뒤편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운데요) 그렇죠."]
장항습지에는 허가받은 농민들이 해마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이곳의 논은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쉼터가 된다고 합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농민들이 이 안에서 농사를 짓고 여기에서 나온 볏짚을 존치해서 새들이 나락을 먹고 또 여기서 나온 벼를 수매를 해서 저희가 새들에게 겨울에 먹이로 뿌려줍니다."]
습지 곳곳에선 희귀 동물들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이건 뭐예요.) 삵의 배설물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이곳에 삵도 살고 있나요?) 당연히 삵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종이고요."]
5.95㎢ 면적의 습지에는 재두루미와 중백로 등 멸종위기 종 33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주로 사는 말똥게 서식처도 흔히 볼 수 있었고.
["말똥게 구멍들이에요. 말똥게의 서식처예요."]
전국 최대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은 도심 속 탄소 저장고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버드나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장항습지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는데요.
람사르 습지는 남측에서 우포늪과 순천만 등 24곳이 지정돼 있고, 북측에도 평안남도 문덕군과 함경북도 라선시, 2곳에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자연 습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인데요.
[조선중앙TV/2월 29일 : "습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습지들을 세계 유산 협약의 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달 시범 운영을 시작한 생태관에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요.
6년 전 군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생태 교육의 장을 조성한 겁니다.
[이동환/고양특례시장 :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설립된 장항습지 생태관은 (과거) 군인들이 쓰던 막사를 리모델링해서 생태 교육과 생태 관광의 거점 시설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생태계는 하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나누어져 있지요. 장항습지 곳곳은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역사와 통일 교육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중학생들이 생태관을 찾았습니다.
[주하준/고양송산중학교 : "(여기, 어딘지 알고 왔어요?) 장항습지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군부대 아닌가요. 여기 약간 정찰하고 그런 곳 아닌가요. 자세하게는 모르고 왔는데."]
학생들은 아직은 낯선 습지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며 한 걸음씩 다가갔는데요.
["야생 동물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 됐습니다. 이곳이 바로 어디라고요? (장항습지!)"]
습지의 동식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박지영/고양송산중학교 : "큰 새랑 작은 오리 같은 새들, 철새 봤어요. (보니까 어때요?) 약간 좀 많이 신기하고 생각보다 개체 수가 많아서 장항습지 덕분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를 느꼈어요."]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
습지를 통해 학생들은 분단을 실감해 나갔는데요.
[구윤/고양송산중학교 : "철책 때문에 저희가 이곳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빨리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저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철책이 걷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기를...
통일을 기대하며 그리는 장항습지의 모습입니다.
70년 넘게 남북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 일대는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식물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보존된 습지들은 생태계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항습지도 그중 한 곳입니다.
철새들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도심 속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데요.
이곳에 있는 생태관이 이번 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습지 일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장예진 리포터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이가 빚어낸 갯골이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늪과 못 사이에 자리한 갈대 군락과 넓게 펼쳐진 버드나무 숲.
동서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어 주는 '장항습지'는 오랜 세월 인적이 끊긴 채 천혜의 풍광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여러 개 습지 중 하나인데요. 장항습지 안에 사는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관계를 온대 맹그로브 생태계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생태계입니다."]
["장항습지가 온갖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생태의 보고가 된 이곳이 이제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30여 분 거리.
경기 북부 수도권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올해 민간에 개방된 평화의 길이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양시에 살며 20여 년간 장항습지를 연구한 박영철 박사가 소개를 맡았습니다.
장항습지는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고 댐이나 둑과 같은 시설물 설치도 제한됐는데요.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특히 우리나라 연안 습지들이 많이 감소되고 있는데, (장항습지는) 하구에 남아있으면서 철새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생물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아직도 우리나라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잘 보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이 지킨 습지는 과연 어떻게 보존되고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습지 안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이곳에는 2018년까지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는데요.
습지로 향하는 길은 과거 군인들이 이동하던 지하통로를 따라 이어졌습니다.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 앞에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요.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탄알이 있는 총기를 받아서 교환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분단의 경계 같던 철책선은 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데요.
6·25전쟁 당시 매설한 지뢰들도 여전히 남아있어 대다수 구역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있고요. 평소에는 이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도심 한복판, 원형 그대로 남겨진 습지 탐방로를 걸어봅니다.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자유로인데 바로 이 뒤편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운데요) 그렇죠."]
장항습지에는 허가받은 농민들이 해마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이곳의 논은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쉼터가 된다고 합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농민들이 이 안에서 농사를 짓고 여기에서 나온 볏짚을 존치해서 새들이 나락을 먹고 또 여기서 나온 벼를 수매를 해서 저희가 새들에게 겨울에 먹이로 뿌려줍니다."]
습지 곳곳에선 희귀 동물들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이건 뭐예요.) 삵의 배설물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이곳에 삵도 살고 있나요?) 당연히 삵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종이고요."]
5.95㎢ 면적의 습지에는 재두루미와 중백로 등 멸종위기 종 33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주로 사는 말똥게 서식처도 흔히 볼 수 있었고.
["말똥게 구멍들이에요. 말똥게의 서식처예요."]
전국 최대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은 도심 속 탄소 저장고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버드나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장항습지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는데요.
람사르 습지는 남측에서 우포늪과 순천만 등 24곳이 지정돼 있고, 북측에도 평안남도 문덕군과 함경북도 라선시, 2곳에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자연 습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인데요.
[조선중앙TV/2월 29일 : "습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습지들을 세계 유산 협약의 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달 시범 운영을 시작한 생태관에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요.
6년 전 군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생태 교육의 장을 조성한 겁니다.
[이동환/고양특례시장 :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설립된 장항습지 생태관은 (과거) 군인들이 쓰던 막사를 리모델링해서 생태 교육과 생태 관광의 거점 시설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생태계는 하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나누어져 있지요. 장항습지 곳곳은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역사와 통일 교육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중학생들이 생태관을 찾았습니다.
[주하준/고양송산중학교 : "(여기, 어딘지 알고 왔어요?) 장항습지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군부대 아닌가요. 여기 약간 정찰하고 그런 곳 아닌가요. 자세하게는 모르고 왔는데."]
학생들은 아직은 낯선 습지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며 한 걸음씩 다가갔는데요.
["야생 동물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 됐습니다. 이곳이 바로 어디라고요? (장항습지!)"]
습지의 동식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박지영/고양송산중학교 : "큰 새랑 작은 오리 같은 새들, 철새 봤어요. (보니까 어때요?) 약간 좀 많이 신기하고 생각보다 개체 수가 많아서 장항습지 덕분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를 느꼈어요."]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
습지를 통해 학생들은 분단을 실감해 나갔는데요.
[구윤/고양송산중학교 : "철책 때문에 저희가 이곳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빨리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저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철책이 걷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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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로 미래로] 분단이 낳은 천혜의 생태, 장항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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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09 08:34:45
- 수정2024-11-09 08:38:53
[앵커]
70년 넘게 남북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 일대는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식물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보존된 습지들은 생태계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항습지도 그중 한 곳입니다.
철새들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도심 속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데요.
이곳에 있는 생태관이 이번 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습지 일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장예진 리포터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이가 빚어낸 갯골이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늪과 못 사이에 자리한 갈대 군락과 넓게 펼쳐진 버드나무 숲.
동서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어 주는 '장항습지'는 오랜 세월 인적이 끊긴 채 천혜의 풍광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여러 개 습지 중 하나인데요. 장항습지 안에 사는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관계를 온대 맹그로브 생태계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생태계입니다."]
["장항습지가 온갖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생태의 보고가 된 이곳이 이제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30여 분 거리.
경기 북부 수도권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올해 민간에 개방된 평화의 길이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양시에 살며 20여 년간 장항습지를 연구한 박영철 박사가 소개를 맡았습니다.
장항습지는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고 댐이나 둑과 같은 시설물 설치도 제한됐는데요.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특히 우리나라 연안 습지들이 많이 감소되고 있는데, (장항습지는) 하구에 남아있으면서 철새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생물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아직도 우리나라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잘 보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이 지킨 습지는 과연 어떻게 보존되고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습지 안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이곳에는 2018년까지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는데요.
습지로 향하는 길은 과거 군인들이 이동하던 지하통로를 따라 이어졌습니다.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 앞에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요.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탄알이 있는 총기를 받아서 교환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분단의 경계 같던 철책선은 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데요.
6·25전쟁 당시 매설한 지뢰들도 여전히 남아있어 대다수 구역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있고요. 평소에는 이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도심 한복판, 원형 그대로 남겨진 습지 탐방로를 걸어봅니다.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자유로인데 바로 이 뒤편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운데요) 그렇죠."]
장항습지에는 허가받은 농민들이 해마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이곳의 논은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쉼터가 된다고 합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농민들이 이 안에서 농사를 짓고 여기에서 나온 볏짚을 존치해서 새들이 나락을 먹고 또 여기서 나온 벼를 수매를 해서 저희가 새들에게 겨울에 먹이로 뿌려줍니다."]
습지 곳곳에선 희귀 동물들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이건 뭐예요.) 삵의 배설물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이곳에 삵도 살고 있나요?) 당연히 삵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종이고요."]
5.95㎢ 면적의 습지에는 재두루미와 중백로 등 멸종위기 종 33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주로 사는 말똥게 서식처도 흔히 볼 수 있었고.
["말똥게 구멍들이에요. 말똥게의 서식처예요."]
전국 최대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은 도심 속 탄소 저장고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버드나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장항습지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는데요.
람사르 습지는 남측에서 우포늪과 순천만 등 24곳이 지정돼 있고, 북측에도 평안남도 문덕군과 함경북도 라선시, 2곳에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자연 습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인데요.
[조선중앙TV/2월 29일 : "습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습지들을 세계 유산 협약의 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달 시범 운영을 시작한 생태관에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요.
6년 전 군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생태 교육의 장을 조성한 겁니다.
[이동환/고양특례시장 :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설립된 장항습지 생태관은 (과거) 군인들이 쓰던 막사를 리모델링해서 생태 교육과 생태 관광의 거점 시설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생태계는 하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나누어져 있지요. 장항습지 곳곳은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역사와 통일 교육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중학생들이 생태관을 찾았습니다.
[주하준/고양송산중학교 : "(여기, 어딘지 알고 왔어요?) 장항습지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군부대 아닌가요. 여기 약간 정찰하고 그런 곳 아닌가요. 자세하게는 모르고 왔는데."]
학생들은 아직은 낯선 습지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며 한 걸음씩 다가갔는데요.
["야생 동물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 됐습니다. 이곳이 바로 어디라고요? (장항습지!)"]
습지의 동식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박지영/고양송산중학교 : "큰 새랑 작은 오리 같은 새들, 철새 봤어요. (보니까 어때요?) 약간 좀 많이 신기하고 생각보다 개체 수가 많아서 장항습지 덕분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를 느꼈어요."]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
습지를 통해 학생들은 분단을 실감해 나갔는데요.
[구윤/고양송산중학교 : "철책 때문에 저희가 이곳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빨리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저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철책이 걷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기를...
통일을 기대하며 그리는 장항습지의 모습입니다.
70년 넘게 남북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 일대는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식물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보존된 습지들은 생태계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장항습지도 그중 한 곳입니다.
철새들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도심 속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데요.
이곳에 있는 생태관이 이번 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습지 일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요.
장예진 리포터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조수간만의 차이가 빚어낸 갯골이 구불구불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늪과 못 사이에 자리한 갈대 군락과 넓게 펼쳐진 버드나무 숲.
동서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어 주는 '장항습지'는 오랜 세월 인적이 끊긴 채 천혜의 풍광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 여러 개 습지 중 하나인데요. 장항습지 안에 사는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관계를 온대 맹그로브 생태계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생태계입니다."]
["장항습지가 온갖 생명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인데요.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생태의 보고가 된 이곳이 이제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30여 분 거리.
경기 북부 수도권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올해 민간에 개방된 평화의 길이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양시에 살며 20여 년간 장항습지를 연구한 박영철 박사가 소개를 맡았습니다.
장항습지는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고 댐이나 둑과 같은 시설물 설치도 제한됐는데요.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특히 우리나라 연안 습지들이 많이 감소되고 있는데, (장항습지는) 하구에 남아있으면서 철새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덕분에 다양한 생물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아직도 우리나라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잘 보존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이 지킨 습지는 과연 어떻게 보존되고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습지 안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이곳에는 2018년까지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는데요.
습지로 향하는 길은 과거 군인들이 이동하던 지하통로를 따라 이어졌습니다.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 앞에선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요.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탄알이 있는 총기를 받아서 교환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분단의 경계 같던 철책선은 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데요.
6·25전쟁 당시 매설한 지뢰들도 여전히 남아있어 대다수 구역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있고요. 평소에는 이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도심 한복판, 원형 그대로 남겨진 습지 탐방로를 걸어봅니다.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자유로인데 바로 이 뒤편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운데요) 그렇죠."]
장항습지에는 허가받은 농민들이 해마다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이곳의 논은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쉼터가 된다고 합니다.
[한지민/고양시청 습지생태팀장 : "농민들이 이 안에서 농사를 짓고 여기에서 나온 볏짚을 존치해서 새들이 나락을 먹고 또 여기서 나온 벼를 수매를 해서 저희가 새들에게 겨울에 먹이로 뿌려줍니다."]
습지 곳곳에선 희귀 동물들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영철/한국습지학회 부회장 : "(이건 뭐예요.) 삵의 배설물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이곳에 삵도 살고 있나요?) 당연히 삵도 있습니다. 멸종위기 종이고요."]
5.95㎢ 면적의 습지에는 재두루미와 중백로 등 멸종위기 종 33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주로 사는 말똥게 서식처도 흔히 볼 수 있었고.
["말똥게 구멍들이에요. 말똥게의 서식처예요."]
전국 최대 규모의 버드나무 군락은 도심 속 탄소 저장고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버드나무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장항습지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는데요.
람사르 습지는 남측에서 우포늪과 순천만 등 24곳이 지정돼 있고, 북측에도 평안남도 문덕군과 함경북도 라선시, 2곳에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자연 습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인데요.
[조선중앙TV/2월 29일 : "습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러한 습지들을 세계 유산 협약의 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달 시범 운영을 시작한 생태관에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요.
6년 전 군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생태 교육의 장을 조성한 겁니다.
[이동환/고양특례시장 :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 설립된 장항습지 생태관은 (과거) 군인들이 쓰던 막사를 리모델링해서 생태 교육과 생태 관광의 거점 시설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생태계는 하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둘로 나누어져 있지요. 장항습지 곳곳은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역사와 통일 교육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중학생들이 생태관을 찾았습니다.
[주하준/고양송산중학교 : "(여기, 어딘지 알고 왔어요?) 장항습지라고 들었습니다. 여기 군부대 아닌가요. 여기 약간 정찰하고 그런 곳 아닌가요. 자세하게는 모르고 왔는데."]
학생들은 아직은 낯선 습지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며 한 걸음씩 다가갔는데요.
["야생 동물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 됐습니다. 이곳이 바로 어디라고요? (장항습지!)"]
습지의 동식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며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박지영/고양송산중학교 : "큰 새랑 작은 오리 같은 새들, 철새 봤어요. (보니까 어때요?) 약간 좀 많이 신기하고 생각보다 개체 수가 많아서 장항습지 덕분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구나를 느꼈어요."]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
습지를 통해 학생들은 분단을 실감해 나갔는데요.
[구윤/고양송산중학교 : "철책 때문에 저희가 이곳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서 빨리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저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철책이 걷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기를...
통일을 기대하며 그리는 장항습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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