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가짜 정보는 어떻게 퍼졌을까?

입력 2024.1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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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전 세계에 퍼져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바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에이즈)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침팬지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데요.

한때 미군 전염병연구소가 HIV 바이러스를 생물 무기의 일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돈 적이 있습니다.

가짜 정보인데요.

이 정보는 누가 만들어서 어떻게 퍼지게 됐을까요?

■유명한 미국 과학자의 편지?

1983년 7월 17일. 인도의 한 신문 '패트리엇'의 1면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AIDS(에이즈)가 인도를 침공할 수도 있다 : 미국의 실험으로 인한 미스터리 질병'.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사에는 미국이 실험을 통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내용의 근거는 '유명한 미국 과학자의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는 누가 어떻게 전달한 걸까요?

AFP와 전 세계 가짜 정보를 연구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해당 가짜 정보와 관련해 이렇게 말합니다.

"<에이즈의 역사>라는 책을 쓴 그레백이라는 폴란드 작가가 있다. 그레백은 책을 쓰기 위해 구소련 아카이브에 접근했다가 KGB의 에이즈에 관한 정보 조작 활동을 발견하게 됐다"

구소련의 정보기관 KGB가 가짜 정보를 만들었고, 인도의 한 언론사를 이용해 퍼뜨렸다는 겁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KGB는 정보 조작을 위해 인도의 한 언론에 기사를 싣게 했다"며 "마이너한 언론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기사화한 다음에, 어떻게든 이 루머가 돌게 해 6개월 뒤에는 영국의 한 기자에게 접근해 이런 루머가 돈다는 식으로 말해 가짜 정보가 확산하게 했다"며 "6개월 전 인도의 한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져 1년 뒤에는 유럽 곳곳에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한창 냉전을 벌이고 있던 소련의 정보기관이 정치적·전략적 차원에서 가짜 정보를 흘렸다는 겁니다.

실제 관련 문건들도 발견이 됐는데요.

역사학자 더글라스 셀비지와 크리스토퍼 네링 박사는 동독과 불가리아의 문서를 근거로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글을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당시 인도의 기사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operation-denver-kgb-and-stasi-disinformation-regarding-aids)

실제 소련이 붕괴 뒤 1992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당시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국장도 이례적으로 KGB의 에이즈 관련 활동을 자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5분이면 퍼지는 허위 정보들"

'미군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허위 정보,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데 1년 정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퍼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죠.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최근 있었던 몇 번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 정보들이 논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 협정을 맺었다'는 등의 허위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벨기에의 한 언론사를 통해 이 허위 정보가 유통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허위 정보)은 과거와 달리 요새는 단 5분이면 다 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짜 정보의 타깃 : 관심, 혐오, 갈등

가짜 정보는 주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을 타깃으로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혐오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현재 유럽은 이민자, 난민 등과 관련해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죠. 최근에는 이민자나 난민과 관련된 가짜 정보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하가 헬리아 대학교의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가 KBS와 인터뷰하는 모습.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하가 헬리아 대학교의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가 KBS와 인터뷰하는 모습.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하가 헬리아 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이면서 동시에 유럽 저널리즘교육협회 회장인 안네 레빠야르비 씨.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많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경제 위기·전 세계의 전쟁·팬데믹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내 아름다운 삶도 위협당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그들의 불안감에 대한 표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지난 7월, 관련 사건이 있었는데요.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흉기 난동에 숨졌는데, 무슬림 이민자가 저지른 짓이라는 가짜 정보가 퍼졌습니다.

이 정보에 일부 시민들은 난민 수용시설로 가 무슬림 이민자들을 내쫓으라는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극우적인 주장이라며 맞불 시위도 있었다는데요.

가짜 정보에 갈등이 조장되고 사회가 분열되는 겁니다.

경찰은 영국 태생의 17세 남성, 기독교인이라고 범인을 발표했지만,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짜 정보, 속는 걸까? 믿는 걸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가짜 정보에 왜 속는 걸까요? 아니면,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믿는 건 아닐까요?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아무도 '나는 허위 정보를 믿는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무 의심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면, 자신이 허위 정보에 대해 직접 조사해야 하는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 중요한 건 당신이 받은 정보를 조사하고, '내가 쉽게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라며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대개 우리는 스스로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문해력, 미디어에서 접한 정보를 식별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스스로의 생각과 신념을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쉽게 속을 수 있다"며 "허위 정보는 매우 교묘하게 만들어져, 정서적으로 우리가 믿고 싶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론 정말 교묘한 정보에 속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프랑스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의 모습.프랑스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의 모습.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종교'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사람이 종교적 믿음을 가지면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눠서 본다"며 "선한 쪽에 있는 자신들이 봤을 때 악의 편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제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식의 공산주의 역시 종교성이라고 예를 들 수 있는데, 절대적 권한을 가진 김일성, 김정일 등과 같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며 "같은 구호들은 반복해 되풀이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 가짜 정보의 주요 효과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디어 리터러시

가짜 정보가 더 교묘하게, 빠르게 확산하는 요즘. 정보가 이상하면 잘못됐는지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이런 틀을 깨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보를 식별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 그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핀란드와 프랑스 등 유럽은 가짜 정보에 대한 연구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국어·사회·역사·미술·환경 등 다양한 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접목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도서관, 지역 사회 등에서도 청소년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진심입니다.

이에 대해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무엇을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라며 "(무엇이든) 100% 신뢰도 안 되고, 0% 신뢰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린이들에게만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며 "요즘 성인, 노인 분들이 페이스북 등을 즐겨하는 걸 볼 때, 성인과 노년층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통 젊은이들이 가짜 정보에 취약할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노년층도 가짜 정보를 걸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 보다] 31회 <가짜 정보와의 전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BS 홈페이지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4-0017&program_id=PS-2024165197-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ion_sub_code=06

-유튜브
가짜 정보와의 전쟁 | 더 보다 31회 (KBS 2024. 10. 27.)
https://youtu.be/OOBH9nGMAlY?si=fsaQSj6QbXWi1r33

[연관 기사] 이 사진, 한국에서 찍힌 사진일까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6796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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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가짜 정보는 어떻게 퍼졌을까?
    • 입력 2024-11-09 10:00:09
    심층K

코로나19 이전, 전 세계에 퍼져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바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에이즈)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침팬지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데요.

한때 미군 전염병연구소가 HIV 바이러스를 생물 무기의 일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돈 적이 있습니다.

가짜 정보인데요.

이 정보는 누가 만들어서 어떻게 퍼지게 됐을까요?

■유명한 미국 과학자의 편지?

1983년 7월 17일. 인도의 한 신문 '패트리엇'의 1면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AIDS(에이즈)가 인도를 침공할 수도 있다 : 미국의 실험으로 인한 미스터리 질병'.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사에는 미국이 실험을 통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내용의 근거는 '유명한 미국 과학자의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는 누가 어떻게 전달한 걸까요?

AFP와 전 세계 가짜 정보를 연구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해당 가짜 정보와 관련해 이렇게 말합니다.

"<에이즈의 역사>라는 책을 쓴 그레백이라는 폴란드 작가가 있다. 그레백은 책을 쓰기 위해 구소련 아카이브에 접근했다가 KGB의 에이즈에 관한 정보 조작 활동을 발견하게 됐다"

구소련의 정보기관 KGB가 가짜 정보를 만들었고, 인도의 한 언론사를 이용해 퍼뜨렸다는 겁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KGB는 정보 조작을 위해 인도의 한 언론에 기사를 싣게 했다"며 "마이너한 언론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기사화한 다음에, 어떻게든 이 루머가 돌게 해 6개월 뒤에는 영국의 한 기자에게 접근해 이런 루머가 돈다는 식으로 말해 가짜 정보가 확산하게 했다"며 "6개월 전 인도의 한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져 1년 뒤에는 유럽 곳곳에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한창 냉전을 벌이고 있던 소련의 정보기관이 정치적·전략적 차원에서 가짜 정보를 흘렸다는 겁니다.

실제 관련 문건들도 발견이 됐는데요.

역사학자 더글라스 셀비지와 크리스토퍼 네링 박사는 동독과 불가리아의 문서를 근거로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글을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당시 인도의 기사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wilsoncenter.org/blog-post/operation-denver-kgb-and-stasi-disinformation-regarding-aids)

실제 소련이 붕괴 뒤 1992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당시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국장도 이례적으로 KGB의 에이즈 관련 활동을 자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5분이면 퍼지는 허위 정보들"

'미군이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허위 정보,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데 1년 정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퍼지는 속도가 더 빨라졌죠.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최근 있었던 몇 번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 정보들이 논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 협정을 맺었다'는 등의 허위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벨기에의 한 언론사를 통해 이 허위 정보가 유통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허위 정보)은 과거와 달리 요새는 단 5분이면 다 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짜 정보의 타깃 : 관심, 혐오, 갈등

가짜 정보는 주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을 타깃으로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혐오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현재 유럽은 이민자, 난민 등과 관련해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죠. 최근에는 이민자나 난민과 관련된 가짜 정보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하가 헬리아 대학교의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가 KBS와 인터뷰하는 모습.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하가 헬리아 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이면서 동시에 유럽 저널리즘교육협회 회장인 안네 레빠야르비 씨.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많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경제 위기·전 세계의 전쟁·팬데믹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내 아름다운 삶도 위협당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며 "이민자들이 그들의 불안감에 대한 표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지난 7월, 관련 사건이 있었는데요.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흉기 난동에 숨졌는데, 무슬림 이민자가 저지른 짓이라는 가짜 정보가 퍼졌습니다.

이 정보에 일부 시민들은 난민 수용시설로 가 무슬림 이민자들을 내쫓으라는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극우적인 주장이라며 맞불 시위도 있었다는데요.

가짜 정보에 갈등이 조장되고 사회가 분열되는 겁니다.

경찰은 영국 태생의 17세 남성, 기독교인이라고 범인을 발표했지만,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짜 정보, 속는 걸까? 믿는 걸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가짜 정보에 왜 속는 걸까요? 아니면,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믿는 건 아닐까요?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아무도 '나는 허위 정보를 믿는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무 의심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면, 자신이 허위 정보에 대해 직접 조사해야 하는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 중요한 건 당신이 받은 정보를 조사하고, '내가 쉽게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라며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대개 우리는 스스로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문해력, 미디어에서 접한 정보를 식별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스스로의 생각과 신념을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쉽게 속을 수 있다"며 "허위 정보는 매우 교묘하게 만들어져, 정서적으로 우리가 믿고 싶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론 정말 교묘한 정보에 속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프랑스 파리2대학 언론정보학과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의 모습.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종교'를 예로 들었습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사람이 종교적 믿음을 가지면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눠서 본다"며 "선한 쪽에 있는 자신들이 봤을 때 악의 편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제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식의 공산주의 역시 종교성이라고 예를 들 수 있는데, 절대적 권한을 가진 김일성, 김정일 등과 같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며 "같은 구호들은 반복해 되풀이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 가짜 정보의 주요 효과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디어 리터러시

가짜 정보가 더 교묘하게, 빠르게 확산하는 요즘. 정보가 이상하면 잘못됐는지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이런 틀을 깨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보를 식별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 그 사람의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핀란드와 프랑스 등 유럽은 가짜 정보에 대한 연구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국어·사회·역사·미술·환경 등 다양한 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접목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도서관, 지역 사회 등에서도 청소년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진심입니다.

이에 대해 안네 레빠야르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무엇을 신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라며 "(무엇이든) 100% 신뢰도 안 되고, 0% 신뢰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르노 메르시에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린이들에게만 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며 "요즘 성인, 노인 분들이 페이스북 등을 즐겨하는 걸 볼 때, 성인과 노년층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통 젊은이들이 가짜 정보에 취약할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노년층도 가짜 정보를 걸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 보다] 31회 <가짜 정보와의 전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KBS 홈페이지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4-0017&program_id=PS-2024165197-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ion_sub_code=06

-유튜브
가짜 정보와의 전쟁 | 더 보다 31회 (KBS 2024. 10. 27.)
https://youtu.be/OOBH9nGMAlY?si=fsaQSj6QbXWi1r33

[연관 기사] 이 사진, 한국에서 찍힌 사진일까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6796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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