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적? 쌀은 억울하다

입력 2024.1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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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kg.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먹는 쌀의 양입니다. 밥으로 따지자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 먹는 셈입니다.

30년 전에 비하면 쌀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왜일까요? 우선 먹을 게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소비량이 많이 는 것이 육류이죠. 돼지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1인당 연간 60kg으로 나타나 쌀보다 많이 먹습니다.

한동안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많이 먹는 '저탄고단'이나 지방을 많이 먹는 '저탄고지' 식단이 유행하면서 밥을 적게 먹는 유행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양 전문가들은 이렇게 밥을 덜 먹는 경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쌀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 오해 1. 밥 안 먹으면 살 빠지잖아요?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일단 밥 먹는 양을 줄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생각해서 밥을 줄이고 다른 걸 먹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바로 보상작용입니다. '탄수화물 = 밥'이라는 생각에 밥을 안 먹고 대신 빵이나 과자, 초콜릿 등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그릇의 열량은 300kcal 정도지만, 크림치즈 등을 바른 베이글 열량은 500kcal 가 넘고, 다른 음료를 곁들이면 또 그만큼 열량이 추가되겠죠.

밥은 거르고, 배가 고프니 다른 것을 먹다 보면 오히려 살은 더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2018년 농촌진흥청이 분당제생병원과 함께 진행한 임상실험 결과를 보면 쌀밥과 빵을 기본으로 구성한 식단을 제공하였을 때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은 쌀밥으로 구성한 식단을 먹었을 때, 혈당의 감소가 완만히 일어나고 인슐린 분비가 적었습니다.

이에 비해 빵을 먹었을 경우에는 혈당이 급격히 감소해 인슐린 분비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금세 배가 꺼진 것 같고 또다시 먹을 것을 찾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니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감소해, 조절작용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쌀밥을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떨어지고, 포만감이 지속되기 때문에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 오해 2. 쌀밥이 '탄수화물 중독'을 부른다?

'탄수화물 중독증'은 이미 필요한 탄수화물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빵, 과자, 사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제한 탄수화물, 단당류가 문제가 되는데요. 쌀로 지은 밥의 전분은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되기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쌀은 알곡을 섭취하는 복합 탄수화물이라서 식이섬유도 많고, 초콜릿이나 과자 등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합니다.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빵은 서양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과는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서양인이 주식으로 먹는 빵은, 우리의 밥처럼 별 맛이 없다는 겁니다.

서양인들은 무미(無味)한 빵을 주식으로 먹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빵은 밀가루에 설탕 등을 넣어서 맛을 낸 '맛있는 별미'라는 거죠.

이렇게 '달고 맛있는 별미'인 빵을 자꾸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 오해 3. 쌀밥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들어있어 영양학적 조성이 우수하고, 다른 반찬과 함께 먹기 때문에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습니다.

강재헌 교수가 호주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한식을 위주로 한 다이어트 식단을 먹은 이들이 서양식 다이어트식을 한 이들보다 허리둘레가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석 달 동안 실험한 결과 한식 군이 더 푸짐하게 먹고 많은 열량을 섭취했는데도 불구하고, 혈당 등 지표도 좋아져 '건강한 감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밥을 적당히, 골고루 먹는 습관이 다이어트에도 더 유리합니다.

국립식량과학원 곽지은 연구사는 무의식적으로 섭취하는 당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유산균 음료는 건강에 좋으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열량은 만만치 않습니다.

예전보다 먹을거리들이 다양해져 탄수화물의 섭취 총량이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전체 섭취량은 줄이되 건강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 오해4. 근 손실 막으려면 단백질이 답이다?

'근육이 줄어든다'는 근 손실을 막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따로 먹기도 하죠.

곽지은 연구사는 근력운동을 할 때 단백질 손실을 막으려면 탄수화물도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해줘야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탄수화물에서 충분히 공급받고, 단백질은 근육 조직을 복구하고 재건하는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쌀은 세계인이 '글루텐 프리'로 주목하고 있는, 알레르기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빵보다 밥을 먹었을 때 속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글루텐이 없기 때문이죠.

농촌진흥청이 지금까지 개발한 쌀 품종이 360가지입니다. 그 가운데는 당뇨병에 좋은 쌀도 있고 다이어트에 좋은 쌀도 있습니다.

내 몸에 맞는 쌀을 찾아서 적절히 먹으면 내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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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어트의 적? 쌀은 억울하다
    • 입력 2024-11-13 1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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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kg. 우리나라 국민이 1년 동안 먹는 쌀의 양입니다. 밥으로 따지자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 먹는 셈입니다.

30년 전에 비하면 쌀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왜일까요? 우선 먹을 게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소비량이 많이 는 것이 육류이죠. 돼지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이 1인당 연간 60kg으로 나타나 쌀보다 많이 먹습니다.

한동안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많이 먹는 '저탄고단'이나 지방을 많이 먹는 '저탄고지' 식단이 유행하면서 밥을 적게 먹는 유행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양 전문가들은 이렇게 밥을 덜 먹는 경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쌀에 대한 오해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 오해 1. 밥 안 먹으면 살 빠지잖아요?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일단 밥 먹는 양을 줄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생각해서 밥을 줄이고 다른 걸 먹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바로 보상작용입니다. '탄수화물 = 밥'이라는 생각에 밥을 안 먹고 대신 빵이나 과자, 초콜릿 등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그릇의 열량은 300kcal 정도지만, 크림치즈 등을 바른 베이글 열량은 500kcal 가 넘고, 다른 음료를 곁들이면 또 그만큼 열량이 추가되겠죠.

밥은 거르고, 배가 고프니 다른 것을 먹다 보면 오히려 살은 더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2018년 농촌진흥청이 분당제생병원과 함께 진행한 임상실험 결과를 보면 쌀밥과 빵을 기본으로 구성한 식단을 제공하였을 때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은 쌀밥으로 구성한 식단을 먹었을 때, 혈당의 감소가 완만히 일어나고 인슐린 분비가 적었습니다.

이에 비해 빵을 먹었을 경우에는 혈당이 급격히 감소해 인슐린 분비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금세 배가 꺼진 것 같고 또다시 먹을 것을 찾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니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감소해, 조절작용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쌀밥을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떨어지고, 포만감이 지속되기 때문에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 오해 2. 쌀밥이 '탄수화물 중독'을 부른다?

'탄수화물 중독증'은 이미 필요한 탄수화물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빵, 과자, 사탕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습관적으로 섭취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제한 탄수화물, 단당류가 문제가 되는데요. 쌀로 지은 밥의 전분은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되기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쌀은 알곡을 섭취하는 복합 탄수화물이라서 식이섬유도 많고, 초콜릿이나 과자 등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합니다.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빵은 서양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과는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서양인이 주식으로 먹는 빵은, 우리의 밥처럼 별 맛이 없다는 겁니다.

서양인들은 무미(無味)한 빵을 주식으로 먹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빵은 밀가루에 설탕 등을 넣어서 맛을 낸 '맛있는 별미'라는 거죠.

이렇게 '달고 맛있는 별미'인 빵을 자꾸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 오해 3. 쌀밥은 다이어트의 적이다?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들어있어 영양학적 조성이 우수하고, 다른 반찬과 함께 먹기 때문에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습니다.

강재헌 교수가 호주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한식을 위주로 한 다이어트 식단을 먹은 이들이 서양식 다이어트식을 한 이들보다 허리둘레가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석 달 동안 실험한 결과 한식 군이 더 푸짐하게 먹고 많은 열량을 섭취했는데도 불구하고, 혈당 등 지표도 좋아져 '건강한 감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밥을 적당히, 골고루 먹는 습관이 다이어트에도 더 유리합니다.

국립식량과학원 곽지은 연구사는 무의식적으로 섭취하는 당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유산균 음료는 건강에 좋으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열량은 만만치 않습니다.

예전보다 먹을거리들이 다양해져 탄수화물의 섭취 총량이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전체 섭취량은 줄이되 건강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 오해4. 근 손실 막으려면 단백질이 답이다?

'근육이 줄어든다'는 근 손실을 막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따로 먹기도 하죠.

곽지은 연구사는 근력운동을 할 때 단백질 손실을 막으려면 탄수화물도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해줘야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탄수화물에서 충분히 공급받고, 단백질은 근육 조직을 복구하고 재건하는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쌀은 세계인이 '글루텐 프리'로 주목하고 있는, 알레르기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빵보다 밥을 먹었을 때 속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글루텐이 없기 때문이죠.

농촌진흥청이 지금까지 개발한 쌀 품종이 360가지입니다. 그 가운데는 당뇨병에 좋은 쌀도 있고 다이어트에 좋은 쌀도 있습니다.

내 몸에 맞는 쌀을 찾아서 적절히 먹으면 내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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