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14만 가구에 ‘부실 월패드’ 설치, LH…일부만 교체?

입력 2024.11.14 (15:48) 수정 2024.11.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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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내 전원 차단기에 예비 전원장치가 설치된 모습과 설치되지 않은 모습. 권영진 의원실 제공가구 내 전원 차단기에 예비 전원장치가 설치된 모습과 설치되지 않은 모습. 권영진 의원실 제공

■ LH 임대아파트 14만 6천 가구, '예비 전원 장치' 미설치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거실에는 대부분 홈 네트워크, 이른바 '월패드'가 설치돼 있습니다. 가스나 난방 등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도 호출할 수 있어 생활을 편리하게 합니다. 거기다 화재 발생시 알림 기능 등 안전 사고 예방 기능도 있습니다.

이런 기능 없이 단순히 방문객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건 홈 오토메이션, 비디오폰이라고 일컫는데요. 예전 아파트에 주로 설치된 '인터폰' 개념입니다.

비디오폰보다 월패드는 기능이 복잡한 만큼, 안전이나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에선 2009년 월패드에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설비 등을 정의한 기술 기준을 고시했습니다.

정전 때 홈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예비 전원장치'와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홈 게이트웨이' 등이 핵심인데요.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지었거나 짓고 있는 일부 임대아파트 월패드에는 예비 전원장치가 누락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2017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설계된 경남 양산과 부산 등 전국의 임대아파트 14만 6천여 가구입니다.

경남 양산시의 한 LH 임대아파트에 설치될 예정인 월패드. 권영진 의원실 제공경남 양산시의 한 LH 임대아파트에 설치될 예정인 월패드. 권영진 의원실 제공

■ LH "일부 기능 추가된 비디오폰으로 판단"

예비 전원 장치가 없으면, 갑작스럽게 정전이 났을 때 월패드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가스나 냉난방기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히 화재 등 긴급상황에 대한 전파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열린 LH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습니다. 국민의힘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의원은 "갑자기 전력이 나가면 가스 그리고 냉난방 기기 사용에 혼란이 온다. 입주자들 안전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LH 측은 "2017년 이전에는 임대아파트에 별다른 기능이 없는 비디오폰을 설치해 왔고, 이후엔 입주민 편의를 위해 가스 조절 등 일부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임대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는 일부 기능이 추가된 '비디오폰'으로 판단했고, 이 때문에 홈 네트워크 필수 시설인 예비 전원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경남 양산시 등에 짓고 있는 임대아파트 설계에는 해당 월패드가 '비디오폰'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예비 전원장치 미설치 문제는 민간 아파트에서도 하자 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2021년 4월 서울행정법원에선 홈네트워크 설비에 예비 전원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하자'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7월, 국토교통부도 공동주택 내 조명, 난방, 가스 등의 여러 장치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설비는 일반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해당하므로 기술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LH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LH 측은 국토부 공문 등이 전달된 이후에 설계된 아파트에는 정부 기술기준에 맞춰 임대아파트에도 월패드를 설치했다는 입장입니다.

LH가 경남 양산시에 조성 중인 한 임대아파트.LH가 경남 양산시에 조성 중인 한 임대아파트.

■ 분양아파트는 기술기준 준수…비용 아끼려는 편법?

같은 LH에서 짓는 아파트지만, 분양 아파트에는 기술기준을 준수한 월패드가 설치돼 왔습니다.

월패드와 비디오폰은 설치 비용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요. 예비 전원장치 설치 비용만 해도 가구당 수십만 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LH가 임대 아파트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디오폰을 가장한 사실상 월패드를 설치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LH는 "분양 아파트는 월패드 설치 비용을 분양가에 바로 반영할 수 있지만, 임대 아파트는 그럴 수가 없어 그동안 비디오폰을 설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LH는 예비 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280지구, 14만 6천여 가구 가운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11개 지구 5천6백여 가구는 설계를 변경해 예비 전원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미 공사가 끝난 아파트는 기존 장비가 고장 나거나 교체 시기가 됐을 때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국감 등에서 예비 전원장치 미설치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경기도와 경남도, 대구시 등에서는 LH 아파트 준공 전 감리 등을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기초자치단체 등에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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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임대아파트 14만 6천 가구, '예비 전원 장치' 미설치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거실에는 대부분 홈 네트워크, 이른바 '월패드'가 설치돼 있습니다. 가스나 난방 등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도 호출할 수 있어 생활을 편리하게 합니다. 거기다 화재 발생시 알림 기능 등 안전 사고 예방 기능도 있습니다.

이런 기능 없이 단순히 방문객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건 홈 오토메이션, 비디오폰이라고 일컫는데요. 예전 아파트에 주로 설치된 '인터폰' 개념입니다.

비디오폰보다 월패드는 기능이 복잡한 만큼, 안전이나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에선 2009년 월패드에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설비 등을 정의한 기술 기준을 고시했습니다.

정전 때 홈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예비 전원장치'와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홈 게이트웨이' 등이 핵심인데요.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지었거나 짓고 있는 일부 임대아파트 월패드에는 예비 전원장치가 누락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2017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설계된 경남 양산과 부산 등 전국의 임대아파트 14만 6천여 가구입니다.

경남 양산시의 한 LH 임대아파트에 설치될 예정인 월패드. 권영진 의원실 제공
■ LH "일부 기능 추가된 비디오폰으로 판단"

예비 전원 장치가 없으면, 갑작스럽게 정전이 났을 때 월패드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가스나 냉난방기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히 화재 등 긴급상황에 대한 전파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열린 LH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습니다. 국민의힘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의원은 "갑자기 전력이 나가면 가스 그리고 냉난방 기기 사용에 혼란이 온다. 입주자들 안전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LH 측은 "2017년 이전에는 임대아파트에 별다른 기능이 없는 비디오폰을 설치해 왔고, 이후엔 입주민 편의를 위해 가스 조절 등 일부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임대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는 일부 기능이 추가된 '비디오폰'으로 판단했고, 이 때문에 홈 네트워크 필수 시설인 예비 전원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경남 양산시 등에 짓고 있는 임대아파트 설계에는 해당 월패드가 '비디오폰'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예비 전원장치 미설치 문제는 민간 아파트에서도 하자 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2021년 4월 서울행정법원에선 홈네트워크 설비에 예비 전원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하자'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7월, 국토교통부도 공동주택 내 조명, 난방, 가스 등의 여러 장치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설비는 일반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해당하므로 기술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LH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LH 측은 국토부 공문 등이 전달된 이후에 설계된 아파트에는 정부 기술기준에 맞춰 임대아파트에도 월패드를 설치했다는 입장입니다.

LH가 경남 양산시에 조성 중인 한 임대아파트.
■ 분양아파트는 기술기준 준수…비용 아끼려는 편법?

같은 LH에서 짓는 아파트지만, 분양 아파트에는 기술기준을 준수한 월패드가 설치돼 왔습니다.

월패드와 비디오폰은 설치 비용이 두 배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요. 예비 전원장치 설치 비용만 해도 가구당 수십만 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LH가 임대 아파트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디오폰을 가장한 사실상 월패드를 설치해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LH는 "분양 아파트는 월패드 설치 비용을 분양가에 바로 반영할 수 있지만, 임대 아파트는 그럴 수가 없어 그동안 비디오폰을 설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LH는 예비 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280지구, 14만 6천여 가구 가운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11개 지구 5천6백여 가구는 설계를 변경해 예비 전원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미 공사가 끝난 아파트는 기존 장비가 고장 나거나 교체 시기가 됐을 때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국감 등에서 예비 전원장치 미설치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경기도와 경남도, 대구시 등에서는 LH 아파트 준공 전 감리 등을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기초자치단체 등에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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