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 무죄 가른 ‘이것’…녹취엔 없었다

입력 2024.11.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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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늘(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 씨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중 검사라고 속이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당시) 검사 사칭은 누명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정작 이 재판 과정에서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고, 오늘 1심 결론이 난 겁니다.

■ '기억에 어긋나는 허위 증언' 존재는 인정

우선 형법상 위증교사 혐의 유죄가 되기 위해선 △위증을 시키려는 고의 △위증을 시키는 행위 △증인의 법정 선서 후 허위 진술이라는 3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이 대표 측은 김 씨의 증언이 위증이 아니고,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사실도 없으며, 위증을 시키려는 고의 역시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이 요건을 하나하나 따졌는데, 재판부는 우선 증인으로 나온 김 씨의 허위 증언 사실부터 인정했습니다.

위증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실제로 허위 증언이 있어야 하므로 이 요건부터 살펴본 겁니다.

위증교사에서의 '위증'이란 법정에서 선서한 후 자신의 기억에 어긋나는 증언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김 씨가 이 대표의 재판에서 증언한 진술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구체적 기억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김병량 성남시장이 KBS 고위관계자와 사이에 고소 취하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증언 △그 협의의 내용 △KBS PD 구속 후 이 대표의 구속 전에 그러한 협의가 있었다는 증언 등이 김 씨의 기억에 어긋나는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성남시장 선거캠프 내에서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 △김병량 성남시장이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증언 등은 김 씨 자신의 기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 위증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 "이 대표 통화, 통상적인 증언 요청…위증교사 고의 없어"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이러한 허위 증언을 부탁했는지, 또 위증 교사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통화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이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걸고 변론요지서를 보냈지만 이를 위증을 교사한 행위로 보긴 어렵고, 또 위증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각 통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언 요청의 방식은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하여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당시 이 대표가 처했던 상황 및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문에 대하여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하여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자신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한 약속을 아는지 물은 후 김 씨가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더 이상 합의에 대한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김 씨가 모를 수 있는 내용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도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김 씨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이 대표 측 변호사와 통화·면담한 후 증언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것만 가지고 위증 교사라고 보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진술서는 김 씨가 스스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작성됐으며, 김 씨가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을 작성하고 변호사와 통화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진술서 작성 및 변호사와의 통화 면담, 증인신문사항 작성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설령 이 대표의 통화를 위증의 교사 행위로 보더라도, 위증 교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당시엔 김 씨가 증언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로서는 김 씨가 해당 부분에 대해 위증을 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웠단 겁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이 부분에서 "김 씨는 이 대표 측이 보내준 변론 요지서 등을 보고 증언한 것으로 보이고 증언 여부 및 질문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위증 있었지만 교사는 불인정' 선례도

다만 이번 사건처럼 재판에서 기억에 어긋나는 진술이 있었더라도, 이를 교사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교사자의 적극적인 요청 내지 지시가 있었다는 점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원지법은 2020년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았던 A 씨에게 검찰에서의 진술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이혼 소송 중 자신과 교제 중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방조 혐의만 인정,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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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25 18: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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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늘(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 씨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중 검사라고 속이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당시) 검사 사칭은 누명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정작 이 재판 과정에서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고, 오늘 1심 결론이 난 겁니다.

■ '기억에 어긋나는 허위 증언' 존재는 인정

우선 형법상 위증교사 혐의 유죄가 되기 위해선 △위증을 시키려는 고의 △위증을 시키는 행위 △증인의 법정 선서 후 허위 진술이라는 3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이 대표 측은 김 씨의 증언이 위증이 아니고,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사실도 없으며, 위증을 시키려는 고의 역시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이 요건을 하나하나 따졌는데, 재판부는 우선 증인으로 나온 김 씨의 허위 증언 사실부터 인정했습니다.

위증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실제로 허위 증언이 있어야 하므로 이 요건부터 살펴본 겁니다.

위증교사에서의 '위증'이란 법정에서 선서한 후 자신의 기억에 어긋나는 증언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김 씨가 이 대표의 재판에서 증언한 진술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구체적 기억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김병량 성남시장이 KBS 고위관계자와 사이에 고소 취하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증언 △그 협의의 내용 △KBS PD 구속 후 이 대표의 구속 전에 그러한 협의가 있었다는 증언 등이 김 씨의 기억에 어긋나는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성남시장 선거캠프 내에서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 △김병량 성남시장이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증언 등은 김 씨 자신의 기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아 위증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 "이 대표 통화, 통상적인 증언 요청…위증교사 고의 없어"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가 이러한 허위 증언을 부탁했는지, 또 위증 교사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통화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이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걸고 변론요지서를 보냈지만 이를 위증을 교사한 행위로 보긴 어렵고, 또 위증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각 통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언 요청의 방식은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하여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당시 이 대표가 처했던 상황 및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문에 대하여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하여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자신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한 약속을 아는지 물은 후 김 씨가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더 이상 합의에 대한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김 씨가 모를 수 있는 내용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도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김 씨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이 대표 측 변호사와 통화·면담한 후 증언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것만 가지고 위증 교사라고 보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진술서는 김 씨가 스스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작성됐으며, 김 씨가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을 작성하고 변호사와 통화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진술서 작성 및 변호사와의 통화 면담, 증인신문사항 작성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설령 이 대표의 통화를 위증의 교사 행위로 보더라도, 위증 교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당시엔 김 씨가 증언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로서는 김 씨가 해당 부분에 대해 위증을 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웠단 겁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이 부분에서 "김 씨는 이 대표 측이 보내준 변론 요지서 등을 보고 증언한 것으로 보이고 증언 여부 및 질문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위증 있었지만 교사는 불인정' 선례도

다만 이번 사건처럼 재판에서 기억에 어긋나는 진술이 있었더라도, 이를 교사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교사자의 적극적인 요청 내지 지시가 있었다는 점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통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원지법은 2020년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았던 A 씨에게 검찰에서의 진술 신빙성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이혼 소송 중 자신과 교제 중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방조 혐의만 인정,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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