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독일 베를린의 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전승기념탑까지 이어지는 2km가량의 거리에는 지역에서 올라온 농부들의 트랙터를 비롯한 차량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차량들은 신나는 EDM을 틀며 길을 막고 투쟁했고, 시민들은 춤을 추며 환호를 질렀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24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시민들이 집회 시위를 하고 있다.
■ "지난 5년 미국 6% 성장하는 동안 독일은 1% 감소"
유럽연합의(EU) 경제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는 침체 일로입니다.
독일은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0.2%, 2분기 -0.3% 등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도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했습니다.
2019~2023년 미국의 1인당 GDP가 6% 성장하는 사이에 독일은 오히려 1% 감소한 것을 본다면 국민들은 보다 크게 느껴질 겁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EU) GDP의 17%를 차지하는 프랑스의 11월 기업환경지수는 96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하며 장기 평균을 하회했습니다.
올림픽 특수로 3분기에 0.4% 성장했던 GDP는 4분기에는 0.1% 역성장이 예상되며, 2025년 성장률은 2024년 1.1%에서 0.6%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다시 유럽을 강인하게…트럼프처럼"
모인 시민들은 농부, 사무직, 기업가, 기초연금 수급자 등 독일 경제의 허리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결코 정치적이지 않으며, 단지 독일과 유럽의 자강만을 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당선인과도 같은 전략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HIH(조국을 위한 협력)의 휴미트 대변인은 KBS 취재진에게 "트럼프를 옳다고 생각한다거나 우익 정부를 지지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이미 살기가 어려워서 독일 혹은 유럽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고 있고,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휴미트 대변인은 치솟는 주택값과 물가에도 불구하고 자국이나 유럽 연합이 아닌 다른 국가를 위한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위기인 것은 이미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 유럽 덮은 농민들의 분노… EU-남미 FTA 반대
프랑스부터 시작해 전유럽으로 퍼지고 있는 트랙터 도로 점거 시위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유럽연합과 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에 유럽 각국 농민단체가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습니다.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는(MERCOSUR)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로 구성돼 있고, 유럽연합과는 1999년부터 FTA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유럽의 각 국가들은 산업 진출 확대등을 위해 FTA 타결 카드를 만지작 대고 있지만, 값싼 남미 시장의 농축산물이 유럽에 유입되면 자연히 농민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은 특히 남미의 값싼 소고기 수입을, 이탈리아는 올리브 등 농산물을, 네덜란드에선 가금류와 설탕 부문이 위협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민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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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시내에 울린 함성 “트럼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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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26 06:01:32
지난 주말 독일 베를린의 명소인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은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전승기념탑까지 이어지는 2km가량의 거리에는 지역에서 올라온 농부들의 트랙터를 비롯한 차량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차량들은 신나는 EDM을 틀며 길을 막고 투쟁했고, 시민들은 춤을 추며 환호를 질렀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난 5년 미국 6% 성장하는 동안 독일은 1% 감소"
유럽연합의(EU) 경제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는 침체 일로입니다.
독일은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0.2%, 2분기 -0.3% 등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도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했습니다.
2019~2023년 미국의 1인당 GDP가 6% 성장하는 사이에 독일은 오히려 1% 감소한 것을 본다면 국민들은 보다 크게 느껴질 겁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EU) GDP의 17%를 차지하는 프랑스의 11월 기업환경지수는 96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하며 장기 평균을 하회했습니다.
올림픽 특수로 3분기에 0.4% 성장했던 GDP는 4분기에는 0.1% 역성장이 예상되며, 2025년 성장률은 2024년 1.1%에서 0.6%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다시 유럽을 강인하게…트럼프처럼"
모인 시민들은 농부, 사무직, 기업가, 기초연금 수급자 등 독일 경제의 허리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결코 정치적이지 않으며, 단지 독일과 유럽의 자강만을 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당선인과도 같은 전략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HIH(조국을 위한 협력)의 휴미트 대변인은 KBS 취재진에게 "트럼프를 옳다고 생각한다거나 우익 정부를 지지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이미 살기가 어려워서 독일 혹은 유럽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고 있고,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휴미트 대변인은 치솟는 주택값과 물가에도 불구하고 자국이나 유럽 연합이 아닌 다른 국가를 위한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위기인 것은 이미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 유럽 덮은 농민들의 분노… EU-남미 FTA 반대
프랑스부터 시작해 전유럽으로 퍼지고 있는 트랙터 도로 점거 시위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유럽연합과 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에 유럽 각국 농민단체가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습니다.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는(MERCOSUR)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로 구성돼 있고, 유럽연합과는 1999년부터 FTA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유럽의 각 국가들은 산업 진출 확대등을 위해 FTA 타결 카드를 만지작 대고 있지만, 값싼 남미 시장의 농축산물이 유럽에 유입되면 자연히 농민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은 특히 남미의 값싼 소고기 수입을, 이탈리아는 올리브 등 농산물을, 네덜란드에선 가금류와 설탕 부문이 위협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민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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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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