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연구자 525명 시국선언…“부끄럽고 반성한다”

입력 2024.11.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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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모교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와 연구자 525명이 시국선언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전국의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딱 한 달 만인 오늘(28일) 서울대에서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발표된 겁니다.

이들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서울대 교수들 “국민과 역사에 부끄러워…윤석열 정부 퇴진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부끄럽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었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료 대란을 두고서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한다”고 했고, 국가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젊은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고, 실험실이 문을 닫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기에 처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다”며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 윤 대통령의 사퇴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국선언 행렬 한 달 만에, 서울대 전임교원 20% 참여한 시국선언 성명…“지금도 연명 중”

전국 각 대학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 노조가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국 각지의 5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외대(73명), 숙명여대(57명), 한양대(51명), 인천대(44명), 전남대(107명), 충남대(80명), 아주대(42명), 가톨릭대(106명), 국립목포대(83명), 남서울대(24명), 경희대·경희사이버대(226명), 고려대(152명), 경북대(179명), 전주대(104명), 중앙대(169명), 성공회대(141명), 국민대(61명), 동국대(108명), 연세대(177명), 이화여대(140명), 성균관대(473명) 등에서 5천 명 넘는 교수와 연구자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서울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와 연구자는 총 525명입니다.

이 중 원로교수와 강사 등을 제외한 현직 교수는 약 450명. 서울대의 전체 전임교원 2,300여 명 중 20%가량 참여했습니다.

주최 측은 “지금도 계속 연명을 받고 있어서 최종 참여자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교수들 “시국선언이면서 반성…‘책임감 있는’ 인재 육성 노력하겠다”

서울대 시국선언에는 다른 대학의 시국선언과 눈에 띄게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반성’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서울대 시국선언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하면서,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최고 학부인 서울대 교수들의 교육자로서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늘 기자회견에 나온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는 “반성하는 자세로 이 선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역사적 사명과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기보단, 권력과 자본을 대변하면서 사적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 한국 사회를 얼마나 어렵게 했는지 박근혜 탄핵을 통해서 경험했는데 비슷한 일이 또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서울대 교수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졌고 여러 사회적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대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엘리트로서의 양심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문과 이강재 교수는 시국선언문 서두에 적은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이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시국선언은 상징적 사건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지식인을 기른다’는 건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을 기르는 게 아니라, 건전하고 올바른 세계시민으로 교육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대도 여러 제도를 통해서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성숙한 사람을 키워내는 데 초점을 두고 교육에 임하고 학교에도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회학과 김백영 교수는 “(시국선언문을 준비하면서) 윤석열 동문뿐만 아니라 서울대가 양산해 온 인재들과 현재의 서울대가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한국이 문화선진국으로서 주목 받는 부분도 많은데, 국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실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국격에 걸맞은 미래를 제시하고 정부가 하루빨리 들어서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번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하루빨리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 만들어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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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교수·연구자 525명 시국선언…“부끄럽고 반성한다”
    • 입력 2024-11-28 19:24:25
    사회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 서울대학교에서 교수와 연구자 525명이 시국선언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전국의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딱 한 달 만인 오늘(28일) 서울대에서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발표된 겁니다.

이들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서울대 교수들 “국민과 역사에 부끄러워…윤석열 정부 퇴진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부끄럽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며 “서울대가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었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료 대란을 두고서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한다”고 했고, 국가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젊은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고, 실험실이 문을 닫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기에 처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다”며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 윤 대통령의 사퇴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국선언 행렬 한 달 만에, 서울대 전임교원 20% 참여한 시국선언 성명…“지금도 연명 중”

전국 각 대학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 노조가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국 각지의 5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외대(73명), 숙명여대(57명), 한양대(51명), 인천대(44명), 전남대(107명), 충남대(80명), 아주대(42명), 가톨릭대(106명), 국립목포대(83명), 남서울대(24명), 경희대·경희사이버대(226명), 고려대(152명), 경북대(179명), 전주대(104명), 중앙대(169명), 성공회대(141명), 국민대(61명), 동국대(108명), 연세대(177명), 이화여대(140명), 성균관대(473명) 등에서 5천 명 넘는 교수와 연구자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서울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와 연구자는 총 525명입니다.

이 중 원로교수와 강사 등을 제외한 현직 교수는 약 450명. 서울대의 전체 전임교원 2,300여 명 중 20%가량 참여했습니다.

주최 측은 “지금도 계속 연명을 받고 있어서 최종 참여자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교수들 “시국선언이면서 반성…‘책임감 있는’ 인재 육성 노력하겠다”

서울대 시국선언에는 다른 대학의 시국선언과 눈에 띄게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반성’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서울대 시국선언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하면서,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최고 학부인 서울대 교수들의 교육자로서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늘 기자회견에 나온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는 “반성하는 자세로 이 선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역사적 사명과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기보단, 권력과 자본을 대변하면서 사적 이익과 영달을 추구하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 한국 사회를 얼마나 어렵게 했는지 박근혜 탄핵을 통해서 경험했는데 비슷한 일이 또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서울대 교수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졌고 여러 사회적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대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엘리트로서의 양심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문과 이강재 교수는 시국선언문 서두에 적은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이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시국선언은 상징적 사건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지식인을 기른다’는 건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을 기르는 게 아니라, 건전하고 올바른 세계시민으로 교육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대도 여러 제도를 통해서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성숙한 사람을 키워내는 데 초점을 두고 교육에 임하고 학교에도 요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회학과 김백영 교수는 “(시국선언문을 준비하면서) 윤석열 동문뿐만 아니라 서울대가 양산해 온 인재들과 현재의 서울대가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한국이 문화선진국으로서 주목 받는 부분도 많은데, 국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실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국격에 걸맞은 미래를 제시하고 정부가 하루빨리 들어서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번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하루빨리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 만들어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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