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동은) 레바논 헤즈볼라 거점 다히예…멀쩡한 건물 거의 없어 주민들도 모두 떠나
입력 2024.12.02 (08:04)
수정 2024.12.02 (14: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헤즈볼라 거점 다히예/이스라엘군 폭격에 앞쪽 빌딩 4채 붕괴 (2024년 11월30일 KBS 촬영)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레바논 전쟁 휴전에 들어간 지 나흘째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를 찾았습니다. 다히예는 이슬람 시아파 집단 거주지로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장악한 헤즈볼라 거점입니다. 헤즈볼라 본부를 비롯해 헤즈볼라의 주요한 시설들이 밀집해 있고, 조직 지도부와 주요 간부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도부와 특수부대 라드완 여단 사령관 등에 대한 암살을 감행한 곳입니다. 다히예는 아랍어로 교외(suburb) 뜻하는데, 레바논에서는 이슬람 시아파 집단 거주지를 부르는 지명으로 굳어졌습니다. 시아파 10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정확한 통계가 있거나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습니다.
■ 베이루트 교외 다히예 시아파 주민 100만 명 추정
베이루트 동남쪽에서 다히예로 진입하는 곳에는 검문소가 있습니다. 정부나 군이 세운 검문소가 아니라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검문소입니다. 총으로 무장한 대원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휴전에 들어갔는데도 긴장한 상태로 차량 탑승자를 살펴봤습니다. 대한민국 KBS 취재진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헤즈볼라 대외 담당의 허가를 받아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문소 무장대원은 증거를 보여달라 했습니다. 대외 담당이 우리의 방문을 검문소에 통보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허가증을 문서로 받은 게 아니라서 어떻게 증명할 지 난감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차에 무장대원이 취재를 허가한 대외 담당의 SNS 음성 메시지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헤즈볼라 대외 담당과 취재 허가를 위해 나눈 SNS 메시지를 보여주니, 특정 장소를 알려주며 그곳에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 철저한 검문 검색…접선처럼 헤즈볼라 관계자 접촉
특정 장소로 이동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취재진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제지할 경우 촬영을 잠시 멈추고 대외 담당의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알리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하는 도중에 많은 이들이 물어왔고, 그렇게 대답하니 별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다히예에 들어서자 마자 왕복 4차선 도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 양쪽으로 큰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었는데, 중간중간 이가 빠진 듯 빈 곳이 보였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건물이 붕괴한 곳입니다. 다히예 안으로 들어갈수록 폭격 피해는 심해졌습니다. 4차선 도로에서 빠져 다히예의 중심으로 들어가니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폭격을 받아 붕괴한 건물이 상당히 많았고,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외벽이 날아간 빌딩도 다수 봤습니다. 위와 아래가 뒤집혀 옥상이 아래를 보고 처박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폭탄 공격의 순간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성한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습을 피한 건물이 있었지만, 그 건물들도 폭탄 폭발의 후폭풍으로 유리창이 전부 깨졌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집중 공습을 받은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헤즈볼라 거점 다히예 /폭격 충격으로 외벽이 날아간 건물 (2024년 11월 30일 KBS 촬영)
■ 다히예 초토화 …멀쩡한 건물이 없었다
일부 건물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소형 굴삭기를 동원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부서지고 파괴됐기 때문입니다. 건물 잔해를 옆에 두고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커피와 음료 등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들입니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무너져 내린 1층 상점을 가리키며,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삶의 터전이 모두 날아갔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두 달여 계속되자 많은 주민들이 떠나 빈집이 많았습니다. 폭격이 집중됐던 주거지는 밤이 돼도 불을 밝힌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떠난 주민들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 대통령 공석 2년째… 정부 지원 없어
레바논 중앙 정부는 대통령을 뽑지 못해 2년째 공석입니다. 재정 적자가 막대해 중앙 정부가 국민을 위한 지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구 지원에 나설 형편이 아닙니다. 헤즈볼라는 지도부가 대부분 암살돼 붕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금은 복구 지원보다는 조직 재건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폭격 피해를 입은 가정이나 가게에 소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금 중동은) 레바논 헤즈볼라 거점 다히예…멀쩡한 건물 거의 없어 주민들도 모두 떠나
-
- 입력 2024-12-02 08:04:03
- 수정2024-12-02 14:30:20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레바논 전쟁 휴전에 들어간 지 나흘째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를 찾았습니다. 다히예는 이슬람 시아파 집단 거주지로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장악한 헤즈볼라 거점입니다. 헤즈볼라 본부를 비롯해 헤즈볼라의 주요한 시설들이 밀집해 있고, 조직 지도부와 주요 간부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도부와 특수부대 라드완 여단 사령관 등에 대한 암살을 감행한 곳입니다. 다히예는 아랍어로 교외(suburb) 뜻하는데, 레바논에서는 이슬람 시아파 집단 거주지를 부르는 지명으로 굳어졌습니다. 시아파 10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정확한 통계가 있거나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습니다.
■ 베이루트 교외 다히예 시아파 주민 100만 명 추정
베이루트 동남쪽에서 다히예로 진입하는 곳에는 검문소가 있습니다. 정부나 군이 세운 검문소가 아니라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검문소입니다. 총으로 무장한 대원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휴전에 들어갔는데도 긴장한 상태로 차량 탑승자를 살펴봤습니다. 대한민국 KBS 취재진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헤즈볼라 대외 담당의 허가를 받아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문소 무장대원은 증거를 보여달라 했습니다. 대외 담당이 우리의 방문을 검문소에 통보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허가증을 문서로 받은 게 아니라서 어떻게 증명할 지 난감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차에 무장대원이 취재를 허가한 대외 담당의 SNS 음성 메시지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헤즈볼라 대외 담당과 취재 허가를 위해 나눈 SNS 메시지를 보여주니, 특정 장소를 알려주며 그곳에서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 철저한 검문 검색…접선처럼 헤즈볼라 관계자 접촉
특정 장소로 이동해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취재진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제지할 경우 촬영을 잠시 멈추고 대외 담당의 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알리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취재하는 도중에 많은 이들이 물어왔고, 그렇게 대답하니 별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다히예에 들어서자 마자 왕복 4차선 도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 양쪽으로 큰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었는데, 중간중간 이가 빠진 듯 빈 곳이 보였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건물이 붕괴한 곳입니다. 다히예 안으로 들어갈수록 폭격 피해는 심해졌습니다. 4차선 도로에서 빠져 다히예의 중심으로 들어가니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폭격을 받아 붕괴한 건물이 상당히 많았고,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외벽이 날아간 빌딩도 다수 봤습니다. 위와 아래가 뒤집혀 옥상이 아래를 보고 처박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폭탄 공격의 순간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성한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공습을 피한 건물이 있었지만, 그 건물들도 폭탄 폭발의 후폭풍으로 유리창이 전부 깨졌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집중 공습을 받은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 다히예 초토화 …멀쩡한 건물이 없었다
일부 건물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소형 굴삭기를 동원해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영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부서지고 파괴됐기 때문입니다. 건물 잔해를 옆에 두고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커피와 음료 등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들입니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무너져 내린 1층 상점을 가리키며,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삶의 터전이 모두 날아갔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두 달여 계속되자 많은 주민들이 떠나 빈집이 많았습니다. 폭격이 집중됐던 주거지는 밤이 돼도 불을 밝힌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떠난 주민들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 대통령 공석 2년째… 정부 지원 없어
레바논 중앙 정부는 대통령을 뽑지 못해 2년째 공석입니다. 재정 적자가 막대해 중앙 정부가 국민을 위한 지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구 지원에 나설 형편이 아닙니다. 헤즈볼라는 지도부가 대부분 암살돼 붕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금은 복구 지원보다는 조직 재건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폭격 피해를 입은 가정이나 가게에 소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
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김개형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