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바다에 둥둥…흉물 된 ‘선상 호텔’ 왜 철거 못 할까

제주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서귀포시 성산항

제주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성산항.

'섬 속의 섬' 우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항 한쪽에 길이 50m에 달하는 930톤급 선박이 둥둥 떠 있습니다.

선박을 묶은 밧줄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선체 곳곳이 흉물스럽게 녹슬었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선박엔 갈매기들만 가득합니다.

제주 서귀포 성산항에 방치되고 있는 선상 호텔 선박

이 선박은 '선상 호텔'로 운영되다가 2020년 12월 폐업한 뒤 4년째 이곳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성산항에는 우도 여객선뿐만 아니라 화물선도 오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항만 공사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선상 호텔 때문에 공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업한 선상 호텔이 성산항에 정박한 것 자체가 불법인 데다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 성산항에 방치되고 있는 선상 호텔 선박

정재윤 제주도항운노동조합 성산지부장은 "작년에 3천 톤급 이상 화물선이 들어오다가 충돌 사고가 있었다"며 "침몰 위험성도 있고, 배 안에 있는 기름도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 지부장은 "옆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화물선이나 모래를 운반할 선석 자리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유자에게 연락해도 받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귀포시는 2020년과 2021년 세 차례 선박 제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로 선박 소유자를 고발까지 했지만, 이후 벌금형만 내려졌을 뿐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주 서귀포 성산항에 방치되고 있는 선상 호텔 선박

특히 이 선박에는 담보권이 걸려 있어 바로 치울 수도 없습니다.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해양교통안전공단 등과 합동 조사를 해야 하는데, 서귀포시는 지난 9월에서야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현기종 제주도의원은 "항 내 안전성이나 다른 화물선이 입항하지 못하면서 경제성이 저하되는 여러 문제가 있는데도 서귀포시가 만 4년 동안 방치했다는 건 행정이 아주 소극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 의원은 "지역 사회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행정대집행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귀포시는 불법 점용을 알고도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에야 880만 원 상당의 변상금을 부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귀포시는 담당자가 바뀌어 이전 내용은 잘 모른다면서도, 행정대집행 절차를 위한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서귀포시는 선박 소유자가 수십 차례 연락을 받지 않고 관련 공문과 등기도 반송되고 있다며, 지난 7월 소유자를 재차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공유수면법상 담보권 등이 있는 방치 선박을 제거하려면 ▲합동 조사(재조사)를 통해 다른 선박의 안전 운항과 해상 교통질서에 지장을 줄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거나 ▲해양관리법에 따른 오염 물질 배출 우려 ▲ 항·포구 시설물과 다른 선박 등과의 충돌 위험 ▲공유수면 이용에 지장을 주는 경우로 잔존 가치가 제거에 쓰일 비용보다 적은 경우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현재 해경이 정기적으로 방치 선박을 점검하며 폐유 등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있고, 지난 7월과 이달 진행한 두 차례 점검에서는 배에 물이 차는 등 곳곳에서 침수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서귀포시는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대집행 절차를 위한 작업에 나설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