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처럼 보통명사 된 ‘그립톡’…1심 “상표 등록 무효” [판결남]
입력 2024.12.04 (08:11)
수정 2024.12.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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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
스마트폰 뒤에 붙여서 손잡이나 거치대처럼 쓸 수 있는 액세서리, 많이들 이용하실 텐데요. 이른바 '그립톡'으로 불리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그립톡'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한 업체가 국내에 상표 등록한 단어라고 합니다. 결국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들과 분쟁이 벌어졌다는데, 어떤 결론이 났는지 특허심판원의 최신 결정을 살펴봤습니다.
■ 스마트폰 거치대 대명사 '그립톡'…상표권 분쟁
A 업체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 '그립톡'을 상표 등록해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에선 한글과 영문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 뒷면에 붙이는 받침대, 거치대를 뜻하는 액세서리 전반이 '그립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액세서리 제조자는 그립톡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제품을 팔거나 광고를 해 왔는데요.
상표권자였던 A 업체는 2023년 하반기 법무팀 명의로 액세서리를 판매한 업체들을 상대로 "상표권이 침해됐으니, 합의 보상금을 내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합의한 업체에서는 수백만 원씩의 합의금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립톡' 이름으로 제품을 공급하던 대기업들도 A 업체에 보상금을 내고 정품으로 대체 발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액세서리 제조사들은 '그립톡' 상표가 무효라며 특허심판원에 상표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 '그립톡'은 보통 명사일까
현행 상표법은 어떤 상표가 일반적인 명칭이 되어버린 경우, 등록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업체의 상표라고 식별이 되지 않는다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이른바 '보통 명칭이 됐다'고 표현하는데요.
상표법 제33조(상표등록의 요건)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를 제외하고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1. 그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
액세서리 업자들은 '그립톡' 상표 역시 보통 명칭이 됐다며, 적어도 모바일 전화기용 스탠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받침대, 스마트폰용 홀더, 이동전화기용 홀더에 대해 상표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상표 등록 시점 이전부터 언론과 동종 업계, 법원·지자체·공공기관, 일반 수요자 등 다수인이 보통 명칭(상품의 일반적 명칭)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A 업체도 상표를 상표로 사용했다기보다 '상품명'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A 업체의 상표권 권리행사는 상표가 등록된 지 4년에서 6년이 지난 후 이뤄졌고, 그 권리행사방법도 부당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반면 A 업체 측은 "그립톡 상표가 등록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어 "그립톡 상표는 우리가 창작한 조어(造語·만든 단어)로서 식별력이 높고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상표등록을 받았다"면서 "카카오톡프렌즈와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오버액션토끼, 스누피, 헬로키티, 짱구, 라인프렌즈 등 여러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제조 판매하면서 상표가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립톡 상표는 '스마트폰 거치대', '스마트폰 그립', '스마트톡', '핸드폰 거치대' 등과 함께 사용되는 단어로 보통 명칭이 됐다고 보기 어렵고, 대체할 명칭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립톡 상표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지속해 왔고, 이런 권리행사는 상표법상 정당한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선 '그립톡'이란 단어가 특정한 상품 종류의 일반적인 명칭이 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 1심 "그립톡은 스마트폰 거치대 지칭…상표권 일부 무효"
특허심판원은 액세서리 업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허심판원 제29부(심판장 박미영)는 지난해 11월 공모 씨 등이 상표권자 A 업체를 상대로 낸 등록상표 무효심판에서 '그립톡' 상표권의 일부 등록 무효를 결정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그립톡' 상표가 스마트폰용 거치대 상품 종류 자체를 가리키는, 이른바 '보통 명칭'이 되어버렸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부는 "피청구인이 2016년 그립톡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받아 꾸준히 사용하여 왔음은 인정된다"면서도, "상표 등록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그립톡이 다수의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홀더' 등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고, 국가 공공기관에서도 피청구인과 관계없는 상품에 '그립톡' 단어를 보통 명칭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립톡은 거래업자와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스마트폰 거치대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인식되어 있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피청구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이라고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그립톡 명칭의 자유로운 사용에 의한 경쟁을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일부 상표권 등록 무효 결정했습니다.
'그립톡' 상표권이 무효가 된 제품은 △모바일 전화기용 스탠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받침대 △스마트폰용 홀더 △이동전화기용 홀더 등 제품입니다.
A 업체 측은 △2016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브랜드 홍보 및 광고비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등록상표가 인정됐다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관리와 조처를 했다 △일본, 대만, 중국 및 미국 등 외국에서도 식별력을 인정받아 등록되어 있으므로 등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지만, 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2019년 이전 A 업체 매출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 매출뿐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그립톡' 상표로부터 피청구인 제품을 쉽게 연상할 것이란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 업체가 유사하다고 판단한 일부 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서나 정보제출서를 제공하거나, 일부 업체에 이 사건 등록상표의 무단 사용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경고장을 보내는 등으로 식별력 상실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경고장 등 적극적인 상표권 보호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23년 10월쯤으로, 이는 일반 수요자들이나 관련 업계에서 그 상품의 보통 명칭으로 사용된 이후의 조치들이므로 심결일 현재 이러한 조치로 일반 수요자들에게 그립톡이 A 업체 상표로 인식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법제와 언어습관이 다른 외국의 등록례 등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므로 (외국에 상표가 등록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립톡'이 보통 명칭에 해당하는 데 장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특허심판원의 결정은 3심제 가운데 1심에 해당합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 또는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특허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A 업체는 스마트폰용 거치대 등 일부 제품에서 '그립톡' 상표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다른 액세서리 제작자들도 '그립톡' 상표를 이용해 제품을 제작, 광고할 수 있게 됩니다.
오리온 초코파이(출처: 오리온 홈페이지)
■ 오리온 원조 '초코파이'도 보통명사화…상표등록 무효
앞서 보신 것처럼 상표가 '보통 명칭화'되면 원래는 상표였더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표적인 예가 '초코파이'입니다.
오리온은 1974년 원형으로 된 과자에 마시멜로를 끼워 넣고 초콜릿 코팅을 입혀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976년 '오리온 초코파이'를 상표 등록했습니다.
실제로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최초로 창작한 조어상표가 맞았습니다. 미국 등 세계 30개국에서 초코파이를 상표로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상표가 보통 명칭이 됐는지를 판단할 때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그 상표가 해당 상품의 동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한 결과 표장이 식별력을 상실할 것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초코파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출시 첫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998년까지 약 5837억 원의 매출을 올려 단일 과자 제품으로는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쟁사들은 모두 초코파이의 카피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오리온은 1979년 '롯데 초코파이' 상표 등록이나 1980년 해태 초코파이 판매, 1986년 크라운 초코파이 상표를 등록 등 표장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지만 20여 년간 한 번도 사용 중지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리온은 1997년에서야 뒤늦게 롯데 초코파이의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 달라며 특허 심판과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초코파이가 보통 명칭으로 인식되면서 패소한 겁니다.
'초코파이' 표장 자체는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인식이 되며, 여러 제조회사의 초코파이 제품은 그 앞에 붙은 오리온, 롯데, 크라운, 해태 등에 의하여 제품의 출처가 식별되게 되었다고 보여지므로 결국 '초코파이'는 이 건 등록상표의 갱신등록사정 당시에 그러한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초코파이' 표장이 해당 상품의 제조업자들에 의하여 자유롭게 사용되고 원고도 20여년에 걸쳐 '초코파이' 표장의 독점적 사용에 대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음으로써 상표가 희석화되어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 관용표장이 되어 버렸다… -특허법원 1999. 7. 8. 선고 99허185 판결 등록무효 中 |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자료제공 신정아 변리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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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코파이처럼 보통명사 된 ‘그립톡’…1심 “상표 등록 무효” [판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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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04 08:11:03
- 수정2024-12-04 10:35:01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
스마트폰 뒤에 붙여서 손잡이나 거치대처럼 쓸 수 있는 액세서리, 많이들 이용하실 텐데요. 이른바 '그립톡'으로 불리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그립톡'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한 업체가 국내에 상표 등록한 단어라고 합니다. 결국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들과 분쟁이 벌어졌다는데, 어떤 결론이 났는지 특허심판원의 최신 결정을 살펴봤습니다.
■ 스마트폰 거치대 대명사 '그립톡'…상표권 분쟁
A 업체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 '그립톡'을 상표 등록해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에선 한글과 영문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 뒷면에 붙이는 받침대, 거치대를 뜻하는 액세서리 전반이 '그립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액세서리 제조자는 그립톡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제품을 팔거나 광고를 해 왔는데요.
상표권자였던 A 업체는 2023년 하반기 법무팀 명의로 액세서리를 판매한 업체들을 상대로 "상표권이 침해됐으니, 합의 보상금을 내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합의한 업체에서는 수백만 원씩의 합의금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립톡' 이름으로 제품을 공급하던 대기업들도 A 업체에 보상금을 내고 정품으로 대체 발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액세서리 제조사들은 '그립톡' 상표가 무효라며 특허심판원에 상표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 '그립톡'은 보통 명사일까
현행 상표법은 어떤 상표가 일반적인 명칭이 되어버린 경우, 등록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업체의 상표라고 식별이 되지 않는다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이른바 '보통 명칭이 됐다'고 표현하는데요.
상표법 제33조(상표등록의 요건)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표를 제외하고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1. 그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 |
액세서리 업자들은 '그립톡' 상표 역시 보통 명칭이 됐다며, 적어도 모바일 전화기용 스탠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받침대, 스마트폰용 홀더, 이동전화기용 홀더에 대해 상표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상표 등록 시점 이전부터 언론과 동종 업계, 법원·지자체·공공기관, 일반 수요자 등 다수인이 보통 명칭(상품의 일반적 명칭)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A 업체도 상표를 상표로 사용했다기보다 '상품명'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A 업체의 상표권 권리행사는 상표가 등록된 지 4년에서 6년이 지난 후 이뤄졌고, 그 권리행사방법도 부당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반면 A 업체 측은 "그립톡 상표가 등록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어 "그립톡 상표는 우리가 창작한 조어(造語·만든 단어)로서 식별력이 높고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상표등록을 받았다"면서 "카카오톡프렌즈와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오버액션토끼, 스누피, 헬로키티, 짱구, 라인프렌즈 등 여러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제조 판매하면서 상표가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립톡 상표는 '스마트폰 거치대', '스마트폰 그립', '스마트톡', '핸드폰 거치대' 등과 함께 사용되는 단어로 보통 명칭이 됐다고 보기 어렵고, 대체할 명칭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립톡 상표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지속해 왔고, 이런 권리행사는 상표법상 정당한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에선 '그립톡'이란 단어가 특정한 상품 종류의 일반적인 명칭이 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 1심 "그립톡은 스마트폰 거치대 지칭…상표권 일부 무효"
특허심판원은 액세서리 업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특허심판원 제29부(심판장 박미영)는 지난해 11월 공모 씨 등이 상표권자 A 업체를 상대로 낸 등록상표 무효심판에서 '그립톡' 상표권의 일부 등록 무효를 결정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그립톡' 상표가 스마트폰용 거치대 상품 종류 자체를 가리키는, 이른바 '보통 명칭'이 되어버렸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부는 "피청구인이 2016년 그립톡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받아 꾸준히 사용하여 왔음은 인정된다"면서도, "상표 등록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그립톡이 다수의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홀더' 등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고, 국가 공공기관에서도 피청구인과 관계없는 상품에 '그립톡' 단어를 보통 명칭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립톡은 거래업자와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스마트폰 거치대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인식되어 있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피청구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이라고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그립톡 명칭의 자유로운 사용에 의한 경쟁을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일부 상표권 등록 무효 결정했습니다.
'그립톡' 상표권이 무효가 된 제품은 △모바일 전화기용 스탠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받침대 △스마트폰용 홀더 △이동전화기용 홀더 등 제품입니다.
A 업체 측은 △2016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브랜드 홍보 및 광고비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등록상표가 인정됐다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관리와 조처를 했다 △일본, 대만, 중국 및 미국 등 외국에서도 식별력을 인정받아 등록되어 있으므로 등록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지만, 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2019년 이전 A 업체 매출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OEM) 매출뿐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그립톡' 상표로부터 피청구인 제품을 쉽게 연상할 것이란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 업체가 유사하다고 판단한 일부 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서나 정보제출서를 제공하거나, 일부 업체에 이 사건 등록상표의 무단 사용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경고장을 보내는 등으로 식별력 상실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경고장 등 적극적인 상표권 보호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23년 10월쯤으로, 이는 일반 수요자들이나 관련 업계에서 그 상품의 보통 명칭으로 사용된 이후의 조치들이므로 심결일 현재 이러한 조치로 일반 수요자들에게 그립톡이 A 업체 상표로 인식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법제와 언어습관이 다른 외국의 등록례 등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므로 (외국에 상표가 등록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립톡'이 보통 명칭에 해당하는 데 장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특허심판원의 결정은 3심제 가운데 1심에 해당합니다. 특허심판원의 심결 또는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특허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결정이 확정될 경우 A 업체는 스마트폰용 거치대 등 일부 제품에서 '그립톡' 상표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다른 액세서리 제작자들도 '그립톡' 상표를 이용해 제품을 제작, 광고할 수 있게 됩니다.
■ 오리온 원조 '초코파이'도 보통명사화…상표등록 무효
앞서 보신 것처럼 상표가 '보통 명칭화'되면 원래는 상표였더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표적인 예가 '초코파이'입니다.
오리온은 1974년 원형으로 된 과자에 마시멜로를 끼워 넣고 초콜릿 코팅을 입혀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976년 '오리온 초코파이'를 상표 등록했습니다.
실제로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최초로 창작한 조어상표가 맞았습니다. 미국 등 세계 30개국에서 초코파이를 상표로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상표가 보통 명칭이 됐는지를 판단할 때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그 상표가 해당 상품의 동업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한 결과 표장이 식별력을 상실할 것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초코파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출시 첫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998년까지 약 5837억 원의 매출을 올려 단일 과자 제품으로는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쟁사들은 모두 초코파이의 카피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오리온은 1979년 '롯데 초코파이' 상표 등록이나 1980년 해태 초코파이 판매, 1986년 크라운 초코파이 상표를 등록 등 표장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지만 20여 년간 한 번도 사용 중지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리온은 1997년에서야 뒤늦게 롯데 초코파이의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 달라며 특허 심판과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초코파이가 보통 명칭으로 인식되면서 패소한 겁니다.
'초코파이' 표장 자체는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제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인식이 되며, 여러 제조회사의 초코파이 제품은 그 앞에 붙은 오리온, 롯데, 크라운, 해태 등에 의하여 제품의 출처가 식별되게 되었다고 보여지므로 결국 '초코파이'는 이 건 등록상표의 갱신등록사정 당시에 그러한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초코파이' 표장이 해당 상품의 제조업자들에 의하여 자유롭게 사용되고 원고도 20여년에 걸쳐 '초코파이' 표장의 독점적 사용에 대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음으로써 상표가 희석화되어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 관용표장이 되어 버렸다… -특허법원 1999. 7. 8. 선고 99허185 판결 등록무효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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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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