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어서라도 표결 막으라고 했다”…현장 지휘 여단장이 밝힌 ‘그날 밤’
입력 2024.12.07 (16:31)
수정 2024.1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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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진입' 1공수특전여단 최고 지휘관이 직접 밝힌 '그날 밤'
12월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쳤고 본청까지 진입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계엄군을 막아선 가운데 여야 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후 계엄군은 철수했습니다.
급박했던 그날 밤이 지나가고, 이제 계엄군을 국회로 진입시킨 행위를 '형법상 내란'으로 볼 것 인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KBS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증언할 인물을 인터뷰했습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가운데 하나인 제1공수특전여단 최고 지휘관인 이상현 여단장입니다.
그는 대면 인터뷰는 어렵다며 거절했지만, 어제(6일) 오후 20분 가까이 취재진에게 출동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 "밤 10시 30분 특전사령관 지시 받고 계엄 알게 됐다"
먼저 이 여단장에게 계엄 발령을 미리 알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운동과 샤워를 한 뒤 부대로 들어왔고, 불이 켜진 사무실에 전역을 앞둔 병사가 있길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 30분에 상관인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3일 밤) 10시 30분쯤에 사령관님이 전화가 왔는데 사령관님께서 2개 대대 바로 출동 준비를 하고, 2개 대대를 국회로 보내서 '국회 내부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 그리고 '여단장이 직접 같이 가서 통제를 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서 '국회 말입니까? 아니 무슨 상황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사령관님께서 '비상계엄 지금 발표됐잖아' 하셔서 제가 TV를 켜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부대 소집시키고 지휘통제실로 가서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거기서 사령관님께서 등장해 있는 각 여단장한테 구체적인 임무를 주신 겁니다". |
■ '개인 실탄 지급 말라'는 사령관 지시 …"군사 상황 아니구나"
이 여단장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여단별로 임무를 준 뒤 무장에 대해 별도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에게 실탄 지급을 하지 말고 지역대장 또는 대대장이 실탄을 통합 휴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신 대원들은 공포탄이나 테이저건 등 비살상 무기를 지참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여단장은 곽 사령관의 지시를 듣고 군사 상황이 아닌 걸로 짐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출동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탄약을 개인별로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건 대테러 작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건 군사작전이 아닌 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계엄 가능성도 나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
그는 군사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대원들에게 공포탄도 가져가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총기는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총기를 뒤로 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혹여나 총구를 본 시민들이 격양돼 충돌이 벌어질 것 예방하는 차원이었습니다.
■ 2개 대대 260여 명 출동 … 저격수 배치는 안 했다
이 여단장은 곽 사령관의 지시대로 대원들을 국회로 출동시켰습니다. 1여단이 차량을 이용해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지난 0시 30분쯤이었습니다.
그는 "국회에 도착하니 707 특임단이 이미 작전을 하고 있었고, 수방사 부대도 참여했던 것 같다. 하늘을 보니 헬기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1여단이 작전에 투입한 인원은 2개 대대 260명. 이 여단장은 260여 명 전부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30여 명만 국회 본청 안으로 갔고, 170여 명은 국회 건물 바로 뒤에 배치, 나머지 50여 명은 국회 울타리 밖에서 추가 투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격수 배치 여부를 묻자 '그건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임무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만약에 몇 층 어디에서 테러다 하면 저희가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 맞은편 건물이라든지 이런 데다 저격수를 운용하는데 그런 상황이 그런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런 계획을 할 수가 없죠." |
■ "의결 직전 문 부수고 들어가거나 전기라도 끊으라고 지시받아"
1여단 대원 30여 명이 국회 본청 들어가니 안에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있었습니다. 이 여단장은 "의원 보좌관들이 집기를 쌓아놓고 대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여단 대원들이 보좌관들과 대치 중인 시점에 곽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전했습니다.
"보안폰으로 (곽 사령관이) 소란스러워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통령이나 장관님 이런 상부에서 '지금 국회의원이 의결하려고 하는데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안 되면 전기라도 끊어라'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면서 말을 좀 이렇게 흐리셨고". |
국회 본청 안에서 여야 의원 190명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준비하던 결정적인 순간. 상부로부터 이런 지시가 왔다는 겁니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고 있습니다. 앞선 지시가 사실이라면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권한을 의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어제(6일)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이 여단장과 진술이 일치합니다.
그런데 곽 사령관과 이 여단장 진술이 다소 배치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곽 사령관은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한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라고 말했는데 이 여단장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이거는 옆에 있는 사람도 같이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 차에 여러 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령관님 지금 상부에서 의결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거 맞습니까?' 이렇게 하니까 '그래' 이렇게 하다가 제가 안보폰이 이제 작동이 안 돼서 끊어졌습니다 ". |
곽 사령관은 항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르지 않았다, 즉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달조차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 여단장에 따르면 '이런 지시가 상부로부터 있다'는 말은 적극적인 하달은 아니었더라도 소극적으로나마 '전달'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전기 차단과 같은 구체적인 표결 방해 지시가 더 상부로부터 있었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여단장은 이후 "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기 때문에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보좌진들과) 접촉하고 있는 대대장한테 일단 뒤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추가적인 한 150여 명 부대원들이 국회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다시 버스로 타라, 가서 추가적인 지시를 기다려라' 하고 다시 보냈고 (국회 본청 안에서) 대치 중인 대대도 민간인과 접촉 회피해서 떨어져 있다가 버스로 복귀하라고 지침을 준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1시 10분쯤 사령부 참모장으로부터 부대 철수 준비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 다시 떠오른 '서울의 봄' 악몽 … "박수받을 임무 달라"
1공수여단은 12·12 군사 반란에 투입됐던 부대 중 하나입니다. 이 여단장은 자신의 부대가 또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 것 같다면서 목이 멘 듯 천천히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작년에 제가 이맘때 이 취임했는데 그때 '서울의 봄'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우리 부대원들이 많은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부대 명예, 부대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장병들의 착잡한 마음을 제가 보았습니다. 이러한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되겠다고 저도 그렇고 우리 참모 부하들과 같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을 했는데 저희가 마치 정치의 도구화가 된 것 같아서…" |
이 여단장은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복을 입은 이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부대는 전시에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서 죽을 가능성이 많은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상상할 수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순직자들과 부상자들이 나오고 있는 이런 부대입니다" . "국민에게 박수받고 지지받고 응원을 받을 때 군의 사기가 나오는 것인데 우리 부하들이 그런 처참한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또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는 분들이 없습니다. 저는 제 상관한테 책임을 회피하려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생각도 없습니다". "여야를 떠나서 우리 군을 사랑한다면 우리 군이 박수받을 임무를 주고 그 임무가 끝나면 사랑해 주고 격려해 줘서 군복 입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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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끊어서라도 표결 막으라고 했다”…현장 지휘 여단장이 밝힌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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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07 16:31:48
- 수정2024-12-07 16:31:56
■ '국회 진입' 1공수특전여단 최고 지휘관이 직접 밝힌 '그날 밤'
12월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쳤고 본청까지 진입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계엄군을 막아선 가운데 여야 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후 계엄군은 철수했습니다.
급박했던 그날 밤이 지나가고, 이제 계엄군을 국회로 진입시킨 행위를 '형법상 내란'으로 볼 것 인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KBS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증언할 인물을 인터뷰했습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가운데 하나인 제1공수특전여단 최고 지휘관인 이상현 여단장입니다.
그는 대면 인터뷰는 어렵다며 거절했지만, 어제(6일) 오후 20분 가까이 취재진에게 출동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 "밤 10시 30분 특전사령관 지시 받고 계엄 알게 됐다"
먼저 이 여단장에게 계엄 발령을 미리 알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운동과 샤워를 한 뒤 부대로 들어왔고, 불이 켜진 사무실에 전역을 앞둔 병사가 있길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 30분에 상관인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3일 밤) 10시 30분쯤에 사령관님이 전화가 왔는데 사령관님께서 2개 대대 바로 출동 준비를 하고, 2개 대대를 국회로 보내서 '국회 내부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내보내'라 그리고 '여단장이 직접 같이 가서 통제를 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서 '국회 말입니까? 아니 무슨 상황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사령관님께서 '비상계엄 지금 발표됐잖아' 하셔서 제가 TV를 켜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부대 소집시키고 지휘통제실로 가서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거기서 사령관님께서 등장해 있는 각 여단장한테 구체적인 임무를 주신 겁니다". |
■ '개인 실탄 지급 말라'는 사령관 지시 …"군사 상황 아니구나"
이 여단장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여단별로 임무를 준 뒤 무장에 대해 별도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에게 실탄 지급을 하지 말고 지역대장 또는 대대장이 실탄을 통합 휴대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신 대원들은 공포탄이나 테이저건 등 비살상 무기를 지참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여단장은 곽 사령관의 지시를 듣고 군사 상황이 아닌 걸로 짐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출동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탄약을 개인별로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건 대테러 작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건 군사작전이 아닌 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계엄 가능성도 나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
그는 군사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대원들에게 공포탄도 가져가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총기는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총기를 뒤로 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혹여나 총구를 본 시민들이 격양돼 충돌이 벌어질 것 예방하는 차원이었습니다.
■ 2개 대대 260여 명 출동 … 저격수 배치는 안 했다
이 여단장은 곽 사령관의 지시대로 대원들을 국회로 출동시켰습니다. 1여단이 차량을 이용해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이 지난 0시 30분쯤이었습니다.
그는 "국회에 도착하니 707 특임단이 이미 작전을 하고 있었고, 수방사 부대도 참여했던 것 같다. 하늘을 보니 헬기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1여단이 작전에 투입한 인원은 2개 대대 260명. 이 여단장은 260여 명 전부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30여 명만 국회 본청 안으로 갔고, 170여 명은 국회 건물 바로 뒤에 배치, 나머지 50여 명은 국회 울타리 밖에서 추가 투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격수 배치 여부를 묻자 '그건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임무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만약에 몇 층 어디에서 테러다 하면 저희가 계획을 수립하면서 그 맞은편 건물이라든지 이런 데다 저격수를 운용하는데 그런 상황이 그런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런 계획을 할 수가 없죠." |
■ "의결 직전 문 부수고 들어가거나 전기라도 끊으라고 지시받아"
1여단 대원 30여 명이 국회 본청 들어가니 안에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있었습니다. 이 여단장은 "의원 보좌관들이 집기를 쌓아놓고 대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여단 대원들이 보좌관들과 대치 중인 시점에 곽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전했습니다.
"보안폰으로 (곽 사령관이) 소란스러워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통령이나 장관님 이런 상부에서 '지금 국회의원이 의결하려고 하는데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안 되면 전기라도 끊어라'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면서 말을 좀 이렇게 흐리셨고". |
국회 본청 안에서 여야 의원 190명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준비하던 결정적인 순간. 상부로부터 이런 지시가 왔다는 겁니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고 있습니다. 앞선 지시가 사실이라면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권한을 의도적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어제(6일)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이 여단장과 진술이 일치합니다.
그런데 곽 사령관과 이 여단장 진술이 다소 배치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곽 사령관은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한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라고 말했는데 이 여단장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이거는 옆에 있는 사람도 같이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 차에 여러 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령관님 지금 상부에서 의결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거 맞습니까?' 이렇게 하니까 '그래' 이렇게 하다가 제가 안보폰이 이제 작동이 안 돼서 끊어졌습니다 ". |
곽 사령관은 항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르지 않았다, 즉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달조차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 여단장에 따르면 '이런 지시가 상부로부터 있다'는 말은 적극적인 하달은 아니었더라도 소극적으로나마 '전달'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전기 차단과 같은 구체적인 표결 방해 지시가 더 상부로부터 있었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여단장은 이후 "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기 때문에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보좌진들과) 접촉하고 있는 대대장한테 일단 뒤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추가적인 한 150여 명 부대원들이 국회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다시 버스로 타라, 가서 추가적인 지시를 기다려라' 하고 다시 보냈고 (국회 본청 안에서) 대치 중인 대대도 민간인과 접촉 회피해서 떨어져 있다가 버스로 복귀하라고 지침을 준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1시 10분쯤 사령부 참모장으로부터 부대 철수 준비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 다시 떠오른 '서울의 봄' 악몽 … "박수받을 임무 달라"
1공수여단은 12·12 군사 반란에 투입됐던 부대 중 하나입니다. 이 여단장은 자신의 부대가 또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 것 같다면서 목이 멘 듯 천천히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작년에 제가 이맘때 이 취임했는데 그때 '서울의 봄'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우리 부대원들이 많은 자괴감에 빠져 있었고 부대 명예, 부대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장병들의 착잡한 마음을 제가 보았습니다. 이러한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되겠다고 저도 그렇고 우리 참모 부하들과 같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을 했는데 저희가 마치 정치의 도구화가 된 것 같아서…" |
이 여단장은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복을 입은 이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부대는 전시에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서 죽을 가능성이 많은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상상할 수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순직자들과 부상자들이 나오고 있는 이런 부대입니다" . "국민에게 박수받고 지지받고 응원을 받을 때 군의 사기가 나오는 것인데 우리 부하들이 그런 처참한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너무 아프고 또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는 분들이 없습니다. 저는 제 상관한테 책임을 회피하려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생각도 없습니다". "여야를 떠나서 우리 군을 사랑한다면 우리 군이 박수받을 임무를 주고 그 임무가 끝나면 사랑해 주고 격려해 줘서 군복 입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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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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