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태용 국정원장 “국무회의 때 반대는 않고 우려 표명…‘정치인 체포’ 보고 못 받아”

입력 2024.12.07 (17:10) 수정 2024.12.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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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이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KBS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해임’ 홍장원 1차장 인터뷰 “대통령 격앙…신뢰 받았지만 부당 명령 따를 수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25035

■ 조태용 원장 "국무회의 가서 계엄령 알아…대통령이 사과했고 저도 같은 마음"

홍장원 전 차장은 어제(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계엄과 관련된 지시를 받았고, "방첩사령관을 도와 싹 다 정리하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방첩사령관과 통화했을 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파악 협조 요청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통화 내용은 녹음이 되지 않는 보안폰으로 이뤄졌습니다. 홍 전 차장의 메모와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내용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은 간첩을 정리하라는 차원이었고,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하거나 체포 명단을 준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불러줬다는 명단과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을 한 건 맞고, 누구를 정리하라는 건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채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도우라고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통화해서 정치인을 포함한 이른바 '체포 명단'을 들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선 국정원장과 전 1차장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 "정치인 체포 보고했다" VS "계엄에 협조하란 보고만 들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홍 전 차장이 조태용 원장을 독대했을 때 대통령의 지시를 보고한 내용입니다. 홍 전 차장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내용도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조 원장은 '방첩사에 협조하라'는 내용만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조태용 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차장이 따로 찾아와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정치인 체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이 내용은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조 원장은 또, 국무회의에서 반대를 하지 않았다는 홍 전 차장 폭로에 대해선 "그때 명시적으로 '반대'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두어 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며 "(저는)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조 원장은 "12월 3일 밤 9시 국무회의에 가서 계엄령 선포 계획을 처음 알았다"며 "대통령께서 사과하셨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어제 저녁 홍 전 차장에게 해임 통보…정보위 참석은 승인"

Q. 어제(6일) 저녁 홍장원 전 차장에게 해임 통보했나?
A. 어제 저녁 7시쯤 인사 발령이 났다. 해임 통보라고 할 수도 있다. 제가 교체를 제청했고 그 인사 프로세스가 하루 정도 걸렸다. 홍 전 차장은 이제 해임됐고 공무원이 아니다. 다만 전직이 되더라도 원장 승인만 있으면 국회에 출석할 수 있어서 어젯밤 오늘 정보위 참석에 대해선 승인했다.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하도록 길을 열어놨다.

Q. 어제 저녁 인사가 난 사람은 홍장원 전 차장 한 명이었나.
A. 한 명이었다.

■ "대통령의 뜻이라고 사직원 요구한 건 맞아…제가 건의해 대통령이 결정"

Q. 5일에 홍 전 차장을 불러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직을 요구한 게 맞나
A. 5일 오후 4시쯤, 홍 전 차장 불러서 취임 1년 정도 되어 정무직 인사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교체가 있다고 하고 1차장도 사직원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정무직 인사니 당연히 인사권자, 즉, 대통령의 뜻이다, 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통령이 교체 지시한 건 아니지만 인사 자체는 인사권자의 뜻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Q. 홍장원 차장은 12월 4일 중요한 중국 출장이 있는데 갑자기 사직원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A. 12월 4일에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던 건 맞다. 4일 중국 출장은 계엄령 선포 때문에 취소됐다. 그리고 4일 오후 홍 차장이 저에게 "야당 대표와 전화 한번 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엄중하고 민감한 시기인데, 국정원장이 야당 대표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니까, 굉장히 바람직 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혼자 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같이 일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해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고, 문서로 제청하는 인사 절차까지 다 취했다. 홍 차장에게 통보할 때 이런 자세한 이유까진 설명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긴 힘들겠다고 판단했지만, 앞으로 공직자를 못할 정도의 결격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간부들에게 '국무회의 참석' 밝히지 않아…"굳이 할 필요 없다고 판단"

Q. 3일 밤 대책회의 때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A. 국무회의 얘기는 안 한 건 맞다. 제가 국무위원이 아니고, 국정원이 역할을 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정무직들에게 국무회의에 있었단 얘기를 그날 밤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Q. 비상계엄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피했나?
A. "뭐 그런 질문을 하느냐"라고만 하고 자세히 대답하지 않은 건 맞다.

Q. 6일 국정원 간부 티타임 때 "국무회의에서 반대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한 사실이 있나
A. 맞다.

■ "국무회의 도착해 계엄 알게 돼…반대 않고 우려 표명만 했다"

Q.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는
A. 판단은 언론의 몫이다. 그때 명시적으로 '반대'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두어 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국무회의 내용은 어차피 공개할 수 없고, 국무위원들이 도착해서 기다리는 시간에 얘기했던 내용이다. 그때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Q. 계엄 선포를 안 시점은 언제부터인가? 결정 과정 초기부터 개입했나?
A. 12월 3일 밤 9시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에 가서 처음 들었다.

■ "계엄 선포 관련 대통령 사과했고 저도 똑같은 마음"

Q. 윤석열 정부 전임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하신 이 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로서, 계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입장 밝혀달라
A. 대통령께서도 사과하셨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

Q. 더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나
A. 혼자서 변명하면 좋을 일이 뭐가 있겠나. 그냥 똑같은 마음이라고만 하겠다. 부족해서 비난을 받으면 받겠다. 한 가지 확실히 하고 싶은 건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국정원 직원들이 불법을 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한 게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Q. 계엄 해제를 결정하는 4일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나
A. 오라는 얘기가 없어서 안 갔다.

Q. '정치인 체포'는 아니더라도 '계엄사를 도우라'는 대통령 지시도 없었나
A. 모르겠다.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또 그 전에도 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지시를 받은 건 없다.

Q. 계엄 해제 이후 대통령과 어떤 논의를 했나. 별도 만남의 자리가 있었나
A. 없었다. 다만 해제가 된 이후 대통령님과 소통을 했다.


■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시에 대해 보고…'정치인 체포'는 없었다"

Q. 대통령이 왜 원장을 거치지 않고 1차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생각하나
A. 지난 1년간 한 번도 1차장이 대통령에게 무슨 지시를 받았다고 나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무슨 중요한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 건 신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나도 12월 4일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홍 차장이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원장님이 해외에 나갔다고 생각하시고 저한테 연락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Q. 하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외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텐데
A. 홍 차장은 그렇게 생각한 거 같다.

Q. 1차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경우가 많았나
A. 1차장이 보고할 때 항상 같이 갔다. 우크라이나 건을 포함해 한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저 없이 1차장 혼자 가서 보고한 적은 없는 거로 알고 있다.

Q. 계엄령 발표 이후 국정원 긴급회의를 끝내고 홍 차장이 독대로 대통령 지시 사항을 보고했는데, 그때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나
A. 그건 본인의 인상이었던 것 같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 굉장히 중요한 지시를 받은 건데 정무직 5명이 모였는데, 그때 이야기를 안 하고 회의 끝나고 따로 왔다.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정치인 체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지금 '정치인 체포' 지시가 핵심인데,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Q. 그럼 홍 전 차장이 대책회의가 끝난 뒤 직보한 내용은 무엇인가
A.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서, 계엄이 계속되니 국정원이 여러가지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계엄사인지 방첩사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들의 업무가 국정원과 관련되는 게 있을 수 있으니 협조를 해라, 이렇게 말한 거로 기억한다. 그게 전부였다. 정치인 체포 이야기는 없었다. 저를 포함해 정무직 전원이 12월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

Q. 그래서 홍 차장에게 '오보'냐고 바로 문의했나
A. 1차장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이런 보도가 났는데, 대통령께 무슨 지시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오보라고 답했다.

Q. '의원 체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첩사와 협조하라는 대통령 지시는 보고 받으신 건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A. 제 기억엔, (홍 차장이) 추가로 지침을 내릴 게 있냐는 취지로 물어봤다. 그래서 대책회의 때 얘기한 것처럼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 할 일이 있을 거다, 우리 규정이나 매뉴얼에 따라 국정원이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 본연의 일을 하면 되고 그 이상은 없다고 얘기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그냥 아침에 하자"고 했다.

Q. 6일에 사표 반려하고 다시 같이 일하자고 말한 이유는?
A. 12월 5일에 인사가 완결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연락을 받아보니 인사가 좀 늦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12월 5일에 약속한 저녁을 취소하면서 "조금 가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미리 말했다. 그리고 12월 6일 오전에 "인사는 결정 날 때까지 결정된 게 아니고, 정무직이라는 건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교체 얘기를 했지만, 일단 인사가 결정 날 때까지 여기 자리를 지키고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사직원은 반려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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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조태용 국정원장 “국무회의 때 반대는 않고 우려 표명…‘정치인 체포’ 보고 못 받아”
    • 입력 2024-12-07 17:10:01
    • 수정2024-12-07 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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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이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KBS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해임’ 홍장원 1차장 인터뷰 “대통령 격앙…신뢰 받았지만 부당 명령 따를 수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25035

■ 조태용 원장 "국무회의 가서 계엄령 알아…대통령이 사과했고 저도 같은 마음"

홍장원 전 차장은 어제(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계엄과 관련된 지시를 받았고, "방첩사령관을 도와 싹 다 정리하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방첩사령관과 통화했을 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파악 협조 요청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통화 내용은 녹음이 되지 않는 보안폰으로 이뤄졌습니다. 홍 전 차장의 메모와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내용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은 간첩을 정리하라는 차원이었고,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하거나 체포 명단을 준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불러줬다는 명단과 관련해, 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을 한 건 맞고, 누구를 정리하라는 건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채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도우라고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통화해서 정치인을 포함한 이른바 '체포 명단'을 들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선 국정원장과 전 1차장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 "정치인 체포 보고했다" VS "계엄에 협조하란 보고만 들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홍 전 차장이 조태용 원장을 독대했을 때 대통령의 지시를 보고한 내용입니다. 홍 전 차장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내용도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조 원장은 '방첩사에 협조하라'는 내용만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조태용 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차장이 따로 찾아와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정치인 체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이 내용은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조 원장은 또, 국무회의에서 반대를 하지 않았다는 홍 전 차장 폭로에 대해선 "그때 명시적으로 '반대'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두어 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며 "(저는)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조 원장은 "12월 3일 밤 9시 국무회의에 가서 계엄령 선포 계획을 처음 알았다"며 "대통령께서 사과하셨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어제 저녁 홍 전 차장에게 해임 통보…정보위 참석은 승인"

Q. 어제(6일) 저녁 홍장원 전 차장에게 해임 통보했나?
A. 어제 저녁 7시쯤 인사 발령이 났다. 해임 통보라고 할 수도 있다. 제가 교체를 제청했고 그 인사 프로세스가 하루 정도 걸렸다. 홍 전 차장은 이제 해임됐고 공무원이 아니다. 다만 전직이 되더라도 원장 승인만 있으면 국회에 출석할 수 있어서 어젯밤 오늘 정보위 참석에 대해선 승인했다.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하도록 길을 열어놨다.

Q. 어제 저녁 인사가 난 사람은 홍장원 전 차장 한 명이었나.
A. 한 명이었다.

■ "대통령의 뜻이라고 사직원 요구한 건 맞아…제가 건의해 대통령이 결정"

Q. 5일에 홍 전 차장을 불러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직을 요구한 게 맞나
A. 5일 오후 4시쯤, 홍 전 차장 불러서 취임 1년 정도 되어 정무직 인사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교체가 있다고 하고 1차장도 사직원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정무직 인사니 당연히 인사권자, 즉, 대통령의 뜻이다, 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통령이 교체 지시한 건 아니지만 인사 자체는 인사권자의 뜻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Q. 홍장원 차장은 12월 4일 중요한 중국 출장이 있는데 갑자기 사직원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A. 12월 4일에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던 건 맞다. 4일 중국 출장은 계엄령 선포 때문에 취소됐다. 그리고 4일 오후 홍 차장이 저에게 "야당 대표와 전화 한번 하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엄중하고 민감한 시기인데, 국정원장이 야당 대표에게 연락을 하라고 하니까, 굉장히 바람직 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혼자 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같이 일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해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고, 문서로 제청하는 인사 절차까지 다 취했다. 홍 차장에게 통보할 때 이런 자세한 이유까진 설명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긴 힘들겠다고 판단했지만, 앞으로 공직자를 못할 정도의 결격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간부들에게 '국무회의 참석' 밝히지 않아…"굳이 할 필요 없다고 판단"

Q. 3일 밤 대책회의 때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A. 국무회의 얘기는 안 한 건 맞다. 제가 국무위원이 아니고, 국정원이 역할을 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정무직들에게 국무회의에 있었단 얘기를 그날 밤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Q. 비상계엄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피했나?
A. "뭐 그런 질문을 하느냐"라고만 하고 자세히 대답하지 않은 건 맞다.

Q. 6일 국정원 간부 티타임 때 "국무회의에서 반대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한 사실이 있나
A. 맞다.

■ "국무회의 도착해 계엄 알게 돼…반대 않고 우려 표명만 했다"

Q.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인 반대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는
A. 판단은 언론의 몫이다. 그때 명시적으로 '반대'라는 표현을 쓰신 분이 두어 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국무회의 내용은 어차피 공개할 수 없고, 국무위원들이 도착해서 기다리는 시간에 얘기했던 내용이다. 그때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Q. 계엄 선포를 안 시점은 언제부터인가? 결정 과정 초기부터 개입했나?
A. 12월 3일 밤 9시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에 가서 처음 들었다.

■ "계엄 선포 관련 대통령 사과했고 저도 똑같은 마음"

Q. 윤석열 정부 전임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하신 이 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로서, 계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입장 밝혀달라
A. 대통령께서도 사과하셨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

Q. 더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나
A. 혼자서 변명하면 좋을 일이 뭐가 있겠나. 그냥 똑같은 마음이라고만 하겠다. 부족해서 비난을 받으면 받겠다. 한 가지 확실히 하고 싶은 건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국정원 직원들이 불법을 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한 게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Q. 계엄 해제를 결정하는 4일 새벽 4시 30분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나
A. 오라는 얘기가 없어서 안 갔다.

Q. '정치인 체포'는 아니더라도 '계엄사를 도우라'는 대통령 지시도 없었나
A. 모르겠다.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또 그 전에도 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지시를 받은 건 없다.

Q. 계엄 해제 이후 대통령과 어떤 논의를 했나. 별도 만남의 자리가 있었나
A. 없었다. 다만 해제가 된 이후 대통령님과 소통을 했다.


■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시에 대해 보고…'정치인 체포'는 없었다"

Q. 대통령이 왜 원장을 거치지 않고 1차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생각하나
A. 지난 1년간 한 번도 1차장이 대통령에게 무슨 지시를 받았다고 나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무슨 중요한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 건 신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나도 12월 4일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홍 차장이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원장님이 해외에 나갔다고 생각하시고 저한테 연락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Q. 하지만 국무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외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텐데
A. 홍 차장은 그렇게 생각한 거 같다.

Q. 1차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경우가 많았나
A. 1차장이 보고할 때 항상 같이 갔다. 우크라이나 건을 포함해 한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저 없이 1차장 혼자 가서 보고한 적은 없는 거로 알고 있다.

Q. 계엄령 발표 이후 국정원 긴급회의를 끝내고 홍 차장이 독대로 대통령 지시 사항을 보고했는데, 그때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나
A. 그건 본인의 인상이었던 것 같다. 본인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 굉장히 중요한 지시를 받은 건데 정무직 5명이 모였는데, 그때 이야기를 안 하고 회의 끝나고 따로 왔다.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정치인 체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지금 '정치인 체포' 지시가 핵심인데,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Q. 그럼 홍 전 차장이 대책회의가 끝난 뒤 직보한 내용은 무엇인가
A.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서, 계엄이 계속되니 국정원이 여러가지 해야 할 일을 하라, 그리고 계엄사인지 방첩사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들의 업무가 국정원과 관련되는 게 있을 수 있으니 협조를 해라, 이렇게 말한 거로 기억한다. 그게 전부였다. 정치인 체포 이야기는 없었다. 저를 포함해 정무직 전원이 12월 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

Q. 그래서 홍 차장에게 '오보'냐고 바로 문의했나
A. 1차장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이런 보도가 났는데, 대통령께 무슨 지시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오보라고 답했다.

Q. '의원 체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첩사와 협조하라는 대통령 지시는 보고 받으신 건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A. 제 기억엔, (홍 차장이) 추가로 지침을 내릴 게 있냐는 취지로 물어봤다. 그래서 대책회의 때 얘기한 것처럼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 할 일이 있을 거다, 우리 규정이나 매뉴얼에 따라 국정원이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국정원 본연의 일을 하면 되고 그 이상은 없다고 얘기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그냥 아침에 하자"고 했다.

Q. 6일에 사표 반려하고 다시 같이 일하자고 말한 이유는?
A. 12월 5일에 인사가 완결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연락을 받아보니 인사가 좀 늦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12월 5일에 약속한 저녁을 취소하면서 "조금 가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미리 말했다. 그리고 12월 6일 오전에 "인사는 결정 날 때까지 결정된 게 아니고, 정무직이라는 건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교체 얘기를 했지만, 일단 인사가 결정 날 때까지 여기 자리를 지키고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사직원은 반려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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