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취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해 줄 것"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이 늘어나 부작용이 더 크고, 학력 부진에 도움이 안 될 것"
정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 일부 학년, 일부 교과목에 도입하기로 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놓고 1년 가까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단체들이 모두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지방 교육재정 파탄 등을 우려하고, 도입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출판사가 참여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공개 시연이 오늘(9일) 제주에서 있었습니다.
내년 초·중·고 아이들이 접하게 될 AI 교과서는 어떤 모습인지, 직접 가봤습니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시연회에는 전국 11개 출판사가 참여했습니다. 출판사별로 과목마다 개발한 교과서를 PC나 태블릿에 띄워놓고, 방문자들 앞에서 학습하는 방식 등을 시연했습니다.
AI 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등 3개 교과에 처음 적용될 전망입니다. 당초 적용 예정이었던 국어는 초중고 전 학년에서 도입이 보류됐습니다.
이날 선보인 영어 교과서들은 대체로 '말하기'에 AI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화면에 띄워진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AI가 음성을 인식해 발음, 강세와 리듬 등을 분석한 결과를 화면에 띄워주는 방식입니다.


수학 교과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이미 배운 단원, 보충이 필요한 단원 등 개인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틀린 문제를 토대로 AI가 학습자 수준을 분석해, 학습이 더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거나 비슷한 문제 등을 풀게 한다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업 중 궁금한 게 생기면, 화면 우측에 있는 챗봇을 열어 AI에게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푸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지요. 이전처럼 종이에 공식을 적어 내려가며 풀 수 없어서 학생들이 난감해하진 않을까요?
확인해보니 수학 문제를 풀 때는 화면 위에 펜으로 공식 등 문제 풀이 과정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 문제집이었으면 맞고 틀린 문항에 정답이나 오답 표시, 문제 풀이 내용을 적어둬 얼룩덜룩할 테지만, AI 교과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장점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했습니다.

한 출판사 공통수학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이차함수 그래프를 그려라' 같은 주관식 답은 어떻게 적나 봤습니다. 태블릿PC 화면에 사분면을 보여주고, 학생이 꼭짓점 등 점 세 개를 움직이면서 그래프를 그려내는 식이었습니다.
AI 교과서가 제시하는 수학 문제들도 AI가 '직접 만드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출판사의 답은 "아니요"였습니다.
미리 만들어둔 문제를 AI 디지털교과서에 데이터베이스화 해놓고, 이들 가운데 학생의 학습 상황에 알맞은 문제 등을 알아서 꺼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답이 나오지 않거나 엉뚱한 문제를 AI가 만들 수도 있어, 미리 만들어진 문제를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교과서를 개발하는 선생님들이 열심히 문제를 만들어주셔야(?) AI 교과서에 쌓이는 데이터도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이 AI 교과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우선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어느 단원에서 학업성취도가 낮은지 등을 AI가 알아서 분석해 주기까지 필요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바로 축적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이 학습자 수준에 대한 진단보다는 대부분 정답률에 기반한, 반복에 해당하는 맞춤형"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저학년 때부터 AI 교과서를 쭉 사용하다 보면, 앞서 쌓인 학습 데이터를 토대로 고학년이 될수록 점점 더 AI 교과서 활용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선생님도 쓰는 AI 교과서…학업성취도 파악부터 진도 나가기, 시험문제 출제도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를 대상으로도 여러 기능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선 학생들의 출결 현황을 실시간 확인하고 학업성취도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숙제를 냈는지 안 냈는지, 선생님이 낸 시험을 쳤는지 안 쳤는지 등 학습 진행 상황도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모든 학습 과정을 AI 디지털교과서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가 직접 문제를 출제하거나 그날 배울 단원을 정리해, 학생들의 교과서 화면에 띄울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등의 기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는 "PPT처럼 교과서 각 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을 선생님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공식만 입력하면 바로 그래프가 그려지는 등 편리성을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AI 교과서는 학습 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 등을 활용해 문제를 풀게 하는 기능도 갖춘 게 특징입니다. 활용만 잘 한다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정말 좋은 학습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AI 교과서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이날 AI 교과서 시연회를 찾은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들의 디지털기기 의존도만 더 높일 것"이라며 AI 교과서 도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도 "문해력이 떨어질까 봐 우려스럽고, 태블릿PC는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데 쓰게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실패한 디지털교과서를 왜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도 말했습니다.
AI 교과서가 학생과 일대일로 만나면서 개개인의 학업성취도에 알맞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외된 학생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력 부진 탈출을 도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디지털 매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독서 경험이 줄어 사고력이 저하되고, 비만과 거북목, 시력 저하 등 건강 문제까지 일으키는 주범이 될까요.
AI 디지털교과서 시범 도입까지는 이제 겨우 2개월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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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목”·“인지발달 ‘뚝’” 우려 속 AI교과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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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09 18:09:21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취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해 줄 것"
"디지털 기기 노출 시간이 늘어나 부작용이 더 크고, 학력 부진에 도움이 안 될 것"
정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 일부 학년, 일부 교과목에 도입하기로 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놓고 1년 가까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단체들이 모두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지방 교육재정 파탄 등을 우려하고, 도입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출판사가 참여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공개 시연이 오늘(9일) 제주에서 있었습니다.
내년 초·중·고 아이들이 접하게 될 AI 교과서는 어떤 모습인지, 직접 가봤습니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시연회에는 전국 11개 출판사가 참여했습니다. 출판사별로 과목마다 개발한 교과서를 PC나 태블릿에 띄워놓고, 방문자들 앞에서 학습하는 방식 등을 시연했습니다.
AI 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등 3개 교과에 처음 적용될 전망입니다. 당초 적용 예정이었던 국어는 초중고 전 학년에서 도입이 보류됐습니다.
이날 선보인 영어 교과서들은 대체로 '말하기'에 AI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화면에 띄워진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AI가 음성을 인식해 발음, 강세와 리듬 등을 분석한 결과를 화면에 띄워주는 방식입니다.


수학 교과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이미 배운 단원, 보충이 필요한 단원 등 개인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틀린 문제를 토대로 AI가 학습자 수준을 분석해, 학습이 더 필요한 부분을 제시하거나 비슷한 문제 등을 풀게 한다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업 중 궁금한 게 생기면, 화면 우측에 있는 챗봇을 열어 AI에게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푸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지요. 이전처럼 종이에 공식을 적어 내려가며 풀 수 없어서 학생들이 난감해하진 않을까요?
확인해보니 수학 문제를 풀 때는 화면 위에 펜으로 공식 등 문제 풀이 과정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 문제집이었으면 맞고 틀린 문항에 정답이나 오답 표시, 문제 풀이 내용을 적어둬 얼룩덜룩할 테지만, AI 교과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장점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했습니다.

한 출판사 공통수학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이차함수 그래프를 그려라' 같은 주관식 답은 어떻게 적나 봤습니다. 태블릿PC 화면에 사분면을 보여주고, 학생이 꼭짓점 등 점 세 개를 움직이면서 그래프를 그려내는 식이었습니다.
AI 교과서가 제시하는 수학 문제들도 AI가 '직접 만드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출판사의 답은 "아니요"였습니다.
미리 만들어둔 문제를 AI 디지털교과서에 데이터베이스화 해놓고, 이들 가운데 학생의 학습 상황에 알맞은 문제 등을 알아서 꺼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답이 나오지 않거나 엉뚱한 문제를 AI가 만들 수도 있어, 미리 만들어진 문제를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교과서를 개발하는 선생님들이 열심히 문제를 만들어주셔야(?) AI 교과서에 쌓이는 데이터도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이 AI 교과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우선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어느 단원에서 학업성취도가 낮은지 등을 AI가 알아서 분석해 주기까지 필요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바로 축적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이 학습자 수준에 대한 진단보다는 대부분 정답률에 기반한, 반복에 해당하는 맞춤형"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저학년 때부터 AI 교과서를 쭉 사용하다 보면, 앞서 쌓인 학습 데이터를 토대로 고학년이 될수록 점점 더 AI 교과서 활용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선생님도 쓰는 AI 교과서…학업성취도 파악부터 진도 나가기, 시험문제 출제도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를 대상으로도 여러 기능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선 학생들의 출결 현황을 실시간 확인하고 학업성취도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숙제를 냈는지 안 냈는지, 선생님이 낸 시험을 쳤는지 안 쳤는지 등 학습 진행 상황도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모든 학습 과정을 AI 디지털교과서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가 직접 문제를 출제하거나 그날 배울 단원을 정리해, 학생들의 교과서 화면에 띄울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등의 기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는 "PPT처럼 교과서 각 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을 선생님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공식만 입력하면 바로 그래프가 그려지는 등 편리성을 넣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AI 교과서는 학습 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 등을 활용해 문제를 풀게 하는 기능도 갖춘 게 특징입니다. 활용만 잘 한다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정말 좋은 학습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AI 교과서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이날 AI 교과서 시연회를 찾은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들의 디지털기기 의존도만 더 높일 것"이라며 AI 교과서 도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도 "문해력이 떨어질까 봐 우려스럽고, 태블릿PC는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데 쓰게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실패한 디지털교과서를 왜 도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도 말했습니다.
AI 교과서가 학생과 일대일로 만나면서 개개인의 학업성취도에 알맞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외된 학생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력 부진 탈출을 도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디지털 매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독서 경험이 줄어 사고력이 저하되고, 비만과 거북목, 시력 저하 등 건강 문제까지 일으키는 주범이 될까요.
AI 디지털교과서 시범 도입까지는 이제 겨우 2개월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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