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이 던진 숙제…‘배고픈 번역가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2.11 (07:05)
수정 2024.12.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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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문학상 기자회견에 한강 작가가 참석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0910692.png)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내 작가들뿐 아니라 번역가들에게도 희망이 됐습니다. 국내 독자들이 느꼈던 문학의 감동을 해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전달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모두가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만난 번역가들은 모두들 '아쉽다'고, '배고프다'고 했습니다.
![2016년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와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456306.png)
■ 영국 부커상만 번역가 공동 수상…데보라 "더 많은 주인공 있어"
먼저 '아쉬운 이유'는 인지도입니다.
현재 해외 문학상 가운데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상을 주는 건 영국의 부커상뿐입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부커상을 안겼던 데보라 스미스가 최근 "한강 작품을 번역한 사람은 나 말고도 50명이 넘는다"고 공을 돌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어로 한강 소설 두 편을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 또한 KBS에 "데보라 스미스는 언어 능력뿐 문학적인 능력이 탁월해 한국 문학계의 큰 자산"이라며 평가하면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한강 작품으로 상을 받은 번역가들이 있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데는 영미권 출간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해외 출간도 톡톡한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유럽 1세대 한국 문학 번역가인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가 K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402058.jpg)
■ "번역은 배고픈 직업…학위과정도 없어"
'배고픈 이유'는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벌이가 어렵습니다. 한국 문학의 숨은 공로자이자 유럽의 1세대 번역가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교수마저도 "한 달에 장편 문학 2편 이상을 번역해야 번역료로 생활할 수 있다"며 "번역은 힘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누구도 번역을 생업으로 삼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번역인들이 '공식 학위'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에 통번역대학원이 있지만 문학의 맛과 깊이를 살리는 전문 문학 번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따로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하지만, 번역 과정을 수료한 번역가들이 정식 학위를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원어민 번역가들은 석사 학위라도 있어야 고국으로 돌아가 교직이라도 잡을 수 있다"며 "현재 번역원은 공식 대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 비자를 줄 수 없어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도 제한돼 돈을 벌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번역원에서 세계 7개 언어 번역 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 강사들의 고용 안정 또한 공식 교육기관이 아닌 탓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해외 출간한 프랑스 출판사 Grasset.](/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662274.jpg)
■ "번역서가 한국 문학의 첫인상"
해외 출판계는 번역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프랑스에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Grasset' 대표 요아킴 슈네프는 "해외 독자가 처음 만나는 작가는 다름 아닌 번역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해외 출간사들은 문학을 넘어 한국 문화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K-POP과 웹소설 등 한국 번역 문학의 범주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 보다 전문적인 번역서를 출간하는 게 한국 문학의 숙제"고 전했습니다.
다행인 건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배우는 원어민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전역 대학의 한국학과는 40여 개, 지난해 입시 경쟁률은 다른 아시아 학과들을 훨씬 웃돌았다고 유럽한국학회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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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이 던진 숙제…‘배고픈 번역가들’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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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1 0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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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문학상 기자회견에 한강 작가가 참석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0910692.png)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내 작가들뿐 아니라 번역가들에게도 희망이 됐습니다. 국내 독자들이 느꼈던 문학의 감동을 해외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전달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 모두가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만난 번역가들은 모두들 '아쉽다'고, '배고프다'고 했습니다.
![2016년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와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456306.png)
■ 영국 부커상만 번역가 공동 수상…데보라 "더 많은 주인공 있어"
먼저 '아쉬운 이유'는 인지도입니다.
현재 해외 문학상 가운데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상을 주는 건 영국의 부커상뿐입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부커상을 안겼던 데보라 스미스가 최근 "한강 작품을 번역한 사람은 나 말고도 50명이 넘는다"고 공을 돌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어로 한강 소설 두 편을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 또한 KBS에 "데보라 스미스는 언어 능력뿐 문학적인 능력이 탁월해 한국 문학계의 큰 자산"이라며 평가하면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한강 작품으로 상을 받은 번역가들이 있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데는 영미권 출간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해외 출간도 톡톡한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유럽 1세대 한국 문학 번역가인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가 K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402058.jpg)
■ "번역은 배고픈 직업…학위과정도 없어"
'배고픈 이유'는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벌이가 어렵습니다. 한국 문학의 숨은 공로자이자 유럽의 1세대 번역가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교수마저도 "한 달에 장편 문학 2편 이상을 번역해야 번역료로 생활할 수 있다"며 "번역은 힘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누구도 번역을 생업으로 삼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번역인들이 '공식 학위'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에 통번역대학원이 있지만 문학의 맛과 깊이를 살리는 전문 문학 번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따로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하지만, 번역 과정을 수료한 번역가들이 정식 학위를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원어민 번역가들은 석사 학위라도 있어야 고국으로 돌아가 교직이라도 잡을 수 있다"며 "현재 번역원은 공식 대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 비자를 줄 수 없어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도 제한돼 돈을 벌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번역원에서 세계 7개 언어 번역 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 강사들의 고용 안정 또한 공식 교육기관이 아닌 탓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해외 출간한 프랑스 출판사 Grasset.](/data/fckeditor/new/image/2024/12/10/314601733822662274.jpg)
■ "번역서가 한국 문학의 첫인상"
해외 출판계는 번역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프랑스에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Grasset' 대표 요아킴 슈네프는 "해외 독자가 처음 만나는 작가는 다름 아닌 번역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해외 출간사들은 문학을 넘어 한국 문화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K-POP과 웹소설 등 한국 번역 문학의 범주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 보다 전문적인 번역서를 출간하는 게 한국 문학의 숙제"고 전했습니다.
다행인 건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배우는 원어민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전역 대학의 한국학과는 40여 개, 지난해 입시 경쟁률은 다른 아시아 학과들을 훨씬 웃돌았다고 유럽한국학회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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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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