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탄핵 커피’ 선결제 주인공은 고등학생·대학생
입력 2024.12.12 (19:33)
수정 2024.12.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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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들이닥친 헬기와 군인들.
2024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던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광주 시민들은 1980년 5월을 떠올렸습니다.
[박철호/광주시 농성동 : "트라우마가 있어요. 80년도에 헬기 소리 들어가지고, (3일) 그때도 헬기 소리 난 거하고 똑같이 그렇게 들리니까 그런 게 섬뜩했죠."]
두려움도 잠시, 45년 전 그때처럼 분노와 사명감이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집회와는 달리 탄핵 집회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이, 절망보다는 희망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MZ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있습니다.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모였던 그곳, 5·18 민주광장이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매일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커피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이른바 '선결제 릴레이'입니다.
누가, 왜 이런 '선결제'를 하고 있는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커피숍.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였던 그날, 이곳에는 커피와 음료 6백 잔이 미리 결제됐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라며 '선결제'한 이들이 10명.
대부분 실명 대신 별명만 남겼는데, '아이돌 멤버' 이름을 차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선결제의 주인공, 광주여대에 재학 중인 22살 이혜진 씨였습니다.
SNS를 통해 '집회 선결제'를 접한 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선뜻 커피 180잔을 결제했습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지만 조금씩 아껴 생활하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경험했던 팬들의 '나눔 문화'가 익숙했던 혜진 씨.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말에 더 뿌듯했습니다.
[이혜진/광주여대/'선결제' 참여 : "다 초면인 사람인데 선의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는 게 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다들 한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만난 거잖아요.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나랑 같은 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저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선결제로 집회에 힘을 보탠 이들 가운데는 10대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순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커피숍에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 10잔을 나눠 달라고 한 겁니다.
커피숍 직원이 배달을 했다는 말에 배달비도 입금하겠다던 학생.
친구가 선결제하는 걸 보고, 이렇게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 동참했다고 합니다.
['선결제' 참여 고등학생 : "(계엄령이) 좀 많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저희가 역사를 많이 공부하고 자세히 배우고 저희도 충분히 판단을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커피와 음료 100잔을 주문한 21살 청년은 온라인 닉네임을 남기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가져가라고 알렸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온 광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SNS로 선결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닉네임 '정든프'/커피 '선결제' 참여 : "(집회) 가시는 분들은 커피 아직 남아있으니까 꼭 드셔주시고 안 드실 거라도 한 명당 세잔까지 가능하니까 수령을 해서 광장에 계신 중장년분들이나 어르신들께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정든프라는 이름 대면 받으실 수 있어요."]
MZ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탄핵 집회에 녹아들면서, 엄숙하기만 했던 집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했고, 민중가요 대신 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옵니다.
[거북이 ‘빙고’ :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겨울 분위기에 맞춰 캐럴을 개사해 부르기도 합니다.
["탄핵이 답이다. 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집회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뿌듯합니다.
[최진희/고등학생 : "저희는 시위를 참여하려고 나온 건데 사실 커피 말고도 핫팩이나 이런 팸플릿 같은 걸 많이 나눔을 받아 광주 시민분들이나 국민들의 시민 의식이 잘 보여지고 있는 거라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이숙/광주시 계림동 :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오히려 리드해 나가는 것, 더 도와달라고 그리고 이끌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분명히 이 어려운 시국이 젊은이들로 해서 더 해결이 될 것 같은 그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나눔과 연대가 되살아나는 탄핵 집회 현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교수 : "개인 개인의 주체성 그리고 개인 개인의 개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로 사회적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민주주의 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MZ세대가 보여주는 시위 문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의 발전된 민주주의를 위한 (미래) 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를 위해 기꺼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는 이들.
80년 5월의 '대동정신'을 연상케 하는 마음 씀씀이에,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날마다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무겁고 어려웠던 광장의 문턱을 허물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2024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던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광주 시민들은 1980년 5월을 떠올렸습니다.
[박철호/광주시 농성동 : "트라우마가 있어요. 80년도에 헬기 소리 들어가지고, (3일) 그때도 헬기 소리 난 거하고 똑같이 그렇게 들리니까 그런 게 섬뜩했죠."]
두려움도 잠시, 45년 전 그때처럼 분노와 사명감이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집회와는 달리 탄핵 집회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이, 절망보다는 희망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MZ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있습니다.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모였던 그곳, 5·18 민주광장이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매일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커피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이른바 '선결제 릴레이'입니다.
누가, 왜 이런 '선결제'를 하고 있는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커피숍.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였던 그날, 이곳에는 커피와 음료 6백 잔이 미리 결제됐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라며 '선결제'한 이들이 10명.
대부분 실명 대신 별명만 남겼는데, '아이돌 멤버' 이름을 차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선결제의 주인공, 광주여대에 재학 중인 22살 이혜진 씨였습니다.
SNS를 통해 '집회 선결제'를 접한 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선뜻 커피 180잔을 결제했습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지만 조금씩 아껴 생활하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경험했던 팬들의 '나눔 문화'가 익숙했던 혜진 씨.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말에 더 뿌듯했습니다.
[이혜진/광주여대/'선결제' 참여 : "다 초면인 사람인데 선의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는 게 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다들 한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만난 거잖아요.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나랑 같은 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저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선결제로 집회에 힘을 보탠 이들 가운데는 10대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순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커피숍에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 10잔을 나눠 달라고 한 겁니다.
커피숍 직원이 배달을 했다는 말에 배달비도 입금하겠다던 학생.
친구가 선결제하는 걸 보고, 이렇게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 동참했다고 합니다.
['선결제' 참여 고등학생 : "(계엄령이) 좀 많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저희가 역사를 많이 공부하고 자세히 배우고 저희도 충분히 판단을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커피와 음료 100잔을 주문한 21살 청년은 온라인 닉네임을 남기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가져가라고 알렸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온 광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SNS로 선결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닉네임 '정든프'/커피 '선결제' 참여 : "(집회) 가시는 분들은 커피 아직 남아있으니까 꼭 드셔주시고 안 드실 거라도 한 명당 세잔까지 가능하니까 수령을 해서 광장에 계신 중장년분들이나 어르신들께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정든프라는 이름 대면 받으실 수 있어요."]
MZ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탄핵 집회에 녹아들면서, 엄숙하기만 했던 집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했고, 민중가요 대신 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옵니다.
[거북이 ‘빙고’ :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겨울 분위기에 맞춰 캐럴을 개사해 부르기도 합니다.
["탄핵이 답이다. 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집회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뿌듯합니다.
[최진희/고등학생 : "저희는 시위를 참여하려고 나온 건데 사실 커피 말고도 핫팩이나 이런 팸플릿 같은 걸 많이 나눔을 받아 광주 시민분들이나 국민들의 시민 의식이 잘 보여지고 있는 거라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이숙/광주시 계림동 :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오히려 리드해 나가는 것, 더 도와달라고 그리고 이끌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분명히 이 어려운 시국이 젊은이들로 해서 더 해결이 될 것 같은 그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나눔과 연대가 되살아나는 탄핵 집회 현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교수 : "개인 개인의 주체성 그리고 개인 개인의 개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로 사회적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민주주의 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MZ세대가 보여주는 시위 문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의 발전된 민주주의를 위한 (미래) 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를 위해 기꺼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는 이들.
80년 5월의 '대동정신'을 연상케 하는 마음 씀씀이에,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날마다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무겁고 어려웠던 광장의 문턱을 허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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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2 19: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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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들이닥친 헬기와 군인들.
2024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던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광주 시민들은 1980년 5월을 떠올렸습니다.
[박철호/광주시 농성동 : "트라우마가 있어요. 80년도에 헬기 소리 들어가지고, (3일) 그때도 헬기 소리 난 거하고 똑같이 그렇게 들리니까 그런 게 섬뜩했죠."]
두려움도 잠시, 45년 전 그때처럼 분노와 사명감이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집회와는 달리 탄핵 집회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이, 절망보다는 희망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MZ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있습니다.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모였던 그곳, 5·18 민주광장이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매일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커피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이른바 '선결제 릴레이'입니다.
누가, 왜 이런 '선결제'를 하고 있는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커피숍.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였던 그날, 이곳에는 커피와 음료 6백 잔이 미리 결제됐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라며 '선결제'한 이들이 10명.
대부분 실명 대신 별명만 남겼는데, '아이돌 멤버' 이름을 차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선결제의 주인공, 광주여대에 재학 중인 22살 이혜진 씨였습니다.
SNS를 통해 '집회 선결제'를 접한 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선뜻 커피 180잔을 결제했습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지만 조금씩 아껴 생활하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경험했던 팬들의 '나눔 문화'가 익숙했던 혜진 씨.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말에 더 뿌듯했습니다.
[이혜진/광주여대/'선결제' 참여 : "다 초면인 사람인데 선의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는 게 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다들 한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만난 거잖아요.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나랑 같은 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저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선결제로 집회에 힘을 보탠 이들 가운데는 10대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순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커피숍에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 10잔을 나눠 달라고 한 겁니다.
커피숍 직원이 배달을 했다는 말에 배달비도 입금하겠다던 학생.
친구가 선결제하는 걸 보고, 이렇게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 동참했다고 합니다.
['선결제' 참여 고등학생 : "(계엄령이) 좀 많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저희가 역사를 많이 공부하고 자세히 배우고 저희도 충분히 판단을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커피와 음료 100잔을 주문한 21살 청년은 온라인 닉네임을 남기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가져가라고 알렸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온 광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SNS로 선결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닉네임 '정든프'/커피 '선결제' 참여 : "(집회) 가시는 분들은 커피 아직 남아있으니까 꼭 드셔주시고 안 드실 거라도 한 명당 세잔까지 가능하니까 수령을 해서 광장에 계신 중장년분들이나 어르신들께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정든프라는 이름 대면 받으실 수 있어요."]
MZ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탄핵 집회에 녹아들면서, 엄숙하기만 했던 집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했고, 민중가요 대신 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옵니다.
[거북이 ‘빙고’ :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겨울 분위기에 맞춰 캐럴을 개사해 부르기도 합니다.
["탄핵이 답이다. 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집회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뿌듯합니다.
[최진희/고등학생 : "저희는 시위를 참여하려고 나온 건데 사실 커피 말고도 핫팩이나 이런 팸플릿 같은 걸 많이 나눔을 받아 광주 시민분들이나 국민들의 시민 의식이 잘 보여지고 있는 거라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이숙/광주시 계림동 :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오히려 리드해 나가는 것, 더 도와달라고 그리고 이끌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분명히 이 어려운 시국이 젊은이들로 해서 더 해결이 될 것 같은 그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나눔과 연대가 되살아나는 탄핵 집회 현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교수 : "개인 개인의 주체성 그리고 개인 개인의 개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로 사회적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민주주의 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MZ세대가 보여주는 시위 문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의 발전된 민주주의를 위한 (미래) 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를 위해 기꺼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는 이들.
80년 5월의 '대동정신'을 연상케 하는 마음 씀씀이에,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날마다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무겁고 어려웠던 광장의 문턱을 허물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2024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던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광주 시민들은 1980년 5월을 떠올렸습니다.
[박철호/광주시 농성동 : "트라우마가 있어요. 80년도에 헬기 소리 들어가지고, (3일) 그때도 헬기 소리 난 거하고 똑같이 그렇게 들리니까 그런 게 섬뜩했죠."]
두려움도 잠시, 45년 전 그때처럼 분노와 사명감이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집회와는 달리 탄핵 집회는 비장함보다 유쾌함이, 절망보다는 희망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MZ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있습니다.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모였던 그곳, 5·18 민주광장이 다시 붐비고 있습니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매일 대통령 탄핵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커피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이른바 '선결제 릴레이'입니다.
누가, 왜 이런 '선결제'를 하고 있는지,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커피숍.
지난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구름처럼 모였던 그날, 이곳에는 커피와 음료 6백 잔이 미리 결제됐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하라며 '선결제'한 이들이 10명.
대부분 실명 대신 별명만 남겼는데, '아이돌 멤버' 이름을 차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선결제의 주인공, 광주여대에 재학 중인 22살 이혜진 씨였습니다.
SNS를 통해 '집회 선결제'를 접한 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선뜻 커피 180잔을 결제했습니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지만 조금씩 아껴 생활하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서 경험했던 팬들의 '나눔 문화'가 익숙했던 혜진 씨.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말에 더 뿌듯했습니다.
[이혜진/광주여대/'선결제' 참여 : "다 초면인 사람인데 선의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다는 게 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다들 한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만난 거잖아요.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나랑 같은 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저 사람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선결제로 집회에 힘을 보탠 이들 가운데는 10대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순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커피숍에 전화를 걸어 집회 참석자들에게 커피 10잔을 나눠 달라고 한 겁니다.
커피숍 직원이 배달을 했다는 말에 배달비도 입금하겠다던 학생.
친구가 선결제하는 걸 보고, 이렇게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 동참했다고 합니다.
['선결제' 참여 고등학생 : "(계엄령이) 좀 많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저희가 역사를 많이 공부하고 자세히 배우고 저희도 충분히 판단을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커피와 음료 100잔을 주문한 21살 청년은 온라인 닉네임을 남기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가져가라고 알렸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까지 나온 광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SNS로 선결제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닉네임 '정든프'/커피 '선결제' 참여 : "(집회) 가시는 분들은 커피 아직 남아있으니까 꼭 드셔주시고 안 드실 거라도 한 명당 세잔까지 가능하니까 수령을 해서 광장에 계신 중장년분들이나 어르신들께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정든프라는 이름 대면 받으실 수 있어요."]
MZ 세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탄핵 집회에 녹아들면서, 엄숙하기만 했던 집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했고, 민중가요 대신 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옵니다.
[거북이 ‘빙고’ :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겨울 분위기에 맞춰 캐럴을 개사해 부르기도 합니다.
["탄핵이 답이다. 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집회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뿌듯합니다.
[최진희/고등학생 : "저희는 시위를 참여하려고 나온 건데 사실 커피 말고도 핫팩이나 이런 팸플릿 같은 걸 많이 나눔을 받아 광주 시민분들이나 국민들의 시민 의식이 잘 보여지고 있는 거라 내심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이숙/광주시 계림동 :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오히려 리드해 나가는 것, 더 도와달라고 그리고 이끌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분명히 이 어려운 시국이 젊은이들로 해서 더 해결이 될 것 같은 그런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나눔과 연대가 되살아나는 탄핵 집회 현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교수 : "개인 개인의 주체성 그리고 개인 개인의 개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로 사회적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민주주의 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MZ세대가 보여주는 시위 문화라고 하는 것이 한국의 발전된 민주주의를 위한 (미래) 상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를 위해 기꺼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는 이들.
80년 5월의 '대동정신'을 연상케 하는 마음 씀씀이에,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날마다 모여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가, 무겁고 어려웠던 광장의 문턱을 허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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