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갉아 먹는 ‘GDP 킬러’ 여기도 있다

입력 2024.1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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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를 직격하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킬러'가 될 것"이란 경고를 내놨습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 불안과 경제적 후폭풍을 국민들이 두고두고 할부로 갚아 나가게 될 것이란 이야기였는데요.

사실 이뿐만 아닙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급변할 대외 환경 그리고 둔화세를 보이는 수출, 회복이 더딘 내수까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짓누를 또 하나의 'GDP 킬러'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큰지 거듭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은은 기후 위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매년 우리나라 연평균 성장률을 0.3%p씩 깎아 먹고, 2100년경에는 GDP 21%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기후 위기 무대응이 곧 '비용'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수입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철강이나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수소 등 탄소 다 배출 품목의 경우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됩니다. 탄소 감축을 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만큼 기후 대응이 곧 돈이 되는 셈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상품의 생산 자체를 줄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절대량만 놓고 봤을 때 코로나 위기 수준에 가까운 경제활동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4.2% 감축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 위기였던 2020년의 온실가스 감소율(5.4%~6.4%)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공장 문도 많이 닫고, 생산 활동이 크게 줄었던 시기에 준하는 상황인 거죠.

이 방법이 아니라면 상품 생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후테크를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기후테크 혁신이 더 시급한 상황입니다.

■ 제조업 중심 수출…온실가스 배출량 OECD 5위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경제 구조가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로 상위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압박이 강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후테크 혁신은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고 한은은 진단했습니다.

■ 기후테크 출원 건수는 많은데...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 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공급 기술 ▲이차전지, 수소연료 등 저탄소 에너지를 저장하고 소비처로 전달하는 기술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 ▲에너지 소비 기술 등입니다.

한은은 '탄소중립 경제로의 길-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혁신 실적을 분석했습니다. 분석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주요국 기후테크 혁신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 기준 세계 3위로 나타났습니다. 전세계 기후테크 특허의 91%는 10대 선도국이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점유율은 8%로 미국(35%)과 일본(27%)에 이어 세 번째였습니다.

국가 규모를 고려한 인구 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도 우리나라는 1.6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3.0건), 일본(2.3건), 스위스(2.2건)에 이어 4위였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2010년대 초중반 이후 기후테크 특허출원이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증가세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 특정 기업·기술에 기후테크 실적 편중

여기까지만 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죠. 사실 문제는 특정 기업과 기술에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크게 편중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별로 상위 4개 기업이 기후테크 특허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약 70%로 특정 기업에 대한 편중이 두드러졌습니다. 10대 선도국 평균치(29.7%)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상위 4개 기업은 이차전지와 전기차, 정보통신기술,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기업으로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기후테크 특허 출원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은 이러한 업 편중 현상이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2차전지 산업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술 분야별로도 뚜렷한 편중 현상이 나타났는데 에너지 사용 여건 조성 분야에서는 이차전지가 44%, 에너지 공급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7%였습니다.

전기차와 정보통신기술도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각각 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들 4개 기술 분야가 전체 기후테크 특허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5%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 탄소 다배출 산업 대응 저조…'기후테크' 질적 수준도 미흡

정유, 화학, 철강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통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입니다. 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이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산업으로 꼽히는데, 이에 대한 탄소 저감 기술 등 특허출원 건수 기술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질적 평가 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적으로는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독창성, 범용성, 급진성 등 지표에서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출원 건수는 10대 선도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보다 우리나라의 질적 성과가 낮았습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이차전지, 전기차, 정보통신기술,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질적 특허 평가지표는 저조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보다는 경쟁 기업을 견제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는 혁신에 우리 기업들이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 단기 성과 치중 ·기초연구 투자 부족

이렇게 질적 성과가 미흡한 원인으로는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주로 단기적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특허 출원 점유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차전지, 전기차 등의 기술은 2010년대에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시장의 빠른 성장세로 투자 수익을 빠르게 회수할 여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반면 정유, 화학, 철강 분야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포집·활용 기술 등은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투자수익 회수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입니다.

연구개발 투자 역시 단기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치중돼 왔습니다. 기후테크는 여전히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등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환경 분야 미래유망기술 연구개발비 가운데 이차전지, 전자부품, 전기차 등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의 비중은 2022년 기준 65%에 달했습니다.

■ 부족한 R&D 지원…낮은 국내 탄소 가격 영향도

정부의 R&D 투자 가운데 저탄소 에너지기술에 대한 비중은 2011년 3.8%에서 2021년 2.9%로 감소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10대 선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가격 등도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26.0유로/tCO2로 10대 선도국 평균(64.7유로/tCO2)의 약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탄소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돼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탄소배출을 줄일 유인이 없는 것입니다.

주요 선도국이 2010년대 중반부터 녹색채권 발행을 크게 확대한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2021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2016~2023년 우리나라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GDP 대비 0.30% 수준으로 10대 선도국 평균(0.5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도 성장세가 미미해 2016~2023년 동안 GDP 대비 투자 규모가 0.0003%에 그쳤습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기후테크 신생벤처 기업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의 비중은 0.6%에 불과해 주요 선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신생벤처 기업들 역시 이차전지, 전기차 등 단기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지연 우려…선두 개척자 될 기회

'기후 재앙'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으로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은은 국제사회 대응이 잠시 느슨해지더라도 이를 우리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선두 개척자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의 불명예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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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갉아 먹는 ‘GDP 킬러’ 여기도 있다
    • 입력 2024-12-13 0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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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를 직격하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킬러'가 될 것"이란 경고를 내놨습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 불안과 경제적 후폭풍을 국민들이 두고두고 할부로 갚아 나가게 될 것이란 이야기였는데요.

사실 이뿐만 아닙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급변할 대외 환경 그리고 둔화세를 보이는 수출, 회복이 더딘 내수까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짓누를 또 하나의 'GDP 킬러'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회가 될 때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큰지 거듭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은은 기후 위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매년 우리나라 연평균 성장률을 0.3%p씩 깎아 먹고, 2100년경에는 GDP 21%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기후 위기 무대응이 곧 '비용'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수입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철강이나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수소 등 탄소 다 배출 품목의 경우 인증서 구매가 의무화됩니다. 탄소 감축을 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만큼 기후 대응이 곧 돈이 되는 셈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상품의 생산 자체를 줄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절대량만 놓고 봤을 때 코로나 위기 수준에 가까운 경제활동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4.2% 감축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 위기였던 2020년의 온실가스 감소율(5.4%~6.4%)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공장 문도 많이 닫고, 생산 활동이 크게 줄었던 시기에 준하는 상황인 거죠.

이 방법이 아니라면 상품 생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후테크를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기후테크 혁신이 더 시급한 상황입니다.

■ 제조업 중심 수출…온실가스 배출량 OECD 5위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경제 구조가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로 상위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압박이 강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후테크 혁신은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고 한은은 진단했습니다.

■ 기후테크 출원 건수는 많은데...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 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공급 기술 ▲이차전지, 수소연료 등 저탄소 에너지를 저장하고 소비처로 전달하는 기술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하는 기술 ▲에너지 소비 기술 등입니다.

한은은 '탄소중립 경제로의 길-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혁신 실적을 분석했습니다. 분석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주요국 기후테크 혁신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 기준 세계 3위로 나타났습니다. 전세계 기후테크 특허의 91%는 10대 선도국이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점유율은 8%로 미국(35%)과 일본(27%)에 이어 세 번째였습니다.

국가 규모를 고려한 인구 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도 우리나라는 1.6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3.0건), 일본(2.3건), 스위스(2.2건)에 이어 4위였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2010년대 초중반 이후 기후테크 특허출원이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증가세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 특정 기업·기술에 기후테크 실적 편중

여기까지만 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죠. 사실 문제는 특정 기업과 기술에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크게 편중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별로 상위 4개 기업이 기후테크 특허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약 70%로 특정 기업에 대한 편중이 두드러졌습니다. 10대 선도국 평균치(29.7%)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상위 4개 기업은 이차전지와 전기차, 정보통신기술,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기업으로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기후테크 특허 출원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은 이러한 업 편중 현상이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2차전지 산업의 급성장 등으로 산업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술 분야별로도 뚜렷한 편중 현상이 나타났는데 에너지 사용 여건 조성 분야에서는 이차전지가 44%, 에너지 공급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7%였습니다.

전기차와 정보통신기술도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 각각 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들 4개 기술 분야가 전체 기후테크 특허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5%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 탄소 다배출 산업 대응 저조…'기후테크' 질적 수준도 미흡

정유, 화학, 철강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통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입니다. 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이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산업으로 꼽히는데, 이에 대한 탄소 저감 기술 등 특허출원 건수 기술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질적 평가 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적으로는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독창성, 범용성, 급진성 등 지표에서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출원 건수는 10대 선도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보다 우리나라의 질적 성과가 낮았습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이차전지, 전기차, 정보통신기술,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질적 특허 평가지표는 저조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보다는 경쟁 기업을 견제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는 혁신에 우리 기업들이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 단기 성과 치중 ·기초연구 투자 부족

이렇게 질적 성과가 미흡한 원인으로는 기후테크 혁신 실적이 주로 단기적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특허 출원 점유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차전지, 전기차 등의 기술은 2010년대에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시장의 빠른 성장세로 투자 수익을 빠르게 회수할 여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반면 정유, 화학, 철강 분야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포집·활용 기술 등은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투자수익 회수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입니다.

연구개발 투자 역시 단기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치중돼 왔습니다. 기후테크는 여전히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등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환경 분야 미래유망기술 연구개발비 가운데 이차전지, 전자부품, 전기차 등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의 비중은 2022년 기준 65%에 달했습니다.

■ 부족한 R&D 지원…낮은 국내 탄소 가격 영향도

정부의 R&D 투자 가운데 저탄소 에너지기술에 대한 비중은 2011년 3.8%에서 2021년 2.9%로 감소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10대 선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가격 등도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26.0유로/tCO2로 10대 선도국 평균(64.7유로/tCO2)의 약 40%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탄소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돼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탄소배출을 줄일 유인이 없는 것입니다.

주요 선도국이 2010년대 중반부터 녹색채권 발행을 크게 확대한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2021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2016~2023년 우리나라의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GDP 대비 0.30% 수준으로 10대 선도국 평균(0.5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도 성장세가 미미해 2016~2023년 동안 GDP 대비 투자 규모가 0.0003%에 그쳤습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기후테크 신생벤처 기업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의 비중은 0.6%에 불과해 주요 선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신생벤처 기업들 역시 이차전지, 전기차 등 단기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지연 우려…선두 개척자 될 기회

'기후 재앙'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으로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은은 국제사회 대응이 잠시 느슨해지더라도 이를 우리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선두 개척자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의 불명예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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