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생활 막아줬다는 ‘긴급지원’…속속 멈춰서는 이유는?

입력 2024.12.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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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대한 부상을 입게 돼 갑자기 근무가 어려워 소득이 없어지면 어떨까요?
만약, 화재나 자연재해로 살고 있던 자택에서 생활하기가 곤란해진다면 어떨까요?

정부와 개별 지자체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놓인 저소득층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자치구에선 해당 사업을 소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아예 중단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노숙 생활 이어가다 받게 된 '긴급 지원'…쪽방촌에 새 둥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
6.6㎡(2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50대 남성 A 씨가 홀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A 씨는 배달 기사로 근무하던 중 잇따라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건강이 악화했고, 결국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득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수중에 생활비마저 떨어지자,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고, 결국 지하상가 등에서 노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긴급복지 사업'을 알게 돼 지원금을 받아, 올해 8월부터 쪽방촌에서 거주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 / 쪽방촌 거주자
"긴급 지원금으론 한 달에 89만 원 정도 받고, 방세 18만 원 정도 나갑니다. 나머지는 살림살이 같은 거 사고요."

"긴급 지원 못 받게 됐으면 아마 서울역에 돌아다니면서 노숙을 하고 다녔을 겁니다. 여기서 지내면서 건강 회복하고, 다시 일자리 구하는 게 목표죠."

■국가형 긴급복지 '중단' 자치구 서울서만 4곳…"예산 부족에 소극적 홍보도"

긴급복지사업은 중한 질병, 자연재해 등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생계·의료·주거 등 영역에서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이 사업은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선지원 후조사'를 원칙으로 합니다. 신청 후 담당 공무원 등이 현장을 확인하고, 지원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72시간 이내에 우선 지원하는 식입니다. 그 이후 소득, 재산 등을 조사해 지원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과정이 이뤄집니다.


문제는 이 사업을 중단하는 서울 내 자치구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3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있는 '기초법공동행동'의 개별 자치구 조사 결과, 지난달 기준 강남과 마포, 동작, 강북구 등 4개 자치구가 예산 부족으로 국가형 긴급복지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형 사업은 국비 50%, 시비 25%, 구비 25%가 투입돼 이뤄집니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국비는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이 없어 덜 주고, 시 예산도 부족해 연쇄적으로 10월 말부터 집행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초법공동행동-동작구 통화 내용 중/
시민단체: 예산 소진으로 올해 국가형 사업이 중단된 구가 있던데, 동작구도 같은 상황인가요?
동작구: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국가형은 별도로 지급해 드리고 있지 않아서요. 10월까지 했다가 이제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일 KBS 보도 이후 강북구·동작구 측은 현재 긴급복지사업 예산이 소폭 남아있다면서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동작구 측은 "더 많은 위기가구를 지원하고자 추가예산을 요청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고 긴급복지사업이 중단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강북구 측은 "긴급 지원 결정 대상자에게 남은 회차 지원금 지급 중에 있다"면서 "내년 예산도 증액 편성해 지원사업에 차질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충분치 않은 예산에 정책 홍보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코로나19 등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시기엔 과감한 추경이 이뤄지다 보니 적극적으로 홍보가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은 해에는 다시 예산을 걸어 잠그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내년 긴급복지사업 예산 2.3%↓…"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등 고려한 감액"

올해보다 내년이 더 큰 문젭니다. 내년도 긴급복지사업 예산이 3,501억 원으로, 올해보다 2.3% 줄었습니다.

복지부는 본예산이 부족해 예산을 전용하고 추경을 편성했는데, 연간 200억 원이 남아 감액 편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종식 상황과 지원 종류별 수요를 감안한 편성"이라며 "내년엔 지원이 꼭 필요한 위기가구를 위해 내년 생계지원금을 인상하고 소득, 금융 재산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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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생활 막아줬다는 ‘긴급지원’…속속 멈춰서는 이유는?
    • 입력 2024-12-17 18:40:12
    심층K

만약, 중대한 부상을 입게 돼 갑자기 근무가 어려워 소득이 없어지면 어떨까요?
만약, 화재나 자연재해로 살고 있던 자택에서 생활하기가 곤란해진다면 어떨까요?

정부와 개별 지자체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놓인 저소득층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자치구에선 해당 사업을 소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아예 중단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노숙 생활 이어가다 받게 된 '긴급 지원'…쪽방촌에 새 둥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
6.6㎡(2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50대 남성 A 씨가 홀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A 씨는 배달 기사로 근무하던 중 잇따라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건강이 악화했고, 결국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득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수중에 생활비마저 떨어지자,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고, 결국 지하상가 등에서 노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긴급복지 사업'을 알게 돼 지원금을 받아, 올해 8월부터 쪽방촌에서 거주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 / 쪽방촌 거주자
"긴급 지원금으론 한 달에 89만 원 정도 받고, 방세 18만 원 정도 나갑니다. 나머지는 살림살이 같은 거 사고요."

"긴급 지원 못 받게 됐으면 아마 서울역에 돌아다니면서 노숙을 하고 다녔을 겁니다. 여기서 지내면서 건강 회복하고, 다시 일자리 구하는 게 목표죠."

■국가형 긴급복지 '중단' 자치구 서울서만 4곳…"예산 부족에 소극적 홍보도"

긴급복지사업은 중한 질병, 자연재해 등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생계·의료·주거 등 영역에서 지원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이 사업은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선지원 후조사'를 원칙으로 합니다. 신청 후 담당 공무원 등이 현장을 확인하고, 지원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72시간 이내에 우선 지원하는 식입니다. 그 이후 소득, 재산 등을 조사해 지원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과정이 이뤄집니다.


문제는 이 사업을 중단하는 서울 내 자치구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3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있는 '기초법공동행동'의 개별 자치구 조사 결과, 지난달 기준 강남과 마포, 동작, 강북구 등 4개 자치구가 예산 부족으로 국가형 긴급복지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형 사업은 국비 50%, 시비 25%, 구비 25%가 투입돼 이뤄집니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국비는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이 없어 덜 주고, 시 예산도 부족해 연쇄적으로 10월 말부터 집행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초법공동행동-동작구 통화 내용 중/
시민단체: 예산 소진으로 올해 국가형 사업이 중단된 구가 있던데, 동작구도 같은 상황인가요?
동작구: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국가형은 별도로 지급해 드리고 있지 않아서요. 10월까지 했다가 이제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6일 KBS 보도 이후 강북구·동작구 측은 현재 긴급복지사업 예산이 소폭 남아있다면서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동작구 측은 "더 많은 위기가구를 지원하고자 추가예산을 요청해 추경을 편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고 긴급복지사업이 중단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강북구 측은 "긴급 지원 결정 대상자에게 남은 회차 지원금 지급 중에 있다"면서 "내년 예산도 증액 편성해 지원사업에 차질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충분치 않은 예산에 정책 홍보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코로나19 등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시기엔 과감한 추경이 이뤄지다 보니 적극적으로 홍보가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은 해에는 다시 예산을 걸어 잠그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내년 긴급복지사업 예산 2.3%↓…"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등 고려한 감액"

올해보다 내년이 더 큰 문젭니다. 내년도 긴급복지사업 예산이 3,501억 원으로, 올해보다 2.3% 줄었습니다.

복지부는 본예산이 부족해 예산을 전용하고 추경을 편성했는데, 연간 200억 원이 남아 감액 편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종식 상황과 지원 종류별 수요를 감안한 편성"이라며 "내년엔 지원이 꼭 필요한 위기가구를 위해 내년 생계지원금을 인상하고 소득, 금융 재산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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