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유럽 리더십…트럼프는 누가 상대하나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2.18 (06:00)
수정 2024.12.1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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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대통령실에서 한독 정상회담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은 한국만큼 유럽도 비상입니다. 유럽의 경제와 안보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알려진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이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시각 16일, 독일 연방의회는 올라프 숄츠 총리를 불신임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내년 9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2월로 앞당깁니다. 지난 4일, 옆 나라 프랑스 의회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해 62년 만에 행정부가 모두 사퇴한 지 2주도 안 되어 일어난 일입니다.
■ '유럽 쌍두마차' 독일·프랑스 정부…모두 의회와 갈등
두 나라 행정부 실각의 표면적인 이유는 예산안이지만, 본질은 정부와 의회 간 갈등 때문입니다.
먼저 숄츠 독일 총리는 예산안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야권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2021년 9월 당시 총선에서 구성된 '신호등 연립정부'를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3개 정당) 이끌어 왔지만, 여러 갈등 끝에 총리 본인이 신임투표를 발의해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자진했습니다.
결국 총리와 가장 각을 세웠던 자유민주당은 '신호등 연립정부'를 탈퇴했고, 나머지 두 개 정당 중 한 곳은 신임 투표에 기권하면서 자연히 신임 투표는 '불신임 투표'가 됐습니다. 여기에 총리가 속해 있는 당은 지지율이 턱없이 낮습니다.
프랑스 또한 총리와 의회가 예산안으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대승한 야권의 요구에 마크롱 대통령은 번번히 '불통'으로 일관했습니다 . [참고 기사 : ‘지지율 25%·총 내각 불신임’…대통령은 왜 사임하지 않을까]
■ 유럽, 안보·경제 모두 최악의 타이밍…다가오는 '트럼프 2기'
리더십이 사라진 유럽은 지금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먼저 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현재 서방인 유럽 대륙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전세가 불리합니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 등에서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군까지 가세한 러시아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경제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내년 1월이면 취임하는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폭탄'를 무기로 전세계 무역시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나토 가입 유지를 조건으로 유럽에 방위비 증액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는 "전통적으로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국가들이 내부 문제 수습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며 "트럼프 2기를 앞둔 EU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또한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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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유럽 리더십…트럼프는 누가 상대하나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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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18 06:00:12
- 수정2024-12-18 07:13:37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은 한국만큼 유럽도 비상입니다. 유럽의 경제와 안보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알려진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이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시각 16일, 독일 연방의회는 올라프 숄츠 총리를 불신임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내년 9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2월로 앞당깁니다. 지난 4일, 옆 나라 프랑스 의회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해 62년 만에 행정부가 모두 사퇴한 지 2주도 안 되어 일어난 일입니다.
■ '유럽 쌍두마차' 독일·프랑스 정부…모두 의회와 갈등
두 나라 행정부 실각의 표면적인 이유는 예산안이지만, 본질은 정부와 의회 간 갈등 때문입니다.
먼저 숄츠 독일 총리는 예산안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야권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2021년 9월 당시 총선에서 구성된 '신호등 연립정부'를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3개 정당) 이끌어 왔지만, 여러 갈등 끝에 총리 본인이 신임투표를 발의해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자진했습니다.
결국 총리와 가장 각을 세웠던 자유민주당은 '신호등 연립정부'를 탈퇴했고, 나머지 두 개 정당 중 한 곳은 신임 투표에 기권하면서 자연히 신임 투표는 '불신임 투표'가 됐습니다. 여기에 총리가 속해 있는 당은 지지율이 턱없이 낮습니다.
프랑스 또한 총리와 의회가 예산안으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대승한 야권의 요구에 마크롱 대통령은 번번히 '불통'으로 일관했습니다 . [참고 기사 : ‘지지율 25%·총 내각 불신임’…대통령은 왜 사임하지 않을까]
■ 유럽, 안보·경제 모두 최악의 타이밍…다가오는 '트럼프 2기'
리더십이 사라진 유럽은 지금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먼저 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현재 서방인 유럽 대륙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전세가 불리합니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 등에서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북한군까지 가세한 러시아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경제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내년 1월이면 취임하는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폭탄'를 무기로 전세계 무역시장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나토 가입 유지를 조건으로 유럽에 방위비 증액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는 "전통적으로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국가들이 내부 문제 수습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며 "트럼프 2기를 앞둔 EU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또한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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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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