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충격의 셧다운…정부도, 학교도, 공장도 문닫았다. [지금 중동은]

입력 2024.12.20 (06:00) 수정 2024.12.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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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의 송배전 시설이란 수도 테헤란의 송배전 시설


이란에서 공공기관을 1주일 셧다운하는 충격적인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7일 전국의 공공기관과 학교, 공장을 1주일간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극단적 조치의 이유는 난방용 전기 부족입니다.

최근 이란에 휘몰아친 한파에다 폭설, 비까지 겹쳐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이 셧다운의 직접적 이유입니다.

겨울이 닥쳐 기온은 떨어지는데, 각 가정에 보낼 전기가 부족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란 정부가 부리나케 내놓은 대책은 셧다운입니다. 공공기관과 학교, 공장 문을 닫고 이들 시설이 쓸 전기를 가정용으로 돌리겠다는 겁니다.

행정기관이 문을 닫았고 세관도 운영하지 않아 통관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국가 기능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습니다.

물건을 생산할 공장까지 세웠다고 하니, 전기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조차 어렵습니다.

이란의 에너지 부족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처럼 공공시설과 공장을 일제히 셧다운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란에서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의 없는데, 정부의 셧다운 정책 때문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공장주와 직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 SNS에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공업지역 도로에서 시민들이 타이어 등을 태우며 시위를 벌였다는 설명과 함께 시위 영상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 가정에서 난방 온도를 낮춰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고 호소했지만, 별소용은 없었습니다.

이란 정부는 1주일 폐쇄 조치에 이어, 내년 2월까지 공공기관 운영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더해 비필수 사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란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석유 매장량도 2024년 OPEC 기준 세계 3위인데요. 그럼에도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이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란의 전기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발전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이런 현상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란 정부는 전력난에 대한 타개책으로 각 가정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보조금 정책을 시행했지만, 전력 수요는 2016년 기준 연 7%씩 늘어났다는 통계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외려 보조금 정책이 약화된 전력 발전과 유통시스템에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2024년 12월)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2024년 12월)

보조금 규모도 세계 1위입니다. 2018년 기준 692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공짜 전력을 각 가정이 사용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각 가정은 이런 공짜 전력을 어디에 사용하느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불법이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법 암호화폐 채굴에 나서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0월 "자신도 옷을 데우는 데 전기를 쓰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보조금 정책을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짜 전기라 마구잡이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이 에너지 보조금 정책 실패를 자인한 모양새지만, 보 조금 정책이 변화할 기미는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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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충격의 셧다운…정부도, 학교도, 공장도 문닫았다. [지금 중동은]
    • 입력 2024-12-20 06:00:26
    • 수정2024-12-20 12:03:15
    국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송배전 시설

이란에서 공공기관을 1주일 셧다운하는 충격적인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7일 전국의 공공기관과 학교, 공장을 1주일간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극단적 조치의 이유는 난방용 전기 부족입니다.

최근 이란에 휘몰아친 한파에다 폭설, 비까지 겹쳐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이 셧다운의 직접적 이유입니다.

겨울이 닥쳐 기온은 떨어지는데, 각 가정에 보낼 전기가 부족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란 정부가 부리나케 내놓은 대책은 셧다운입니다. 공공기관과 학교, 공장 문을 닫고 이들 시설이 쓸 전기를 가정용으로 돌리겠다는 겁니다.

행정기관이 문을 닫았고 세관도 운영하지 않아 통관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국가 기능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습니다.

물건을 생산할 공장까지 세웠다고 하니, 전기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조차 어렵습니다.

이란의 에너지 부족이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처럼 공공시설과 공장을 일제히 셧다운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란에서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의 없는데, 정부의 셧다운 정책 때문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공장주와 직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 SNS에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공업지역 도로에서 시민들이 타이어 등을 태우며 시위를 벌였다는 설명과 함께 시위 영상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각 가정에서 난방 온도를 낮춰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고 호소했지만, 별소용은 없었습니다.

이란 정부는 1주일 폐쇄 조치에 이어, 내년 2월까지 공공기관 운영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더해 비필수 사업체는 문을 닫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란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석유 매장량도 2024년 OPEC 기준 세계 3위인데요. 그럼에도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이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란의 전기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발전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이런 현상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란 정부는 전력난에 대한 타개책으로 각 가정에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보조금 정책을 시행했지만, 전력 수요는 2016년 기준 연 7%씩 늘어났다는 통계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외려 보조금 정책이 약화된 전력 발전과 유통시스템에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 (2024년 12월)
보조금 규모도 세계 1위입니다. 2018년 기준 692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공짜 전력을 각 가정이 사용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각 가정은 이런 공짜 전력을 어디에 사용하느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불법입니다. 불법이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법 암호화폐 채굴에 나서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0월 "자신도 옷을 데우는 데 전기를 쓰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보조금 정책을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짜 전기라 마구잡이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사실상 대통령이 에너지 보조금 정책 실패를 자인한 모양새지만, 보 조금 정책이 변화할 기미는 아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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