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왜 유럽도 참견할까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2.21 (06:02)
수정 2024.12.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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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유럽 정치권에도 입김을 넣고 있습니다. 영국의 야당 대표를 만나고, 독일의 총리를 비난하고, 이탈리아의 재판 결과에는 토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업가인 머스크가 왜 이렇게 유럽 정치에까지 참견하고 있을까요?
■ "머스크, 영국 극우 정당에 1억 달러 기부 고려"
지난 17일,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영국의 소수 야당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는 당의 재무 담당도 함께였습니다.
패라지 대표는 만남 이후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머스크와 함께 돈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충분히 고무됐고 그는 기부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패라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전략을 배웠다면서 "이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마러라고를 내어준 트럼프 당선인에게 감사한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 머스크가 최대 1억 달러(약 1,437억 원)를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말 이 돈을 기부한다면, 영국 정당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기부금이 됩니다.
■ "머스크, 사업체 X(트위터) 때문에 유럽과 대립"
머스크가 이같은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운용하는 사업체 'X'(과거 트위터) 와 연관이 있습니다.
앞서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과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지난해 '온라인안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내년 초부터 발효될 예정인 이 법은 X나 메타와 같은 거대 SNS 플랫폼에 대해 해로운 내용을 감독하고 삭제할 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머스크로서는 자신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법입니다.
그러나 만약 소수 야당인 영국개혁당이 머스크의 지원을 받아 내년 5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세를 키우게 되면, 이런 흐름에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자신의 X계정을 통해 독일 총리에게 '바보, 멍청이'라고도 비난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독일이 이끄는 유럽연합(EU) 국가들 대부분 또한 같은 이유로 X에 대한 벌금과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 "머스크, '극우·권위주의' 세력 선호"
머스크 스스로가 권위주의적이고 극우 성향을 가진 세력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점도 그가 유럽 정치에 참견하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됩니다.
먼저 마러라고에서 함께 1억 달러의 기부금을 의논한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립니다. 특히 이민자 감축, 세금 인하, 규제 축소, 탄소중립 폐기 등 정책 방향에서 머스크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2018년 설립한 정당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난 20일 머스크가 자신의 X에 독일 극우당인 독일대안당(AfD)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머스크는 "오직 AfD가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알리스 바이델 AfD대표가 이 게시물을 함께 공유하면서 "사회주의자였던 독일 총리가 독일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인터뷰 한 것을 꼭 봐달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독일 현지 매체는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유럽 정치에 개입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머스크, 이탈리아 사법부에도 압력"
머스크의 이같은 정치 성향은 이탈리아 사법부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12일, 머스크는 자신의 X계정에 이탈리아 법원이 알바니아로 이송된 이주민 구금을 불허했다는 포스트를 공유하며 "이 판사들은 나가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집권당과 제1야당 모두 입을 모아 "머스크의 말은 사법부와 충돌을 부추길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의 사업체를 위해, 또 스스로의 정치 성향을 위해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이후 우주까지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
국제 사회는 머스크를 이미 '새로운 유형의 키맨'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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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스크는 왜 유럽도 참견할까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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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21 06:02:19
- 수정2024-12-21 07:01:59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유럽 정치권에도 입김을 넣고 있습니다. 영국의 야당 대표를 만나고, 독일의 총리를 비난하고, 이탈리아의 재판 결과에는 토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업가인 머스크가 왜 이렇게 유럽 정치에까지 참견하고 있을까요?
■ "머스크, 영국 극우 정당에 1억 달러 기부 고려"
지난 17일,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영국의 소수 야당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는 당의 재무 담당도 함께였습니다.
패라지 대표는 만남 이후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머스크와 함께 돈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충분히 고무됐고 그는 기부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패라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전략을 배웠다면서 "이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마러라고를 내어준 트럼프 당선인에게 감사한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 머스크가 최대 1억 달러(약 1,437억 원)를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정말 이 돈을 기부한다면, 영국 정당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기부금이 됩니다.
■ "머스크, 사업체 X(트위터) 때문에 유럽과 대립"
머스크가 이같은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운용하는 사업체 'X'(과거 트위터) 와 연관이 있습니다.
앞서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과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지난해 '온라인안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내년 초부터 발효될 예정인 이 법은 X나 메타와 같은 거대 SNS 플랫폼에 대해 해로운 내용을 감독하고 삭제할 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머스크로서는 자신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법입니다.
그러나 만약 소수 야당인 영국개혁당이 머스크의 지원을 받아 내년 5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세를 키우게 되면, 이런 흐름에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자신의 X계정을 통해 독일 총리에게 '바보, 멍청이'라고도 비난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독일이 이끄는 유럽연합(EU) 국가들 대부분 또한 같은 이유로 X에 대한 벌금과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 "머스크, '극우·권위주의' 세력 선호"
머스크 스스로가 권위주의적이고 극우 성향을 가진 세력을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점도 그가 유럽 정치에 참견하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됩니다.
먼저 마러라고에서 함께 1억 달러의 기부금을 의논한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립니다. 특히 이민자 감축, 세금 인하, 규제 축소, 탄소중립 폐기 등 정책 방향에서 머스크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이 모여 2018년 설립한 정당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난 20일 머스크가 자신의 X에 독일 극우당인 독일대안당(AfD)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머스크는 "오직 AfD가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알리스 바이델 AfD대표가 이 게시물을 함께 공유하면서 "사회주의자였던 독일 총리가 독일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인터뷰 한 것을 꼭 봐달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독일 현지 매체는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유럽 정치에 개입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머스크, 이탈리아 사법부에도 압력"
머스크의 이같은 정치 성향은 이탈리아 사법부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12일, 머스크는 자신의 X계정에 이탈리아 법원이 알바니아로 이송된 이주민 구금을 불허했다는 포스트를 공유하며 "이 판사들은 나가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집권당과 제1야당 모두 입을 모아 "머스크의 말은 사법부와 충돌을 부추길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의 사업체를 위해, 또 스스로의 정치 성향을 위해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이후 우주까지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
국제 사회는 머스크를 이미 '새로운 유형의 키맨'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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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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