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물어 징역형…60년 만에 재심

[앵커]

60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문 여성이 오히려 남성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대법원이 사건을 재심 청구한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60년 만에 재심이 가능해졌습니다.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4년, 경남 김해에 살던 당시 18살 최말자 씨는 같은 동네 20대 청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습니다.

최 씨는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저항했는데, 해당 남성의 혀 일부가 잘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보다, 남성에게 중상해를 입힌 최 씨의 죄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져 최 씨는 6개월간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최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성폭행 시도 남성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습니다.

은폐된 성폭력을 고발하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최 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2021년, 1심과 2심은 모두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 동안의 심리 끝에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대한 최 씨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도록 한 겁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최 씨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만한 새로운 사정이 없으면 재심 청구가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재심이 진행되면, 최 씨의 60년 전 행동이 정당방위로 무죄를 받을지, 아니면 중상해죄로 인정될지 다시 다투게 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영상편집:한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