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정말 바가지인가? 따져봤습니다!

입력 2024.12.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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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은 비싸다?"

우리나라 '관광 1번지'로 손꼽히는 제주는 언젠가부터 '미운 오리'가 됐습니다. 과도하게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부터입니다.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어제(12월 22일) 기준, 천 160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만 7천여 명 줄었습니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 관광객 실태 조사'에서 여러 만족도 설문조사 항목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항목도 바로 '여행 경비'였습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제주 여행을 간 만큼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높은 물가에 반감을 느끼는 내국인 관광객들은 일본과 동남아 등 외국이나 국내 다른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제주 관광업계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고 있을까요?


■ '바가지요금' 불명예 벗고자…첫 '가격 조사'

제주관광협회는 도내 리서치 전문 업체에 의뢰해 관광사업체 201개소를 대상으로 '2024 도내 관광사업체 실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업종별로 사업체를 무작위로 추출해, 실제 관광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에 나선 것입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이 같은 가격 조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초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비계 삼겹살', '바가지 해산물' 연타석 논란이 그 배경입니다.

문대환 제주도관광협회 기획조사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관광사업체 매출액, 고용 형태 등 전반적인 현황 조사에 그쳤다"면서 "올해는 연초부터 여러 이슈가 많다 보니, 실제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주 렌터카·전세버스·숙박 요금, 성수기의 1.5배↑"

제주도관광협회 조사 결과, 성수기에 떠나는 제주 여행 비용이 비성수기보다 최고 1.5배 높았습니다.

렌터카업 20개소 이용 요금을 분석해 보니, 중형 기준 성수기 7만 7천600원, 비성수기 5만 4천200원으로 성수기 요금이 비성수기보다 1.43배 높았습니다. 자차 접근성과 관광객 수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세버스업 20개소 이용 요금(대형 버스 기준)도 성수기가 54만 2천 원으로, 비성수기(36만 4천 원)보다 1.5배 높았습니다.


제주에서 머무는 비용도 성수기가 좀 더 높았습니다. 도내 숙박업 60개소 이용 요금은 전체적으로 성수기가 비성수기보다 1.3 배가량 많았습니다. 펜션(독채)은 성수기 요금이 비성수기 대비 1.1배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 "제주 돼지고깃집, 재료비가 전체 가격의 40%"

올해 초 비계 삼겹살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제주 외식업소 87곳에 대해서도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1인 기준 평균 가격은 횟집 2만 60원, 돼지고깃집 만 8천723원, 기타 음식점 만 7천449원, 향토음식점 만 2천733원 순이었습니다.

제주에 오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돼지고깃집에서는 실제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을까. 원가와 이윤 등을 살펴봤습니다.


조사 결과 돼지고깃집 가격 구성 비율은 재료비가 40.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인건비(21.7%), 경비(19.4%) 등을 더하면 필수 비용만 전체 가격의 80%를 넘었습니다. 이윤은 18.6%, 부가세를 제외한 순이익률은 10.5%로 산출됐습니다.

다른 외식업종 순이익률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횟집 15.1%, 기타 음식점 14%, 향토음식점 12.2% 순이었습니다. 외식업계 '고비용 구조'가 높은 관광 물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14개소 골프장의 카트피와 캐디피는 성수기와 비성수기, 주중과 주말 간 요금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는 비성수기 대비 성수기 요금이 약 1.1배 높았습니다. 도외인 요금은 도민보다 약 1.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제주 관광 개선에 활용…필요시 정기적 가격 조사도"

제주도 차원에서도 '관광 1번지'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 신뢰를 회복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이 시작됐고, 제주 여행 중 겪는 불편과 고충을 처리하는 관광불편신고센터도 올여름부터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점을 찾고, 제주도 관광정책 등에도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바가지요금 논란이 장기화할 땐 정기적으로 가격 동향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문대환 제주도관광협회 기획조사실장은 "언론 등에 비치는 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다수 선량한 업장이 아니라, 바가지를 씌우는 일부 업체"라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이 같은 부정적 사례가 소비자로서는 '제주도 관광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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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은 비싸다?"

우리나라 '관광 1번지'로 손꼽히는 제주는 언젠가부터 '미운 오리'가 됐습니다. 과도하게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부터입니다.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어제(12월 22일) 기준, 천 160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만 7천여 명 줄었습니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 관광객 실태 조사'에서 여러 만족도 설문조사 항목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항목도 바로 '여행 경비'였습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제주 여행을 간 만큼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높은 물가에 반감을 느끼는 내국인 관광객들은 일본과 동남아 등 외국이나 국내 다른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제주 관광업계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받고 있을까요?


■ '바가지요금' 불명예 벗고자…첫 '가격 조사'

제주관광협회는 도내 리서치 전문 업체에 의뢰해 관광사업체 201개소를 대상으로 '2024 도내 관광사업체 실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업종별로 사업체를 무작위로 추출해, 실제 관광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에 나선 것입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이 같은 가격 조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초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비계 삼겹살', '바가지 해산물' 연타석 논란이 그 배경입니다.

문대환 제주도관광협회 기획조사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관광사업체 매출액, 고용 형태 등 전반적인 현황 조사에 그쳤다"면서 "올해는 연초부터 여러 이슈가 많다 보니, 실제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주 렌터카·전세버스·숙박 요금, 성수기의 1.5배↑"

제주도관광협회 조사 결과, 성수기에 떠나는 제주 여행 비용이 비성수기보다 최고 1.5배 높았습니다.

렌터카업 20개소 이용 요금을 분석해 보니, 중형 기준 성수기 7만 7천600원, 비성수기 5만 4천200원으로 성수기 요금이 비성수기보다 1.43배 높았습니다. 자차 접근성과 관광객 수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세버스업 20개소 이용 요금(대형 버스 기준)도 성수기가 54만 2천 원으로, 비성수기(36만 4천 원)보다 1.5배 높았습니다.


제주에서 머무는 비용도 성수기가 좀 더 높았습니다. 도내 숙박업 60개소 이용 요금은 전체적으로 성수기가 비성수기보다 1.3 배가량 많았습니다. 펜션(독채)은 성수기 요금이 비성수기 대비 1.1배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 "제주 돼지고깃집, 재료비가 전체 가격의 40%"

올해 초 비계 삼겹살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제주 외식업소 87곳에 대해서도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1인 기준 평균 가격은 횟집 2만 60원, 돼지고깃집 만 8천723원, 기타 음식점 만 7천449원, 향토음식점 만 2천733원 순이었습니다.

제주에 오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돼지고깃집에서는 실제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을까. 원가와 이윤 등을 살펴봤습니다.


조사 결과 돼지고깃집 가격 구성 비율은 재료비가 40.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인건비(21.7%), 경비(19.4%) 등을 더하면 필수 비용만 전체 가격의 80%를 넘었습니다. 이윤은 18.6%, 부가세를 제외한 순이익률은 10.5%로 산출됐습니다.

다른 외식업종 순이익률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횟집 15.1%, 기타 음식점 14%, 향토음식점 12.2% 순이었습니다. 외식업계 '고비용 구조'가 높은 관광 물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14개소 골프장의 카트피와 캐디피는 성수기와 비성수기, 주중과 주말 간 요금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는 비성수기 대비 성수기 요금이 약 1.1배 높았습니다. 도외인 요금은 도민보다 약 1.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제주 관광 개선에 활용…필요시 정기적 가격 조사도"

제주도 차원에서도 '관광 1번지'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 신뢰를 회복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이 시작됐고, 제주 여행 중 겪는 불편과 고충을 처리하는 관광불편신고센터도 올여름부터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점을 찾고, 제주도 관광정책 등에도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바가지요금 논란이 장기화할 땐 정기적으로 가격 동향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문대환 제주도관광협회 기획조사실장은 "언론 등에 비치는 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다수 선량한 업장이 아니라, 바가지를 씌우는 일부 업체"라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이 같은 부정적 사례가 소비자로서는 '제주도 관광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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