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을 주장해 온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를 차기 미 국방부의 정책차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정책차관은 미국 국방 전략 정책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인물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콜비 지명자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 및 국방 정책을 옹호하는 매우 존경받는 인사”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군사력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RSNB)
콜비 지명자는 트럼프의 '섀도 캐비넷'(그림자 내각)으로까지 불리던 트럼프 관련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트럼프의 관점과 결을 같이 한 점이 발탁의 이유로 여겨집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야 하고 그 외 지역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트럼프 진영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가 이제 미국의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된 만큼 우리로서도 그의 주장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S는 그의 백악관 입성이 미국 언론들을 통해 예상됐던 지난 5월, 콜비 지명자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주한미군에서 한미 동맹, 핵무장과 확장억제까지, 광범위한 내용에 대해 직접 들어봤습니다. 현 시점에서 곱씹어볼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소개합니다. 인터뷰는 40분 간의 콜비 지명자의 사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 (촬영=KBS)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TIME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 :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캠프를 대변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위협을 감안할 때 적절한 국방비 지출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군을 적절히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그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 당신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건 제가 말한 정확한 의미가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군비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미사일 재고 규모를 3년 동안 두 배나 확대하는 등 전례 없는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과 중국은 헤비급 선수인거고, 북한은 한국에는 심각한 위협이지만 미국에 그만큼 위협적이진 않아요. 게다가 중국도 한국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거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집중해야 하고, 한국으로서도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실제 필요합니다. 이게 주한미군 문제입니다.
▶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한미군은 북한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큰 충돌에 휘말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가공할 만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해요. 따라서 핵심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 특히 재래식 군사력 단계에서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방위비 분담금도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건가요?
▶ 일본이나 타이완과 달리 한국은 매우 강력한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갖고 있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적은 확실히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례에서 그의 주장이 실현된 바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은 중국,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위험도를 더 키워가고 있는데요.
▶ 중국을 주축으로 러시아, 이란, 북한,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 쿠바까지 포함해 미국 주도의 세계 연합에 공동으로 반대하는 연합이 형성되고 심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며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중국이 배후에 있죠. 경제적으로도 이 모든 국가들이 중국을 필요로 합니다. 과거엔 북한이 뭔가를 하면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킬 거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만일 중국이 타이완을 상대로 움직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상대로 움직여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고갈시킨 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겁니다. 이게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죠.
▷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국이 침공을 받으면 미국은 한국을 방어해야 합니다. 조약을 바꿔야 한다는 건가요?
▶ 아뇨. 제가 말하는 것도 조약의 연장선상이에요. 정확한 문구가 기억나진 않지만, 거기에 미국이 모든 군사력을 한국 방어에 투입해야 한다는 말은 없어요. 미국은 원조나 지원을 제공한다고만 나와 있죠. 이건 자살협정이 아닙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해요. 저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리석은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과의 동맹은 유지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순환배치 부대 임무 교대식 (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위협은 단순한 군사위협이 아닌 핵 위협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상식적인 거 아닌가요? 왜 비핵화 목표를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터무니없는 기대 같아요. 불합리한 전제를 근거로 정책을 만드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에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과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제 요점입니다. 저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적절히 대비해야 해요.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고요.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뭔가를 바라는 것과 현실은 다른 거죠.
▷ 그럼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 북한의 남침에 대해선 남한의 재래식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려워요. 한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위협을 인식하는 데도 비대칭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맹이지만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진 건 아니죠. 따라서 우리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 현실에 대처할 통합적 전략 태세를 마련해야 해요.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구조 때문에 한국을 보호하는 겁니다.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겁니다.
▷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비핵화가 아닌 군축이 돼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 미국의 핵심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제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한국이 여전히 위협을 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에 도전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억지력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거죠. 비핵화나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더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동맹과 동맹 구조, 그리고 궁극적으론 중국의 아시아 지배를 막고 동맹국이 스스로 방어하도록 돕는 게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거죠. 핵 비확산은 좋은 일이지만, 중국의 지배를 막기 위한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만큼 좋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핵 비확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걸 막는 데는 성공했는데, 북한과 중국엔 실패했죠. 특히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비확산 정책을 추구하는 건 우스운 거죠.
▶ 그래서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시도해봐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핵공유 같은 게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핵이 여전히 미국 무기이기 때문에 북한은 최종 해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죠.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더 나은 옵션을 찾을 수 없다면 '우호적인 핵확산'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해요. 동맹이 깨져서는 안 되니까요. 이스라엘의 핵 보유의 경우 나쁜 게 아닌, 이스라엘의 안보를 안정시키는 요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게 왜 안 되나요?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좌)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 두 정상은 이때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제시했는데요.
▶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대화가 생기고, 정부 간 새 대화 그룹이 생겼지만, 그게 뭘 바꾸진 않았잖아요. 미국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부산으로 보냈죠. 그게 뭔가요.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한 거예요. 그 잠수함은 원래 숨겨져 있어야 하는 거죠. 북한이 우리가 거기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산에서 그걸 드러내놓고 보여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문제는 그게 아니죠. 문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거예요.
▷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도 주로 경제적 조치를 통한 압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당신은 군사적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왜인가요?
▶ 경제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러시아에 대해 전혀 효과가 없었죠. 그런데 중국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실효성도 없고, 중국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제재를 감수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예요.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국방 예산은 늘리지 않고 있고,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수많은 무기와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치 너무 많은 대출을 해준 회사 같아서 그 대가를 치르는 나라는 한국 같은 나라가 될 거예요. 당신을 방어하겠다고 말만 했지, 그걸 뒷받침할 자산은 없는 거죠.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는 거죠.
▶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튀어나온다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부분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을 우리의 힘을 키움으로써 좁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과의 동맹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이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75년간 강력한 군대와 징병제를 유지해왔지만, 타이완은 정말 걱정됩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 중 하나고, 어쩌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죠. 타이완의 거의 100배 크기이고 타이완을 놓고 미국과 대결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2월, 타이완 최전방 도서 진먼섬 해변에 설치된 상륙 방지용 바리케이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타이완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타이완 해협에서 중국이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 특히 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타이완 분쟁에 대한 개입보다) 북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주로 육군과 공군이고, 타이완해협까지 항해할 대규모 해군까지는 없습니다.
▶ 따라서 한국이 정치적 의미에서 (분쟁 시 타이완을) 지원하는 건 중요하지만, 실제 타이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할 가장 중요한 건 선을 지키는 겁니다. 왜냐면 중국이 미국과 일본 등에 대항해 타이완을 둘러싼 전쟁에서 움직일 준비가 돼 있을 때 김정은도 남한을 향해 움직이도록 유도할 거라고 가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이 선을 지키고 이 연합에 의한 다중 전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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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바꾸자던 그가 왔다…미 국방차관 지명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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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24 09:49: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을 주장해 온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를 차기 미 국방부의 정책차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정책차관은 미국 국방 전략 정책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인물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콜비 지명자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 외교 및 국방 정책을 옹호하는 매우 존경받는 인사”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군사력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콜비 지명자는 트럼프의 '섀도 캐비넷'(그림자 내각)으로까지 불리던 트럼프 관련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트럼프의 관점과 결을 같이 한 점이 발탁의 이유로 여겨집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야 하고 그 외 지역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트럼프 진영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가 이제 미국의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된 만큼 우리로서도 그의 주장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S는 그의 백악관 입성이 미국 언론들을 통해 예상됐던 지난 5월, 콜비 지명자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주한미군에서 한미 동맹, 핵무장과 확장억제까지, 광범위한 내용에 대해 직접 들어봤습니다. 현 시점에서 곱씹어볼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소개합니다. 인터뷰는 40분 간의 콜비 지명자의 사무실에서 이뤄졌습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TIME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 :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캠프를 대변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위협을 감안할 때 적절한 국방비 지출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군을 적절히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그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 당신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건 제가 말한 정확한 의미가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군비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미사일 재고 규모를 3년 동안 두 배나 확대하는 등 전례 없는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과 중국은 헤비급 선수인거고, 북한은 한국에는 심각한 위협이지만 미국에 그만큼 위협적이진 않아요. 게다가 중국도 한국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거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집중해야 하고, 한국으로서도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실제 필요합니다. 이게 주한미군 문제입니다.
▶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한미군은 북한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큰 충돌에 휘말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가공할 만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해요. 따라서 핵심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 특히 재래식 군사력 단계에서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방위비 분담금도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건가요?
▶ 일본이나 타이완과 달리 한국은 매우 강력한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갖고 있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적은 확실히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례에서 그의 주장이 실현된 바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은 중국,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위험도를 더 키워가고 있는데요.
▶ 중국을 주축으로 러시아, 이란, 북한,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 쿠바까지 포함해 미국 주도의 세계 연합에 공동으로 반대하는 연합이 형성되고 심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며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중국이 배후에 있죠. 경제적으로도 이 모든 국가들이 중국을 필요로 합니다. 과거엔 북한이 뭔가를 하면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킬 거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만일 중국이 타이완을 상대로 움직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상대로 움직여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고갈시킨 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겁니다. 이게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죠.
▷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국이 침공을 받으면 미국은 한국을 방어해야 합니다. 조약을 바꿔야 한다는 건가요?
▶ 아뇨. 제가 말하는 것도 조약의 연장선상이에요. 정확한 문구가 기억나진 않지만, 거기에 미국이 모든 군사력을 한국 방어에 투입해야 한다는 말은 없어요. 미국은 원조나 지원을 제공한다고만 나와 있죠. 이건 자살협정이 아닙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해요. 저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리석은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과의 동맹은 유지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 북한의 위협은 단순한 군사위협이 아닌 핵 위협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상식적인 거 아닌가요? 왜 비핵화 목표를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터무니없는 기대 같아요. 불합리한 전제를 근거로 정책을 만드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에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과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제 요점입니다. 저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적절히 대비해야 해요. 환상의 나라에 살지 말고요.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뭔가를 바라는 것과 현실은 다른 거죠.
▷ 그럼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 북한의 남침에 대해선 남한의 재래식 방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려워요. 한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위협을 인식하는 데도 비대칭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맹이지만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진 건 아니죠. 따라서 우리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그 현실에 대처할 통합적 전략 태세를 마련해야 해요.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구조 때문에 한국을 보호하는 겁니다. 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겁니다.
▷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비핵화가 아닌 군축이 돼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 미국의 핵심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제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한국이 여전히 위협을 받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에 도전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타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억지력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거죠. 비핵화나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더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동맹과 동맹 구조, 그리고 궁극적으론 중국의 아시아 지배를 막고 동맹국이 스스로 방어하도록 돕는 게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거죠. 핵 비확산은 좋은 일이지만, 중국의 지배를 막기 위한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만큼 좋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핵 비확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걸 막는 데는 성공했는데, 북한과 중국엔 실패했죠. 특히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비확산 정책을 추구하는 건 우스운 거죠.
▶ 그래서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시도해봐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핵공유 같은 게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핵이 여전히 미국 무기이기 때문에 북한은 최종 해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죠.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더 나은 옵션을 찾을 수 없다면 '우호적인 핵확산'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해요. 동맹이 깨져서는 안 되니까요. 이스라엘의 핵 보유의 경우 나쁜 게 아닌, 이스라엘의 안보를 안정시키는 요소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게 왜 안 되나요?
▷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제시했는데요.
▶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대화가 생기고, 정부 간 새 대화 그룹이 생겼지만, 그게 뭘 바꾸진 않았잖아요. 미국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부산으로 보냈죠. 그게 뭔가요.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한 거예요. 그 잠수함은 원래 숨겨져 있어야 하는 거죠. 북한이 우리가 거기 핵무기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부산에서 그걸 드러내놓고 보여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문제는 그게 아니죠. 문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거예요.
▷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서도 주로 경제적 조치를 통한 압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당신은 군사적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왜인가요?
▶ 경제 제재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러시아에 대해 전혀 효과가 없었죠. 그런데 중국에 대해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실효성도 없고, 중국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제재를 감수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예요.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에 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국방 예산은 늘리지 않고 있고, 아시아가 아닌 유럽으로 수많은 무기와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치 너무 많은 대출을 해준 회사 같아서 그 대가를 치르는 나라는 한국 같은 나라가 될 거예요. 당신을 방어하겠다고 말만 했지, 그걸 뒷받침할 자산은 없는 거죠.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 바라고 있는 거죠.
▶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튀어나온다면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부분적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을 우리의 힘을 키움으로써 좁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과의 동맹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이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75년간 강력한 군대와 징병제를 유지해왔지만, 타이완은 정말 걱정됩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 중 하나고, 어쩌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죠. 타이완의 거의 100배 크기이고 타이완을 놓고 미국과 대결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며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 타이완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타이완 해협에서 중국이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 특히 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타이완 분쟁에 대한 개입보다) 북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주로 육군과 공군이고, 타이완해협까지 항해할 대규모 해군까지는 없습니다.
▶ 따라서 한국이 정치적 의미에서 (분쟁 시 타이완을) 지원하는 건 중요하지만, 실제 타이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할 가장 중요한 건 선을 지키는 겁니다. 왜냐면 중국이 미국과 일본 등에 대항해 타이완을 둘러싼 전쟁에서 움직일 준비가 돼 있을 때 김정은도 남한을 향해 움직이도록 유도할 거라고 가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이 선을 지키고 이 연합에 의한 다중 전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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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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