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시리아 ‘10만 명 암매장’…“실종자 애타게 기다려요”

입력 2024.12.24 (15:27) 수정 2024.12.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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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전 대통령 집권 기간에 살해당한 민간인들을 집단 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50년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은 새로운 정부 구성에 착수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 고문과 살해 의혹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번에 집단 암매장지가 여러 곳 발견됐죠?

[기자]

유엔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시리아에서 3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적어도 10만 명 이상이 묻힌 집단 암매장지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아이만 칼일/무덤 경비원 : "사람들이 와서 무덤을 파고, 5~6명을 넣고, 덮어 버렸습니다. 이쪽과 저쪽에서도 그렇게 했습니다. 냉동 트럭으로 옮길 때는 저쪽 큰 구덩이로 가져왔습니다."]

국제실종자위원회는 시리아에 이 같은 집단 매장지가 예순 곳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만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1년 아사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처음 일어난 곳인 시리아 남부 다라 지방에서도 집단 암매장지가 발견됐는데요.

암매장된 시신 가운데 일부는 총에 맞은 상처가 있거나 눈이 가려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모하마드 가잘레/마을 주민 : "세드나야나 아드라 같은 감옥에서 친척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앵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그동안 실종됐던 사람들의 생사가 확인되고 있는데, 시리아 참상을 알려왔던 인권 운동가도 결국 숨진 채 발견됐죠?

[기자]

한때 시리아에서 탈출해 아사드 정권의 잔혹상을 폭로했던 인권운동가 마젠 알하마다가 세드나야 감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하마다는 2011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감옥에서 2년 넘게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는데요.

하마다는 2014년 네덜란드로 탈출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아사드 정권의 참상을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세계 각국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0년 이후 하마다는 시리아로 다시 돌아왔는데,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국 가디언은 반군이 수감자들을 석방하기 직전에 하마다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하마다 장례식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운구행렬이 길게 이어졌는데 시민들은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를 비난하며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앵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데요.

실종자들을 찾고 있는 가족들은 여전히 많은데, 실종자 추적도 이어지고 있죠?

[기자]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전복한 이후 시리아 감옥에서 수천 명의 수감자가 풀려났지만 이들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한 가족들은 애타게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반군 정부와 자원봉사자들은 실종자 흔적을 찾기 위해 비밀 감옥 등을 수색하고 문서들을 찾아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하 비밀 감옥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시설들의 모습도 드러났는데요.

비공식적인 시설들은 이곳에 수감돼 있다가 풀려난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공개되고 있습니다.

다마스쿠스 거리에는 실종자를 찾는 포스터가 빽빽하게 붙어 있습니다.

정권에 비협조적이었던 정치인이나 언론인, 외신기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구금됐다고 하는데요.

[아미나/실종자 가족 : "하루 종일 이 사진들 앞에서 보내고 있어요. (실종된 아들이) 누군가와 접촉해서, 그 누군가가 그를 보고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을 신의 손에 맡겼습니다."]

[앵커]

아사드 정군을 무너뜨린 반군은 과도 정부를 수립하고 내각 구성에 들어갔는데요.

시리아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건가요?

[기자]

시리아 과도정부는 임시 총리에 이어 국방, 외교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또, 반군을 지원해 왔던 튀르키예가 가장 먼저 대사관을 열었고, 카타르도 13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는데요.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반군 HTS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는 군복 대신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외국 사절들을 맞았습니다.

알샤라는 시리아에서 어떤 종파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밝혔는데요.

또, 시리아의 무장 세력들이 해체를 선언하고 군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모든 무기는 국가가 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였던 이란은 아직 새로운 정부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요.

시리아의 경제 재건은 미국의 제재 해제에 달려 있는데 미국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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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4 15:27:52
    • 수정2024-12-24 15: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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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아사드 전 대통령 집권 기간에 살해당한 민간인들을 집단 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50년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시리아 반군은 새로운 정부 구성에 착수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 고문과 살해 의혹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번에 집단 암매장지가 여러 곳 발견됐죠?

[기자]

유엔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시리아에서 3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적어도 10만 명 이상이 묻힌 집단 암매장지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아이만 칼일/무덤 경비원 : "사람들이 와서 무덤을 파고, 5~6명을 넣고, 덮어 버렸습니다. 이쪽과 저쪽에서도 그렇게 했습니다. 냉동 트럭으로 옮길 때는 저쪽 큰 구덩이로 가져왔습니다."]

국제실종자위원회는 시리아에 이 같은 집단 매장지가 예순 곳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만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1년 아사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처음 일어난 곳인 시리아 남부 다라 지방에서도 집단 암매장지가 발견됐는데요.

암매장된 시신 가운데 일부는 총에 맞은 상처가 있거나 눈이 가려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모하마드 가잘레/마을 주민 : "세드나야나 아드라 같은 감옥에서 친척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앵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그동안 실종됐던 사람들의 생사가 확인되고 있는데, 시리아 참상을 알려왔던 인권 운동가도 결국 숨진 채 발견됐죠?

[기자]

한때 시리아에서 탈출해 아사드 정권의 잔혹상을 폭로했던 인권운동가 마젠 알하마다가 세드나야 감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하마다는 2011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감옥에서 2년 넘게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는데요.

하마다는 2014년 네덜란드로 탈출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아사드 정권의 참상을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세계 각국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0년 이후 하마다는 시리아로 다시 돌아왔는데,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국 가디언은 반군이 수감자들을 석방하기 직전에 하마다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하마다 장례식에는 시민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운구행렬이 길게 이어졌는데 시민들은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를 비난하며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앵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데요.

실종자들을 찾고 있는 가족들은 여전히 많은데, 실종자 추적도 이어지고 있죠?

[기자]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전복한 이후 시리아 감옥에서 수천 명의 수감자가 풀려났지만 이들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한 가족들은 애타게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반군 정부와 자원봉사자들은 실종자 흔적을 찾기 위해 비밀 감옥 등을 수색하고 문서들을 찾아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하 비밀 감옥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시설들의 모습도 드러났는데요.

비공식적인 시설들은 이곳에 수감돼 있다가 풀려난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공개되고 있습니다.

다마스쿠스 거리에는 실종자를 찾는 포스터가 빽빽하게 붙어 있습니다.

정권에 비협조적이었던 정치인이나 언론인, 외신기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구금됐다고 하는데요.

[아미나/실종자 가족 : "하루 종일 이 사진들 앞에서 보내고 있어요. (실종된 아들이) 누군가와 접촉해서, 그 누군가가 그를 보고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을 신의 손에 맡겼습니다."]

[앵커]

아사드 정군을 무너뜨린 반군은 과도 정부를 수립하고 내각 구성에 들어갔는데요.

시리아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건가요?

[기자]

시리아 과도정부는 임시 총리에 이어 국방, 외교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또, 반군을 지원해 왔던 튀르키예가 가장 먼저 대사관을 열었고, 카타르도 13년 만에 대사관을 다시 열었는데요.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반군 HTS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는 군복 대신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외국 사절들을 맞았습니다.

알샤라는 시리아에서 어떤 종파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밝혔는데요.

또, 시리아의 무장 세력들이 해체를 선언하고 군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모든 무기는 국가가 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였던 이란은 아직 새로운 정부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요.

시리아의 경제 재건은 미국의 제재 해제에 달려 있는데 미국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소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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