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착’ 노리는 호주…지방정부도 이민비자

입력 2024.12.26 (19:45) 수정 2024.12.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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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구 감소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KBS 창원의 연중 기획 순섭니다.

저출생과 소멸 위기인 지방의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닙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계에서 여섯 번째 큰 나라, 호주는 오래전부터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이민 비자를 통해 인구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어떤 효과가 있는지, 최세진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에서 120km 떨어진 선샤인 코스트.

콜롬비아 출신 데이비드 씨는 이곳에 정착한 지 2년째입니다.

건축 학교에 다니는 데이비드 씨는 학생 비자를 가지고도 2주에 48시간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씨가 시드니에서 이곳으로 이사한 것은 학업이 끝난 뒤 비자를 받을 때 대도시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로드리게스/호주 이민 6년 차 : "호주에서 목수는 아주 촉망받는 직업입니다. 또 목수는 지금 내 직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겁니다."]

1945년 2차 대전 이후 이민 정책을 적극 도입한 호주.

전체 인구의 약 1/3인 29%가 이민자입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이민자인 2세대를 포함하면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이들 이민자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만든 호주의 '외곽지역 후원 비자'.

어느덧 30년 가까이 됐습니다.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에서 발급하는 이 비자는 해당 지역에서 3년 정도 거주한 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제돕니다.

다른 비자보다 영어 수준이나 소득 등 문턱이 낮아, 이민자들이 더 선호합니다.

실제, 이 프로그램 이후 호주에선 이민자들이 대도시인 시드니에 정착하는 비율이 줄었습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를 찾는 이민자가 는 것입니다.

지역 학교를 졸업하면 추가 점수가 있기 때문에, 중소도시의 대학이나 학교에서도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까지 이뤄졌습니다.

[리카르도 노바이스/리버티 건축 대학 대표 : "우리는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옵니다. 34개국에서 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영어가 중요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문화 환경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언어에 대해 매우 수용적입니다."]

서호주 퍼스에서 차로 6시간 떨어진 광산 도시 칼굴리.

130년 전 첫 금광이 발견된 이후, 칼굴리는 호주 광산업의 중심지입니다.

칼굴리 시에는 약 3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25~30%가 광산업이나 이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600km나 떨어진 외딴곳이다 보니,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칼굴리 시는 '지정 지역 이민 협정, DAMA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호주 6개 주에서 도입한 이 비자 프로그램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지역과 특정 직업군에게 비자 문턱을 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지인들로 채울 수 없는 중소도시 일자리를 이민자들로 채워,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 밀집을 막고, 인구 분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글렌 윌슨/칼굴리-보울더 시장 :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DAMA 프로그램은 칼굴리 시에 매우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필요한 직종과 일자리는 주정부가 선택합니다.

관광업이 발달한 지역은 바리스타나 요리사, 광산 도시는 광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식입니다.

[안드라 웹/칼굴리 어린이집 원장 : 어린이집 교사를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어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육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DAMA 프로그램이 생겼을 때 이건 기회였어요. 우리가 구직자를 찾는 대신, 구직자들이 우리를 찾아왔으니까요."]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중소도시로 온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취득한 뒤, 대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일자리가 많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것은 호주도 마찬가지.

중소도시로 온 이민자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로 꼽힙니다.

[오드 버나드/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교수/인구 지리학 박사 : "자녀와 함께 이주한 이민자들이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사를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같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밀집된 지역도 이민자들의 정착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곳은 문화적 지원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접근성이 좋고 일자리 선택의 폭도 넓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더 많은 선택권과 우선권을 주도록 도입한 호주의 지역 이민 프로그램, 인구 감소 대책으로 이민 유입 방안을 모색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최세진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그래픽:김신아·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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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정착’ 노리는 호주…지방정부도 이민비자
    • 입력 2024-12-26 19:45:23
    • 수정2024-12-26 20:17:01
    뉴스7(창원)
[앵커]

인구 감소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KBS 창원의 연중 기획 순섭니다.

저출생과 소멸 위기인 지방의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닙니다.

남반구에 위치한 세계에서 여섯 번째 큰 나라, 호주는 오래전부터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이민 비자를 통해 인구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어떤 효과가 있는지, 최세진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에서 120km 떨어진 선샤인 코스트.

콜롬비아 출신 데이비드 씨는 이곳에 정착한 지 2년째입니다.

건축 학교에 다니는 데이비드 씨는 학생 비자를 가지고도 2주에 48시간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씨가 시드니에서 이곳으로 이사한 것은 학업이 끝난 뒤 비자를 받을 때 대도시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로드리게스/호주 이민 6년 차 : "호주에서 목수는 아주 촉망받는 직업입니다. 또 목수는 지금 내 직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겁니다."]

1945년 2차 대전 이후 이민 정책을 적극 도입한 호주.

전체 인구의 약 1/3인 29%가 이민자입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이민자인 2세대를 포함하면 절반 가까이나 됩니다.

이들 이민자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만든 호주의 '외곽지역 후원 비자'.

어느덧 30년 가까이 됐습니다.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에서 발급하는 이 비자는 해당 지역에서 3년 정도 거주한 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제돕니다.

다른 비자보다 영어 수준이나 소득 등 문턱이 낮아, 이민자들이 더 선호합니다.

실제, 이 프로그램 이후 호주에선 이민자들이 대도시인 시드니에 정착하는 비율이 줄었습니다.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를 찾는 이민자가 는 것입니다.

지역 학교를 졸업하면 추가 점수가 있기 때문에, 중소도시의 대학이나 학교에서도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까지 이뤄졌습니다.

[리카르도 노바이스/리버티 건축 대학 대표 : "우리는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옵니다. 34개국에서 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영어가 중요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문화 환경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언어에 대해 매우 수용적입니다."]

서호주 퍼스에서 차로 6시간 떨어진 광산 도시 칼굴리.

130년 전 첫 금광이 발견된 이후, 칼굴리는 호주 광산업의 중심지입니다.

칼굴리 시에는 약 3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25~30%가 광산업이나 이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600km나 떨어진 외딴곳이다 보니,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칼굴리 시는 '지정 지역 이민 협정, DAMA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호주 6개 주에서 도입한 이 비자 프로그램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지역과 특정 직업군에게 비자 문턱을 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지인들로 채울 수 없는 중소도시 일자리를 이민자들로 채워,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 밀집을 막고, 인구 분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글렌 윌슨/칼굴리-보울더 시장 :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DAMA 프로그램은 칼굴리 시에 매우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필요한 직종과 일자리는 주정부가 선택합니다.

관광업이 발달한 지역은 바리스타나 요리사, 광산 도시는 광산업 종사자를 구하는 식입니다.

[안드라 웹/칼굴리 어린이집 원장 : 어린이집 교사를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어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육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DAMA 프로그램이 생겼을 때 이건 기회였어요. 우리가 구직자를 찾는 대신, 구직자들이 우리를 찾아왔으니까요."]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중소도시로 온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취득한 뒤, 대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일자리가 많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것은 호주도 마찬가지.

중소도시로 온 이민자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로 꼽힙니다.

[오드 버나드/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교수/인구 지리학 박사 : "자녀와 함께 이주한 이민자들이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이사를 꺼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같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밀집된 지역도 이민자들의 정착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곳은 문화적 지원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접근성이 좋고 일자리 선택의 폭도 넓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더 많은 선택권과 우선권을 주도록 도입한 호주의 지역 이민 프로그램, 인구 감소 대책으로 이민 유입 방안을 모색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최세진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그래픽:김신아·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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