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 명 사망’ 인도양 지진해일 20년…지금은?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12.28 (09:00)
수정 2024.12.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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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 2004년 지진해일 당시 육지에 떠내려온 경비정들이 지금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출처 : AFP)
■ 20년 전 그날…비극이 된 크리스마스 휴가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동남아 국가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입니다.
트리를 만들고, 선물을 주고받고, 주민들에게도 1년 중 며칠 안 되는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색다른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최고의 휴양지들을 찾은 관광객들은 더욱 설레었을 겁니다.
25일 크리스마스 축제를 한껏 즐긴 관광객들과 주민들.
그다음 날이 악몽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2004년 12월 24일 현지 시각 오전 8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반다아체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
바다는 최고 높이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최대 시속 800킬로미터의 속도로
이동하며 해안가를 덮쳤습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양에 접한 10여 개 나라의
해안 도시들이 초토화됐습니다.
사망 226,408명(한국인 18명 포함)
실종 5만여 명
이재민 150만 명(EM-DAT.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
태국 푸켓 빠통 해변에서 열린 ‘인도양 지진해일 20년’ 추모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빠통시)
■ 20년 후 그날…"엊그제 일 같은데"
2024년 12월 26일.
당시 피해를 입은 각 나라에서는 추모 행사들이 잇따랐습니다.
16만 5천여 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최대 피해 지역인 반다아체에선 20년 전 지진 발생 시간에 맞춰 시 전역에 3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반다아체 도심의 바이투라흐만 그랜드 모스크에선 대규모 추모 기도회가 열렸고, 유족들은 희생자 만 4천여 명이 묻힌 울레 루에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5천 4백여 명이 숨진 태국 푸껫에선 빠똥 해변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고, 촛불 추모 행사도 열렸습니다.
당시 4살 딸을 잃은 올해 62살의 우라이 시리숙 씨도 추모의 벽을 찾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방콕포스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파도가 딸을 빼앗아 갔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로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는 그녀, "지금도 바다 근처에 갈 수 없고, 모래 위에 발을 디딜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바이투라흐만 그랜드 모스크에 설치된 조형물. 참사 당시 도왔던 나라들의 국기가 붙어 있고, 어린이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
■ 20년 전의 반성…"아무것도 몰랐다"
동남아 피해국가들 뿐 아니라 세계 주요 외신들도 20년 전 참사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며 당시 상황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외신들과 주요 전문가들이 꼽은 당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거대 지진해일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진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데이터를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 지 몰랐다."며 정보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진해일의 위험성은 태평양 연안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었지 인도양에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거의 없었고, 지진과 지진해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도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지진해일정보센터의 로라 콩 센터장은 "기반이 없었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We were blind)"고 회고했습니다.
■ 20년 후, "위대한 진보"…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일단 지난 20년 동안 지진해일 대비 시스템의 발전을 "위대한 진보(Great strides)"라고 규정했습니다. 지진해일 모니터링과 재난 예측 등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는 거죠.
특히 국가 간 정보 전달 체계는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우리 기상청도 자체 감지·분석 정보와 함께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진 감지 상황, 지진 해일 가능성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지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2004년 참사 뒤 7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그 기간 전 세계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대비책을 마련했는데도 지진 대비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일본에서 또 다른 참사를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진해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쓰나미'로 통용되는 거대 해일은 지진 뿐 아니라 산사태와 화산, 유성 충돌 등 원인도 다양할 수 있고, 지역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23만 명에 이르는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2004년 대참사는 인도양에서 발생했죠,
하지만 1900년부터 2015년까지 지진해일의 78%는 태평양에서 발생했고, 단 5%만이 인도양이었다는 점(미국 국립해양대기청)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 인도네시아 매체에 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15년 이내에 모든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 20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합니다.
이미 전국의 29곳을 예비 부지로 선정했다고도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활화산만 120개가 넘고,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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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만 명 사망’ 인도양 지진해일 20년…지금은?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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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28 09:00:26
- 수정2024-12-28 10:12:40
■ 20년 전 그날…비극이 된 크리스마스 휴가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동남아 국가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입니다.
트리를 만들고, 선물을 주고받고, 주민들에게도 1년 중 며칠 안 되는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색다른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최고의 휴양지들을 찾은 관광객들은 더욱 설레었을 겁니다.
25일 크리스마스 축제를 한껏 즐긴 관광객들과 주민들.
그다음 날이 악몽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2004년 12월 24일 현지 시각 오전 8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의 반다아체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
바다는 최고 높이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최대 시속 800킬로미터의 속도로
이동하며 해안가를 덮쳤습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양에 접한 10여 개 나라의
해안 도시들이 초토화됐습니다.
사망 226,408명(한국인 18명 포함)
실종 5만여 명
이재민 150만 명(EM-DAT.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
■ 20년 후 그날…"엊그제 일 같은데"
2024년 12월 26일.
당시 피해를 입은 각 나라에서는 추모 행사들이 잇따랐습니다.
16만 5천여 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최대 피해 지역인 반다아체에선 20년 전 지진 발생 시간에 맞춰 시 전역에 3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반다아체 도심의 바이투라흐만 그랜드 모스크에선 대규모 추모 기도회가 열렸고, 유족들은 희생자 만 4천여 명이 묻힌 울레 루에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5천 4백여 명이 숨진 태국 푸껫에선 빠똥 해변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고, 촛불 추모 행사도 열렸습니다.
당시 4살 딸을 잃은 올해 62살의 우라이 시리숙 씨도 추모의 벽을 찾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방콕포스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파도가 딸을 빼앗아 갔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로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는 그녀, "지금도 바다 근처에 갈 수 없고, 모래 위에 발을 디딜 수도 없다"고 합니다.
■ 20년 전의 반성…"아무것도 몰랐다"
동남아 피해국가들 뿐 아니라 세계 주요 외신들도 20년 전 참사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며 당시 상황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외신들과 주요 전문가들이 꼽은 당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거대 지진해일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진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데이터를 누구에게 보고해야 할 지 몰랐다."며 정보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진해일의 위험성은 태평양 연안 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었지 인도양에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거의 없었고, 지진과 지진해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모델도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지진해일정보센터의 로라 콩 센터장은 "기반이 없었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We were blind)"고 회고했습니다.
■ 20년 후, "위대한 진보"…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일단 지난 20년 동안 지진해일 대비 시스템의 발전을 "위대한 진보(Great strides)"라고 규정했습니다. 지진해일 모니터링과 재난 예측 등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는 거죠.
특히 국가 간 정보 전달 체계는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우리 기상청도 자체 감지·분석 정보와 함께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진 감지 상황, 지진 해일 가능성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지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2004년 참사 뒤 7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그 기간 전 세계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대비책을 마련했는데도 지진 대비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일본에서 또 다른 참사를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진해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쓰나미'로 통용되는 거대 해일은 지진 뿐 아니라 산사태와 화산, 유성 충돌 등 원인도 다양할 수 있고, 지역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23만 명에 이르는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2004년 대참사는 인도양에서 발생했죠,
하지만 1900년부터 2015년까지 지진해일의 78%는 태평양에서 발생했고, 단 5%만이 인도양이었다는 점(미국 국립해양대기청)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 인도네시아 매체에 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15년 이내에 모든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 20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합니다.
이미 전국의 29곳을 예비 부지로 선정했다고도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활화산만 120개가 넘고,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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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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