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동은] 이스라엘 ‘참수’ 예고에 후티 반군은 ‘잠수’

입력 2024.12.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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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미사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타격, 2024년 12월 21일후티 반군 미사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타격, 2024년 12월 21일

지난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한 공원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아이언돔을 비롯해 3중 방어시스템을 운용 중인 이스라엘 본토 텔아비브에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군 수뇌부는 본토 공격에 분노했습니다. 이스라엘군 집계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1년간 미사일 공격 200회 이상, 드론 공격 170회 이상을 감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하마스와의 연대를 선언하고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겁니다.

특히 지난 14일 이후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 공격 5회, 최소 5회 이상의 드론 공격을 퍼붓는 등 사실상 거의 매일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골란고원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우측 첫번째)와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좌측 첫번째), 2024년 12월 8일골란고원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우측 첫번째)와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좌측 첫번째), 2024년 12월 8일

■ 이스라엘 수뇌부, 후티 지도부 '참수' 천명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후티 반군 세력을 겨냥해 “우리는 강하게 공격할 것이고, 반군 지도부를 참수할 것”이라며, 반군 지도부 섬멸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카츠 장관은 “우리가 테헤란과 가자, 레바논에서 하니예와 신와르(하마스 최고지도자), 나스랄라(헤즈볼라 수장)에게 했던 것처럼 후티 본거지인 사나와 호데이다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후티 반군 지도부에 대한 참수를 예고했습니다.

국방장관의 참수 예고 사흘 뒤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나서 후티 반군을 정조준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악의 축' 관련 테러리스트 조직을 뿌리뽑기로 결심했다”며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예멘 후티 반군

■ 후티 지도부, 회의 불참하고 통신 방법 변경

이스라엘 수뇌부의 참수 예고 직후 후티 반군 지도부가 정례 회의에서 자취를 감추고, 기존 통신 방식을 변경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후티 반군이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격 강도가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과거 공습이 있었던 사나와 호데이다항에 있는 자산을 다른 은닉처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랍권 매체는 반군 정보부가 주민들에게 “전화 또는 SNS를 통해 이스라엘 또는 미국이 공격했던 장소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라. 적의 공격 목표 선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다면 한다’…하마스·헤즈볼라 수장 암살 끝내 성공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은 이스라엘과 싸우는 세력에게 공포 그 자체입니다. 가자지구에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땅굴에서 은신하다 결국 탱크 포격에 숨진 하마스 최고지도자 신와르,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하니예, 자신의 거점인 베이루트 근교 다히예에서 건물을 뚫고 지하로 침투한 벙커버스터에 당한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까지 이스라엘의 지도부 참수 작전은 끝내 성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참수 경고 전에도 외부 노출을 기피하며, 비밀 장소에 머물러온 후티 반군 지도부가 ‘잠수’를 탄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후티 반군의 실질적인 수장은 압둘 말리크 알후티입니다. 그는 이념적 영도력, 군사적 리더쉽을 발휘하며, 반군 세력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후티는 외부 접촉을 극도로 꺼리며,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명목상의 수장은 최고정치위원회의 의장 마흐디 알마샤트입니다. 국제사회 및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후티를 대변합니다.

이스라엘군 공습 받은 예멘 반군 거점 호데이다항, 2024년 12월 26일 (알 마야딘 / X)이스라엘군 공습 받은 예멘 반군 거점 호데이다항, 2024년 12월 26일 (알 마야딘 / X)

■하마스·헤즈볼라 사실상 붕괴...후티 반군 정조준

최근 이스라엘의 강공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사실상 조직 와해 수준에 접어들어 이스라엘군 병력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도 강경 대응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6일에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 공항을 폭격하고, 거점인 호데이다 항구, 그리고 서부 해안을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는 밝혔습니다.

후티 반군을 향해 이스라엘이 어떤 공격을 펼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예멘 사나는 직선거리로 2,000~2,200km에 달할 정도로 장거립니다. 압도적인 공군력을 이용한다 해도 공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 격퇴에 필요한 수준으로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24일 국가비상사태를 1년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후티 반군도 하마스, 헤즈볼라, 아사드 정권 등이 배운 것을 배울 것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교훈은 중동 전역에서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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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중동은] 이스라엘 ‘참수’ 예고에 후티 반군은 ‘잠수’
    • 입력 2024-12-30 06:54:27
    국제
후티 반군 미사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타격, 2024년 12월 21일
지난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남부 한 공원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아이언돔을 비롯해 3중 방어시스템을 운용 중인 이스라엘 본토 텔아비브에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군 수뇌부는 본토 공격에 분노했습니다. 이스라엘군 집계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1년간 미사일 공격 200회 이상, 드론 공격 170회 이상을 감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하마스와의 연대를 선언하고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겁니다.

특히 지난 14일 이후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 공격 5회, 최소 5회 이상의 드론 공격을 퍼붓는 등 사실상 거의 매일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골란고원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우측 첫번째)와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좌측 첫번째), 2024년 12월 8일
■ 이스라엘 수뇌부, 후티 지도부 '참수' 천명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후티 반군 세력을 겨냥해 “우리는 강하게 공격할 것이고, 반군 지도부를 참수할 것”이라며, 반군 지도부 섬멸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카츠 장관은 “우리가 테헤란과 가자, 레바논에서 하니예와 신와르(하마스 최고지도자), 나스랄라(헤즈볼라 수장)에게 했던 것처럼 후티 본거지인 사나와 호데이다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후티 반군 지도부에 대한 참수를 예고했습니다.

국방장관의 참수 예고 사흘 뒤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나서 후티 반군을 정조준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악의 축' 관련 테러리스트 조직을 뿌리뽑기로 결심했다”며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
■ 후티 지도부, 회의 불참하고 통신 방법 변경

이스라엘 수뇌부의 참수 예고 직후 후티 반군 지도부가 정례 회의에서 자취를 감추고, 기존 통신 방식을 변경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은 “후티 반군이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격 강도가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과거 공습이 있었던 사나와 호데이다항에 있는 자산을 다른 은닉처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랍권 매체는 반군 정보부가 주민들에게 “전화 또는 SNS를 통해 이스라엘 또는 미국이 공격했던 장소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라. 적의 공격 목표 선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다면 한다’…하마스·헤즈볼라 수장 암살 끝내 성공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은 이스라엘과 싸우는 세력에게 공포 그 자체입니다. 가자지구에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땅굴에서 은신하다 결국 탱크 포격에 숨진 하마스 최고지도자 신와르,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하니예, 자신의 거점인 베이루트 근교 다히예에서 건물을 뚫고 지하로 침투한 벙커버스터에 당한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까지 이스라엘의 지도부 참수 작전은 끝내 성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참수 경고 전에도 외부 노출을 기피하며, 비밀 장소에 머물러온 후티 반군 지도부가 ‘잠수’를 탄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후티 반군의 실질적인 수장은 압둘 말리크 알후티입니다. 그는 이념적 영도력, 군사적 리더쉽을 발휘하며, 반군 세력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후티는 외부 접촉을 극도로 꺼리며,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명목상의 수장은 최고정치위원회의 의장 마흐디 알마샤트입니다. 국제사회 및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후티를 대변합니다.

이스라엘군 공습 받은 예멘 반군 거점 호데이다항, 2024년 12월 26일 (알 마야딘 / X)
■하마스·헤즈볼라 사실상 붕괴...후티 반군 정조준

최근 이스라엘의 강공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사실상 조직 와해 수준에 접어들어 이스라엘군 병력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도 강경 대응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6일에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 공항을 폭격하고, 거점인 호데이다 항구, 그리고 서부 해안을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는 밝혔습니다.

후티 반군을 향해 이스라엘이 어떤 공격을 펼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예멘 사나는 직선거리로 2,000~2,200km에 달할 정도로 장거립니다. 압도적인 공군력을 이용한다 해도 공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 격퇴에 필요한 수준으로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24일 국가비상사태를 1년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후티 반군도 하마스, 헤즈볼라, 아사드 정권 등이 배운 것을 배울 것이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교훈은 중동 전역에서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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