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40회] 연말기획, '더 보다'가 또 보다
혹시 방송 나간 거 보셨어요? 봤죠. 어떠시던가요? 재밌었어요. 직장에서나 어디 출장 가거나 하면 갑자기 ‘어?’ 이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
2024년 한 해 <더 보다>가 만난 사람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여전히 고단한 현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깜빡깜빡하는 것이 아직은…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더 하면 더 하지 더 좋아지지는 않을 거예요. |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관심에서 잊히고 있으니까 많이 해결됐으리라고 생각하시는데 바뀐 거는 아무것도 없고요. |
하지만 꿋꿋하게 또 한 해를 준비합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왜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내가 의지가 꺾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
지난 2월 <더 보다> 프로그램 출발과 함께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필수/대한의사협회 회장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집행부는 총사퇴할 것이며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입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들.
하지만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박민수/보건복지부2차관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합니다.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할 것입니다. |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
전공의들 입장이 하나로 모인 걸까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환자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박장호/암 환자 아픈 게 죄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제때제때 그 시간이 생명이거든요. 그런 게 자꾸 늦춰지면 점점 몸속에 있는 암세포들이 커지거든요. |
안선영/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 수술 일정이 바로 임박하셨던 분들, 항암치료 중이었던 분들, 그리고 방사선 치료나 이런 연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분들께서는 굉장히 많이 당황하고 계시죠. 좌절하시고.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 설 시작된 의료 공백 사태는 9월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습니다.
밤 9시가 막 넘은 시각.
119구급대원들이 한 80대 환자를 의료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야간 당직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핍니다.
경증, 중증을 가리지 않고 시간당 2~3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습니다.
지난해의 2배 수준입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요새는 초기 처치와 진단을 담당하시던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이 센터급 병원에 안 계시기 때문에 그 2~3명이 하던 일을 2차 병원에 오면 저 혼자 다 해야 하거든요. 2차 병원급의 업무가 좀 많이 가중돼서 내려온 상황입니다. |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이나 더 큰 2차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충청북도 충주의료원 응급실입니다. 폐부종에 대사성 산증이 동반된 82세 남자 환자분 전원 가능할까 연락드렸습니다. 충북대도 중환자실이 없대. 네 청주 성모 해볼게요. 네 성모는 신장내과가 안 된대요. 네 효성에 해볼게. 효성병원 안 된대. 왜요? 왜 안 된대요? 거기 내과 의사 보기가 힘들 거 같대. 아주대 안 된대. 왜요? 자기네 추적 관찰 안 된 지 2년 넘었고 이쪽 권역에서 해결하라는데? 해결이 안 되는데 어떡해. |
2시간 반 동안 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린 뒤에야 120여km 떨어진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청주에 있는 큰 2차 병원들도 예전엔 여력이 되어서 잘 받아주셨는데, 요새는 이제 그쪽에도 배후 과 과장님들에게 체력 소진이 왔는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
밤 10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꼬박 10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환자 26명을 진료했습니다.
다시 찾은 충주의료원.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그게 아마 추석 전날 연휴였던 때인데요. 그때 취재해 주시는 기자님들도 같이 밤을 새우면서 모든 과정을 다 촬영하고 가셨고, 밤에 한 9시쯤 오셔서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제가 근무하는 시간을 전체적으로 다 12시간 정도 찍어가셨습니다. |
지난 3개월,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이 응급실 사태의 원인이 되는 의정 갈등이 해결된 건 아니고 레지던트, 인턴 선생님들이 돌아오신 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응급의료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고. 추석 때는 응급의료 대란이라고 해서 많이 이슈화됐다가 그때 뭔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추석 지나고 그때를 어떻게 잘 넘기고 나니까 또 관심에서 잊히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바뀐 건 없고 해결된 것도 없습니다. |
의정 갈등 발단이 된 2025년도 의대 증원은 결국 천5백 명 규모로 이루어졌고, 12월 현재 신입생 모집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전공의 대부분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탄핵 국면까지 맞으면서 의료계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해졌습니다.
일선 의료진의 피로는 매일 누적되고 있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씩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상급병원의 전원뿐만 아니라 흔히 얘기하는 '119 뺑뺑이'라고 해서, 상급병원에서 잘 받지 않다 보면 결국은 저희 병원 같은 2차 병원으로 올 수밖에 없는데 그 환자들에 대한 초기 처치라든지 중환자 진단, 바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그런 과정들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습니다. |
올 초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은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어떻게 버텨는 보지만 언제까지라고는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의대생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돌아오셔야 하는데, 제 생각에는 정부나 여야정협의체 이런 데에서 의사 쪽 주체가, 대화의 주체가 되는 게 의대생과 전공의 선생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혼자 사는 남철용 할아버지.
그는 경증 치매 환자입니다.
8개월 전, 할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치매 진단받으신 건 몇 년 전이에요? 오래됐어요. 10년 좀 넘었나 봐요. |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전화를 받으면 받을 때 그때뿐이에요. 끊고 나면 어디서 전화 왔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려요.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나고, 이제 다리 같은 데도 밑으로, 아래로 너무 아파서 왼쪽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걸어가고.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그냥 집에 있고… |
가장 슬픈 건 의지할 가족 하나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은 어떻게? 한 번 결혼 해서 한 번 실패하고 그 뒤로는 하지 않고 그냥 혼자… 자녀는 없으시죠? 자녀 없어요. 동생분이 한 분 계신다고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여동생도 나이가 80이 됐으니까… 동생도 치매고 그러니까 대화를 해도 몰라요. 오빠라고 그러면 오빠인가 보다 하고 얘기는 하지만… |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독신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나이를 먹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이 강아지들하고 같이 이렇게 의지하고 서로. 애들 없으면 못 살 거 같아요. 너무 외로워서. |
다시 만난 남철용 할아버지.
8개월 전 네 마리였던 강아지는 세 마리로 줄었습니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눈을 뜨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눈을 감기에 피곤하니까 자려는가 보다 하고 집에 와서 보니까 하늘나라에 갔더라고. 아빠 기다리느라 눈 안 감고 있다가 아빠 한번 보고 눈을 감았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가슴이 너무너무 아프더라고요. |
남은 강아지들도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돌보지 못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금방 했던 것도 금방 잊어버려요. 어디 가려고 나섰는데 '내가 어디로 가려고 저렇게 나섰지' 그러면서 가만히 서서 이제 생각나면 또 가고… 그렇게 깜빡깜빡하는 것이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더 하면 더 하지 더 좋아하지는 않을 거예요.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 노인은 올해 백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준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금 인구의 고령화 때문에 어르신 인구가 내년이면 천만 명이 되고요. 고령화에 따라서 치매 유병률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가족들과 대화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데 혼자 사시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롭고,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이 치매 증상의 이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
반년이 지나 이젠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과 만난 유진 씨.
그녀는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왜 내가 내 신분을 숨겨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그냥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이쯤 되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3년 전, 대학원에 진학하며 신촌에 머물기 시작했던 유진 씨.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연희동이니까 워낙 전경도 좋고 학교도 가깝고 친구들도 근처에 많을 테고 해서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왔죠. |
전세보증금 1억 2천5백만 원, 5평짜리 원룸이었습니다.
갓 대학교를 졸업한 23살 학생이 대출 없이 구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1억 원은 제가 카카오뱅크 대출을 했었고 나머지 2,500만 원은 어머니가 제가 박사가 끝났을 때 외국에서 잠시 연수를 하게 되면 그때 쓰라고 모아두신 비용이었어요. |
계약이 끝나갈 때쯤 문 앞에 붙어 있던 경매 통보.
평온했던 유진 씨의 일상은 뒤틀렸습니다.
집주인은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최근에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서 지금 은행 빚 상환을 못해서 그렇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제가 연락할 때마다 '다음 주엔 자금이 들어온다. 그다음 주에 자금이 들어온다.' |
계약 기간이 끝난 지 10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단수, 경매 통보를 받아보는 건 예삿일입니다.
견디다 못해 일단 짐은 놔둔 채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왔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진짜 못 살겠다, 여기 살다 정신병 걸리겠다’였어요. 집도 점점 무너지고, 1층은 잠기고 있고. 제 방에 곰팡이 피고 있어서 모든 옷에, 물건들에 다 냄새가 배고 있고. 화장실도 벽이 무너지고 있고. |
당시 연희동엔 이 씨처럼 임대인 최 모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80명 정도 더 있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의 2030 청년들입니다.
이강훈/변호사,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보증금) 이거 못 받으면 회생하거나 파산해야 하는 상황에 들어가는 분들이 많아요. 20대, 30대 초반에 파산, 회생부터 겪으면서 인생을 출발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이런 청년들한테 기운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두 계절이 지났지만 유진 씨는 끝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저희한테 선택은 지금 두 가지밖에 없어서요. 그냥 20년 동안 계속 상환을 하거나 아니면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개인회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1억 5천만 원 빚을 지고 시작하면 저는 '아마 평생 결혼을 못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게 현실적으로 좀 맞지 않나. |
취재 당시 경찰은 임대인 최 씨를 사기 혐의로, 유진 씨를 비롯한 대다수 청년 피해자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사기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중개사 김 씨는 취재진이 다시 유진 씨를 찾아온 그 순간에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유진 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진짜 신촌역 지나가다가 보면 너무 화나요. 아직도 불 켜져 있는 거 보면 너무 열받아요. 그러면 저희 말고 새로운 사람이 또 가서 계약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전 그게 더 불안하던데. |
26살에 마주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던 일.
정작 유진 씨의 목소리는 차분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이대로 삶이 유지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저도 의지가 많이 꺾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금은 '왜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내가 의지가 꺾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
이유진/26살 대학원생 돌이켜 보면 오히려 좀 긍정적으로 변화했던 한 해였던 것 같기도 해요. 상황은 부정적이었는데 많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1년 반 동안. 차라리 그래 1억으로 끝난 게 다행이지. 26살이니까 다행이지. |
올해 초 결혼 준비가 한창이었던 상훈 씨와 수민 씨.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지금 저희 둘이 만난 지는 22년 8월 29일에 만나서 1년 반 정도 됐고, 지금 결혼은 24년 가을에서 겨울, 그사이 시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을 고르는 항목 중에 여러 개가 있겠지만 그중에 제일 큰 거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큰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그때부터 결혼을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
김수민/ 29세 예비 신부 좀 실감이 나요. 스드메, 약간 웨딩 식장 이런 거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으니까 요즘 시세는 이렇구나.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2년 전보다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1.5배 이상, 1.7~8배 그 정도로 오른 것 같더라고요. 한 2, 3년 전보다. |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프러포즈했고 다행히 수락을 해줘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때 하필 이직 문제가 다 겹쳐버려서 이게 한 번 미루니까 1주, 2주가 밀린 게 아니라 3, 4개월이 훅 밀려버리더라고요. |
올해 결혼식을 올리려던 이상훈, 김수민 씨는 결혼을 조금 미루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을 옮긴 게 컸습니다.
결혼 준비 기간 마주해야 했던 현실의 벽.
이직은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기도 했습니다.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연봉도 오르고 근무 환경도 좋아지고 출퇴근 거리도 가까워지고. 전에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였으면 지금은 자율출퇴근제로 바뀌면서 어떻게 보면 결혼에 대한 준비를 한 거죠. 김수민/ 29세 예비 신부 도전의 해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되게 많이 시도해 봤거든요. 운전도 그렇고 이직도 그렇고 이사도, 서울로 이직하는 것도 그렇고. |
우리나라 신혼부부는 매년 줄다가 지난해 처음 백만 쌍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 사람은 잠시 미뤄뒀던 결혼을 다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날이랑 그런 건 아직 못 잡았고, 일단 요즘 식장 예약이 너무 힘들잖아요. 하고 싶은 날, 계절, 장소 맞춰서 하려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된다고 하니까. 일단은 예식장 먼저 잡아보고 그다음에 상견례 날짜나 이런 걸 정하려고 그렇게 얘기된 상태입니다. 지금은 서로 하나가 되는 게 제일 먼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밀렸잖아요. 이미 여기서 더 밀릴 수는 없다. |
올해 초 <더 보다> 취재진이 가장 먼저 만났던 김정화 씨.
그녀는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김정화/산모 인터뷰 제가 근종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체력적으로도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아기를 계속 못 가지고 있다가 이제 어떻게 잘 돼서 지금 이렇게' 둥둥이'가 찾아왔죠. 조금 나이가 드신 여성분들은 대부분 작은 근종 하나는 다 갖고 있거든요. 사실은 그렇게까지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근종이 빨리 컸어요. 그래서 임신이 잘 안되더라고요. 이게 10cm 조금 넘었는데 자궁 대부분… 남는 곳이 많이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서 임신이 어렵지 않겠냐고 이야기도 들었고. 혹시 기억나세요? 그 들으셨던 순간 그날? 기억나죠. 남편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
김준성/39세 예비 아빠 수술 날짜 잡고 수술하러 오고 이럴 때는 사실 되게 슬펐거든요. 일단 아내가 수술해야 하니까 많이 아프잖아요. 그리고 수술 끝나고 시험관을 준비하면서 매일 주사 맞고 병원 와서 검사하고 이런 게 좀 옆에서 보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죠. 어쨌든 저희에게 축복 같은 아이가 왔잖아요. |
김정화/진우 엄마 우선 TV에 나오니까 손발이 너무 오그라들어서 제가 못 보겠는 거예요. 그랬는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요. 친구들도 봤다고 그러고 갑자기 조리원 동기들이 '저기 둥둥이 엄마 아니에요?' 이렇게 연락이 와서. |
김정화, 김준성 부부는 지난 1월, 2.95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아이 이름은 진우, 곧 돌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준성/진우 아빠 아기는 하루하루가 매일 달라요.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가 날 때도 되게 힘들었고. 그리고 생후 100일 때까지가 정말 힘들었고요. 그때까지 잠 못 자고 그러는 게 너무 힘들었고. 김정화/진우 엄마 진우가 6개월쯤 됐을 때 코로나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다 걸렸죠. 진우는 이제 열이 막 오르고 하니까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밤에 병원을 못 찾아서… |
아이가 찾아와주길 애타게 기다렸던 만큼 조금 늦어진 육아.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행복했습니다.
김정화/진우 엄마 애가 뒤집기를 했을 때도 너무 좋았고 되집기를 했을 때도 그랬고 분유 먹다가 이유식을 딱 먹었는데 너무 잘 먹어주는 거예요. 그것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김준성/진우 아빠 사실 기적 같은 해였고 정말 매일매일이 새로운 그런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요즘에는 퇴근할 때마다 너무 즐거워요. 아이를 볼 때마다 너무 즐겁고, 집에 문을 딱 열고 들어왔을 때 아이가 이렇게 웃어주는 모습 이걸 보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한 나날인 것 같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2024년.
추운 겨울 시작해 따사로운 봄을 지나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과 서늘했던 가을을 보내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은 언제나 그랬듯 결국 지나갈 것이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언제나 그랬듯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이 긴 겨울, 누군가는 묵묵히 하루를 견뎌내고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응급실 과장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서로 파이팅하면서 이게 해결될 때까지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며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이쯤 되니까 아깝더라고요. 여태 버텨온 게. 사실 저보다 힘든 분들도 너무 많이 계시고. |
다가올 봄날, 새롭게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화/진우 엄마 진우가 복덩이기 때문에 또 우연찮게 진우의 동생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능성도 좀 열어두고 2025년을 맞이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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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연말기획, ‘더 보다’가 또 보다
-
- 입력 2024-12-30 22:50:36
[더 보다 40회] 연말기획, '더 보다'가 또 보다
혹시 방송 나간 거 보셨어요? 봤죠. 어떠시던가요? 재밌었어요. 직장에서나 어디 출장 가거나 하면 갑자기 ‘어?’ 이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
2024년 한 해 <더 보다>가 만난 사람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여전히 고단한 현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깜빡깜빡하는 것이 아직은…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더 하면 더 하지 더 좋아지지는 않을 거예요. |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관심에서 잊히고 있으니까 많이 해결됐으리라고 생각하시는데 바뀐 거는 아무것도 없고요. |
하지만 꿋꿋하게 또 한 해를 준비합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왜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내가 의지가 꺾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
지난 2월 <더 보다> 프로그램 출발과 함께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이필수/대한의사협회 회장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집행부는 총사퇴할 것이며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입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들.
하지만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박민수/보건복지부2차관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합니다.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할 것입니다. |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
전공의들 입장이 하나로 모인 걸까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환자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박장호/암 환자 아픈 게 죄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제때제때 그 시간이 생명이거든요. 그런 게 자꾸 늦춰지면 점점 몸속에 있는 암세포들이 커지거든요. |
안선영/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 수술 일정이 바로 임박하셨던 분들, 항암치료 중이었던 분들, 그리고 방사선 치료나 이런 연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분들께서는 굉장히 많이 당황하고 계시죠. 좌절하시고.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 설 시작된 의료 공백 사태는 9월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습니다.
밤 9시가 막 넘은 시각.
119구급대원들이 한 80대 환자를 의료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야간 당직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핍니다.
경증, 중증을 가리지 않고 시간당 2~3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습니다.
지난해의 2배 수준입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요새는 초기 처치와 진단을 담당하시던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이 센터급 병원에 안 계시기 때문에 그 2~3명이 하던 일을 2차 병원에 오면 저 혼자 다 해야 하거든요. 2차 병원급의 업무가 좀 많이 가중돼서 내려온 상황입니다. |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이나 더 큰 2차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충청북도 충주의료원 응급실입니다. 폐부종에 대사성 산증이 동반된 82세 남자 환자분 전원 가능할까 연락드렸습니다. 충북대도 중환자실이 없대. 네 청주 성모 해볼게요. 네 성모는 신장내과가 안 된대요. 네 효성에 해볼게. 효성병원 안 된대. 왜요? 왜 안 된대요? 거기 내과 의사 보기가 힘들 거 같대. 아주대 안 된대. 왜요? 자기네 추적 관찰 안 된 지 2년 넘었고 이쪽 권역에서 해결하라는데? 해결이 안 되는데 어떡해. |
2시간 반 동안 병원 10곳에 전화를 돌린 뒤에야 120여km 떨어진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청주에 있는 큰 2차 병원들도 예전엔 여력이 되어서 잘 받아주셨는데, 요새는 이제 그쪽에도 배후 과 과장님들에게 체력 소진이 왔는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
밤 10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꼬박 10시간 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환자 26명을 진료했습니다.
다시 찾은 충주의료원.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그게 아마 추석 전날 연휴였던 때인데요. 그때 취재해 주시는 기자님들도 같이 밤을 새우면서 모든 과정을 다 촬영하고 가셨고, 밤에 한 9시쯤 오셔서 다음 날 오전 8시 반까지 제가 근무하는 시간을 전체적으로 다 12시간 정도 찍어가셨습니다. |
지난 3개월,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이 응급실 사태의 원인이 되는 의정 갈등이 해결된 건 아니고 레지던트, 인턴 선생님들이 돌아오신 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응급의료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고. 추석 때는 응급의료 대란이라고 해서 많이 이슈화됐다가 그때 뭔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추석 지나고 그때를 어떻게 잘 넘기고 나니까 또 관심에서 잊히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바뀐 건 없고 해결된 것도 없습니다. |
의정 갈등 발단이 된 2025년도 의대 증원은 결국 천5백 명 규모로 이루어졌고, 12월 현재 신입생 모집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전공의 대부분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탄핵 국면까지 맞으면서 의료계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해졌습니다.
일선 의료진의 피로는 매일 누적되고 있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씩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상급병원의 전원뿐만 아니라 흔히 얘기하는 '119 뺑뺑이'라고 해서, 상급병원에서 잘 받지 않다 보면 결국은 저희 병원 같은 2차 병원으로 올 수밖에 없는데 그 환자들에 대한 초기 처치라든지 중환자 진단, 바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그런 과정들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습니다. |
올 초 시작된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은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어떻게 버텨는 보지만 언제까지라고는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의대생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돌아오셔야 하는데, 제 생각에는 정부나 여야정협의체 이런 데에서 의사 쪽 주체가, 대화의 주체가 되는 게 의대생과 전공의 선생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혼자 사는 남철용 할아버지.
그는 경증 치매 환자입니다.
8개월 전, 할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증상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치매 진단받으신 건 몇 년 전이에요? 오래됐어요. 10년 좀 넘었나 봐요. |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전화를 받으면 받을 때 그때뿐이에요. 끊고 나면 어디서 전화 왔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려요. 기억이 안 나요. 기억이 안 나고, 이제 다리 같은 데도 밑으로, 아래로 너무 아파서 왼쪽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걸어가고.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그냥 집에 있고… |
가장 슬픈 건 의지할 가족 하나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은 어떻게? 한 번 결혼 해서 한 번 실패하고 그 뒤로는 하지 않고 그냥 혼자… 자녀는 없으시죠? 자녀 없어요. 동생분이 한 분 계신다고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여동생도 나이가 80이 됐으니까… 동생도 치매고 그러니까 대화를 해도 몰라요. 오빠라고 그러면 오빠인가 보다 하고 얘기는 하지만… |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독신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나이를 먹다 보니까 너무 외로워서 이 강아지들하고 같이 이렇게 의지하고 서로. 애들 없으면 못 살 거 같아요. 너무 외로워서. |
다시 만난 남철용 할아버지.
8개월 전 네 마리였던 강아지는 세 마리로 줄었습니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눈을 뜨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눈을 감기에 피곤하니까 자려는가 보다 하고 집에 와서 보니까 하늘나라에 갔더라고. 아빠 기다리느라 눈 안 감고 있다가 아빠 한번 보고 눈을 감았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가슴이 너무너무 아프더라고요. |
남은 강아지들도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돌보지 못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금방 했던 것도 금방 잊어버려요. 어디 가려고 나섰는데 '내가 어디로 가려고 저렇게 나섰지' 그러면서 가만히 서서 이제 생각나면 또 가고… 그렇게 깜빡깜빡하는 것이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더 하면 더 하지 더 좋아하지는 않을 거예요.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 노인은 올해 백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준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금 인구의 고령화 때문에 어르신 인구가 내년이면 천만 명이 되고요. 고령화에 따라서 치매 유병률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가족들과 대화하게 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데 혼자 사시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롭고,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이 치매 증상의 이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
반년이 지나 이젠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과 만난 유진 씨.
그녀는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왜 내가 내 신분을 숨겨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그냥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이쯤 되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3년 전, 대학원에 진학하며 신촌에 머물기 시작했던 유진 씨.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연희동이니까 워낙 전경도 좋고 학교도 가깝고 친구들도 근처에 많을 테고 해서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왔죠. |
전세보증금 1억 2천5백만 원, 5평짜리 원룸이었습니다.
갓 대학교를 졸업한 23살 학생이 대출 없이 구하기 어려운 금액이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1억 원은 제가 카카오뱅크 대출을 했었고 나머지 2,500만 원은 어머니가 제가 박사가 끝났을 때 외국에서 잠시 연수를 하게 되면 그때 쓰라고 모아두신 비용이었어요. |
계약이 끝나갈 때쯤 문 앞에 붙어 있던 경매 통보.
평온했던 유진 씨의 일상은 뒤틀렸습니다.
집주인은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최근에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서 지금 은행 빚 상환을 못해서 그렇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제가 연락할 때마다 '다음 주엔 자금이 들어온다. 그다음 주에 자금이 들어온다.' |
계약 기간이 끝난 지 10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단수, 경매 통보를 받아보는 건 예삿일입니다.
견디다 못해 일단 짐은 놔둔 채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왔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진짜 못 살겠다, 여기 살다 정신병 걸리겠다’였어요. 집도 점점 무너지고, 1층은 잠기고 있고. 제 방에 곰팡이 피고 있어서 모든 옷에, 물건들에 다 냄새가 배고 있고. 화장실도 벽이 무너지고 있고. |
당시 연희동엔 이 씨처럼 임대인 최 모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80명 정도 더 있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의 2030 청년들입니다.
이강훈/변호사,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 (보증금) 이거 못 받으면 회생하거나 파산해야 하는 상황에 들어가는 분들이 많아요. 20대, 30대 초반에 파산, 회생부터 겪으면서 인생을 출발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이런 청년들한테 기운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두 계절이 지났지만 유진 씨는 끝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저희한테 선택은 지금 두 가지밖에 없어서요. 그냥 20년 동안 계속 상환을 하거나 아니면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 개인회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1억 5천만 원 빚을 지고 시작하면 저는 '아마 평생 결혼을 못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게 현실적으로 좀 맞지 않나. |
취재 당시 경찰은 임대인 최 씨를 사기 혐의로, 유진 씨를 비롯한 대다수 청년 피해자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사기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중개사 김 씨는 취재진이 다시 유진 씨를 찾아온 그 순간에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유진 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진짜 신촌역 지나가다가 보면 너무 화나요. 아직도 불 켜져 있는 거 보면 너무 열받아요. 그러면 저희 말고 새로운 사람이 또 가서 계약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전 그게 더 불안하던데. |
26살에 마주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던 일.
정작 유진 씨의 목소리는 차분했습니다.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이대로 삶이 유지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저도 의지가 많이 꺾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금은 '왜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내가 의지가 꺾여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
이유진/26살 대학원생 돌이켜 보면 오히려 좀 긍정적으로 변화했던 한 해였던 것 같기도 해요. 상황은 부정적이었는데 많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1년 반 동안. 차라리 그래 1억으로 끝난 게 다행이지. 26살이니까 다행이지. |
올해 초 결혼 준비가 한창이었던 상훈 씨와 수민 씨.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지금 저희 둘이 만난 지는 22년 8월 29일에 만나서 1년 반 정도 됐고, 지금 결혼은 24년 가을에서 겨울, 그사이 시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을 고르는 항목 중에 여러 개가 있겠지만 그중에 제일 큰 거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큰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그때부터 결혼을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
김수민/ 29세 예비 신부 좀 실감이 나요. 스드메, 약간 웨딩 식장 이런 거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으니까 요즘 시세는 이렇구나.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2년 전보다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1.5배 이상, 1.7~8배 그 정도로 오른 것 같더라고요. 한 2, 3년 전보다. |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프러포즈했고 다행히 수락을 해줘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때 하필 이직 문제가 다 겹쳐버려서 이게 한 번 미루니까 1주, 2주가 밀린 게 아니라 3, 4개월이 훅 밀려버리더라고요. |
올해 결혼식을 올리려던 이상훈, 김수민 씨는 결혼을 조금 미루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직장을 옮긴 게 컸습니다.
결혼 준비 기간 마주해야 했던 현실의 벽.
이직은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기도 했습니다.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연봉도 오르고 근무 환경도 좋아지고 출퇴근 거리도 가까워지고. 전에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였으면 지금은 자율출퇴근제로 바뀌면서 어떻게 보면 결혼에 대한 준비를 한 거죠. 김수민/ 29세 예비 신부 도전의 해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되게 많이 시도해 봤거든요. 운전도 그렇고 이직도 그렇고 이사도, 서울로 이직하는 것도 그렇고. |
우리나라 신혼부부는 매년 줄다가 지난해 처음 백만 쌍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두 사람은 잠시 미뤄뒀던 결혼을 다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이상훈/31세 예비 신랑 날이랑 그런 건 아직 못 잡았고, 일단 요즘 식장 예약이 너무 힘들잖아요. 하고 싶은 날, 계절, 장소 맞춰서 하려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된다고 하니까. 일단은 예식장 먼저 잡아보고 그다음에 상견례 날짜나 이런 걸 정하려고 그렇게 얘기된 상태입니다. 지금은 서로 하나가 되는 게 제일 먼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밀렸잖아요. 이미 여기서 더 밀릴 수는 없다. |
올해 초 <더 보다> 취재진이 가장 먼저 만났던 김정화 씨.
그녀는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김정화/산모 인터뷰 제가 근종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체력적으로도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아기를 계속 못 가지고 있다가 이제 어떻게 잘 돼서 지금 이렇게' 둥둥이'가 찾아왔죠. 조금 나이가 드신 여성분들은 대부분 작은 근종 하나는 다 갖고 있거든요. 사실은 그렇게까지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근종이 빨리 컸어요. 그래서 임신이 잘 안되더라고요. 이게 10cm 조금 넘었는데 자궁 대부분… 남는 곳이 많이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서 임신이 어렵지 않겠냐고 이야기도 들었고. 혹시 기억나세요? 그 들으셨던 순간 그날? 기억나죠. 남편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
김준성/39세 예비 아빠 수술 날짜 잡고 수술하러 오고 이럴 때는 사실 되게 슬펐거든요. 일단 아내가 수술해야 하니까 많이 아프잖아요. 그리고 수술 끝나고 시험관을 준비하면서 매일 주사 맞고 병원 와서 검사하고 이런 게 좀 옆에서 보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죠. 어쨌든 저희에게 축복 같은 아이가 왔잖아요. |
김정화/진우 엄마 우선 TV에 나오니까 손발이 너무 오그라들어서 제가 못 보겠는 거예요. 그랬는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요. 친구들도 봤다고 그러고 갑자기 조리원 동기들이 '저기 둥둥이 엄마 아니에요?' 이렇게 연락이 와서. |
김정화, 김준성 부부는 지난 1월, 2.95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아이 이름은 진우, 곧 돌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준성/진우 아빠 아기는 하루하루가 매일 달라요.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가 날 때도 되게 힘들었고. 그리고 생후 100일 때까지가 정말 힘들었고요. 그때까지 잠 못 자고 그러는 게 너무 힘들었고. 김정화/진우 엄마 진우가 6개월쯤 됐을 때 코로나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다 걸렸죠. 진우는 이제 열이 막 오르고 하니까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밤에 병원을 못 찾아서… |
아이가 찾아와주길 애타게 기다렸던 만큼 조금 늦어진 육아.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행복했습니다.
김정화/진우 엄마 애가 뒤집기를 했을 때도 너무 좋았고 되집기를 했을 때도 그랬고 분유 먹다가 이유식을 딱 먹었는데 너무 잘 먹어주는 거예요. 그것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김준성/진우 아빠 사실 기적 같은 해였고 정말 매일매일이 새로운 그런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요즘에는 퇴근할 때마다 너무 즐거워요. 아이를 볼 때마다 너무 즐겁고, 집에 문을 딱 열고 들어왔을 때 아이가 이렇게 웃어주는 모습 이걸 보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한 나날인 것 같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2024년.
추운 겨울 시작해 따사로운 봄을 지나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과 서늘했던 가을을 보내고 또다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은 언제나 그랬듯 결국 지나갈 것이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은 언제나 그랬듯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이 긴 겨울, 누군가는 묵묵히 하루를 견뎌내고
김희상/충주의료원 응급실장 응급실 과장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서로 파이팅하면서 이게 해결될 때까지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며
이유진/26살 대학원생 이쯤 되니까 아깝더라고요. 여태 버텨온 게. 사실 저보다 힘든 분들도 너무 많이 계시고. |
다가올 봄날, 새롭게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화/진우 엄마 진우가 복덩이기 때문에 또 우연찮게 진우의 동생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능성도 좀 열어두고 2025년을 맞이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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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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