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 먼저 타” 정초부터 ‘딸바보 김정은’ 부각, 왜? [뒷北뉴스]

입력 2025.01.04 (07:00) 수정 2025.01.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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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록화실황/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진행한 신년경축공연’.2025년 1월 1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록화실황/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진행한 신년경축공연’.

북한의 연말연시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국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커녕 육성 연설도 없었습니다. 그저 김 위원장이 신년 경축 공연을 관람했다는 영상만 공개됐을 뿐입니다.

1년 전인 2024년 1월 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군 지휘관들을 만나 "언제든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군사적 대비 태세를 완벽하게 갖출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들의 어떤 형태의 도발도 가차 없이 짓부셔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를 전하면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겁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며칠 전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도 내보냈습니다. 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는데,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며 이례적으로 각 정상의 사진까지 이례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가장 충실한 졸개, 충견'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대공연’. 정찰위성과 관련된 이미지가 전광판에 등장했다.2024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대공연’. 정찰위성과 관련된 이미지가 전광판에 등장했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에는 대남 위협이나, 비방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군사 행보 또한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유일한 일정이었던 신년 경축 공연 역시 지난해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지난해 '신년 경축 대공연'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공연 도중 무대 전광판에는 정찰위성 이미지가 등장했고, 녹화 실황 방송에서는 정찰위성 발사 장면이 관중들이 환호하는 장면과 함께 교차 편집돼서 내보내졌습니다.

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화성-19형’ 미사일 발사 장면이 등장했다.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화성-19형’ 미사일 발사 장면이 등장했다.

올해 '신년 경축 공연' 방송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성과를 총정리하는 과정에서 무기 전시회와 전투기 비행, 미사일 발사 등 이미지 3컷이 단순 나열되는 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신포 양식장 건립 등 경제 성과에 밀려 후반부에 잠시 등장했을 뿐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024년에는 정찰위성 발사를 강조하며 축제와 같은 대공연을 연출했다면, 2025년 공연에서는 2024년 주요 성과로서 지방공장 준공, 수해지역 준공, 신포바다가양식장 준공 등 주로 인민 생활 향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의 모습. 지난해에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난 직후 부녀가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의 모습. 지난해에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난 직후 부녀가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

대신 북한이 주력한 건 김정은 위원장의 '친근한 어버이' 이미지를 강화하는 겁니다. 딸 주애가 훌륭한 소품처럼 쓰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연이 열리는 '5월1일 경기장'에 등장할 때부터 딸 주애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고, 공연 내내 마주보며 웃거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여러 차례 전파를 탔습니다. 보도 기사에서는 주애에 대한 소개가 빠졌지만, 조선중앙TV 방송분에서는 리춘히 아나운서가 또렷하게 '사랑하는 자제분'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딸 주애가 차량에 탑승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딸 주애가 차량에 탑승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녀가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난 뒤 볼뽀보를 하는 장면도 방송에 나왔습니다. 귀가할 때는 딸 주애가 김 위원장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놀라운 건, 차량에 탑승할 때 김 위원장이 주애가 탈 때까지 에스코트해 주고 난 뒤 본인이 탔다는 점입니다. 김정은도 딸 앞에서는 그저 '다정한 아버지'라는 점을 주민들이 보는 방송을 통해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2일 기자들을 만나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전원회의 끝나고 연말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행사가 여러 건 보도됐다. 그런데 올해는 신년 관련 행사에서 '신년 경축 공연'만 관람한 부분이 특징"이라며 "행사 전반적 내용은 김정은의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이미지 부각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극장 국가'로 평가되는 북한에서 이른바 '백두혈통'의 공개 행보는 고도로 기획된 연출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을 맞이해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볼 수 있는 TV를 통해 애민 지도자 이미지 홍보에 주력한 대신 군사 행보는 최대한 자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 무대 전광판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발전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지난해 성과로 소개되고 있다.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 무대 전광판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발전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지난해 성과로 소개되고 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 공연 연출은 무력 도발보다는 경제 성과 강조에 힘을 줬는데, 애민 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며 독자 우상화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한국의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불필요한 군사 도발을 자제하는 분위기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경제 성과'를 강조한 김정은이 올 한 해는 과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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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4 07:00:33
    • 수정2025-01-04 08: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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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록화실황/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진행한 신년경축공연’.
북한의 연말연시는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국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커녕 육성 연설도 없었습니다. 그저 김 위원장이 신년 경축 공연을 관람했다는 영상만 공개됐을 뿐입니다.

1년 전인 2024년 1월 1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군 지휘관들을 만나 "언제든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군사적 대비 태세를 완벽하게 갖출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들의 어떤 형태의 도발도 가차 없이 짓부셔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를 전하면서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겁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며칠 전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도 내보냈습니다. 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는데,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며 이례적으로 각 정상의 사진까지 이례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가장 충실한 졸개, 충견'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대공연’. 정찰위성과 관련된 이미지가 전광판에 등장했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에는 대남 위협이나, 비방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군사 행보 또한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유일한 일정이었던 신년 경축 공연 역시 지난해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지난해 '신년 경축 대공연'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공연 도중 무대 전광판에는 정찰위성 이미지가 등장했고, 녹화 실황 방송에서는 정찰위성 발사 장면이 관중들이 환호하는 장면과 함께 교차 편집돼서 내보내졌습니다.

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화성-19형’ 미사일 발사 장면이 등장했다.
올해 '신년 경축 공연' 방송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성과를 총정리하는 과정에서 무기 전시회와 전투기 비행, 미사일 발사 등 이미지 3컷이 단순 나열되는 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신포 양식장 건립 등 경제 성과에 밀려 후반부에 잠시 등장했을 뿐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024년에는 정찰위성 발사를 강조하며 축제와 같은 대공연을 연출했다면, 2025년 공연에서는 2024년 주요 성과로서 지방공장 준공, 수해지역 준공, 신포바다가양식장 준공 등 주로 인민 생활 향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5년 1월 1일 방송된 ‘신년 경축 공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의 모습. 지난해에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난 직후 부녀가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
대신 북한이 주력한 건 김정은 위원장의 '친근한 어버이' 이미지를 강화하는 겁니다. 딸 주애가 훌륭한 소품처럼 쓰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연이 열리는 '5월1일 경기장'에 등장할 때부터 딸 주애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고, 공연 내내 마주보며 웃거나,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여러 차례 전파를 탔습니다. 보도 기사에서는 주애에 대한 소개가 빠졌지만, 조선중앙TV 방송분에서는 리춘히 아나운서가 또렷하게 '사랑하는 자제분'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딸 주애가 차량에 탑승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녀가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난 뒤 볼뽀보를 하는 장면도 방송에 나왔습니다. 귀가할 때는 딸 주애가 김 위원장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놀라운 건, 차량에 탑승할 때 김 위원장이 주애가 탈 때까지 에스코트해 주고 난 뒤 본인이 탔다는 점입니다. 김정은도 딸 앞에서는 그저 '다정한 아버지'라는 점을 주민들이 보는 방송을 통해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2일 기자들을 만나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전원회의 끝나고 연말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행사가 여러 건 보도됐다. 그런데 올해는 신년 관련 행사에서 '신년 경축 공연'만 관람한 부분이 특징"이라며 "행사 전반적 내용은 김정은의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이미지 부각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극장 국가'로 평가되는 북한에서 이른바 '백두혈통'의 공개 행보는 고도로 기획된 연출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을 맞이해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볼 수 있는 TV를 통해 애민 지도자 이미지 홍보에 주력한 대신 군사 행보는 최대한 자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25년 1월 1일 신년 경축 공연 무대 전광판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발전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지난해 성과로 소개되고 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 공연 연출은 무력 도발보다는 경제 성과 강조에 힘을 줬는데, 애민 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며 독자 우상화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한국의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불필요한 군사 도발을 자제하는 분위기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경제 성과'를 강조한 김정은이 올 한 해는 과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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