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중국 ‘개미·파리 부패’가 뭐길래?…방송에 나와 ‘자아비판’까지

입력 2025.01.08 (06:00) 수정 2025.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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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피 빨아먹는 '개미·파리 부패' 때려잡아야…방송에 나와 '자아비판'까지

"아이들의 식사와 학부모들의 이익을 침해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중국 지린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비를 횡령한 물자관리국장이 방송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 내용입니다.

치스궈(戚世國) 당시 학교 물류 국장은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학생 1명당 급식비에서 2위안(약 400원)을 떼어내 교장과 자신이 리베이트로 돌려받았다고 영상에서 고백합니다. 급식 한 끼가 8위안(약 1,600원)이니까, 급식비의 4분의 1을 착복한 셈입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치 국장은 급식비를 12위안(2,400원)까지 인상한 뒤 본인과 교장 리베이트로 급식비의 50%가량인 600위안(1,200원)을 돌려받았다고 말합니다. 치 국장이 이렇게 2010년부터 9년 동안 급식업체로부터 받아 챙긴 리베이트가 우리 돈으로 4억 6천만 원이 넘습니다.

급식업체 재무 책임자도 방송에 직접 나와 " 학교와 장기적인 협력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이런 일로 이어졌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반성합니다."라며 자아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중국 급식비 비리로 적발된 사례가 3만 8천 건이고 이와 관련해 2만 3천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관영 방송 CCTV가 새해맞이 '인민을 위한 반부패' 시리즈 다큐멘터리를 방송 중인데, 첫 번째 편인 '파리와 개미 부패 잡기' 편에서 비판한 내용입니다.

사회 기저층에서 인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사람들을 '파리'와 '개미'에 비유하며 소규모 부패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저녁 8시 황금시간대에 연속해서 4편을 연속해 내보내며 기강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 돈 20억 원에 달하는 주택 관리 기금을 횡령한 공무원도 나와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합니다.

주택관리 기금 서비스국장 저우샤오젠 씨는 2015년 중국 부동산 붐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에 우리 돈 13억 원 정도를 빌려줬다가 떼이게 되자 자신이 담당하는 '주택 관리 기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주택 관리 기금은 아파트 보수 공사 등에 사용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인데요. 저우 씨는 처음에는 관리 기금을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수령한 뒤 본인이 챙기고 손으로 영수증을 써줬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인쇄업소에 가서 '위조 영수증'을 대량으로 인쇄했고, 결국에는 자신이 일하는 책상에 결재용 QR코드를 비치한 뒤 민원인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챙기까지 했습니다.

2015년부터 8년 동안 저우 씨가 이렇게 발급한 '위조 영수증'이 3천 장이 넘습니다. 횡령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19억 6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범죄자들이 스스로 얼굴을 내고 실명으로 '자아비판'을 한다는 점이 우리와 사뭇 다른데요. 당국의 부패 척결 의지가 범죄자 압박으로 이어져 자아비판까지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낙마한 중국 고위 당국자만 58명…새해에도 사정 칼날 벼려

중국 당국은 소규모 부패 사건에 더해 이른바 '호랑이 사냥'으로 불리는 고위 당국자 부패 척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베이징에서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전원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기율위는 2024년 조사하고 처리한 부정부패 건수가 56만 6천 건, 처벌받은 사람은 43만 3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도 58명에 달합니다.

리상푸와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장관급)이 뇌물 수수 혐의로 낙마해 재판을 받고 있고, 중국군 서열 5위 먀오화 중앙군사위 위원, 우잉제 전 시짱자치구 당서기, 항공우주 전문가로 꼽히는 주즈숭 상하이시 푸둥신구 서기는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이 4연임을 앞두고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정적 제거하기에 가까웠던 사정 작업이 최근에는 자신이 임명한 군 장성 등에까지 칼날을 겨누는 '경고성 사정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건데요.

사정 작업의 칼날이 군 당국에 집중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달 9일 "집단지도를 솔선해 견지하라"는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 1인 중심의 당 운영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편, 인민일보는 최근 1면에 기사에서 “2024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위의 강력한 지도하에 당의 전면적이고 엄격한 통치가 당원과 간부의 규율·규칙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책임지고 일하는 자세를 강화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바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국 당국이 서민들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서민형 부패 척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중앙기율위 4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사정 작업의 결과를 이렇게 자평했는데요.
"대중의 불건전한 경향과 부패 문제를 중앙 집중적으로 시정하고 대중이 강하게 안고 있는 수많은 현저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내부 단속용이든, 민생 다독이기든 새해에도 중국 당국은 사정의 칼날을 더욱 바짝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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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1-08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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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피 빨아먹는 '개미·파리 부패' 때려잡아야…방송에 나와 '자아비판'까지

"아이들의 식사와 학부모들의 이익을 침해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중국 지린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비를 횡령한 물자관리국장이 방송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한 내용입니다.

치스궈(戚世國) 당시 학교 물류 국장은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학생 1명당 급식비에서 2위안(약 400원)을 떼어내 교장과 자신이 리베이트로 돌려받았다고 영상에서 고백합니다. 급식 한 끼가 8위안(약 1,600원)이니까, 급식비의 4분의 1을 착복한 셈입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치 국장은 급식비를 12위안(2,400원)까지 인상한 뒤 본인과 교장 리베이트로 급식비의 50%가량인 600위안(1,200원)을 돌려받았다고 말합니다. 치 국장이 이렇게 2010년부터 9년 동안 급식업체로부터 받아 챙긴 리베이트가 우리 돈으로 4억 6천만 원이 넘습니다.

급식업체 재무 책임자도 방송에 직접 나와 " 학교와 장기적인 협력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이런 일로 이어졌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반성합니다."라며 자아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중국 급식비 비리로 적발된 사례가 3만 8천 건이고 이와 관련해 2만 3천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관영 방송 CCTV가 새해맞이 '인민을 위한 반부패' 시리즈 다큐멘터리를 방송 중인데, 첫 번째 편인 '파리와 개미 부패 잡기' 편에서 비판한 내용입니다.

사회 기저층에서 인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사람들을 '파리'와 '개미'에 비유하며 소규모 부패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저녁 8시 황금시간대에 연속해서 4편을 연속해 내보내며 기강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 돈 20억 원에 달하는 주택 관리 기금을 횡령한 공무원도 나와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합니다.

주택관리 기금 서비스국장 저우샤오젠 씨는 2015년 중국 부동산 붐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에 우리 돈 13억 원 정도를 빌려줬다가 떼이게 되자 자신이 담당하는 '주택 관리 기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주택 관리 기금은 아파트 보수 공사 등에 사용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인데요. 저우 씨는 처음에는 관리 기금을 아파트 소유자로부터 수령한 뒤 본인이 챙기고 손으로 영수증을 써줬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인쇄업소에 가서 '위조 영수증'을 대량으로 인쇄했고, 결국에는 자신이 일하는 책상에 결재용 QR코드를 비치한 뒤 민원인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챙기까지 했습니다.

2015년부터 8년 동안 저우 씨가 이렇게 발급한 '위조 영수증'이 3천 장이 넘습니다. 횡령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19억 6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범죄자들이 스스로 얼굴을 내고 실명으로 '자아비판'을 한다는 점이 우리와 사뭇 다른데요. 당국의 부패 척결 의지가 범죄자 압박으로 이어져 자아비판까지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낙마한 중국 고위 당국자만 58명…새해에도 사정 칼날 벼려

중국 당국은 소규모 부패 사건에 더해 이른바 '호랑이 사냥'으로 불리는 고위 당국자 부패 척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베이징에서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전원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기율위는 2024년 조사하고 처리한 부정부패 건수가 56만 6천 건, 처벌받은 사람은 43만 3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도 58명에 달합니다.

리상푸와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장관급)이 뇌물 수수 혐의로 낙마해 재판을 받고 있고, 중국군 서열 5위 먀오화 중앙군사위 위원, 우잉제 전 시짱자치구 당서기, 항공우주 전문가로 꼽히는 주즈숭 상하이시 푸둥신구 서기는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시진핑 주석이 4연임을 앞두고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정적 제거하기에 가까웠던 사정 작업이 최근에는 자신이 임명한 군 장성 등에까지 칼날을 겨누는 '경고성 사정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건데요.

사정 작업의 칼날이 군 당국에 집중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달 9일 "집단지도를 솔선해 견지하라"는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 1인 중심의 당 운영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편, 인민일보는 최근 1면에 기사에서 “2024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위의 강력한 지도하에 당의 전면적이고 엄격한 통치가 당원과 간부의 규율·규칙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책임지고 일하는 자세를 강화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바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국 당국이 서민들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서민형 부패 척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중앙기율위 4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사정 작업의 결과를 이렇게 자평했는데요.
"대중의 불건전한 경향과 부패 문제를 중앙 집중적으로 시정하고 대중이 강하게 안고 있는 수많은 현저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내부 단속용이든, 민생 다독이기든 새해에도 중국 당국은 사정의 칼날을 더욱 바짝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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