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중대시민재해’ 단체장 엇갈린 운명 이유는?

입력 2025.01.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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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범석 청주시장, 중대시민재해 1호 기소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대부분의 참사가 그렇듯, 오송 참사도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집중호우로 인근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오르긴 했지만, 무단으로 절개된 채로 방치된 '임시제방'이 강물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400m 떨어진 지하차도 역시 빠르게 통제되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를 키운 겁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참사 이후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임시제방 시공사와 감리단 등 모두 43명과 법인 2곳을 기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과 이상래 전 행복청장, 시공사인 금호건설 전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오늘(9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재판까지 넘겨진 첫 번째 사례입니다.

반면 이들과 함께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영환 충북지사는 불기소 처분으로 책임을 피해갔습니다.

같은 사건, 다른 판단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 "청주시, 최고책임자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 소홀"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취지는 각종 공사 현장,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 최고책임자에게도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하자는 겁니다.

그동안 재해 현장의 일선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이로 인해 근본적인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법은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시민 재해'에 대한 예방과 처벌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입니다.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 교통수단을 운영하면서 미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바로 이 '사전 예방 조치'의 유무가 오송 참사와 관련한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청주시는 참사 요인으로 지목된 미호강과 공중이용시설인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입니다. 하천법 제27조 6항과 충청북도 조례에 따라 미호강의 관리권이 환경부에서 충청북도로, 다시 청주시로 위임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제방을 포함한 미호강의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도 청주시에 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청주시가 중대재해 전담 인력으로 관련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렬 공무원 1명만 둔 채 형식적으로 중대재해 예방 업무를 수행했고, 제방과 관련해서는 인력이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점검을 생략하는 등 재해예방을 위한 사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방이 무단으로 훼손됐지만, 유지·보수 주체인 청주시는 이를 단속하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청주시의 최고 책임자인 이범석 청주시장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습니다.


■ 김영환 충북지사는 불기소...이유 따져보니

김영환 충북지사는 참사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지하차도'의 관리 책임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적인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검찰은 김영환 지사가 이범석 시장과 달리, 지하차도의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는 충분히 이행했다고 봤습니다.

참사가 난 지하차도의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인력, 통제 기준이 있었고 설계·설치상 결함은 없었다는 겁니다. 또 청주시와 달리 안전 점검이나 재난 대비 훈련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또 참사 당일 지하차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참사 당일 대응과 별개로, 재해 예방을 위한 사전 행정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에 대한 처분을 갈랐습니다.


■ 검찰 수사 결과 '반발' 계속...법정 공방 장기화 예고

오송 참사가 난 지 1년 6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이범석 시장은 곧바로 청주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하천시설 관리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 하천법 27조 9항에 따라 하천공사 준공 고시 다음 날부터 (청주시의) 유지보수 업무가 시작된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소 내용을 살펴 소명할 것은 소명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김영환 지사가 불기소 처분된 것에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홍수주의보·경보가 발령되는 상황에서 제방 인근의 지하차도에 대한 부실한 점검을 한 것과, 제방이 무너지고 난 이후 강물이 지하차도로 들어오기까지의 3~40분의 골든타임 동안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도로 통제 등의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김영환 지사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오송 참사의 후행 요인인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실무 책임자에게만 지우고, 그 책임의 최정점에 있는 김영환 도지사는 빠져나가게 됐다"면서 "미완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 시민단체는 청주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를 제기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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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9 18: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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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범석 청주시장, 중대시민재해 1호 기소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16명이 다쳤습니다.

대부분의 참사가 그렇듯, 오송 참사도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집중호우로 인근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오르긴 했지만, 무단으로 절개된 채로 방치된 '임시제방'이 강물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400m 떨어진 지하차도 역시 빠르게 통제되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를 키운 겁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참사 이후 충청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 행복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임시제방 시공사와 감리단 등 모두 43명과 법인 2곳을 기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범석 충북 청주시장과 이상래 전 행복청장, 시공사인 금호건설 전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오늘(9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재판까지 넘겨진 첫 번째 사례입니다.

반면 이들과 함께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영환 충북지사는 불기소 처분으로 책임을 피해갔습니다.

같은 사건, 다른 판단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 "청주시, 최고책임자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 소홀"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 취지는 각종 공사 현장,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 최고책임자에게도 법률상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하자는 겁니다.

그동안 재해 현장의 일선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이로 인해 근본적인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법은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시민 재해'에 대한 예방과 처벌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입니다.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 교통수단을 운영하면서 미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바로 이 '사전 예방 조치'의 유무가 오송 참사와 관련한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청주시는 참사 요인으로 지목된 미호강과 공중이용시설인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입니다. 하천법 제27조 6항과 충청북도 조례에 따라 미호강의 관리권이 환경부에서 충청북도로, 다시 청주시로 위임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제방을 포함한 미호강의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도 청주시에 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청주시가 중대재해 전담 인력으로 관련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렬 공무원 1명만 둔 채 형식적으로 중대재해 예방 업무를 수행했고, 제방과 관련해서는 인력이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점검을 생략하는 등 재해예방을 위한 사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방이 무단으로 훼손됐지만, 유지·보수 주체인 청주시는 이를 단속하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청주시의 최고 책임자인 이범석 청주시장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습니다.


■ 김영환 충북지사는 불기소...이유 따져보니

김영환 충북지사는 참사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지하차도'의 관리 책임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적인 처벌을 피해 갔습니다.

검찰은 김영환 지사가 이범석 시장과 달리, 지하차도의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는 충분히 이행했다고 봤습니다.

참사가 난 지하차도의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인력, 통제 기준이 있었고 설계·설치상 결함은 없었다는 겁니다. 또 청주시와 달리 안전 점검이나 재난 대비 훈련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또 참사 당일 지하차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참사 당일 대응과 별개로, 재해 예방을 위한 사전 행정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에 대한 처분을 갈랐습니다.


■ 검찰 수사 결과 '반발' 계속...법정 공방 장기화 예고

오송 참사가 난 지 1년 6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이범석 시장은 곧바로 청주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하천시설 관리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 하천법 27조 9항에 따라 하천공사 준공 고시 다음 날부터 (청주시의) 유지보수 업무가 시작된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소 내용을 살펴 소명할 것은 소명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김영환 지사가 불기소 처분된 것에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홍수주의보·경보가 발령되는 상황에서 제방 인근의 지하차도에 대한 부실한 점검을 한 것과, 제방이 무너지고 난 이후 강물이 지하차도로 들어오기까지의 3~40분의 골든타임 동안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도로 통제 등의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김영환 지사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오송 참사의 후행 요인인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실무 책임자에게만 지우고, 그 책임의 최정점에 있는 김영환 도지사는 빠져나가게 됐다"면서 "미완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 시민단체는 청주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를 제기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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