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배는 빼주세요”? 기후 급변에 선물세트·차례상도 변화

입력 2025.01.10 (12:33) 수정 2025.01.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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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사과값 배값이 비싸서 장 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많았죠.

유난히 길었던 폭염으로 배춧값도 많이 올라 소비자들을 힘들게 했는데요.

새해 들어서도 이 장바구니 물가는 녹록지 않은 느낌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물가 짚어봅니다.

경제산업부 이수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됐다고 하는데, 시장에 가보면 그런 느낌도 아니에요.

안 오른 게 없다,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기자]

네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의 물가상승률은 1% 후반이었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3%로 집계돼서,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얘기죠.

하지만 시장에 나가보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전에 사던 것처럼 장을 보면 돈이 20% 이상 더 든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특히 농산물 물가가 지난해 10.4% 가 올라서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봄부터 여름까지는 사과와 배, 이런 과일들이 많이 비쌌구요.

여름이 되니까 너무 더워서, 더위를 싫어하는 채소들, 시금치 배추….

이런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농촌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생산 면적도 줄고 있는데 기후 변화가 급격하다 보니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한 해였습니다.

[앵커]

지난해에는 사과·배가 워낙 비싸서 기억이 납니다만, 올해도 배 가격은 안 내리고 있는 거 같아요?

[기자]

네, 지난해 사과와 배 가격이 비쌌던 건 그 전 해에 이상 기후로 피해를 많이 봤기 때문인데요.

지난해에는 봄철 냉해를 크게 입지 않고 넘어갔다 했더니 여름에 너무 더웠던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가 백여 년 만에 가장 더웠다고 하잖아요?

뜨거운 햇볕에 배가 검게 타는 피해가 커서, 올해 유통할 수 있는 배 물량 자체가 상당히 준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원래는 일 년 전보다 3% 정도 생산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보관해 놓았던 배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유통 물량이 더 줄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가격 전국 통계를 보면, 배는 하나에 평균 4천 2백 원으로, 지난해보다 27%, 평년보다는 26%가 비싼 수준입니다.

사과 값이 지난해보다 내린 것에 비해서, 배 값은 더 올랐습니다.

배추와 무 값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비쌉니다.

무 배추 얘기를 더 해보자면, 지금은 가정에서는 김장도 마쳤고 수요가 적을 때인데, 지난해 생산량이 적어서 가격이 오르니 중간 유통상이나 김치 가공업체들이 물량을 보유하고자, 시장에 풀지 않고 있는 걸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설도 빨라서, 이달 말이 벌써 설이잖아요?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대책을 좀 세우고 있습니까?

[기자]

네, 정부가 어제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설 명절에 많이 쓰는 성수품 16가지에 대해서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보유 물량과 계약 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하구요.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마트나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면 최대 50%까지 할인을 지원합니다.

마트가 20% 가격을 할인하고 여기에 정부가 할인을 추가 지원하는 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도 농수산물 가격이 너무 오르면 정부가 예산으로 할인 지원을 해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거둬왔는데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는 900억 원을 투입한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배는 할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배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앵커]

설 차례상이나 선물용으로도 배를 찾으시는 분들 많을 텐데, 올해도 배를 차례상에 올리긴 힘들겠군요?

[기자]

네 농식품부는 일단 과일 선물 세트에서 배 없는 세트를 많이 준비해달라고 유통업체들에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통적인 '사과 배' 선물 세트보다는 천혜향이나 샤인머스켓 등 다른 과일을 활용한 세트로 소비자들을 유도해달라는 거죠.

또 차례상 등을 고려해서 배는 3개 들이 포장을 많이 해왔는데, 낱개 포장으로 하나씩 팔아달라고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차례용으로 하나씩 팔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성균관에서 발표한 간소한 표준 설 차례상을 보면요.

굳이 배를 올리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차리라고 조언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율이시, 그러니까 대추 밤 배 감, 이렇게 올려야 한다고 해왔지만 이런 표현은 예법서에 나와 있지 않다, 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설 차례상 얘기까지 해봤는데, 올해도 농산물 물가가 물가 관리에 복병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네, 일단 기후가 급변하면서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농업계가 가장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다, 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늘 보고 하는 농사는 다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급등한 것도 큰 부담입니다.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나 곡물, 그리고 비료에 들어가는 원료 등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룟값이 크게 뛰면서 대표적으로 한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는데요.

환율이 올라서 농가의 경영비가 올라도 그걸 농산물 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면 농가들이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 또 그게 가격에 반영이 되면 소비자들이 힘들어지죠.

여기에다 수입 원료를 많이 쓰고 있는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이미 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환율 움직임과 통상 환경 변화 등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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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0 12:33:20
    • 수정2025-01-10 19: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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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사과값 배값이 비싸서 장 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많았죠.

유난히 길었던 폭염으로 배춧값도 많이 올라 소비자들을 힘들게 했는데요.

새해 들어서도 이 장바구니 물가는 녹록지 않은 느낌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물가 짚어봅니다.

경제산업부 이수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됐다고 하는데, 시장에 가보면 그런 느낌도 아니에요.

안 오른 게 없다,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기자]

네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의 물가상승률은 1% 후반이었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3%로 집계돼서,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얘기죠.

하지만 시장에 나가보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전에 사던 것처럼 장을 보면 돈이 20% 이상 더 든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특히 농산물 물가가 지난해 10.4% 가 올라서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봄부터 여름까지는 사과와 배, 이런 과일들이 많이 비쌌구요.

여름이 되니까 너무 더워서, 더위를 싫어하는 채소들, 시금치 배추….

이런 채소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농촌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생산 면적도 줄고 있는데 기후 변화가 급격하다 보니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한 해였습니다.

[앵커]

지난해에는 사과·배가 워낙 비싸서 기억이 납니다만, 올해도 배 가격은 안 내리고 있는 거 같아요?

[기자]

네, 지난해 사과와 배 가격이 비쌌던 건 그 전 해에 이상 기후로 피해를 많이 봤기 때문인데요.

지난해에는 봄철 냉해를 크게 입지 않고 넘어갔다 했더니 여름에 너무 더웠던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가 백여 년 만에 가장 더웠다고 하잖아요?

뜨거운 햇볕에 배가 검게 타는 피해가 커서, 올해 유통할 수 있는 배 물량 자체가 상당히 준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원래는 일 년 전보다 3% 정도 생산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보관해 놓았던 배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유통 물량이 더 줄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가격 전국 통계를 보면, 배는 하나에 평균 4천 2백 원으로, 지난해보다 27%, 평년보다는 26%가 비싼 수준입니다.

사과 값이 지난해보다 내린 것에 비해서, 배 값은 더 올랐습니다.

배추와 무 값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비쌉니다.

무 배추 얘기를 더 해보자면, 지금은 가정에서는 김장도 마쳤고 수요가 적을 때인데, 지난해 생산량이 적어서 가격이 오르니 중간 유통상이나 김치 가공업체들이 물량을 보유하고자, 시장에 풀지 않고 있는 걸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설도 빨라서, 이달 말이 벌써 설이잖아요?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대책을 좀 세우고 있습니까?

[기자]

네, 정부가 어제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설 명절에 많이 쓰는 성수품 16가지에 대해서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보유 물량과 계약 재배 물량을 집중 공급하구요.

특히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마트나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면 최대 50%까지 할인을 지원합니다.

마트가 20% 가격을 할인하고 여기에 정부가 할인을 추가 지원하는 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도 농수산물 가격이 너무 오르면 정부가 예산으로 할인 지원을 해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거둬왔는데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는 900억 원을 투입한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배는 할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배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앵커]

설 차례상이나 선물용으로도 배를 찾으시는 분들 많을 텐데, 올해도 배를 차례상에 올리긴 힘들겠군요?

[기자]

네 농식품부는 일단 과일 선물 세트에서 배 없는 세트를 많이 준비해달라고 유통업체들에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통적인 '사과 배' 선물 세트보다는 천혜향이나 샤인머스켓 등 다른 과일을 활용한 세트로 소비자들을 유도해달라는 거죠.

또 차례상 등을 고려해서 배는 3개 들이 포장을 많이 해왔는데, 낱개 포장으로 하나씩 팔아달라고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차례용으로 하나씩 팔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성균관에서 발표한 간소한 표준 설 차례상을 보면요.

굳이 배를 올리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차리라고 조언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율이시, 그러니까 대추 밤 배 감, 이렇게 올려야 한다고 해왔지만 이런 표현은 예법서에 나와 있지 않다, 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설 차례상 얘기까지 해봤는데, 올해도 농산물 물가가 물가 관리에 복병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기자]

네, 일단 기후가 급변하면서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농업계가 가장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다, 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늘 보고 하는 농사는 다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급등한 것도 큰 부담입니다.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나 곡물, 그리고 비료에 들어가는 원료 등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룟값이 크게 뛰면서 대표적으로 한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는데요.

환율이 올라서 농가의 경영비가 올라도 그걸 농산물 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면 농가들이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 또 그게 가격에 반영이 되면 소비자들이 힘들어지죠.

여기에다 수입 원료를 많이 쓰고 있는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이미 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환율 움직임과 통상 환경 변화 등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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