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앞두고도 ‘개혁’ 외치더니…‘윤석열표 노동 개혁’ 어디로?

입력 2025.01.11 (07:01) 수정 2025.01.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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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정말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계엄 9일 전인 지난해 11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을 불러 이같은 말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적힌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이 말에 김 장관이 곧바로 계엄 선포문·대국민 담화문·포고령 작성에 들어갔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사실, 계엄 이전까지 윤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한 대책으로 꾸준히 강조해온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4대 개혁(연금, 의료, 노동, 교육 개혁)입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구상을 본격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만 해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나 4대 개혁을 언급했습니다.

일례로 비상계엄 한 달 전쯤인 지난해 11월 5일, 윤 대통령은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축사에서 4대 개혁을 두고 "절체절명의 구조 개혁 과제"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완수한 것은, 결국 4대 개혁이 아닌 비상계엄 선포가 돼 버렸지만 말입니다.

■ '노동 개혁' 1순위 꼽았었는데…뭘하려 했나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 여러 개혁 과제 중에서도 '노동 개혁'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집권 2년차인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는 "3대 개혁인 노동·교육·연금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우리 경제의 탄력성, 회복력을 탱글탱글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유튜브 갈무리)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 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근로시간 개편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등의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 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와 업무개시명령으로 강경 대응한 정부 간 대치, 2023년 3월 이른바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이어진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 모두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 추진 중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며 "(노조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 등 노동 현장의 불법 관행 개선" "노동조합 회계공시 최초 시행"을 대표적 성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노사불문' 법치 확립과 근로시간 제도 개선 등 '노동 개혁'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1월 대통령실이 발표한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 주요 성과-노동개혁’ 카드 뉴스 첫 화면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2024년 11월 대통령실이 발표한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 주요 성과-노동개혁’ 카드 뉴스 첫 화면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 "노동 개혁 계속" 밝혔지만…숨 고르기 감지

하지만, 윤석열표 노동 개혁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 풀 꺾인 모습입니다.

어제(10일) 고용노동부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 2025년 업무계획은 일자리민생을 앞세웠습니다.

특히 상반기에 일자리 예산 70%를 조기 집행하고, 1분기 안에 110만 개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늘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의 첫 순번을 차지해왔던 '노동 개혁'은 순위가 뒤로 밀렸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 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내용은 다른 부문 계획보다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노사 법치주의에 대해선 "노사 불문 법과 원칙에 따라 안정적 노사관계가 유지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원칙 위주로 설명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서도 특정한 방향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보다 "현장 노사의견 수렴 등 여건을 조성할 계획", "노사정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예정"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2024년 8월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 장관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연합뉴스)2024년 8월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 장관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노동 개혁' 등 지난 3년 새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에서 강조했던 것들이 없거나 추상화됐고, 이전 업무보고를 반복한 내용도 다수 보인다"며 "탄핵 국면에서 동력이 빠지며 숨 고르기 단계로 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기후위기나 이주 노동자, AI 문제 등에 대한 혁신적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처 내에서도 정책 동력과 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노동 개혁' 관련 업무를 해온 한 공무원은 "계엄 이후 관련 논의가 어려워진, 중단된 상황"이라며 "언제쯤 가능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그제(9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 일자리 매칭에 주력하면서 노동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게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이라며 "노동 개혁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차관은 윤 정부 '노동 개혁'의 핵심이었던 '노사 법치주의'에 대해선 노동조합 회계 공시율이 90%를 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노동운동이라고 법을 안 지키는 게 관행화돼서는 안 된다. 이건 어떤 정부가 오든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고용과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등 다른 '노동 개혁' 과제에 대해선 "정부가 이야기하면 정부가 의도 갖고 노동권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와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노동계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의 유정엽 정책1본부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나 공감대를 위해서는 노사 법치주의나 노동시간 개악과 같은 잘못된 정책 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현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만한 자격, 여건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결국 새 정부에서 노동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강조하던 '노동 개혁'은 비상계엄 선포로 빚어진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표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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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1-11 08: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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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정말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계엄 9일 전인 지난해 11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을 불러 이같은 말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적힌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이 말에 김 장관이 곧바로 계엄 선포문·대국민 담화문·포고령 작성에 들어갔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사실, 계엄 이전까지 윤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한 대책으로 꾸준히 강조해온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4대 개혁(연금, 의료, 노동, 교육 개혁)입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구상을 본격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만 해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나 4대 개혁을 언급했습니다.

일례로 비상계엄 한 달 전쯤인 지난해 11월 5일, 윤 대통령은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축사에서 4대 개혁을 두고 "절체절명의 구조 개혁 과제"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미래 세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완수한 것은, 결국 4대 개혁이 아닌 비상계엄 선포가 돼 버렸지만 말입니다.

■ '노동 개혁' 1순위 꼽았었는데…뭘하려 했나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 여러 개혁 과제 중에서도 '노동 개혁'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집권 2년차인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는 "3대 개혁인 노동·교육·연금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해 우리 경제의 탄력성, 회복력을 탱글탱글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 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근로시간 개편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등의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 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와 업무개시명령으로 강경 대응한 정부 간 대치, 2023년 3월 이른바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이어진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 모두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 추진 중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이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며 "(노조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 등 노동 현장의 불법 관행 개선" "노동조합 회계공시 최초 시행"을 대표적 성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노사불문' 법치 확립과 근로시간 제도 개선 등 '노동 개혁'을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1월 대통령실이 발표한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 주요 성과-노동개혁’ 카드 뉴스 첫 화면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 "노동 개혁 계속" 밝혔지만…숨 고르기 감지

하지만, 윤석열표 노동 개혁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 풀 꺾인 모습입니다.

어제(10일) 고용노동부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 2025년 업무계획은 일자리민생을 앞세웠습니다.

특히 상반기에 일자리 예산 70%를 조기 집행하고, 1분기 안에 110만 개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늘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의 첫 순번을 차지해왔던 '노동 개혁'은 순위가 뒤로 밀렸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 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내용은 다른 부문 계획보다 구체성이 떨어집니다.

노사 법치주의에 대해선 "노사 불문 법과 원칙에 따라 안정적 노사관계가 유지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원칙 위주로 설명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서도 특정한 방향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보다 "현장 노사의견 수렴 등 여건을 조성할 계획", "노사정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예정"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2024년 8월 30일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문수 장관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노동 개혁' 등 지난 3년 새 고용노동부 업무계획에서 강조했던 것들이 없거나 추상화됐고, 이전 업무보고를 반복한 내용도 다수 보인다"며 "탄핵 국면에서 동력이 빠지며 숨 고르기 단계로 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기후위기나 이주 노동자, AI 문제 등에 대한 혁신적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처 내에서도 정책 동력과 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노동 개혁' 관련 업무를 해온 한 공무원은 "계엄 이후 관련 논의가 어려워진, 중단된 상황"이라며 "언제쯤 가능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그제(9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 일자리 매칭에 주력하면서 노동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게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이라며 "노동 개혁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차관은 윤 정부 '노동 개혁'의 핵심이었던 '노사 법치주의'에 대해선 노동조합 회계 공시율이 90%를 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노동운동이라고 법을 안 지키는 게 관행화돼서는 안 된다. 이건 어떤 정부가 오든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고용과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등 다른 '노동 개혁' 과제에 대해선 "정부가 이야기하면 정부가 의도 갖고 노동권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와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노동계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의 유정엽 정책1본부장은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나 공감대를 위해서는 노사 법치주의나 노동시간 개악과 같은 잘못된 정책 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현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만한 자격, 여건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결국 새 정부에서 노동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강조하던 '노동 개혁'은 비상계엄 선포로 빚어진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표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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