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테러에도 건재했는데”…만평의 위기?

입력 2025.01.14 (12:37) 수정 2025.01.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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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교 창시자 풍자 만평을 실었다가 총기 테러를 당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건,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회뿐 아니라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는데, 테러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풍자의 위기'를 맞았단 우려가 나옵니다.

어떤 내용인지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희생자가 많았고, 특히 만평이 테러의 빌미가 됐다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기자]

네, 2015년 1월 테러 당시 5명의 만평가를 비롯해서 기자, 경찰 등 12명이 숨졌는데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형제가 사무실을 습격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샤를리 에브도는 1970년 창설 이래 정치인들, 교황, 왕족 등 성역 없이 풍자 대상으로 삼아 왔는데요.

이슬람교에서 묘사조차 금기시하는 무함마드를 조롱한 건 신성 모독이라는 겁니다.

언론을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의 충격 속에,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프랑스 시민 3백만 명이 시위를 벌였고요.

공격당한 샤를리 에브도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내가 샤를리다"라는 문구가 시위 현장에서, 또 SNS에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시 다른 나라들과 세계 언론인들도 동참했던 기억이 나네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엔 어땠나요?

[기자]

네, 이 신문 보시면 짐작이 가실 텐데요,

샤를리 에브도가 2015년 1월 14일, 그러니까 테러가 난 지 일주일 뒤에 발행한 특별판입니다.

"모든 게 용서됐다"라는 문구와 "내가 샤를리다" 라고 쓰인 팻말을 든 무함마드의 모습을, 또 실었습니다.

동료들을 잃은 충격에도, 테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이런 의미로 특별판까지 낸 겁니다.

이 특별판이 당시 8백만 부 넘게 팔렸고요, 기본 판매 부수와 후원금도 뛰었습니다.

현재 발행 부수는 테러 직후보단 떨어졌지만, 테러 전보다 25% 늘어난 5만 부, 매출도 출판사까지 합쳐 810만 유로, 약 122억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슬람 극단주의와 충돌도 계속됐고, 이후에 또 테러도 났잖아요?

만평 수위가 달라졌다든지 다른 여파는 없었습니까?

[기자]

네,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났던 바로 그 해,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로 130명이 숨졌죠.

2020년엔 특히 샤를리 에브도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수업하던 중학교 교사가 살해당하는 테러가 또 발생합니다.

사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수위가 지나치다', '이슬람 혐오를 자극한다'와 같은 비판은 2015년 테러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이 풍자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며 만평가들 손을 들어준 바 있고요.

샤를리 에브도는 테러 이후에도 빌미가 된 '독한' 시사만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발행인에게 들어보시죠.

[리스/샤를리 에브도 발행인·만평가 : "(28개국에서 발행하는) 우리 만평은 '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모순된 점은 '웃음은 보편적'이란 겁니다. 보편적인 언어이고, 샤를리는 보통 사람들의 신문입니다. (만평은) 웃음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테러 10년을 맞아 특별판이 나오고, 추모 행사도 열렸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졌단 얘기가 나옵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76%는 여전히 만평의 자유를 지지한다, 62%는 종교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답했지만 "내가 샤를리다"라는 연대 응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풍자의 위기다, 사회적 관용이 축소됐다,란 문제 제기도 나왔습니다.

[헬렌 마르시아노/'테러 추모' 참여 예술가 : "우리는 더 소심해지고, 소극적으로 됐습니다. 입을 열어 말하기 전에 그 결과를 두려워하면서요. 표현의 자유와 무례함은 정반대인데도 불구하고요."]

[앵커]

분위기가 위축됐다는 건데,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면서요?

[기자]

유명 주간지들의 만평들이 된서리를 맞고 심지어 퇴출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단 거센 비판에 공식 사과를 하고, 만평 자체를 중단해 버렸고요.

최근엔 워싱턴포스트가 이 만평 게재를 거부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동상에 무릎을 꿇고 돈더미를 바치는 미국 빅테크 CEO들인데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 AI의 샘 올트먼 옆에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의 얼굴이 눈에 띕니다.

'워싱턴포스트 사주'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지지 후보를 밝히는 오랜 전통을 깼다가 구독자가 25만 명이나 떨어져 나가는 역풍을 맞기도 했는데요.

아마존에선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도 만들고 있습니다.

베이조스의 '트럼프 비위 맞추기'란 비판 속에, 신문 만평까지 막아 논란이 되자 퓰리처상까지 탔던 해당 만평가는 "자유 언론에 위험한 일"이라며 사직했습니다.

[앵커]

베이조스 등 빅테크 CEO들,예전엔 트럼프 당선인과 사이가 그닥 좋지 않았잖아요?

[기자]

그래서 더욱 '비위 맞추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입니다.

저커버그도 '팩트체킹' 기능을 뉴스 서비스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앞서 보신 샤를리 에브도 발행인은 "풍자엔 비극적인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낙관주의라는 미덕이 있고, 만평은 그 낙관주의의 표현이다" 라고 말했는데요.

재벌들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검열이 강화되고, 관용의 폭도 좁아지는 상황에서 풍자와 만평이 다시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 이인영/그래픽: 김정현 김석훈/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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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1-14 13: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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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교 창시자 풍자 만평을 실었다가 총기 테러를 당했던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건,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당시 프랑스 사회뿐 아니라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는데, 테러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풍자의 위기'를 맞았단 우려가 나옵니다.

어떤 내용인지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희생자가 많았고, 특히 만평이 테러의 빌미가 됐다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기자]

네, 2015년 1월 테러 당시 5명의 만평가를 비롯해서 기자, 경찰 등 12명이 숨졌는데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형제가 사무실을 습격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샤를리 에브도는 1970년 창설 이래 정치인들, 교황, 왕족 등 성역 없이 풍자 대상으로 삼아 왔는데요.

이슬람교에서 묘사조차 금기시하는 무함마드를 조롱한 건 신성 모독이라는 겁니다.

언론을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의 충격 속에,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프랑스 시민 3백만 명이 시위를 벌였고요.

공격당한 샤를리 에브도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내가 샤를리다"라는 문구가 시위 현장에서, 또 SNS에서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시 다른 나라들과 세계 언론인들도 동참했던 기억이 나네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엔 어땠나요?

[기자]

네, 이 신문 보시면 짐작이 가실 텐데요,

샤를리 에브도가 2015년 1월 14일, 그러니까 테러가 난 지 일주일 뒤에 발행한 특별판입니다.

"모든 게 용서됐다"라는 문구와 "내가 샤를리다" 라고 쓰인 팻말을 든 무함마드의 모습을, 또 실었습니다.

동료들을 잃은 충격에도, 테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이런 의미로 특별판까지 낸 겁니다.

이 특별판이 당시 8백만 부 넘게 팔렸고요, 기본 판매 부수와 후원금도 뛰었습니다.

현재 발행 부수는 테러 직후보단 떨어졌지만, 테러 전보다 25% 늘어난 5만 부, 매출도 출판사까지 합쳐 810만 유로, 약 122억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슬람 극단주의와 충돌도 계속됐고, 이후에 또 테러도 났잖아요?

만평 수위가 달라졌다든지 다른 여파는 없었습니까?

[기자]

네,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났던 바로 그 해,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로 130명이 숨졌죠.

2020년엔 특히 샤를리 에브도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수업하던 중학교 교사가 살해당하는 테러가 또 발생합니다.

사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수위가 지나치다', '이슬람 혐오를 자극한다'와 같은 비판은 2015년 테러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이 풍자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며 만평가들 손을 들어준 바 있고요.

샤를리 에브도는 테러 이후에도 빌미가 된 '독한' 시사만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발행인에게 들어보시죠.

[리스/샤를리 에브도 발행인·만평가 : "(28개국에서 발행하는) 우리 만평은 '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모순된 점은 '웃음은 보편적'이란 겁니다. 보편적인 언어이고, 샤를리는 보통 사람들의 신문입니다. (만평은) 웃음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테러 10년을 맞아 특별판이 나오고, 추모 행사도 열렸는데 분위기가 좀 달라졌단 얘기가 나옵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76%는 여전히 만평의 자유를 지지한다, 62%는 종교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답했지만 "내가 샤를리다"라는 연대 응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풍자의 위기다, 사회적 관용이 축소됐다,란 문제 제기도 나왔습니다.

[헬렌 마르시아노/'테러 추모' 참여 예술가 : "우리는 더 소심해지고, 소극적으로 됐습니다. 입을 열어 말하기 전에 그 결과를 두려워하면서요. 표현의 자유와 무례함은 정반대인데도 불구하고요."]

[앵커]

분위기가 위축됐다는 건데, 이런 상황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면서요?

[기자]

유명 주간지들의 만평들이 된서리를 맞고 심지어 퇴출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단 거센 비판에 공식 사과를 하고, 만평 자체를 중단해 버렸고요.

최근엔 워싱턴포스트가 이 만평 게재를 거부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동상에 무릎을 꿇고 돈더미를 바치는 미국 빅테크 CEO들인데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 AI의 샘 올트먼 옆에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의 얼굴이 눈에 띕니다.

'워싱턴포스트 사주'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지지 후보를 밝히는 오랜 전통을 깼다가 구독자가 25만 명이나 떨어져 나가는 역풍을 맞기도 했는데요.

아마존에선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도 만들고 있습니다.

베이조스의 '트럼프 비위 맞추기'란 비판 속에, 신문 만평까지 막아 논란이 되자 퓰리처상까지 탔던 해당 만평가는 "자유 언론에 위험한 일"이라며 사직했습니다.

[앵커]

베이조스 등 빅테크 CEO들,예전엔 트럼프 당선인과 사이가 그닥 좋지 않았잖아요?

[기자]

그래서 더욱 '비위 맞추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입니다.

저커버그도 '팩트체킹' 기능을 뉴스 서비스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앞서 보신 샤를리 에브도 발행인은 "풍자엔 비극적인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낙관주의라는 미덕이 있고, 만평은 그 낙관주의의 표현이다" 라고 말했는데요.

재벌들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검열이 강화되고, 관용의 폭도 좁아지는 상황에서 풍자와 만평이 다시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 이인영/그래픽: 김정현 김석훈/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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