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사선 피폭 33배↑…어린이에 ‘CT 남발’ 의료기관 22곳
입력 2025.0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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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질환이 극성인 요즘, 우리 아이가 '폐렴'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기침·콧물 등이 오래 지속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폐렴 진단은 청진이나 엑스레이 등으로 가능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불필요한 흉부 CT를 남용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CT 검사 실태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흉부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엑스레이의 최대 33배입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영유아·어린이는 세포 분열이 활발해 방사선에 더 민감합니다. CT 검사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CT 찍은 소아 폐렴 환자 4,275명…3배 가까이 증가
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폐렴 진단을 받은 12세 미만 소아의 입원·외래명세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조사 기간 폐렴 진단을 받은 12세 미만 소아는 102만여 명입니다.
이 중 진단 과정에서 흉부 CT를 촬영한 아동은 4,275명이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엔 1,439명이었는데 3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 "폐렴 진단 환자 '전원'에게 CT 검사"…'남용 의심' 의료기관 22곳
CT 검사 비율이 유난히 높은 의료 기관도 확인됐습니다.
병원급 A 병원에서는 분석 기간 17명에게 폐렴 진단을 내렸는데, 17명 모두에게 흉부 CT를 찍게 했습니다. 촬영 비율이 100%인 겁니다.
B 병원은 내원한 소아 환자 25명 중 22명, C 병원은 19명 중 16명에게 CT를 찍게 했습니다.
CT 촬영 비율이 30%를 웃도는 의료 기관은 모두 22곳이었습니다. 병원급이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급이 8곳, 의원급이 2곳이었습니다.
CT 검사 1건당 비용은 평균 12만 원입니다. 대부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됩니다. 방사선 노출 위험에도 일부 병원들이 돈벌이에 나선 걸로 의심됩니다.
박종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장은 "진단이 어렵거나 중증도가 높으면 CT를 사용할 순 있는데, 특정 기관에서 폐렴 환자 전원에게 100% 다 쓰게 하는 건 이상한 것이고, 해당 기관에서 남용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CT 검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의 다른 급여 청구 내역도 분석해, 행정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지 조사를 나갈 계획입니다.
■ CT 찍으면 암 발생 1.5배…미국은 가이드라인 마련
컴퓨터 단층 촬영 장비, CT는 질병에 걸려 '정밀 진단'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방사선에 노출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흉부 CT의 경우, 한 번 찍을 때 1.2에서 6.6밀리시버트 사이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흉부 엑스레이(0.2~0.34밀리시버트)보다 피폭량이 최대 33배입니다.
고대안산병원 연구진이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CT 검사의 위험성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CT 검사를 한 번이라도 받은 117만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200여 명에게 암이 발생했습니다. CT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암 발생이 1.5배 많았습니다.
갑상선암은 두 배 가까이, 뇌암과 혈액암도 1.5배 안팎으로 발생이 많았습니다. CT 검사 때 쬔 방사선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영상의학회 등 3개 학회는 가급적 방사선 피폭이 없거나 (피폭량이) 낮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2024년 공동 정책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소아 환자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CT 가이드라인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 청진·가래 검사·엑스레이로 진단 가능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거나 독감 등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폐렴은 CT를 촬영하지 않고도 청진이나 가래 검사, 엑스레이로 진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이야기입니다.
장광천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청진 소견이 일차적으로 믿을 만한 객관적인 소견인데, 청진 때 들리는 라음(소음)이 있으면 강하게 폐렴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전문가들은 기침이 2주 연속 지속되면 엑스레이를 찍어 폐렴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폐의 염증 부위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해야 할 때도 엑스레이가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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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18 07:00:25
호흡기 질환이 극성인 요즘, 우리 아이가 '폐렴'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기침·콧물 등이 오래 지속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폐렴 진단은 청진이나 엑스레이 등으로 가능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불필요한 흉부 CT를 남용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CT 검사 실태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흉부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엑스레이의 최대 33배입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영유아·어린이는 세포 분열이 활발해 방사선에 더 민감합니다. CT 검사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CT 찍은 소아 폐렴 환자 4,275명…3배 가까이 증가
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폐렴 진단을 받은 12세 미만 소아의 입원·외래명세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조사 기간 폐렴 진단을 받은 12세 미만 소아는 102만여 명입니다.
이 중 진단 과정에서 흉부 CT를 촬영한 아동은 4,275명이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엔 1,439명이었는데 3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 "폐렴 진단 환자 '전원'에게 CT 검사"…'남용 의심' 의료기관 22곳
CT 검사 비율이 유난히 높은 의료 기관도 확인됐습니다.
병원급 A 병원에서는 분석 기간 17명에게 폐렴 진단을 내렸는데, 17명 모두에게 흉부 CT를 찍게 했습니다. 촬영 비율이 100%인 겁니다.
B 병원은 내원한 소아 환자 25명 중 22명, C 병원은 19명 중 16명에게 CT를 찍게 했습니다.
CT 촬영 비율이 30%를 웃도는 의료 기관은 모두 22곳이었습니다. 병원급이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급이 8곳, 의원급이 2곳이었습니다.
CT 검사 1건당 비용은 평균 12만 원입니다. 대부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됩니다. 방사선 노출 위험에도 일부 병원들이 돈벌이에 나선 걸로 의심됩니다.
박종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장은 "진단이 어렵거나 중증도가 높으면 CT를 사용할 순 있는데, 특정 기관에서 폐렴 환자 전원에게 100% 다 쓰게 하는 건 이상한 것이고, 해당 기관에서 남용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CT 검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의 다른 급여 청구 내역도 분석해, 행정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지 조사를 나갈 계획입니다.
■ CT 찍으면 암 발생 1.5배…미국은 가이드라인 마련
컴퓨터 단층 촬영 장비, CT는 질병에 걸려 '정밀 진단'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방사선에 노출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흉부 CT의 경우, 한 번 찍을 때 1.2에서 6.6밀리시버트 사이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흉부 엑스레이(0.2~0.34밀리시버트)보다 피폭량이 최대 33배입니다.
고대안산병원 연구진이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CT 검사의 위험성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CT 검사를 한 번이라도 받은 117만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200여 명에게 암이 발생했습니다. CT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암 발생이 1.5배 많았습니다.
갑상선암은 두 배 가까이, 뇌암과 혈액암도 1.5배 안팎으로 발생이 많았습니다. CT 검사 때 쬔 방사선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영상의학회 등 3개 학회는 가급적 방사선 피폭이 없거나 (피폭량이) 낮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2024년 공동 정책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소아 환자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CT 가이드라인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 청진·가래 검사·엑스레이로 진단 가능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거나 독감 등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폐렴은 CT를 촬영하지 않고도 청진이나 가래 검사, 엑스레이로 진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이야기입니다.
장광천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청진 소견이 일차적으로 믿을 만한 객관적인 소견인데, 청진 때 들리는 라음(소음)이 있으면 강하게 폐렴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전문가들은 기침이 2주 연속 지속되면 엑스레이를 찍어 폐렴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폐의 염증 부위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해야 할 때도 엑스레이가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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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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