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왜 대통령에 실망할까…‘이 나라’는 지지율 과반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1.21 (06:00)
수정 2025.01.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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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위기의 지도자들' 시대입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한국뿐 아니라, 국민 손으로 직접 뽑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15%…25개국 가운데 꼴찌"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는 매달 전 세계 온라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국정 수행 만족도를 조사합니다 . 지난달 나온, 25개 민주주의 국가 대상 조사 결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15%로 최하위였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 조사된 수치입니다.
다른 주요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62년 만에 총리 불신임으로 내각이 총사퇴한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같은 기간 18%를 기록했습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의 숄츠 총리도 19%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캐나다를 미국으로 편입시키라'는 굴욕을 당했던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지난 총선에서 야당에게 제1당 자리를 내준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모두 30%가 채 안 됩니다.
■ "원인은 정치와 경제"
먼저 자국 내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집권 여당 정부를 실각시킨 건 야당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제1당이 된 야당과 협치를 거부했고, 독일 총리는 이른바 국내 정당의 권력 균형으로 굴러가던 '신호등 연정'이 무너지면서 불신임받았습니다.
경제 상황도 영향을 줍니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는 경제성장률이 지난 분기 1%가 안 됐습니다. 오늘(한국시간 21일) 취임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미국 우선' 관세 정책은 여기에 더 악영향을 줄 거로 예상됩니다. 더 이상 유럽연합은 아니지만, 고질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영국도 마찬가집니다.
캐나다 총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즉시 미국으로 날아가 저자세를 취했다가 당내 퇴임 요구에 직면해 결국 사의를 밝혔습니다.
■ 스위스, '대통령 지지율·정부 신뢰도·국민 행복' 모두 과반
그런데 스위스만큼은 예외입니다. 같은 기간 스위스 대통령 지지도는 56%, 직접 만나 본 스위스 정치평론가들은 이 수치도 많이 하락한 거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의 '국민 분권형' 정치 제도를 그 강력한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개념이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국민 한 명 한 명이 대통령과 동등한 권력을 갖는다는 겁니다.
스위스의 약 8백만 명 남짓의 국민이 지역과 정당을 '황금 비율'로 고루 분배한 246명의 국회의원을 비례로 선출합니다. 정치 제도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숫자로만 환산해 보면 약 5천만 명 인구인 한국이 3백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과 비교해 다양성이 5배 이상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246명의 비례 의원이 국정을 운영할 7명의 국무위원(장관)을 선출합니다. 이 7명의 국무위원도 정당에 따라 고루 분배됩니다. 그리고 이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며 1년씩 대통령을 맡습니다. 이른바 '윤번제 대통령제'입니다.
여기에 매년 국민이 직접 법안을 통과시키는 '국민 투표'를 많게는 수십 회 실시합니다. 의회와 정부에서 통과된 법률안도 언제든 정족수만 채우면 철회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적용한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그 결과 스위스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은 세계 그 어느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 여론조사기관인 GFS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정부 등 공공기관 신뢰도는 지난해 62%로, OECD 평균인 39%보다 50%가량 높습니다. 국민 행복도도 평균 이상치를 웃돕니다.
■ "국민은 언제나 가장 위에…권력 분권의 지향점"
이 같은 정치 제도는 건축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행정수도인 베른에는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회의원이 모두 모여 일하는 300m 남짓의 연방 궁전이 있습니다. 연방 궁전 대변인은 KBS 취재진에게 가장 높은 층에는 국민을 반영하는 의회가, 그 아래층에는 행정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이 언제나 가장 위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스위스는 연방국인 만큼 한국을 비롯한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제도와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직접적인 장단점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정치의 지향점은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도자의 과도한 권력 집중과 잘못된 의사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면, 한국 국민뿐 아니라 전쟁과 갈등에 시달리는 전 세계인의 고통도 보다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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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 왜 대통령에 실망할까…‘이 나라’는 지지율 과반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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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21 06:00:41
- 수정2025-01-21 06:08:50
바야흐로 '위기의 지도자들' 시대입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한국뿐 아니라, 국민 손으로 직접 뽑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15%…25개국 가운데 꼴찌"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는 매달 전 세계 온라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국정 수행 만족도를 조사합니다 . 지난달 나온, 25개 민주주의 국가 대상 조사 결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15%로 최하위였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 조사된 수치입니다.
다른 주요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62년 만에 총리 불신임으로 내각이 총사퇴한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은 같은 기간 18%를 기록했습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의 숄츠 총리도 19%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캐나다를 미국으로 편입시키라'는 굴욕을 당했던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지난 총선에서 야당에게 제1당 자리를 내준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모두 30%가 채 안 됩니다.
■ "원인은 정치와 경제"
먼저 자국 내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집권 여당 정부를 실각시킨 건 야당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제1당이 된 야당과 협치를 거부했고, 독일 총리는 이른바 국내 정당의 권력 균형으로 굴러가던 '신호등 연정'이 무너지면서 불신임받았습니다.
경제 상황도 영향을 줍니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는 경제성장률이 지난 분기 1%가 안 됐습니다. 오늘(한국시간 21일) 취임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미국 우선' 관세 정책은 여기에 더 악영향을 줄 거로 예상됩니다. 더 이상 유럽연합은 아니지만, 고질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영국도 마찬가집니다.
캐나다 총리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즉시 미국으로 날아가 저자세를 취했다가 당내 퇴임 요구에 직면해 결국 사의를 밝혔습니다.
■ 스위스, '대통령 지지율·정부 신뢰도·국민 행복' 모두 과반
그런데 스위스만큼은 예외입니다. 같은 기간 스위스 대통령 지지도는 56%, 직접 만나 본 스위스 정치평론가들은 이 수치도 많이 하락한 거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의 '국민 분권형' 정치 제도를 그 강력한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개념이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국민 한 명 한 명이 대통령과 동등한 권력을 갖는다는 겁니다.
스위스의 약 8백만 명 남짓의 국민이 지역과 정당을 '황금 비율'로 고루 분배한 246명의 국회의원을 비례로 선출합니다. 정치 제도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숫자로만 환산해 보면 약 5천만 명 인구인 한국이 3백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과 비교해 다양성이 5배 이상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246명의 비례 의원이 국정을 운영할 7명의 국무위원(장관)을 선출합니다. 이 7명의 국무위원도 정당에 따라 고루 분배됩니다. 그리고 이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며 1년씩 대통령을 맡습니다. 이른바 '윤번제 대통령제'입니다.
여기에 매년 국민이 직접 법안을 통과시키는 '국민 투표'를 많게는 수십 회 실시합니다. 의회와 정부에서 통과된 법률안도 언제든 정족수만 채우면 철회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적용한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그 결과 스위스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은 세계 그 어느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 여론조사기관인 GFS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정부 등 공공기관 신뢰도는 지난해 62%로, OECD 평균인 39%보다 50%가량 높습니다. 국민 행복도도 평균 이상치를 웃돕니다.
■ "국민은 언제나 가장 위에…권력 분권의 지향점"
이 같은 정치 제도는 건축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행정수도인 베른에는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회의원이 모두 모여 일하는 300m 남짓의 연방 궁전이 있습니다. 연방 궁전 대변인은 KBS 취재진에게 가장 높은 층에는 국민을 반영하는 의회가, 그 아래층에는 행정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이 언제나 가장 위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스위스는 연방국인 만큼 한국을 비롯한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제도와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직접적인 장단점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정치의 지향점은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도자의 과도한 권력 집중과 잘못된 의사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면, 한국 국민뿐 아니라 전쟁과 갈등에 시달리는 전 세계인의 고통도 보다 나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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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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