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열흘…북미가 만난다면, 우리는? [뒷北뉴스]

입력 2025.02.01 (07:01) 수정 2025.02.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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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북미 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북핵 문제입니다. 트럼프 취임 열흘, 북미 대화 가능성과 북핵 문제를 짚어봅니다.

■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 거듭 언급..."우린 잘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취임식 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사인을 하던 중 한 기자가 "2017년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처럼,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위협을 지목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북한과 김정은을 얘기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북한을 엄청난 위협으로 봤고, 이제 그는(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김정은이 반가워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김정은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습니다.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무도회에서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통화를 가졌는데, "김정은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며칠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에 대해서 하나 예를 들겠습니다. 내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바로 여기서 만났는데, 가장 큰 위협이 북한이라고 이야기했어요."라며 김정은 얘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북한의 위협을 집권 1기 때 잘 해결했다는 자화자찬도 잊지 않았습니다. 종교적 열정이 강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지만, 김정은은 '똑똑하다(smart)'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동안 트럼프의 메시지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소식도 트럼프 당선 70일이 지난 뒤, 취임하고 하루가 지나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사진도 논평도 없이 짤막한 두 문장으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알린 북한은 한동안 미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북한은 '핵 시찰' 공개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 역대 미국 정권이 추구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군축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 같은 파장을 의식한 듯 최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일각의 이른바 '스몰딜' 우려에 일단은 선을 그은 거로 풀이됩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정은의 핵 시설 시찰 행보를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설을 둘러보며 “(핵 무력 강화 노선은)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 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 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재개 신호에도 핵시설을 과시하고 핵 무력 강화를 천명하는 것으로 응수한 셈입니다.

■ 북미 대화 어디로..."우리 발언권 확보해야"

백악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인정하고 군축 협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빅딜' 대신, 미 본토 타격 위협 등을 우선 제거하는, 이른바 '스몰딜'식 접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한층 고도화됐고, 또 미국 내에서는 과거 30년 간의 대북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비핵화 회의론'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한반도 안보 지형은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 경우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이 '비공식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 또는 잠재적 핵 능력을 보유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주변국인 일본과 타이완까지도 이 같은 주장을 하며 이른바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성사 여부나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임기 내 북미대화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와 핵 무력 과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북한 사이 '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재와 탄핵 정국 속에 우리 정부의 대비는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미국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북핵 정책을 명확히 수립해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만큼,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설사 미국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스몰딜'을 시도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때 만든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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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1 07:01:46
    • 수정2025-02-01 07:01:57
    뒷北뉴스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북미 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북핵 문제입니다. 트럼프 취임 열흘, 북미 대화 가능성과 북핵 문제를 짚어봅니다.

■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 거듭 언급..."우린 잘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취임식 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사인을 하던 중 한 기자가 "2017년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처럼,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위협을 지목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북한과 김정은을 얘기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북한을 엄청난 위협으로 봤고, 이제 그는(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김정은이 반가워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김정은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습니다.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무도회에서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통화를 가졌는데, "김정은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며칠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에 대해서 하나 예를 들겠습니다. 내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바로 여기서 만났는데, 가장 큰 위협이 북한이라고 이야기했어요."라며 김정은 얘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북한의 위협을 집권 1기 때 잘 해결했다는 자화자찬도 잊지 않았습니다. 종교적 열정이 강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지만, 김정은은 '똑똑하다(smart)'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동안 트럼프의 메시지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소식도 트럼프 당선 70일이 지난 뒤, 취임하고 하루가 지나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사진도 논평도 없이 짤막한 두 문장으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알린 북한은 한동안 미국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북한은 '핵 시찰' 공개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 역대 미국 정권이 추구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군축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 같은 파장을 의식한 듯 최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일각의 이른바 '스몰딜' 우려에 일단은 선을 그은 거로 풀이됩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정은의 핵 시설 시찰 행보를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설을 둘러보며 “(핵 무력 강화 노선은)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며 변함없는 숭고한 의무이고 본분”이라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 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 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재개 신호에도 핵시설을 과시하고 핵 무력 강화를 천명하는 것으로 응수한 셈입니다.

■ 북미 대화 어디로..."우리 발언권 확보해야"

백악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인정하고 군축 협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빅딜' 대신, 미 본토 타격 위협 등을 우선 제거하는, 이른바 '스몰딜'식 접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한층 고도화됐고, 또 미국 내에서는 과거 30년 간의 대북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비핵화 회의론'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한반도 안보 지형은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 경우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이 '비공식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 또는 잠재적 핵 능력을 보유해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주변국인 일본과 타이완까지도 이 같은 주장을 하며 이른바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성사 여부나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임기 내 북미대화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와 핵 무력 과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북한 사이 '대화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재와 탄핵 정국 속에 우리 정부의 대비는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미국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북핵 정책을 명확히 수립해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만큼,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설사 미국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스몰딜'을 시도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때 만든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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