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멈춰 섰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오는 26일 재개된다. 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3일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작도 하기 전 '불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후보들 캠프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몽규 현 회장의 대항마로 나선 허정무·신문선 후보자는 "선거인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선거운영위원회에 선거인단의 직능별 구성 비율과 나아가서 선거인 수의 확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 팩트체크 1: 선거인단 구성에 현직 프리미엄이 과도한가.
축구협회가 선정한 선거인단 규모는 194명. 이 가운데 17개 시도 축구협회장과 임원, 협회 산하 연맹체 회장과 임원, 그리고 K리그1 대표이사와 임원 등이 투표권을 받았는데, 이 숫자가 66명이었다.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허정무와 신문선 후보는 이 34%의 투표권자들이 사실상 정몽규 현 회장을 지지하는 '현직 프리미엄 표'라고 주장한다. 이미 1/3가량의 표가 사실상 '고정표'로 정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를 공정 선거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이다.
그런데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 비율이 34%인 것은 정말 불공정한가. 이 비율의 적정성을 따질 때 일차적 기준점은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선거인단 비율이 될 것이다. 유승민 회장이 당선된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 비율은 37.2%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의 비율보다 오히려 낮은 셈이다. 그럼에도 유승민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이기흥 전 회장을 꺾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현재의 축구협회장 선거 구도에서 35%에 달하는 임원 투표권은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체육회와 달리 축구협회와 산하 축구 단체의 관계는 훨씬 밀접하다. 체육회는 정회원단체만 65개가 넘는 공룡 조직이고 그만큼 다양한 종목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장 선거는 단일 종목의 특성상 현 집행부와 같은 노선, 같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더욱이 대한축구협회는 1993년 정몽준 전 회장의 임기 때부터 무려 30년 동안 범현대가가 지배구조를 이어온 조직이다. 축구협회와 대체로 비슷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시도 축구협회장과 K리그 대표이사 등으로 이뤄진 임원 투표의 비율이 전체의 1/3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산하 단체 임원들의 투표권을 2장 이상 보장한 모법, 대한체육회의 선거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회와 축구협회는 각 시도 단체와 산하 연맹 임원에게 투표권을 2장씩 부여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단체장이 갖고, 다른 하나는 단체장이 임명한 임원에게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단체장이 임명한 또 다른 임원이 사실상 그 단체장과 똑같은 표심을 행사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즉 현직 프리미엄 표가 두 배 더 행사될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신문선 후보는 "대의원이 협회 정회원을 대표한 선거인인데, 정회원 단체 임원에게 추가로 선거권을 부여한 것은 선거 공정성을 저해함과 더불어 기득권에 절대적 유리한 선거 구도로 작용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게 하는 편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축구협회 등 체육 단체장 선거는 모든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직접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불공정성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추첨을 통해 선정한 투표인단이 간접 선거를 행하는 방식인 만큼, 다수 유권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인 임원급의 투표가 똑같은 한 표로 계산되는 것은 오히려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현 축구협회의 정책 노선을 산하 단체들이 지지한다는 뜻이고 이를 투표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간접 선거로 치르는 축구협회장 선거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 팩트체크 2: 선거인단 재편과 확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미 한 차례 선거가 중단, 연기된 만큼 허정무 신문선 후보는 선거인단 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아가 선수나 지도자, 동호인 등 일반 유권자들에게 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정무 후보는 "지도자, 선수 등과 달리 대의원 단체에만 2표를 배정하는 것은 '평등 선거'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면서 "정관에서는 이미 선거인단 수를 300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시도협회뿐 아니라 시, 군, 구 축구협회 회장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거운영위원회에 호소했다.

하지만 26일로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 규모와 비율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3일 출범한 선거운영위원회는 이번 선거를 "중단된 선거를 재개하는 것이지, 아예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후보자 등록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기존 선거를 이어서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190여 명의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또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을 줄이는 안도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선거 규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수정을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다. 이미 진행 중인 선거인단 구성을 바꾸는 건 경기 도중 룰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새로운 선거운영위원회가 법원에서 제기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공정한 선거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한국 축구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축구협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선거지연을 위한 허위사실 주장, 비방을 중단하고 모든 후보가 협회의 정관을 존중하며 경선에 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12년 만에 경선 방식으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여러 허점이 드러난 만큼, 선거의 공정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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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인가…‘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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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04 18:38:43

잠시 멈춰 섰던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오는 26일 재개된다. 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가 3일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작도 하기 전 '불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후보들 캠프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몽규 현 회장의 대항마로 나선 허정무·신문선 후보자는 "선거인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선거운영위원회에 선거인단의 직능별 구성 비율과 나아가서 선거인 수의 확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 팩트체크 1: 선거인단 구성에 현직 프리미엄이 과도한가.
축구협회가 선정한 선거인단 규모는 194명. 이 가운데 17개 시도 축구협회장과 임원, 협회 산하 연맹체 회장과 임원, 그리고 K리그1 대표이사와 임원 등이 투표권을 받았는데, 이 숫자가 66명이었다. 전체의 34%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허정무와 신문선 후보는 이 34%의 투표권자들이 사실상 정몽규 현 회장을 지지하는 '현직 프리미엄 표'라고 주장한다. 이미 1/3가량의 표가 사실상 '고정표'로 정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를 공정 선거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이다.
그런데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 비율이 34%인 것은 정말 불공정한가. 이 비율의 적정성을 따질 때 일차적 기준점은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선거인단 비율이 될 것이다. 유승민 회장이 당선된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 비율은 37.2%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의 비율보다 오히려 낮은 셈이다. 그럼에도 유승민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이기흥 전 회장을 꺾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현재의 축구협회장 선거 구도에서 35%에 달하는 임원 투표권은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체육회와 달리 축구협회와 산하 축구 단체의 관계는 훨씬 밀접하다. 체육회는 정회원단체만 65개가 넘는 공룡 조직이고 그만큼 다양한 종목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장 선거는 단일 종목의 특성상 현 집행부와 같은 노선, 같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더욱이 대한축구협회는 1993년 정몽준 전 회장의 임기 때부터 무려 30년 동안 범현대가가 지배구조를 이어온 조직이다. 축구협회와 대체로 비슷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시도 축구협회장과 K리그 대표이사 등으로 이뤄진 임원 투표의 비율이 전체의 1/3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산하 단체 임원들의 투표권을 2장 이상 보장한 모법, 대한체육회의 선거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육회와 축구협회는 각 시도 단체와 산하 연맹 임원에게 투표권을 2장씩 부여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단체장이 갖고, 다른 하나는 단체장이 임명한 임원에게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단체장이 임명한 또 다른 임원이 사실상 그 단체장과 똑같은 표심을 행사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즉 현직 프리미엄 표가 두 배 더 행사될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신문선 후보는 "대의원이 협회 정회원을 대표한 선거인인데, 정회원 단체 임원에게 추가로 선거권을 부여한 것은 선거 공정성을 저해함과 더불어 기득권에 절대적 유리한 선거 구도로 작용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게 하는 편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축구협회 등 체육 단체장 선거는 모든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직접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불공정성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추첨을 통해 선정한 투표인단이 간접 선거를 행하는 방식인 만큼, 다수 유권자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인 임원급의 투표가 똑같은 한 표로 계산되는 것은 오히려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현 축구협회의 정책 노선을 산하 단체들이 지지한다는 뜻이고 이를 투표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간접 선거로 치르는 축구협회장 선거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 팩트체크 2: 선거인단 재편과 확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미 한 차례 선거가 중단, 연기된 만큼 허정무 신문선 후보는 선거인단 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아가 선수나 지도자, 동호인 등 일반 유권자들에게 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정무 후보는 "지도자, 선수 등과 달리 대의원 단체에만 2표를 배정하는 것은 '평등 선거'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면서 "정관에서는 이미 선거인단 수를 300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시도협회뿐 아니라 시, 군, 구 축구협회 회장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거운영위원회에 호소했다.

하지만 26일로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 규모와 비율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3일 출범한 선거운영위원회는 이번 선거를 "중단된 선거를 재개하는 것이지, 아예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후보자 등록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기존 선거를 이어서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190여 명의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또 산하 단체 임원의 투표권을 줄이는 안도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선거 규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수정을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다. 이미 진행 중인 선거인단 구성을 바꾸는 건 경기 도중 룰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새로운 선거운영위원회가 법원에서 제기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공정한 선거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한국 축구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축구협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선거지연을 위한 허위사실 주장, 비방을 중단하고 모든 후보가 협회의 정관을 존중하며 경선에 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12년 만에 경선 방식으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여러 허점이 드러난 만큼, 선거의 공정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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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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