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최근 충청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폭설에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전남도와 진도군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가 제주도에서 수신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제주도 주민들은 '한두 번 오다 말겠지' 했지만 며칠 사이 다른 지역의 재난문자를 10통 가까이 받자 항의했고 결국 관계 기관이 조치에 나섰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data/fckeditor/new/image/2025/02/06/173501738821869086.png)
■ 전남도·진도군 발송 재난 문자가 100㎞ 떨어진 제주도서 '삐용삐용'
제주도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이번 주, 휴대전화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에 진저리를 쳤습니다. 아침저녁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폭설 주의' 재난문자 때문입니다.
발송 지자체는 제주도가 아닌 전라남도와 진도군이었습니다.
처음엔 '한 번 잘못 온 거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김 씨가 수신한 전남 진도군 도로 통제 상황 등을 알리는 재난문자는 모두 9통이나 됐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 김 씨에게 발송한 도로 통제 안내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민 다수가 전남·진도군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입니다. 당시에도 진도에 내린 많은 눈으로 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는 주의 알림이 재난문자를 통해 전달됐습니다.
제주도에서 진도까지 직선거리는 100㎞가 넘습니다. 당시 제주도에 있던 SKT 이용자들이 이 같은 전남도·진도군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를 수신했습니다.
![전남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최근 제주에 사는 SKT 이용자가 받은 긴급재난문자. 전남과 진도군에서 발송한 메시지가 100km 넘게 떨어진 제주에서 수신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06/326911738808745002.jpg)
요란한 경보음까지 울리는 재난문자는 주로 아침 이른 시간과 저녁에 집중됐습니다.
잇단 메시지 수신에 짜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왔습니다. 재난문자는 수신 거부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라며 진도군청 등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재난 문자 오발송 경위 파악에 나선 진도군이 원인을 확인했습니다. 진도에 설치된 이동통신사 기지국 때문이었습니다. 기지국 전파 성능이 너무 좋아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 "기지국 전파가 너무 잘 터져서"
재난문자는 내가 있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거쳐 일괄 발송됩니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재난문자가 발송되다 보니 휴대전화 이용자가 시군 경계에 있거나 주 변에 기지국이 여럿 있다면 기지국 각각에서 보내는 지자체 재난 문자를 일일이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 전파는 장애물이 없으면 수십㎞까지도 도달할 수 있는데 이번엔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두 지역 사이 바다를 두고 별다른 장애물도 없기에 100㎞ 넘게 떨어진 제주도까지 전파가 도달한 것입니다.
진도군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동통신사 측에서 최근 진도군에 있는 기지국 성능을 개선하면서 전파가 제주도까지 도달해 문자가 수신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행안부와 이통사가 신속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일 하루 동안만 해도 문의와 항의 전화 수십 통이 걸려 와 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했습니다.
"재난 문자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이번 일로 저희도 곤란했지만, 아무 연관도 없는 진도에서 계속 문자가 오니 제주도민분들이 얼마나 불편하셨겠나. 이 때문에 이통사에도 빨리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는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을 통해 전송돼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휴대전화에서 강제로 문자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전화번호 수집이 없어도 전국 어디서나 문자 수신이 가능하며,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와 지자체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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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진도군 대설 교통통제’ 문자가…100㎞ 건넌 재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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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07 07:00:14
<strong>최근 충청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폭설에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전남도와 진도군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가 제주도에서 수신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제주도 주민들은 '한두 번 오다 말겠지' 했지만 며칠 사이 다른 지역의 재난문자를 10통 가까이 받자 항의했고 결국 관계 기관이 조치에 나섰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strong>
![](/data/fckeditor/new/image/2025/02/06/173501738821869086.png)
■ 전남도·진도군 발송 재난 문자가 100㎞ 떨어진 제주도서 '삐용삐용'
제주도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이번 주, 휴대전화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에 진저리를 쳤습니다. 아침저녁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폭설 주의' 재난문자 때문입니다.
발송 지자체는 제주도가 아닌 전라남도와 진도군이었습니다.
처음엔 '한 번 잘못 온 거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김 씨가 수신한 전남 진도군 도로 통제 상황 등을 알리는 재난문자는 모두 9통이나 됐습니다.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 김 씨에게 발송한 도로 통제 안내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민 다수가 전남·진도군이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입니다. 당시에도 진도에 내린 많은 눈으로 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는 주의 알림이 재난문자를 통해 전달됐습니다.
제주도에서 진도까지 직선거리는 100㎞가 넘습니다. 당시 제주도에 있던 SKT 이용자들이 이 같은 전남도·진도군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를 수신했습니다.
![전남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최근 제주에 사는 SKT 이용자가 받은 긴급재난문자. 전남과 진도군에서 발송한 메시지가 100km 넘게 떨어진 제주에서 수신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06/326911738808745002.jpg)
요란한 경보음까지 울리는 재난문자는 주로 아침 이른 시간과 저녁에 집중됐습니다.
잇단 메시지 수신에 짜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왔습니다. 재난문자는 수신 거부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라며 진도군청 등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재난 문자 오발송 경위 파악에 나선 진도군이 원인을 확인했습니다. 진도에 설치된 이동통신사 기지국 때문이었습니다. 기지국 전파 성능이 너무 좋아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 "기지국 전파가 너무 잘 터져서"
재난문자는 내가 있는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거쳐 일괄 발송됩니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재난문자가 발송되다 보니 휴대전화 이용자가 시군 경계에 있거나 주 변에 기지국이 여럿 있다면 기지국 각각에서 보내는 지자체 재난 문자를 일일이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 전파는 장애물이 없으면 수십㎞까지도 도달할 수 있는데 이번엔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는 게 문제가 됐습니다.
두 지역 사이 바다를 두고 별다른 장애물도 없기에 100㎞ 넘게 떨어진 제주도까지 전파가 도달한 것입니다.
진도군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동통신사 측에서 최근 진도군에 있는 기지국 성능을 개선하면서 전파가 제주도까지 도달해 문자가 수신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행안부와 이통사가 신속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일 하루 동안만 해도 문의와 항의 전화 수십 통이 걸려 와 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했습니다.
"재난 문자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이번 일로 저희도 곤란했지만, 아무 연관도 없는 진도에서 계속 문자가 오니 제주도민분들이 얼마나 불편하셨겠나. 이 때문에 이통사에도 빨리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는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을 통해 전송돼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휴대전화에서 강제로 문자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전화번호 수집이 없어도 전국 어디서나 문자 수신이 가능하며,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와 지자체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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