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가 한강 작가를 만난다면?

입력 2025.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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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중에서]

<소년이 온다>의 동호,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처음에는 몰랐죠. 전화가 막 와요. 소설책이 나왔다고, 그러냐고. 재학이가 소설책에 나왔다고, 동호로 나왔는데.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오라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두 권만 사 왔대요. 왜 이것만 사 왔냐고, 더 많이 사 오라고, 또 돈을 주고. 그때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한 20권 샀을 거예요.

주인공 이름 옆에 아들 이름을 적어넣고, 문장마다 그은 밑줄이 눈물에 젖어 번져버린 책.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재학이) 아버지가 이렇게 눈물 떨구고, 내가 눈 때문에 마음도 안 좋고 눈도 안 좋고 그래서 책을 못 보니까, ‘내가 읽어줄게. 들어보소.’ 그러면서 읽으면서 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고...

아들을 보내고, 남겨진 삶을 아들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리기 위해 살아온 어머니.

아직은 직접 만나보지 못하고, 소설로만 이어진 한강 작가는 어머니의 오랜 바람을 노벨상으로 이뤄 주었습니다.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5.18을) 외국까지도 알려야 한다고 그렇게 했는데, 그것은 이제 불가능하고 우리나라도 다 못 알렸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백번 천번 뛰어봐야 우리나라에도 다 못 알렸는데, 이 책 한 권으로 해서 세계가 떠들썩하게 5.18을 알려주시고, 이렇게 우리 재학이가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알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하고 싶으실 것 같기도 해요 어머니.) 고맙다고만 하겠어요? 나는 곁에 있으면 막 부둥켜 안고 울겠어.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소설 <소년이 온다> -


강지희 / 한신대 교수, 문학평론가
우리가 역사를 안다는 것은 육하원칙으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 그 너머로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 감각 이런 것들을 감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직 몸을 가지고 있었던
그 밤의 모든 것.
누나가 두번 쓰다듬어 준 내 얼굴.
누나가 사랑한 내 눈 감은 얼굴.
-소설 <소년이 온다> -


1980년 광주에서 세상을 떠난 영혼이 1인칭 시점에서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노벨위원회는 작가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나-카린 팜 /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한강 작가는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도 물리적 실체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연결이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것인지 한강의 작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누구야.
누가 오는거야.

누가 이렇게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오는거야.
-소설 <소년이 온다> -


취재 : 유동엽
촬영 : 임현식
편집 : 안영아
스웨덴 코디 및 통역 : 정재욱
자료조사: 이혜담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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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의 동호,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처음에는 몰랐죠. 전화가 막 와요. 소설책이 나왔다고, 그러냐고. 재학이가 소설책에 나왔다고, 동호로 나왔는데.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오라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두 권만 사 왔대요. 왜 이것만 사 왔냐고, 더 많이 사 오라고, 또 돈을 주고. 그때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한 20권 샀을 거예요.

주인공 이름 옆에 아들 이름을 적어넣고, 문장마다 그은 밑줄이 눈물에 젖어 번져버린 책.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재학이) 아버지가 이렇게 눈물 떨구고, 내가 눈 때문에 마음도 안 좋고 눈도 안 좋고 그래서 책을 못 보니까, ‘내가 읽어줄게. 들어보소.’ 그러면서 읽으면서 아버지도 울고, 나도 울고...

아들을 보내고, 남겨진 삶을 아들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알리기 위해 살아온 어머니.

아직은 직접 만나보지 못하고, 소설로만 이어진 한강 작가는 어머니의 오랜 바람을 노벨상으로 이뤄 주었습니다.

김길자 / 문재학 열사 어머니
(5.18을) 외국까지도 알려야 한다고 그렇게 했는데, 그것은 이제 불가능하고 우리나라도 다 못 알렸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백번 천번 뛰어봐야 우리나라에도 다 못 알렸는데, 이 책 한 권으로 해서 세계가 떠들썩하게 5.18을 알려주시고, 이렇게 우리 재학이가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알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하고 싶으실 것 같기도 해요 어머니.) 고맙다고만 하겠어요? 나는 곁에 있으면 막 부둥켜 안고 울겠어.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소설 <소년이 온다> -


강지희 / 한신대 교수, 문학평론가
우리가 역사를 안다는 것은 육하원칙으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 그 너머로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 감각 이런 것들을 감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직 몸을 가지고 있었던
그 밤의 모든 것.
누나가 두번 쓰다듬어 준 내 얼굴.
누나가 사랑한 내 눈 감은 얼굴.
-소설 <소년이 온다> -


1980년 광주에서 세상을 떠난 영혼이 1인칭 시점에서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노벨위원회는 작가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나-카린 팜 /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한강 작가는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도 물리적 실체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연결이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것인지 한강의 작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누구야.
누가 오는거야.

누가 이렇게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오는거야.
-소설 <소년이 온다> -


취재 : 유동엽
촬영 : 임현식
편집 : 안영아
스웨덴 코디 및 통역 : 정재욱
자료조사: 이혜담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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