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LA산불, 기후의 경고

입력 2025.02.0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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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온화한 날씨로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 캘리포니아주입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캘리포니아는 일단 살기 좋은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연중 기후가 온화하고 따뜻하고요. 그리고 식물들이나 이런 것들이 잘 생장할 수 있는."

KBS 뉴스(2025.1.9.)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그런데 이번 산불,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보통 6월부터 한 10월 정도가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지금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1월에 발생한 거잖아요."

기후변화가 산불의 행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은 명백히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먼 나라 얘기만이 아닙니다. 우리 삶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먼 북극곰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서쪽 산타모니카 산맥에서 연기가 포착된 건 평일 오전이었습니다.

주민/
"우리는 팰리세이즈 하이랜드에 있는데, ‘파이어 로드’가 말 그대로 불타고 있습니다."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를 타고 불길은 빠르게 번져 나갔습니다. 순식간에 피해 지역은 위성에서 보일 정도가 됐습니다.

현지경찰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산불은 LA 인근 7개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캐런 배스/미 LA 시장
"이번 초강력 산불은 굉장히 큰 규모입니다. 허리케인급 강풍은 보통 폭우를 동반하지만, 이번에는 극도로 건조한 가뭄 상태와 결합한 허리케인급 강풍입니다."

피해 주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바람을 타고 확산하는 불길은 산에서 내려와 주택가를 덮쳤습니다.

신디 페스타 / 피해 주민
"저는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불길이 차들에 이렇게 가까이 왔어요. 사람들이 팰리세이즈 도로에 차를 두고 떠났는데, 언덕이 불타오르고, 야자수며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있었어요."

팰리세이즈 외곽에 있는 저수량 4억여 톤의 저수지. 보수 공사를 한다며 1년 전부터 텅 빈 상태였습니다.

이번 산불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소방용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제임스 브라운 / 피해 주민
"물이 없었어요, 충분한 물이요. 소화전을 틀어도 물방울 몇 방울만 나왔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모두 만 2천 채가 넘는 주택이 불타는 등 2만 헥타르, 서울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손실액은 500억 달러, 우리 돈 73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예수 에르난데스 / 피해 주민
"들어가자마자 바로 이 공간에 거실이 있었어요. 그 왼쪽에는 부엌과 식당이 있었고요. 그리고 바로 여기에 방이 있었습니다."

이번 산불은 발생 시기부터 이례적이었습니다. 가장 건조한 6월에서 10월 사이 발생하는 통상적인 캘리포니아 산불의 양상이 아니었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보통 6월부터 한 10월 정도가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그 시기가 가장 건조한 시기이고 그런 기상 현상들이 발생하는 시점인데 지금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1월에 발생한 거잖아요."

보통 12월부터 2월이 캘리포니아에선 우기입니다.

KBS 뉴스(2024.2.6)
"우리 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LA에도 2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려 홍수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뭄이 닥쳤습니다. 산불이 발생하기 직전 3개월간의 강수량은 4mm. 예년 평균의 4%에 그친 겁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폭우, 폭설 같은 이상기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후 채찍질’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에디스 데 구즈만 / 미 UCLA 기후변화 전문가
"2023년과 2024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을 겪으면서 식물이 많이 자랐고, 그 후에 전례 없는 몇 달간의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과도하게 자란 나무들이 이번엔 극한의 가뭄 속에 거대한 불쏘시개가 된 겁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그런 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산타아나라고 하는 지역적 강풍까지 불면서 산불 확산을 가속화시켰다."

기후 채찍질의 배경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가며 극한의 기상 상황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이제 평균값이 커지면 우리가 보통 말하는 분산 그러니까 변동성이라고 하는 것도 동시에 커집니다. 그래서 평균값이 강화되고 커지고 또 그에 따라서 진동 폭 자체도 커지는. 그러니까 홍수에서 가뭄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 이런 게 굉장히 이렇게 극단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형태로 바뀌어 간다라는 게."

국내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삼척 산불. 8일 만에 2만여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3년 만에 찾아간 피해 현장은 여전히 민둥산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에 시꺼멓게 그을린 상처가 아직 남아 있고, 새로 심은 나무는 갓 1m를 넘겼습니다.

권수경 / 울진읍 주민
(저 정도 소나무면 원래 있던 소나무 정도로 크려면 얼마나 걸리는 건가요?)
"한 40~50년 더 걸릴 거예요. 기존에 있던 대로 나무가 그만하려면요."


(이것도 지금 다 탄 거죠?) "그렇죠."
(마을 앞까지 탄 거잖아요?) "네.”

이제는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호동 / 울진군 신화1리 이장
"전에 여기 소나무가 울창하게 있을 때는 산이 엄청 높아 보였죠. 그런데 이제 다 큰 아름드리 소나무가 다 타버리니까 이게 민둥산처럼 이렇게 작아 보이죠."

대한뉴스(1974.3.30.)
"전 국토의 7할 가까이가 산악지대이면서도 우리나라는 헐벗은 산이 많아서 해마다 홍수의 피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형 산불이 아니라 황폐한 산림에 산사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숲이 많이 무너지고 파괴되고 산림 자원들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숲에 사실 좋은 나무가 별로 없었죠. 그때는 불이 나도 큰불이 날 수가 없는 거죠. 연료가 없으니까."

숲이 울창하게 회복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 덕분입니다.

대한뉴스(1974.3.30.)
"정부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워 푸른 산, 울창한 숲을 이루는 작업에 비상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마다 비상입니다. 건조한 봄엔 산불, 특히 대형산불이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1990년도에는 (1년 중) 약 100일 정도 되는 산불 발생 일수였는데 2020년도 들어서는 약 200일 정도 그러니까 365일 중의 200일 정도 산불이 발생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만큼 이제는 산불이 우리 일상 곁에 늘 있다."

실제 가뭄은 산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걸까.

나무의 건조 상태에 따른 불의 확산 정도를 실험해 봤습니다. 산불이 난 LA 지역과 비슷한 습도 10%. 다른 쪽은 습도 30%입니다.

"네 붙여주십시오."

바짝 마른 솔잎에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나갑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10%대하고 30%대의 실제 발화율을 비교하게 되면 (10%가) 25배가 높아요."

습도 30%에선 불이 끝까지 도달하는 데 3분이 필요했지만 10%에선 1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2천년대 이후부터는 이게 점점 온도 상승 폭 속도 자체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거든요. 산불 위험도라든지 혹은 이런 극한 기상 극한 기후 현상의 위험도 자체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거다."

기후변화에 맞서 피해를 줄일 대책이 있을까? 1970년대 산림 녹화사업 당시 쓰였던 수종은 대부분 침엽수였습니다. 산림 전문가들은 산불 확산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산불에 강한 활엽수로 수종을 대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70년대 조림했던 산림이 대부분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이런 침엽수림 침엽수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로 바꾸면 상당히 산불에 강합니다. 이런 것들을 내화수림대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제 숲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상당히 이제 중장기적으로 저희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무 빽빽한 나무 사이 간격도 빠른 산불 확산의 원인입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적정하게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이 나무에서 옆 나무로의 불의 전파나 확산이 되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불의 강도를 줄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불 예방 숲 가꾸기를 통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산불이 나면 진화대원의 진입을 돕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임도입니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임도는 2만 5천 8백여 킬로미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헥타르 당 4.1미터입니다.

일본 24.1, 미국 9.5, 오스트리아 50.5, 독일 54에 크게 못 미칩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초고층 엘리베이터를 보게 되면 소방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소방관이 이 엘리베이터 타고 신속하게 현장에 출입할 수 있는 그런 초고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죠/근데 우리 산림에는 그런 도로가 상당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선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1.5도 선을 넘어서게 되면 인간이 이런 기후를 대기 온도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지점을 뜻하는 거고요."

그런데 지난해 처음 1.5도를 넘어섰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온도가 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미국 서부 지역 같은 경우는 지금의 패턴이 점점 더 강화되는.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더 큰 규모의 산불이 나타날 수도 있고 더 큰 규모의 홍수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LA 산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11월, 12월, 그리고 이제 1월까지, 더 이상 화재 시즌이 아니라 화재의 해가 되었습니다. 1년 내내 계속되고 있으며, 경고와 호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 예상대로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25.1.20.)
"저는 즉시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할 것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 다시금 도전에 직면한 상황.

셀레스트 사울로 /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단적인 행동입니다. 저는 많은 나라들이 계속해서 녹색 에너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형 화재와 가뭄, 홍수, 폭설. 예고된 재난에 맞서는 인류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온실가스는요. 국경을 뛰어넘어서 전 세계를 지금 이렇게 돌아다녀요. 강 건너 불의 일로 보면 안 되고 이게 지금 ‘내 일이다, 우리 일이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진짜 이루어져야 하고요."

#기후변화 #로스앤젤레스 #산불 #북극곰 #기상이변 #LA #트럼프 #캘리포니아 #지구온난화 #기후 채찍질 #극단 기상

취재: 이승종
촬영: 조선기 김대원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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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LA산불, 기후의 경고
    • 입력 2025-02-09 23:10:13
    재난·기후·환경

연중 온화한 날씨로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 캘리포니아주입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캘리포니아는 일단 살기 좋은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연중 기후가 온화하고 따뜻하고요. 그리고 식물들이나 이런 것들이 잘 생장할 수 있는."

KBS 뉴스(2025.1.9.)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피해 주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그런데 이번 산불,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보통 6월부터 한 10월 정도가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지금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1월에 발생한 거잖아요."

기후변화가 산불의 행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은 명백히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먼 나라 얘기만이 아닙니다. 우리 삶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먼 북극곰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서쪽 산타모니카 산맥에서 연기가 포착된 건 평일 오전이었습니다.

주민/
"우리는 팰리세이즈 하이랜드에 있는데, ‘파이어 로드’가 말 그대로 불타고 있습니다."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를 타고 불길은 빠르게 번져 나갔습니다. 순식간에 피해 지역은 위성에서 보일 정도가 됐습니다.

현지경찰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산불은 LA 인근 7개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캐런 배스/미 LA 시장
"이번 초강력 산불은 굉장히 큰 규모입니다. 허리케인급 강풍은 보통 폭우를 동반하지만, 이번에는 극도로 건조한 가뭄 상태와 결합한 허리케인급 강풍입니다."

피해 주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바람을 타고 확산하는 불길은 산에서 내려와 주택가를 덮쳤습니다.

신디 페스타 / 피해 주민
"저는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불길이 차들에 이렇게 가까이 왔어요. 사람들이 팰리세이즈 도로에 차를 두고 떠났는데, 언덕이 불타오르고, 야자수며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있었어요."

팰리세이즈 외곽에 있는 저수량 4억여 톤의 저수지. 보수 공사를 한다며 1년 전부터 텅 빈 상태였습니다.

이번 산불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소방용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제임스 브라운 / 피해 주민
"물이 없었어요, 충분한 물이요. 소화전을 틀어도 물방울 몇 방울만 나왔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모두 만 2천 채가 넘는 주택이 불타는 등 2만 헥타르, 서울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손실액은 500억 달러, 우리 돈 73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예수 에르난데스 / 피해 주민
"들어가자마자 바로 이 공간에 거실이 있었어요. 그 왼쪽에는 부엌과 식당이 있었고요. 그리고 바로 여기에 방이 있었습니다."

이번 산불은 발생 시기부터 이례적이었습니다. 가장 건조한 6월에서 10월 사이 발생하는 통상적인 캘리포니아 산불의 양상이 아니었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보통 6월부터 한 10월 정도가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그 이유는 그 시기가 가장 건조한 시기이고 그런 기상 현상들이 발생하는 시점인데 지금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1월에 발생한 거잖아요."

보통 12월부터 2월이 캘리포니아에선 우기입니다.

KBS 뉴스(2024.2.6)
"우리 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LA에도 2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려 홍수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뭄이 닥쳤습니다. 산불이 발생하기 직전 3개월간의 강수량은 4mm. 예년 평균의 4%에 그친 겁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폭우, 폭설 같은 이상기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후 채찍질’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에디스 데 구즈만 / 미 UCLA 기후변화 전문가
"2023년과 2024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을 겪으면서 식물이 많이 자랐고, 그 후에 전례 없는 몇 달간의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초까지 내린 폭우로 과도하게 자란 나무들이 이번엔 극한의 가뭄 속에 거대한 불쏘시개가 된 겁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그런 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산타아나라고 하는 지역적 강풍까지 불면서 산불 확산을 가속화시켰다."

기후 채찍질의 배경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가며 극한의 기상 상황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이제 평균값이 커지면 우리가 보통 말하는 분산 그러니까 변동성이라고 하는 것도 동시에 커집니다. 그래서 평균값이 강화되고 커지고 또 그에 따라서 진동 폭 자체도 커지는. 그러니까 홍수에서 가뭄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 이런 게 굉장히 이렇게 극단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형태로 바뀌어 간다라는 게."

국내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삼척 산불. 8일 만에 2만여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3년 만에 찾아간 피해 현장은 여전히 민둥산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에 시꺼멓게 그을린 상처가 아직 남아 있고, 새로 심은 나무는 갓 1m를 넘겼습니다.

권수경 / 울진읍 주민
(저 정도 소나무면 원래 있던 소나무 정도로 크려면 얼마나 걸리는 건가요?)
"한 40~50년 더 걸릴 거예요. 기존에 있던 대로 나무가 그만하려면요."


(이것도 지금 다 탄 거죠?) "그렇죠."
(마을 앞까지 탄 거잖아요?) "네.”

이제는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호동 / 울진군 신화1리 이장
"전에 여기 소나무가 울창하게 있을 때는 산이 엄청 높아 보였죠. 그런데 이제 다 큰 아름드리 소나무가 다 타버리니까 이게 민둥산처럼 이렇게 작아 보이죠."

대한뉴스(1974.3.30.)
"전 국토의 7할 가까이가 산악지대이면서도 우리나라는 헐벗은 산이 많아서 해마다 홍수의 피해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형 산불이 아니라 황폐한 산림에 산사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6.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숲이 많이 무너지고 파괴되고 산림 자원들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숲에 사실 좋은 나무가 별로 없었죠. 그때는 불이 나도 큰불이 날 수가 없는 거죠. 연료가 없으니까."

숲이 울창하게 회복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산림녹화 사업 덕분입니다.

대한뉴스(1974.3.30.)
"정부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워 푸른 산, 울창한 숲을 이루는 작업에 비상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마다 비상입니다. 건조한 봄엔 산불, 특히 대형산불이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1990년도에는 (1년 중) 약 100일 정도 되는 산불 발생 일수였는데 2020년도 들어서는 약 200일 정도 그러니까 365일 중의 200일 정도 산불이 발생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만큼 이제는 산불이 우리 일상 곁에 늘 있다."

실제 가뭄은 산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걸까.

나무의 건조 상태에 따른 불의 확산 정도를 실험해 봤습니다. 산불이 난 LA 지역과 비슷한 습도 10%. 다른 쪽은 습도 30%입니다.

"네 붙여주십시오."

바짝 마른 솔잎에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나갑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10%대하고 30%대의 실제 발화율을 비교하게 되면 (10%가) 25배가 높아요."

습도 30%에선 불이 끝까지 도달하는 데 3분이 필요했지만 10%에선 1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2천년대 이후부터는 이게 점점 온도 상승 폭 속도 자체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거든요. 산불 위험도라든지 혹은 이런 극한 기상 극한 기후 현상의 위험도 자체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거다."

기후변화에 맞서 피해를 줄일 대책이 있을까? 1970년대 산림 녹화사업 당시 쓰였던 수종은 대부분 침엽수였습니다. 산림 전문가들은 산불 확산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산불에 강한 활엽수로 수종을 대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요한/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70년대 조림했던 산림이 대부분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이런 침엽수림 침엽수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로 바꾸면 상당히 산불에 강합니다. 이런 것들을 내화수림대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제 숲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서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상당히 이제 중장기적으로 저희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무 빽빽한 나무 사이 간격도 빠른 산불 확산의 원인입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적정하게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이 나무에서 옆 나무로의 불의 전파나 확산이 되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불의 강도를 줄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산불 예방 숲 가꾸기를 통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산불이 나면 진화대원의 진입을 돕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임도입니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임도는 2만 5천 8백여 킬로미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헥타르 당 4.1미터입니다.

일본 24.1, 미국 9.5, 오스트리아 50.5, 독일 54에 크게 못 미칩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
"초고층 엘리베이터를 보게 되면 소방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소방관이 이 엘리베이터 타고 신속하게 현장에 출입할 수 있는 그런 초고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죠/근데 우리 산림에는 그런 도로가 상당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선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1.5도 선을 넘어서게 되면 인간이 이런 기후를 대기 온도를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지점을 뜻하는 거고요."

그런데 지난해 처음 1.5도를 넘어섰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온도가 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미국 서부 지역 같은 경우는 지금의 패턴이 점점 더 강화되는.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더 큰 규모의 산불이 나타날 수도 있고 더 큰 규모의 홍수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LA 산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11월, 12월, 그리고 이제 1월까지, 더 이상 화재 시즌이 아니라 화재의 해가 되었습니다. 1년 내내 계속되고 있으며, 경고와 호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 예상대로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25.1.20.)
"저는 즉시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할 것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 다시금 도전에 직면한 상황.

셀레스트 사울로 /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단적인 행동입니다. 저는 많은 나라들이 계속해서 녹색 에너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형 화재와 가뭄, 홍수, 폭설. 예고된 재난에 맞서는 인류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상협/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온실가스는요. 국경을 뛰어넘어서 전 세계를 지금 이렇게 돌아다녀요. 강 건너 불의 일로 보면 안 되고 이게 지금 ‘내 일이다, 우리 일이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진짜 이루어져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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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승종
촬영: 조선기 김대원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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