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금쪽이’의 울분…중국 영화 흥행 신화 썼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2.12 (07:01)
수정 2025.02.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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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7684585.jpg)
중국 애니메이션 <나타2-나타지마동뇨해> 가 중국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 흥행작으로 올라서며 각종 '밈'과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기 비결은 뭘까요? 직접 보고 왔습니다. |
어쩌면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금쪽이'가 되기를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가정에서는 가족의 충실한 일원으로, 회사에서는 '밥값'하는 직원으로, 또 주변에서 유능하고 인성 좋다는 평가까지 들으려 노력하다 보면, 한 번씩 가슴 속에 번개탄 비슷한 게 생겨나 작은 불씨만 있어도 화르르 불이 붙곤 합니다.
가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서 '금쪽이'처럼 팔다리를 사방으로 버둥대며 "싫어! 안 해!"를 외치고 싶지만 묵직해진 나이와 주변의 시선 앞에서 천천히 심호흡하며 억누른 경험, 있으시죠?
중국 영화사 흥행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나타2-나타지마동뇨해(哪吒之魔童闹海)>는 이런 '금쪽이'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 작품명을 '나타(哪吒)'의 중국 발음인 '너자'로 표기한 국내 기사들이 많지만, 이 기사에서는 중국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익숙할 '나타'로 표기했습니다. ▲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 나타, 신화 비틀고 튀어나온 '금쪽이' 주인공
'나타'는 본래 중국 신화 속 인물이라는, 꽤나 '근본 있는' 출신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개봉한 전작 <나타1-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는 이런 나타를 유례없는 '금쪽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새로운 ‘나타’의 이미지는 과거 작품들 속 ‘나타’와 확연히 다르다. 이번 애니메이션 속 ‘나타’는 외모에서부터 한국의 오은영 박사님을 모셔 와야 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8904348.png)
마기가 응축된 구슬 마환(魔丸)을 품고 태어난 나타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에서 배척받으며 반항아 기질 가득한 문제아로 자랍니다.
심지어는 세상을 지배하는 '선계'에서 나타를 없앨 계획을 천명하고 날짜까지 정해놨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운명입니다.
하지만 나타는―설명하자면 긴 과정을 거쳐―선계가 뭐라든, 남들이 나를 싫어하든 말든, 애초에 그릇되게 태어난 존재이든 말든, "내 운명은 하늘이 아닌 내가 정한다"며 세상을 상대로 마음대로 살겠다고 선포하더니, 운명을 바꾸고 살아남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작의 내용인데, <나타2>에서는 이 '금쪽이'가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세상의 질서와 올바름, 정의(正義)까지 모두 뒤엎어버립니다.
![<나타2>에 등장한 선계의 궁전 ‘옥허궁’의 위압감 넘치는 모습. 하지만 나타는 옥허궁 선인들을 중심으로 한 세상의 질서를 모두 뒤엎어버린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7313739.png)
■신선이 나쁘고 요마가 옳았다!…'금쪽이'가 엎어버린 세상의 질서
작품 속 세상은 명확한 질서 아래 움직입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선계(仙界)'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마(妖魔)'의 우두머리 '용족(龍族)'을 사슬로 구속해 가둬놓고, 요마들을 평정하며 절대자로 군림합니다.
요마들 역시 출신이 안 좋더라도 열심히 수행하면 선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선계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 닦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명확한 세상에서, 나타는 친구와 마을을 구하러 선계의 영약을 찾아 나서고 요마를 평정하는 3개의 시험을 통과합니다.
'금쪽이' 기질을 눌러가며 어찌어찌 모든 시험 관문을 통과한 나타였지만, 결국 마주한 것은 선계의 추악함이었습니다.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무량선인(無量仙翁, 무량선옹)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타는, 요마들과 힘을 합쳐 무량선인을 때려눕히고 가차 없이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습니다.
"하늘과 땅이 허락하지 않거든, 내가 천지를 뒤집어버리겠다!" 라고 외치며 말입니다.
선계는 옳고, 정의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과 질서가 뒤집힙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9043188.png)
캐릭터의 선악 구도도 뒤집히고,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비틀어 감춰졌던 이면을 보고 스스로를 투영합니다.
황량한 모래벌판을 터전 삼아 사는 '마멋 요괴' 일족은 소박하게 식사를 하다 갑작스레 습격을 받습니다. 선계의 시험에 응한 나타에 의해 터전이 초토화됩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도 소박한 행복을 찾으려 하건만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해 자꾸 괴롭힘을 당하는 하층 노동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감상이 많습니다.
'신공표'는 한 때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요마로 보였지만, 사실 그도 불쌍한 존재입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출신 성분을 극복하고 선계의 선인 자리에 오른 일족의 자랑이지만, 알고 보니 상급자인 무량선인에게 이용만 당하는 신세였습니다.
죽어라 공부해 취업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착취만 당하고 성과는 남에게 뺏기는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신공표'에게 투사합니다.
'무량선인'은 절대적인 올바름과 선(善) 자체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흔한 '나쁜 놈'이었습니다. 무량선인이 분노한 나타에게 얼굴이 퉁퉁 붓도록 얻어맞은 뒤에야 관객들은 그가 기득권이었을 뿐 진정한 정의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타2>의 흥행과 더불어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각종 ‘밈’과 패러디들.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컴퓨터를 부수거나 사무실을 불태우는 류의 이미지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9153183.png)
■ 14억 금쪽이 관통한 '시대 정서'…흥행 역사 새로 썼다
중국 14억 명의 '금쪽이'들은 14억 가지 질서에 억눌려있습니다.
그 질서란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정해놓은 올바른 삶의 경로일 수도 있고, 부모의 억압과 기대 일수도, 회사나 직장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에게 '노오력'만 강요하는 사회일 수도, 학생들에겐 성적 지상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구축해 놓은 국제질서를 투영하는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지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무엇이 됐든, 영화관에서 나타와 함께 자신을 억누르던 질서를 뒤엎어버린 관객들은 현실로 돌아와서도 나타에 자신을 투영하며 수많은 '밈'과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주먹을 날리고 싶었던 공간에 불퉁한 '금쪽이' 나타의 얼굴을 그려 넣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보란 듯 의자에 착취당하는 요마의 얼굴을 붙여놓습니다.
공감이 간다면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 안에도 금쪽이가 숨겨져 있을 겁니다.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28위로 올라서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타 (사진 출처: 중국 루중천바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8606264.png)
<나타2>는 개봉 14일째인 11일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87억 7천 위안(약 1조 7,293억 원)을 돌파해 중국 영화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캡틴아메리카 3>와 <미니언즈>를 제치고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28위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TOP30 가운데 유일하게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작품입니다.
곳곳에 숨겨진 유머 코드와 세련된 시각화를 이뤄낸 신화 속 세상,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전투 장면까지….
<나타2>를 향한 칭찬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흥행의 비결을 가장 잘 분석하는 것은 '시대 정서(時代情緒)'를 관통했다는 한 줄 평입니다.
무언가에 짓눌린 채 반항심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시대 정서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금쪽이들이 저마다의 울분과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흥행의 가장 큰 비결 아니었을까요?
연휴마다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대작이 개봉할 때마다 여러 국산 흥행작이 탄생했지만, 그 대부분이 교훈적이고 애국적이었던 중국에서 '금쪽이' 그 자체인 나타가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픽 :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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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억 ‘금쪽이’의 울분…중국 영화 흥행 신화 썼다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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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12 07:01:02
- 수정2025-02-12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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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니메이션 <나타2-나타지마동뇨해> 가 중국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 흥행작으로 올라서며 각종 '밈'과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기 비결은 뭘까요? 직접 보고 왔습니다. |
어쩌면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금쪽이'가 되기를 꿈꾸는지도 모릅니다.
가정에서는 가족의 충실한 일원으로, 회사에서는 '밥값'하는 직원으로, 또 주변에서 유능하고 인성 좋다는 평가까지 들으려 노력하다 보면, 한 번씩 가슴 속에 번개탄 비슷한 게 생겨나 작은 불씨만 있어도 화르르 불이 붙곤 합니다.
가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서 '금쪽이'처럼 팔다리를 사방으로 버둥대며 "싫어! 안 해!"를 외치고 싶지만 묵직해진 나이와 주변의 시선 앞에서 천천히 심호흡하며 억누른 경험, 있으시죠?
중국 영화사 흥행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나타2-나타지마동뇨해(哪吒之魔童闹海)>는 이런 '금쪽이'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 작품명을 '나타(哪吒)'의 중국 발음인 '너자'로 표기한 국내 기사들이 많지만, 이 기사에서는 중국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더 익숙할 '나타'로 표기했습니다. ▲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 나타, 신화 비틀고 튀어나온 '금쪽이' 주인공
'나타'는 본래 중국 신화 속 인물이라는, 꽤나 '근본 있는' 출신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개봉한 전작 <나타1-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는 이런 나타를 유례없는 '금쪽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새로운 ‘나타’의 이미지는 과거 작품들 속 ‘나타’와 확연히 다르다. 이번 애니메이션 속 ‘나타’는 외모에서부터 한국의 오은영 박사님을 모셔 와야 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8904348.png)
마기가 응축된 구슬 마환(魔丸)을 품고 태어난 나타는 어린 시절부터 마을에서 배척받으며 반항아 기질 가득한 문제아로 자랍니다.
심지어는 세상을 지배하는 '선계'에서 나타를 없앨 계획을 천명하고 날짜까지 정해놨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운명입니다.
하지만 나타는―설명하자면 긴 과정을 거쳐―선계가 뭐라든, 남들이 나를 싫어하든 말든, 애초에 그릇되게 태어난 존재이든 말든, "내 운명은 하늘이 아닌 내가 정한다"며 세상을 상대로 마음대로 살겠다고 선포하더니, 운명을 바꾸고 살아남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작의 내용인데, <나타2>에서는 이 '금쪽이'가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세상의 질서와 올바름, 정의(正義)까지 모두 뒤엎어버립니다.
![<나타2>에 등장한 선계의 궁전 ‘옥허궁’의 위압감 넘치는 모습. 하지만 나타는 옥허궁 선인들을 중심으로 한 세상의 질서를 모두 뒤엎어버린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7313739.png)
■신선이 나쁘고 요마가 옳았다!…'금쪽이'가 엎어버린 세상의 질서
작품 속 세상은 명확한 질서 아래 움직입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선계(仙界)'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마(妖魔)'의 우두머리 '용족(龍族)'을 사슬로 구속해 가둬놓고, 요마들을 평정하며 절대자로 군림합니다.
요마들 역시 출신이 안 좋더라도 열심히 수행하면 선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선계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 닦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명확한 세상에서, 나타는 친구와 마을을 구하러 선계의 영약을 찾아 나서고 요마를 평정하는 3개의 시험을 통과합니다.
'금쪽이' 기질을 눌러가며 어찌어찌 모든 시험 관문을 통과한 나타였지만, 결국 마주한 것은 선계의 추악함이었습니다.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무량선인(無量仙翁, 무량선옹)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타는, 요마들과 힘을 합쳐 무량선인을 때려눕히고 가차 없이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습니다.
"하늘과 땅이 허락하지 않거든, 내가 천지를 뒤집어버리겠다!" 라고 외치며 말입니다.
선계는 옳고, 정의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통념과 질서가 뒤집힙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9043188.png)
캐릭터의 선악 구도도 뒤집히고,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비틀어 감춰졌던 이면을 보고 스스로를 투영합니다.
황량한 모래벌판을 터전 삼아 사는 '마멋 요괴' 일족은 소박하게 식사를 하다 갑작스레 습격을 받습니다. 선계의 시험에 응한 나타에 의해 터전이 초토화됩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도 소박한 행복을 찾으려 하건만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해 자꾸 괴롭힘을 당하는 하층 노동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감상이 많습니다.
'신공표'는 한 때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요마로 보였지만, 사실 그도 불쌍한 존재입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출신 성분을 극복하고 선계의 선인 자리에 오른 일족의 자랑이지만, 알고 보니 상급자인 무량선인에게 이용만 당하는 신세였습니다.
죽어라 공부해 취업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착취만 당하고 성과는 남에게 뺏기는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신공표'에게 투사합니다.
'무량선인'은 절대적인 올바름과 선(善) 자체로 보였지만, 알고 보니 흔한 '나쁜 놈'이었습니다. 무량선인이 분노한 나타에게 얼굴이 퉁퉁 붓도록 얻어맞은 뒤에야 관객들은 그가 기득권이었을 뿐 진정한 정의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타2>의 흥행과 더불어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각종 ‘밈’과 패러디들.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컴퓨터를 부수거나 사무실을 불태우는 류의 이미지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9153183.png)
■ 14억 금쪽이 관통한 '시대 정서'…흥행 역사 새로 썼다
중국 14억 명의 '금쪽이'들은 14억 가지 질서에 억눌려있습니다.
그 질서란 누군가에게는 세상이 정해놓은 올바른 삶의 경로일 수도 있고, 부모의 억압과 기대 일수도, 회사나 직장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에게 '노오력'만 강요하는 사회일 수도, 학생들에겐 성적 지상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구축해 놓은 국제질서를 투영하는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지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무엇이 됐든, 영화관에서 나타와 함께 자신을 억누르던 질서를 뒤엎어버린 관객들은 현실로 돌아와서도 나타에 자신을 투영하며 수많은 '밈'과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주먹을 날리고 싶었던 공간에 불퉁한 '금쪽이' 나타의 얼굴을 그려 넣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보란 듯 의자에 착취당하는 요마의 얼굴을 붙여놓습니다.
공감이 간다면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 안에도 금쪽이가 숨겨져 있을 겁니다.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28위로 올라서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타 (사진 출처: 중국 루중천바오)](/data/fckeditor/new/image/2025/02/11/312621739258606264.png)
<나타2>는 개봉 14일째인 11일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87억 7천 위안(약 1조 7,293억 원)을 돌파해 중국 영화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캡틴아메리카 3>와 <미니언즈>를 제치고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28위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TOP30 가운데 유일하게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작품입니다.
곳곳에 숨겨진 유머 코드와 세련된 시각화를 이뤄낸 신화 속 세상,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전투 장면까지….
<나타2>를 향한 칭찬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흥행의 비결을 가장 잘 분석하는 것은 '시대 정서(時代情緒)'를 관통했다는 한 줄 평입니다.
무언가에 짓눌린 채 반항심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시대 정서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금쪽이들이 저마다의 울분과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흥행의 가장 큰 비결 아니었을까요?
연휴마다 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대작이 개봉할 때마다 여러 국산 흥행작이 탄생했지만, 그 대부분이 교훈적이고 애국적이었던 중국에서 '금쪽이' 그 자체인 나타가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픽 :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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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mj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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