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산골마을 소식통, 집배원 이승호 씨

입력 2005.12.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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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같은 연말연시에 가장 바빠지는 곳, 어디일까요? 아마 우체국이 아닐까요? 네, 그럼 또 일일이 우편물을 전하는 집배원들은 또 어떻겠습니까?

이메일이 보편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배원들은 하루 천 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하루가 짧다는데요.

네, 오늘은 산간 지방에서 오지 우편물을 배달하는 한 집배원이 전하는 훈훈한 소식 준비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납니다. 박지윤 아나운서 이 분 누구시죠?

<리포트>

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의 집배원, 이승호 씨입니다. 계룡산과 대둔산 자락에 위치한 우체 국의 위치 때문에 유독 오지 배달이 많다고 하는 데요. 마을의 소식통으로 통한다는 이승호 집배 원! 만나보시죠.

계룡산 자락 아래 오롯히 자리잡 은 상월면!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고 달리는 빨간 오토바이 한 대가 있습니다.집배 경력 6년의 베 테랑 집배원, 이승호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 짐없이 하루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오토바이 덕 분에 이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유명 인사입니다.
<인터뷰>박정순(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집배원이 우리 아들 같아. 맨날 추우나 더우나 저렇게 다니는 것이 너무 안쓰럽고..."

담당한 집들의 숟가락, 젓가락 개수까지 읊을수 있을만큼 동네 속사정에 훤하다는 이씨!

이제는 한솥밥 먹는 식구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나이 잡수신 분들은 어머님, 아버님하고 형님, 형수님 다 동생같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것 있을때는 꼭 먹으러 오라고 몇시까지 오라고 해서 상을 미리 차려놓고 기다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내에서 40리나 떨어진 산골마을이다보니 하루 한번씩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이승호씨는 마을의 유일한 소식통인 셈! 때로는 낭독도 자처해야 한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서울에 있는 손자, 거기서 청첩장 왔어요."

<인터뷰>정하성(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지금 내가 눈이 어두워서 글을 못 읽었어요. 손자 결혼식이었는데 안 읽어줬으면 못갈뻔 했습니다. 큰일날뻔 했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 1월 8일이에요. 일요일날, 이 날 꼭 가셔야 돼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집배원을 천직으로 여겨왔다는 이씨, 하지만 가압류 통지나 빚 독촉장 등을 배달할 때는 걸음이 천근만근입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나이 많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으실 때가 있습니다. 빚 독촉 같은것 상환, 그런 문제가 있을때는 제가 참 가슴이 아픕니다."

상월면은 하루 예닐곱대의 버스가 대중 교통의 전부인 곳,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는 산골이다보니 때로는 걸어다니는 관공서 역할도 마다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뭐 주신거에요?) 할머니는 매일 한번씩 꼭 내세요. 저한테. 케이블 TV 유선방송 비를 매달 주십니다..."

<인터뷰>조경녀(충남 논산시 연산면) :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여기서요? 한 나절 기다리고 앉아있어요. 추워서 그전에는 못나오고 맨날 놓치잖아. 그래서 오늘은 따뜻하길래 나와서 지키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

우연히 만나면 다행이고 못만나도, 또 하루 기다리면 그만인 곳. 이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따뜻한 정으로 상월면의 겨울은 깊어갑니다. 업무 시간이 종료될 무렵! 마지막으로 안부가 궁금한 곳이 있습니다. 한달 전, 개장수에게서 구출한 개, 멍멍이와 멍순이네 집입니다.

<인터뷰>차병금(충남 논산시 연산면) :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는데 없어서 그냥 이거 누가 가져갔나부다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이튿날 집배원 아저씨가 와서 개 두 마리 있는 것 봤다고 꼭 여기 개같다고 그래서..."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 "트럭에다 두 마리를 싣고서는 출발을 하려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타고 간 차로 가로 막고서는 그 개를 끌어내렸지요."

하루에 꼭 한번 상월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빨간 오토바이! 2006년에도 희망찬 소식만 가득하기를 고대하며 마을 사람들! 애교섞인 한마디를 건네봅니다.

<인터뷰>정정순(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집배원 아저씨 눈길에 고생 많이 하니까 월급 좀 많이...봉급 좀 많이 주세요. "

개장수한테서 개도 구출하시고, 저런 시골마을에는 아직도 이웃간의 살을 맞대는 정이 남아 있군요.

네, 단순히 우편물만 전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마음을 전하는 고리가 되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꼭 우편물 보낼 때, "집배원 아저씨, 고맙습니다"라는 문구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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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뉴스]산골마을 소식통, 집배원 이승호 씨
    • 입력 2005-12-29 08: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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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같은 연말연시에 가장 바빠지는 곳, 어디일까요? 아마 우체국이 아닐까요? 네, 그럼 또 일일이 우편물을 전하는 집배원들은 또 어떻겠습니까? 이메일이 보편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배원들은 하루 천 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하루가 짧다는데요. 네, 오늘은 산간 지방에서 오지 우편물을 배달하는 한 집배원이 전하는 훈훈한 소식 준비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납니다. 박지윤 아나운서 이 분 누구시죠? <리포트> 네. 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의 집배원, 이승호 씨입니다. 계룡산과 대둔산 자락에 위치한 우체 국의 위치 때문에 유독 오지 배달이 많다고 하는 데요. 마을의 소식통으로 통한다는 이승호 집배 원! 만나보시죠. 계룡산 자락 아래 오롯히 자리잡 은 상월면!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고 달리는 빨간 오토바이 한 대가 있습니다.집배 경력 6년의 베 테랑 집배원, 이승호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 짐없이 하루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오토바이 덕 분에 이 동네에서는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유명 인사입니다. <인터뷰>박정순(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집배원이 우리 아들 같아. 맨날 추우나 더우나 저렇게 다니는 것이 너무 안쓰럽고..." 담당한 집들의 숟가락, 젓가락 개수까지 읊을수 있을만큼 동네 속사정에 훤하다는 이씨! 이제는 한솥밥 먹는 식구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나이 잡수신 분들은 어머님, 아버님하고 형님, 형수님 다 동생같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것 있을때는 꼭 먹으러 오라고 몇시까지 오라고 해서 상을 미리 차려놓고 기다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시내에서 40리나 떨어진 산골마을이다보니 하루 한번씩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이승호씨는 마을의 유일한 소식통인 셈! 때로는 낭독도 자처해야 한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서울에 있는 손자, 거기서 청첩장 왔어요." <인터뷰>정하성(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지금 내가 눈이 어두워서 글을 못 읽었어요. 손자 결혼식이었는데 안 읽어줬으면 못갈뻔 했습니다. 큰일날뻔 했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 1월 8일이에요. 일요일날, 이 날 꼭 가셔야 돼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집배원을 천직으로 여겨왔다는 이씨, 하지만 가압류 통지나 빚 독촉장 등을 배달할 때는 걸음이 천근만근입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나이 많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으실 때가 있습니다. 빚 독촉 같은것 상환, 그런 문제가 있을때는 제가 참 가슴이 아픕니다." 상월면은 하루 예닐곱대의 버스가 대중 교통의 전부인 곳,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없는 산골이다보니 때로는 걸어다니는 관공서 역할도 마다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우체국) : "(뭐 주신거에요?) 할머니는 매일 한번씩 꼭 내세요. 저한테. 케이블 TV 유선방송 비를 매달 주십니다..." <인터뷰>조경녀(충남 논산시 연산면) :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여기서요? 한 나절 기다리고 앉아있어요. 추워서 그전에는 못나오고 맨날 놓치잖아. 그래서 오늘은 따뜻하길래 나와서 지키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 우연히 만나면 다행이고 못만나도, 또 하루 기다리면 그만인 곳. 이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따뜻한 정으로 상월면의 겨울은 깊어갑니다. 업무 시간이 종료될 무렵! 마지막으로 안부가 궁금한 곳이 있습니다. 한달 전, 개장수에게서 구출한 개, 멍멍이와 멍순이네 집입니다. <인터뷰>차병금(충남 논산시 연산면) :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는데 없어서 그냥 이거 누가 가져갔나부다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이튿날 집배원 아저씨가 와서 개 두 마리 있는 것 봤다고 꼭 여기 개같다고 그래서..." <인터뷰>이승호(충남 논산시 연산면) : "트럭에다 두 마리를 싣고서는 출발을 하려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타고 간 차로 가로 막고서는 그 개를 끌어내렸지요." 하루에 꼭 한번 상월면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빨간 오토바이! 2006년에도 희망찬 소식만 가득하기를 고대하며 마을 사람들! 애교섞인 한마디를 건네봅니다. <인터뷰>정정순(충남 논산시 연산면) : "집배원 아저씨 눈길에 고생 많이 하니까 월급 좀 많이...봉급 좀 많이 주세요. " 개장수한테서 개도 구출하시고, 저런 시골마을에는 아직도 이웃간의 살을 맞대는 정이 남아 있군요. 네, 단순히 우편물만 전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마음을 전하는 고리가 되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꼭 우편물 보낼 때, "집배원 아저씨, 고맙습니다"라는 문구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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