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정의용 등 선고 유예…“유죄 인정되지만 제도 공백 고려”

입력 2025.02.19 (23:03) 수정 2025.02.1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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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다시 돌려보내졌습니다.

어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살해하는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북한에 송환시켰습니다.

국정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북송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 4명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범죄 정도가 가볍다고 보고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1심 판결 내용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이른바 '강제북송'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 안보 고위급 인사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만에 1심 재판부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각각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어, 강제북송으로 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이들이 정부의 심사를 받지 않은 '잠재적 국민' 또는 '전쟁 포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 등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지게 만드는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어민들이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이 북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분단 상태가 지속되면서 유사 사건을 처리할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도 개선 없이 관련자만 처벌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밝혔고,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어 선고 유예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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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북송’ 정의용 등 선고 유예…“유죄 인정되지만 제도 공백 고려”
    • 입력 2025-02-19 23:03:17
    • 수정2025-02-19 23: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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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다시 돌려보내졌습니다.

어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살해하는 등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며 북한에 송환시켰습니다.

국정원과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북송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 4명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범죄 정도가 가볍다고 보고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1심 판결 내용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이른바 '강제북송'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 안보 고위급 인사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년 만에 1심 재판부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도 각각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어, 강제북송으로 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이들이 정부의 심사를 받지 않은 '잠재적 국민' 또는 '전쟁 포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 등이 "신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틀 만에 북송을 결정하고 닷새 만에 실제로 북송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지게 만드는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 어민들이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점이 북송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분단 상태가 지속되면서 유사 사건을 처리할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도 개선 없이 관련자만 처벌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밝혔고,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어 선고 유예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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