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 또 베도 끝이 없어”…산 뒤덮는 ‘붉은 소나무’

입력 2025.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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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국의 산에서 소나무가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고유의 푸른빛을 잃으며 무더기로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봄을 앞두고 강원도 곳곳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확산이 너무 빨라 손쓸 수가 없을 정도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일대입니다.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침엽수 숲이 벌겋게 변했습니다. 나뭇잎들은 뒤틀리고 말라붙었습니다. 영상에 보이는 갈색의 나무들은 겨울이라 말라 있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잣나무들입니다.

곧 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두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단입니다.

봄이 되면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가 깨어나기 때문에 그 전에 방제를 해야 합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단은 매개충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봄이 오기 전에 감염목을 잘라내고, 파쇄나 약품처리 하는 작업까지 다 끝내야 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겨울이 긴 특징을 감안해, 올해부터 방제 기간이 올해 4월 말까지 연장됐습니다. 이제 앞으로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 "하루에 100그루씩 베도 역부족"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일대. 이 지역 전부가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병지이다.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일대. 이 지역 전부가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병지이다.

"위잉위잉" 요란한 전동톱 소리가 숲을 울립니다. 춘천시산림조합 방제단은 이달 20일 올해 첫 벌목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첫날 오전, 방제 작업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작업자들이 일찌감치 나와 나무를 베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전동톱으로 나무를 베자, 나무는 그 뒤로 쩍하고 쓰러집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모두 작업자들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100그루 베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이 일대 당장 베어내야 할 감염목은 800그루에 이릅니다.

숲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곳은 별도의 검사 없이 소나무류를 모두 벌채해야 합니다.

춘천에서 15년 이상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한 김동근 씨는 "재선충병 감염목을 베고, 또 베도 뒤돌아서면 또 감염목이 있다"라며 "해가 갈수록 벌목해야 할 양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선충병 감염목이 워낙 많은데다, 새로 감염되는 속도까지 빠르다보니 아무리 방제를 서둘러도 바로바로 처리할 도리가 없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실제로 강원도 산 곳곳에는 소나무와 잣나무 비닐 무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벌목한 나무를 대형 비닐, 방수포로 덮어놓은 것입니다. 보통 자동차 접근이 힘든 곳은 나무를 1미터 크기로 자른 뒤 해충을 죽이는 약을 넣고, 비닐로 밀봉하는 훈증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이동이 가능한 소나무는 차로 싣고 가 다른 곳에서 파쇄 등을 해서 처리합니다.

재선충병은 깊은 산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말라비틀어진 소나무나 잣나무가 이젠 도로와 학교, 주택가까지 내려왔습니다.

분포 지역은 지난해 기준, 전국 142개 시군구에 퍼져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이 발병하면 지정되는 '소나무류 반출 금지' 구역도 올해 기준 431만㏊에 이릅니다. 이는 전체 국토 면적의 40%가 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소나무재선충 안전지대가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일로…기후변화 영향

소나무재선충은 북미가 원산입니다. 크기 1mm 내외 선충으로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 통로를 막습니다. 나무는 말라 죽습니다. 치사율은 100%, 치료법은 없습니다.

이를 옮기는 건 자생종인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입니다. 이들은 고사한 나무에 알을 낳고 증식합니다. 재선충은 매개충 몸 안에 서식하다가 매개충이 나무 새순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합니다.

남부지방의 경우 소나무에 주로 서식하는 솔수염하늘소가 많고, 중부지방엔 잣나무에 주로 서식하는 북방수염하늘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경북 등 남부지방은 소나무에서, 강원도와 경기도 등 중부지방은 잣나무에서 대부분 재선충병이 발생합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됐습니다.

이후 재선충병 피해목은 2007년 137만 그루에 이르렀고, 2014년 218만 그루가 넘으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2014년 이후로 피해목 수는 점차 줄며 2021년 한해 감염목이 31만 그루까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재선충병이 2023년 확산했습니다. 감염목은 107만 그루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감염목이 90만 그루에 달했습니다. 현재 기준, 지역별로는 경북이 39만 그루로 가장 많고, 경남 21만 그루, 울산 8만 그루 순입니다.

2024년 12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현황 구분도 (자료 출처: 강원도)2024년 12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현황 구분도 (자료 출처: 강원도)

그렇게 40년 가까이 1,500만 그루가 잘려 나갔습니다. 피해액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원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재선충 매개충들이 늘면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위험도는 증가할 것 "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잣나무는 특성상 재선충병에 걸려도 2~3년 잠복기가 있어서 예찰 조사 때 발견되지 않다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 많아 완전 방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방제 속도가 재선충병 확산세를 못 따라가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한다.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한다.

■ 산림 당국, 방제 총력…·정밀 진단·수종 전환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을 지난해 800억 원에서 올해 1,007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각 지자체도 소나무재선충병 관련 예산이 수십억, 수백억씩 됩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경북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합니다.

고위험 지역에는 헬기를 동원해 큰 틀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드론으로는 감염 의심목 위치를 파악합니다. 유전자 진단키트와 QR시스템를 활용해 고사목 예찰과 진단, 방제 이력을 관리합니다. 또, 약효 기간이 긴 나무주사는 6개 유형(보호수와 천연기념물, 유전자원 보호구역 , 종자공급원, 문화재용 목재생산림, 금강소나무림 등)에 한정해 사용합니다.

특히 올해는 소나무류를 아예 다른 나무로 바꾸는 사업을 실시합니다. 재선충병 피해가 집단, 반복적으로 발생한 곳에는 소나무, 잣나무 대신에 참나무류나 벚나무류, 단풍나무류로 바꾸는 것입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수종 전환 방제는 재선충병 확산 저지와 산주에게 수익이 환원될 수 있는 최선의 방제 방법"이라며 산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습니다.



[연관 기사] “베고 또 베어도 끝이 없어”…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역부족 (25.02.2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3638&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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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고 또 베도 끝이 없어”…산 뒤덮는 ‘붉은 소나무’
    • 입력 2025-02-26 18: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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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산에서 소나무가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고유의 푸른빛을 잃으며 무더기로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봄을 앞두고 강원도 곳곳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확산이 너무 빨라 손쓸 수가 없을 정도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일대입니다.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침엽수 숲이 벌겋게 변했습니다. 나뭇잎들은 뒤틀리고 말라붙었습니다. 영상에 보이는 갈색의 나무들은 겨울이라 말라 있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잣나무들입니다.

곧 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두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단입니다.

봄이 되면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가 깨어나기 때문에 그 전에 방제를 해야 합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단은 매개충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봄이 오기 전에 감염목을 잘라내고, 파쇄나 약품처리 하는 작업까지 다 끝내야 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겨울이 긴 특징을 감안해, 올해부터 방제 기간이 올해 4월 말까지 연장됐습니다. 이제 앞으로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 "하루에 100그루씩 베도 역부족"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일대. 이 지역 전부가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병지이다.
"위잉위잉" 요란한 전동톱 소리가 숲을 울립니다. 춘천시산림조합 방제단은 이달 20일 올해 첫 벌목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첫날 오전, 방제 작업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작업자들이 일찌감치 나와 나무를 베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전동톱으로 나무를 베자, 나무는 그 뒤로 쩍하고 쓰러집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모두 작업자들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하루에 100그루 베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이 일대 당장 베어내야 할 감염목은 800그루에 이릅니다.

숲 전체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곳은 별도의 검사 없이 소나무류를 모두 벌채해야 합니다.

춘천에서 15년 이상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작업을 한 김동근 씨는 "재선충병 감염목을 베고, 또 베도 뒤돌아서면 또 감염목이 있다"라며 "해가 갈수록 벌목해야 할 양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선충병 감염목이 워낙 많은데다, 새로 감염되는 속도까지 빠르다보니 아무리 방제를 서둘러도 바로바로 처리할 도리가 없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실제로 강원도 산 곳곳에는 소나무와 잣나무 비닐 무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벌목한 나무를 대형 비닐, 방수포로 덮어놓은 것입니다. 보통 자동차 접근이 힘든 곳은 나무를 1미터 크기로 자른 뒤 해충을 죽이는 약을 넣고, 비닐로 밀봉하는 훈증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이동이 가능한 소나무는 차로 싣고 가 다른 곳에서 파쇄 등을 해서 처리합니다.

재선충병은 깊은 산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말라비틀어진 소나무나 잣나무가 이젠 도로와 학교, 주택가까지 내려왔습니다.

분포 지역은 지난해 기준, 전국 142개 시군구에 퍼져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이 발병하면 지정되는 '소나무류 반출 금지' 구역도 올해 기준 431만㏊에 이릅니다. 이는 전체 국토 면적의 40%가 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소나무재선충 안전지대가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일로…기후변화 영향

소나무재선충은 북미가 원산입니다. 크기 1mm 내외 선충으로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 통로를 막습니다. 나무는 말라 죽습니다. 치사율은 100%, 치료법은 없습니다.

이를 옮기는 건 자생종인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입니다. 이들은 고사한 나무에 알을 낳고 증식합니다. 재선충은 매개충 몸 안에 서식하다가 매개충이 나무 새순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합니다.

남부지방의 경우 소나무에 주로 서식하는 솔수염하늘소가 많고, 중부지방엔 잣나무에 주로 서식하는 북방수염하늘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경북 등 남부지방은 소나무에서, 강원도와 경기도 등 중부지방은 잣나무에서 대부분 재선충병이 발생합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소나무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됐습니다.

이후 재선충병 피해목은 2007년 137만 그루에 이르렀고, 2014년 218만 그루가 넘으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2014년 이후로 피해목 수는 점차 줄며 2021년 한해 감염목이 31만 그루까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재선충병이 2023년 확산했습니다. 감염목은 107만 그루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감염목이 90만 그루에 달했습니다. 현재 기준, 지역별로는 경북이 39만 그루로 가장 많고, 경남 21만 그루, 울산 8만 그루 순입니다.

2024년 12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현황 구분도 (자료 출처: 강원도)
그렇게 40년 가까이 1,500만 그루가 잘려 나갔습니다. 피해액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원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재선충 매개충들이 늘면서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위험도는 증가할 것 "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잣나무는 특성상 재선충병에 걸려도 2~3년 잠복기가 있어서 예찰 조사 때 발견되지 않다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 많아 완전 방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방제 속도가 재선충병 확산세를 못 따라가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소나무에 침입한다.
■ 산림 당국, 방제 총력…·정밀 진단·수종 전환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을 지난해 800억 원에서 올해 1,007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각 지자체도 소나무재선충병 관련 예산이 수십억, 수백억씩 됩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가장 극심한 경북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합니다.

고위험 지역에는 헬기를 동원해 큰 틀에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드론으로는 감염 의심목 위치를 파악합니다. 유전자 진단키트와 QR시스템를 활용해 고사목 예찰과 진단, 방제 이력을 관리합니다. 또, 약효 기간이 긴 나무주사는 6개 유형(보호수와 천연기념물, 유전자원 보호구역 , 종자공급원, 문화재용 목재생산림, 금강소나무림 등)에 한정해 사용합니다.

특히 올해는 소나무류를 아예 다른 나무로 바꾸는 사업을 실시합니다. 재선충병 피해가 집단, 반복적으로 발생한 곳에는 소나무, 잣나무 대신에 참나무류나 벚나무류, 단풍나무류로 바꾸는 것입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수종 전환 방제는 재선충병 확산 저지와 산주에게 수익이 환원될 수 있는 최선의 방제 방법"이라며 산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습니다.



[연관 기사] “베고 또 베어도 끝이 없어”…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역부족 (25.02.2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3638&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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