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세상 등진 수입차 영업사원

입력 2025.02.26 (21:36) 수정 2025.02.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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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입 자동차 영업사원이 최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유족은 고인이 직장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명 수입차의 공식 딜러사인 '바바리안모터스'에서 6년 째 일하고 있던 이 모 씨.

지난 12일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는 유서에 "항상 죄송할 일을 만들었고, '잘못했다', '더 잘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살았다"고 적었습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지난해 여름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점장 A 씨와 이 씨가 나눈 메시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씨가 "계약을 진행하던 손님이 다른 곳과 계약한다"고 보고하자, A 지점장은 영업 방식을 제한하는 조건을 걸면서 "나갈 거면 나가고,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라"고 타박하거나, "멍청한 거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유족 : "평상시에 자기 후배고 결혼식까지 가서 '○○아 축하한다' 이랬던 애한테 이거 너무 비참하지 않습니까?"]

유족들은 A 지점장이 이 씨에게 한 달 동안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보고하도록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유족 : "마지막 순간에는 거의 뭐, 심한 정도를 떠나서 애가 멍해 가지고 다녔는데 그 이유를 몰랐거든요."]

A 지점장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폭언을 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점장 A 씨-다른 직원 대화/음성변조 : "죄송해서 될 게 아니라고 XXX아. XX. 죄송하다고 끝나냐? 어떻게 할 거냐고."]

A 지점장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 씨의 사망 전까지 '직장내 괴롭힘'을 알지 못했다"며 "유족과 면담 뒤 A 지점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여소연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경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수당 털어 할인 경쟁?…영업 관행 논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차 업계의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쟁에 내몰린 영업사원들이 자신이 받을 수당을 할인 금액으로 돌려 출혈 판매하고, 결국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호소가 나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영업사원 이 모 씨의 딜러사에서 차를 판매한 영업사원이 받는 수당은 한 대당 보통 5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입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자신이 받을 판매 수당으로 고객 할인을 해주면서 영업을 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 : "50만 원 정도의 수당을 받아야 되는데 고객한테는 150만 원 할인을 제시하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할인 금액의 일부를 영업 사원이 대신 회사에 내주는 셈인데, 숨진 이 씨가 회사에 내야 할 돈은 1,300만 원이나 남아 있었습니다.

[전직 바바리안모터스 직원/음성변조 : "차 한 대 더 팔려고 그렇게도 하거든요. 이제 실적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계약이 취소되면 고객 대신 직원이 차를 사기도 했습니다.

[현직 바바리안모터스 직원/음성변조 : "취소가 될 수도 있잖아요. '네가 차를 내려라', '차를 사라' 이런 상황도 되게 많고요."]

영업사원의 수당까지 반납해 할인 경쟁을 벌이는 건 수입차 딜러사들의 오랜 영업 관행입니다.

[수입차 영업사원/음성변조 : "기본급만 가져가거나 아니면 기본급이 200(만 원)인데 차 팔다가 손해 나서 기본급 100만 원만 가져가거나…."]

할인 경쟁 탓에 영업 사원의 임금이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위법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김경식/노무사 : "최저임금에 미달할 때까지 근로자들이 본인의 수당을 희생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회사 측에서는 그걸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차종별 할인 금액 기준은 회사가 제시하며, 최종 매매 계약은 영업 직원이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현민/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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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세상 등진 수입차 영업사원
    • 입력 2025-02-26 21:36:35
    • 수정2025-02-26 21: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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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입 자동차 영업사원이 최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유족은 고인이 직장 상사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명 수입차의 공식 딜러사인 '바바리안모터스'에서 6년 째 일하고 있던 이 모 씨.

지난 12일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씨는 유서에 "항상 죄송할 일을 만들었고, '잘못했다', '더 잘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살았다"고 적었습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지난해 여름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점장 A 씨와 이 씨가 나눈 메시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씨가 "계약을 진행하던 손님이 다른 곳과 계약한다"고 보고하자, A 지점장은 영업 방식을 제한하는 조건을 걸면서 "나갈 거면 나가고,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라"고 타박하거나, "멍청한 거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유족 : "평상시에 자기 후배고 결혼식까지 가서 '○○아 축하한다' 이랬던 애한테 이거 너무 비참하지 않습니까?"]

유족들은 A 지점장이 이 씨에게 한 달 동안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보고하도록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유족 : "마지막 순간에는 거의 뭐, 심한 정도를 떠나서 애가 멍해 가지고 다녔는데 그 이유를 몰랐거든요."]

A 지점장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폭언을 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점장 A 씨-다른 직원 대화/음성변조 : "죄송해서 될 게 아니라고 XXX아. XX. 죄송하다고 끝나냐? 어떻게 할 거냐고."]

A 지점장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이 씨의 사망 전까지 '직장내 괴롭힘'을 알지 못했다"며 "유족과 면담 뒤 A 지점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여소연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경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수당 털어 할인 경쟁?…영업 관행 논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차 업계의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쟁에 내몰린 영업사원들이 자신이 받을 수당을 할인 금액으로 돌려 출혈 판매하고, 결국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호소가 나옵니다.

민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영업사원 이 모 씨의 딜러사에서 차를 판매한 영업사원이 받는 수당은 한 대당 보통 5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입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자신이 받을 판매 수당으로 고객 할인을 해주면서 영업을 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 : "50만 원 정도의 수당을 받아야 되는데 고객한테는 150만 원 할인을 제시하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할인 금액의 일부를 영업 사원이 대신 회사에 내주는 셈인데, 숨진 이 씨가 회사에 내야 할 돈은 1,300만 원이나 남아 있었습니다.

[전직 바바리안모터스 직원/음성변조 : "차 한 대 더 팔려고 그렇게도 하거든요. 이제 실적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계약이 취소되면 고객 대신 직원이 차를 사기도 했습니다.

[현직 바바리안모터스 직원/음성변조 : "취소가 될 수도 있잖아요. '네가 차를 내려라', '차를 사라' 이런 상황도 되게 많고요."]

영업사원의 수당까지 반납해 할인 경쟁을 벌이는 건 수입차 딜러사들의 오랜 영업 관행입니다.

[수입차 영업사원/음성변조 : "기본급만 가져가거나 아니면 기본급이 200(만 원)인데 차 팔다가 손해 나서 기본급 100만 원만 가져가거나…."]

할인 경쟁 탓에 영업 사원의 임금이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위법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김경식/노무사 : "최저임금에 미달할 때까지 근로자들이 본인의 수당을 희생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회사 측에서는 그걸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바바리안모터스는 차종별 할인 금액 기준은 회사가 제시하며, 최종 매매 계약은 영업 직원이 확정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현민/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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