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고국 온 ‘조선의 뿌리’…선원전 편액 공개

[앵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안에는 조선 시대 역대 왕의 초상인 어진 모시던 신성한 공간, '선원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훼손돼 지금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데, 선원전의 이름표 역할을 한 편액이 100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는데, 어떤 사연일까요?

김혜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복궁 안에서도 가장 신성시되던 공간, 바로 선원전입니다.

선왕들의 초상 어진이 모셔진 곳으로 왕들도 참배하던 장소입니다.

일제가 우리 국권을 빼앗은 직후 선원전은 철거되며 훼손됐는데, 일부 자재는 이토 히로부미를 위한 사당을 짓는데 쓰였습니다.

선원전의 이름표 격인 편액이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된 '선원전'이란 글자가 또렷합니다.

궁에서도 위계가 높아 '전'이라고 불렸던 만큼 크기도, 장식도 화려합니다.

2년 전 일본에서 경매에 부쳐지기 직전, 국가유산청이 국내 게임사의 후원을 받아 소장자를 설득해 가까스로 돌려받았습니다.

[서준/전 국가유산청 문화재전문위원 : "조선 왕실의 유물로서 이렇게 협상을 거쳐서 환수된 경우가 이번에 처음이었습니다."]

경복궁이 헐리면서 일본으로 흘러갔을 거라 추정될 뿐, 정확한 반출 시점과 경로는 알 수 없습니다.

초대 조선총독의 개인 기록에만 짧게 남아 있습니다.

[김성연/구스마치 구루시마 다케히코 기념관 관장 : "(일본인 소장자가) '역사적인 아주 소중한 것 같아서 버리면 천벌을 받을 것 같았다. 다시는 물에 젖지 말라고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아 놨다'고…."]

국가유산청은 보존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반출 경로에 대한 연구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해외 반출 뒤 미환수된 우리 문화유산 24만여 점 중 40%는 일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한효정/화면제공: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