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 우라늄공장·영변 핵시설에 ‘수상한 움직임’ 포착…북한 의도는?

입력 2025.03.05 (16:08) 수정 2025.03.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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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선 북한 내 주요 핵시설인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영변 핵시설 내에서 포착된 '수상한 움직임'에 대해 짚어봅니다.

■ 북한 유일의 '옐로케이크' 생산지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시료 탱크 추가 건설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은 북한에서 확인된 유일한 '우라늄 정광' 생산 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명 '옐로케이크(Yellowcake)'로도 불리는 우라늄 정광은, 우라늄 원광석에서 산과 알칼리 용액을 활용한 화학적 여과 과정(정련)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을 지칭합니다.

이후 이 우라늄 정광은 원심분리기 등을 통해 농축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저농축 처리를 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핵연료가 되지만, 고농축 처리를 하게 되면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이 됩니다.


이 정련 과정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산과 알칼리 용액의 경우, 부식을 일으키는 걸 막기 위해 별도의 용기에 담아 관리해야 하는데요. 평산 우라늄 공장에도 산과 알칼리 용액을 담아두는 '시료 탱크'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탱크들에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9월 23일 고화질 위성사진 상으로는, 시료 탱크는 총 8개입니다. 고화질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 전인 2020년 4월 당시에도 탱크의 숫자는 8개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초부터 새로운 9번째 탱크가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9번째 탱크는 12월 초에는 완전히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시료 탱크 증설의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의 우라늄 생산 안정화와 생산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위원은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드는 염산(산)이나 수산화나트륨(알칼리) 같은 경우에는 생산 과정에 상당량의 전기가 들어가는데, 북한의 경우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전기가 있을 때) 일정량을 생산한 뒤 비축하려는 용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라늄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료를 비축해 둔다는 뜻입니다.

이어 "또 우라늄 생산량 자체를 늘리기 위해 시설을 확장하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또 바닷물에서 산과 알칼리를 전기 분해해 생산한 뒤 내륙인 평산까지 수송해야 하는데, 북한은 철도 수송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수송한 뒤 이를 저장해놓고 쓰기 위해 설비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재가동된 영변 핵시설…'방사성 폐기물 매장지' 신설 동향도

북한의 의심스러운 핵 활동은 영변 핵시설에서도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인근에서는 의문의 굴착 작업이 포착됐는데, 작은 단지의 안뜰에 지름 1m가량인 구멍 수십 개가 생겨났습니다.


이후 지난 달에는, 일부 건물이 철거되더니 해당 단지를 중심으로 울타리가 빙 둘러쳐졌습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기체, 액체, 고체 폐기물이 모두 나오는데 이중 고체 폐기물을 매장하는 용도로 이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영변 핵시설의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현지 시각 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성명을 통해 "(영변의) 5MWe 원자로가 약 60일간의 가동 중단 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한 것을 관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화학실험실에 공급할 증기 시설 가동을 포함해 새로운 재처리 작업 징후가 포착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무기급 핵물질 초과 생산" 언급한 북한…'핵무기 증산' 이어갈까?

최근 북한 당국의 핵 활동은 "무기급 핵물질 생산 계획 초과 수행(지난 1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핵무력 강화 노선'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입니다.

핵물질 생산기지·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위원장(지난 1월 29일 보도) / @조선중앙통신핵물질 생산기지·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위원장(지난 1월 29일 보도) / @조선중앙통신

특히 이달 들어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까지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핵전쟁 억제력 강화의 명분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도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며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두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김 부부장의 첫 대미 담화로써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에도 미군 전략 자산 전개가 지속되고,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 가운데 북한이 대미 '강 대 강' 대응 원칙을 공식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 갱신', '적수국의 안전권에 대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힘으로 으르고 협박하는)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 등의 입장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북한이 앞으로도 미국을 염두에 둔 핵무력 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을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친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향후 북미 정상외교 추진 과정에서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핵무기 증산' 카드를 더더욱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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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선 북한 내 주요 핵시설인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 영변 핵시설 내에서 포착된 '수상한 움직임'에 대해 짚어봅니다.

■ 북한 유일의 '옐로케이크' 생산지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시료 탱크 추가 건설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은 북한에서 확인된 유일한 '우라늄 정광' 생산 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명 '옐로케이크(Yellowcake)'로도 불리는 우라늄 정광은, 우라늄 원광석에서 산과 알칼리 용액을 활용한 화학적 여과 과정(정련)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한 노란색 분말을 지칭합니다.

이후 이 우라늄 정광은 원심분리기 등을 통해 농축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저농축 처리를 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이는 핵연료가 되지만, 고농축 처리를 하게 되면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이 됩니다.


이 정련 과정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산과 알칼리 용액의 경우, 부식을 일으키는 걸 막기 위해 별도의 용기에 담아 관리해야 하는데요. 평산 우라늄 공장에도 산과 알칼리 용액을 담아두는 '시료 탱크'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탱크들에 일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9월 23일 고화질 위성사진 상으로는, 시료 탱크는 총 8개입니다. 고화질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 전인 2020년 4월 당시에도 탱크의 숫자는 8개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초부터 새로운 9번째 탱크가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9번째 탱크는 12월 초에는 완전히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시료 탱크 증설의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의 우라늄 생산 안정화와 생산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위원은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서 만드는 염산(산)이나 수산화나트륨(알칼리) 같은 경우에는 생산 과정에 상당량의 전기가 들어가는데, 북한의 경우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전기가 있을 때) 일정량을 생산한 뒤 비축하려는 용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라늄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료를 비축해 둔다는 뜻입니다.

이어 "또 우라늄 생산량 자체를 늘리기 위해 시설을 확장하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또 바닷물에서 산과 알칼리를 전기 분해해 생산한 뒤 내륙인 평산까지 수송해야 하는데, 북한은 철도 수송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수송한 뒤 이를 저장해놓고 쓰기 위해 설비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재가동된 영변 핵시설…'방사성 폐기물 매장지' 신설 동향도

북한의 의심스러운 핵 활동은 영변 핵시설에서도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인근에서는 의문의 굴착 작업이 포착됐는데, 작은 단지의 안뜰에 지름 1m가량인 구멍 수십 개가 생겨났습니다.


이후 지난 달에는, 일부 건물이 철거되더니 해당 단지를 중심으로 울타리가 빙 둘러쳐졌습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기체, 액체, 고체 폐기물이 모두 나오는데 이중 고체 폐기물을 매장하는 용도로 이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영변 핵시설의 활동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현지 시각 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 성명을 통해 "(영변의) 5MWe 원자로가 약 60일간의 가동 중단 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한 것을 관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화학실험실에 공급할 증기 시설 가동을 포함해 새로운 재처리 작업 징후가 포착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무기급 핵물질 초과 생산" 언급한 북한…'핵무기 증산' 이어갈까?

최근 북한 당국의 핵 활동은 "무기급 핵물질 생산 계획 초과 수행(지난 1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핵무력 강화 노선'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입니다.

핵물질 생산기지·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위원장(지난 1월 29일 보도) / @조선중앙통신
특히 이달 들어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까지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핵전쟁 억제력 강화의 명분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도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 밖에 없다"며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두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김 부부장의 첫 대미 담화로써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에도 미군 전략 자산 전개가 지속되고,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 가운데 북한이 대미 '강 대 강' 대응 원칙을 공식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 갱신', '적수국의 안전권에 대한 전략적 수준의 위혁적(힘으로 으르고 협박하는) 행동을 증대시키는 선택안' 등의 입장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북한이 앞으로도 미국을 염두에 둔 핵무력 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을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친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향후 북미 정상외교 추진 과정에서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핵무기 증산' 카드를 더더욱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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