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카자흐 아리랑 - 100년을 이어온 노래’ 중에서)
이승철 / KBS 기자 "저희 이제 기차를 타고, 오늘 출발해서 내일 저녁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합니다. 24시간 넘게 기차를 탑니다." |
꼬박 하루 넘게 기차를 타고 가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전부 침대칸이고요. 좌석으로 돼 있는 칸이 없습니다. 워낙 장시간 기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모두 침대 열차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쪽은 이등석이고, 다음 칸으로 가면 그다음 칸은 개별 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침대칸들이 개별 칸으로 이뤄진 열차입니다. 한 칸에 네 명이 쉴 수 있도록 이뤄져 있습니다." <식당칸> (“음식은 뭐로 만든 건가요? 뭐가 들어있어요?”) “안에 고기 들어갔습니다.” (“무슨 요리라고 그러는 거예요?”) “수프인데요. 고기 수프라고 합니다.” |
당시 강제이주 열차는 아무것도 없는 화물용이었습니다.
고려인들을 실은 채 한 달 넘게 내달렸습니다.
1937년의 어느 가을.
평온한 일상을 깨고, 연해주의 한인 마을들에 이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옛 소련이 군대와 비밀경찰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집도 가축도 모두 놓아둔 채 온 가족이 기차에 올랐습니다.
박 이반 교수 / 고려인 1세, 95세, 전 교수 "여기 네 가정이 있고 여기도 네 가정이 있고 여덟 가정이 다 (열차) 한 차에 들어가서 왔습니다. 식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 식사를 할 수도, 부엌도 없지. 화물차... 뭐 아무것도. 화장실도 없고. 가다가 열차 세우기만 하면 싹 나오지. 기차 안에서 나와서 아주머니랑 다 기차 밑에 기차 밑에 나가서 오줌도 누고 그랬지. 그때 얼마나 추웠는지 그런데 옷도 잘 없지. 뭐 덮을 것도 없지. 그런데 거기 와서 버려 놓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 두고 왔습니다. 끓여 먹을 데 없지. 잠자리도 없지. 그러니까 얼마나 고생이야." |
기차는 평원 위를 달리고 또 달립니다.
이승철/ KBS 기자 "저희가 어제 여기, 알마티에서 출발해서 지금 14시간 정도 왔고요. 절반 정도 왔습니다. 24시간 정도 타고 가는데, 아직도 10시간 정도 더 달려야 됩니다. 만만치 않네요." |
기차는 잠깐씩 멈춰섭니다.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탑니다.
"안녕하세요." "김입니다 김. 성이 김씨, 이름은 루쓸란." |
고려인 친구가 있다는 카자흐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국말을 못 합니다. 여동생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빠호제가 뭐예요?") "브라더!” |
잠깐의 반가운 만남 동안에도 기차는 쉼 없이 달립니다.
이승철 / KBS 기자 "저희가 아까 2시 정도에 촬영했는데 지금 7시니까 5시간 지났는데 얼마 많이 못 왔네요. 앞으로도 한 5시간 정도 가면 크즐오르다에 도착합니다. 이미 밖은 해가 져서 어둡고요. 이제 힘드네요. 진짜." |
불과 하루 정도 달리는 거리에도 몸살이 납니다.
화물열차 속 강제이주민들은 어떻게 한 달 넘게 견뎠을까.
이승철 / KBS 기자 "저희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25시간 만입니다." 김상철 / 한국외국어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그 당시 얘기들을 들어보면 강제 이주 열차에서 (황무지에) 흩어놨는데 쟤들이 살아남을까? 모르겠다 그랬는데 겨울에 떨어트렸죠. 11월에. 봄에 가서 봤더니 다 살아있더라는 거죠. 그리고 이미 농사할 준비를 하더라는 거죠. 그쪽으로 가서 배정받은 땅들이죠. 그런 땅들을 보면 거의 농사 불가능한 땅들이었습니다. 크즐오르다 같은 경우는 완전히 사막지대입니다. 키질쿰 사막이라고, 사막 지대인데 사막 지대에 벼농사한다고 관개 수로 다 끌어오고..." |
방송일자: 2025년 3월 4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 : 이승철
촬영 : 김민준 김재현
편집 : 성동혁
취재지원·리서치: 김예진 백은세
조연출 : 최명호 김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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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강제이주 열차는 아무것도 없는 화물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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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07 18:54:08
(시사기획 창 ‘카자흐 아리랑 - 100년을 이어온 노래’ 중에서)
이승철 / KBS 기자 "저희 이제 기차를 타고, 오늘 출발해서 내일 저녁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합니다. 24시간 넘게 기차를 탑니다." |
꼬박 하루 넘게 기차를 타고 가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전부 침대칸이고요. 좌석으로 돼 있는 칸이 없습니다. 워낙 장시간 기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모두 침대 열차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쪽은 이등석이고, 다음 칸으로 가면 그다음 칸은 개별 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침대칸들이 개별 칸으로 이뤄진 열차입니다. 한 칸에 네 명이 쉴 수 있도록 이뤄져 있습니다." <식당칸> (“음식은 뭐로 만든 건가요? 뭐가 들어있어요?”) “안에 고기 들어갔습니다.” (“무슨 요리라고 그러는 거예요?”) “수프인데요. 고기 수프라고 합니다.” |
당시 강제이주 열차는 아무것도 없는 화물용이었습니다.
고려인들을 실은 채 한 달 넘게 내달렸습니다.
1937년의 어느 가을.
평온한 일상을 깨고, 연해주의 한인 마을들에 이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옛 소련이 군대와 비밀경찰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집도 가축도 모두 놓아둔 채 온 가족이 기차에 올랐습니다.
박 이반 교수 / 고려인 1세, 95세, 전 교수 "여기 네 가정이 있고 여기도 네 가정이 있고 여덟 가정이 다 (열차) 한 차에 들어가서 왔습니다. 식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 식사를 할 수도, 부엌도 없지. 화물차... 뭐 아무것도. 화장실도 없고. 가다가 열차 세우기만 하면 싹 나오지. 기차 안에서 나와서 아주머니랑 다 기차 밑에 기차 밑에 나가서 오줌도 누고 그랬지. 그때 얼마나 추웠는지 그런데 옷도 잘 없지. 뭐 덮을 것도 없지. 그런데 거기 와서 버려 놓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 두고 왔습니다. 끓여 먹을 데 없지. 잠자리도 없지. 그러니까 얼마나 고생이야." |
기차는 평원 위를 달리고 또 달립니다.
이승철/ KBS 기자 "저희가 어제 여기, 알마티에서 출발해서 지금 14시간 정도 왔고요. 절반 정도 왔습니다. 24시간 정도 타고 가는데, 아직도 10시간 정도 더 달려야 됩니다. 만만치 않네요." |
기차는 잠깐씩 멈춰섭니다.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탑니다.
"안녕하세요." "김입니다 김. 성이 김씨, 이름은 루쓸란." |
고려인 친구가 있다는 카자흐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국말을 못 합니다. 여동생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빠호제가 뭐예요?") "브라더!” |
잠깐의 반가운 만남 동안에도 기차는 쉼 없이 달립니다.
이승철 / KBS 기자 "저희가 아까 2시 정도에 촬영했는데 지금 7시니까 5시간 지났는데 얼마 많이 못 왔네요. 앞으로도 한 5시간 정도 가면 크즐오르다에 도착합니다. 이미 밖은 해가 져서 어둡고요. 이제 힘드네요. 진짜." |
불과 하루 정도 달리는 거리에도 몸살이 납니다.
화물열차 속 강제이주민들은 어떻게 한 달 넘게 견뎠을까.
이승철 / KBS 기자 "저희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25시간 만입니다." 김상철 / 한국외국어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그 당시 얘기들을 들어보면 강제 이주 열차에서 (황무지에) 흩어놨는데 쟤들이 살아남을까? 모르겠다 그랬는데 겨울에 떨어트렸죠. 11월에. 봄에 가서 봤더니 다 살아있더라는 거죠. 그리고 이미 농사할 준비를 하더라는 거죠. 그쪽으로 가서 배정받은 땅들이죠. 그런 땅들을 보면 거의 농사 불가능한 땅들이었습니다. 크즐오르다 같은 경우는 완전히 사막지대입니다. 키질쿰 사막이라고, 사막 지대인데 사막 지대에 벼농사한다고 관개 수로 다 끌어오고..." |
방송일자: 2025년 3월 4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 : 이승철
촬영 : 김민준 김재현
편집 : 성동혁
취재지원·리서치: 김예진 백은세
조연출 : 최명호 김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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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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