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88세 할머니, 25학번 새내기 됐다!”…과잠입고 찰칵 ‘만학도의 열정’

입력 2025.03.11 (18:26) 수정 2025.03.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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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한복 차림의 할머니들.

머리 위로 '하트' 포즈를 하면서 활짝 웃고 계시네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여자중고등학교 졸업식 현장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움의 끈을 놓쳤던 500명의 만학도입니다.

희끗한 머리, 두꺼운 안경이 나이를 드러내지만, 눈빛은 10대 졸업생만큼이나 반짝이죠.

성인 여성을 위한 학력 인정 2년제 학교의 모습인데요.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곳에 모인 이들은 긴 세월이 지나서 받아든 졸업장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교복을 걸치고, 늦게나마 찍어본 졸업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상념에 젖습니다.

[김갑녀/88세/일성여중고 최고령 졸업생 : "진짜 졸업하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참 나에게도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것이 감회가 새롭더라고…."]

최고령 졸업생은 올해 나이 여든여덟의 김갑녀 할머니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가족을 부양하느라 초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뒀고, 여든이 되어서야 다시 연필을 잡았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과자공장, 김치공장 등을 거쳐 목욕탕에서 세신사까지.

다섯 아이를 키워낸 사연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돼 화제였는데요.

[김갑녀/88세/일성여중고 최고령 졸업생 : "그냥 또 놀면 뭐 해요? 이제 떠나서 그냥 내가 즐기고 또 배우면 또 배운 게 좋잖아요. 하나하나 배워가면은 안 배운 것보다 낫잖아요."]

'놀면 뭐하겠냐, 배우는 게 좋지' 이 말을 현실로 써내려가는 할머니.

빨간색 옷 위로, 대학생의 상징이라는 남색 '과잠'을 걸치자 여대생 같은 웃음꽃이 핍니다.

최근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에 '25학번 새내기'로 입학도 했는데요.

38년생 동갑내기 단짝, 모부덕 할머니도 함께 진학해 기쁨이 두뱁니다.

두 사람 모두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해 대학 생활을 만끽할 예정입니다.

25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여든넷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 임태수 만학도도 동기가 됐습니다.

[임태수/2025 수능 최고령 수험생/지난 1월 : "아들, 딸, 손자들이 친 그 수능을 제가 친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감개무량했어요."]

이 학교 만학도 신입생의 평균 나이는 얼마나 될까요?

마흔여덟명의 평균 나이는 72세라고 합니다.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은빛 고운 할머니, 그들의 청춘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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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픽] “88세 할머니, 25학번 새내기 됐다!”…과잠입고 찰칵 ‘만학도의 열정’
    • 입력 2025-03-11 18:26:00
    • 수정2025-03-11 18: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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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한복 차림의 할머니들.

머리 위로 '하트' 포즈를 하면서 활짝 웃고 계시네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여자중고등학교 졸업식 현장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배움의 끈을 놓쳤던 500명의 만학도입니다.

희끗한 머리, 두꺼운 안경이 나이를 드러내지만, 눈빛은 10대 졸업생만큼이나 반짝이죠.

성인 여성을 위한 학력 인정 2년제 학교의 모습인데요.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곳에 모인 이들은 긴 세월이 지나서 받아든 졸업장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교복을 걸치고, 늦게나마 찍어본 졸업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상념에 젖습니다.

[김갑녀/88세/일성여중고 최고령 졸업생 : "진짜 졸업하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참 나에게도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것이 감회가 새롭더라고…."]

최고령 졸업생은 올해 나이 여든여덟의 김갑녀 할머니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가족을 부양하느라 초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뒀고, 여든이 되어서야 다시 연필을 잡았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과자공장, 김치공장 등을 거쳐 목욕탕에서 세신사까지.

다섯 아이를 키워낸 사연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돼 화제였는데요.

[김갑녀/88세/일성여중고 최고령 졸업생 : "그냥 또 놀면 뭐 해요? 이제 떠나서 그냥 내가 즐기고 또 배우면 또 배운 게 좋잖아요. 하나하나 배워가면은 안 배운 것보다 낫잖아요."]

'놀면 뭐하겠냐, 배우는 게 좋지' 이 말을 현실로 써내려가는 할머니.

빨간색 옷 위로, 대학생의 상징이라는 남색 '과잠'을 걸치자 여대생 같은 웃음꽃이 핍니다.

최근 숙명여대 미래교육원에 '25학번 새내기'로 입학도 했는데요.

38년생 동갑내기 단짝, 모부덕 할머니도 함께 진학해 기쁨이 두뱁니다.

두 사람 모두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해 대학 생활을 만끽할 예정입니다.

25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여든넷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 임태수 만학도도 동기가 됐습니다.

[임태수/2025 수능 최고령 수험생/지난 1월 : "아들, 딸, 손자들이 친 그 수능을 제가 친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감개무량했어요."]

이 학교 만학도 신입생의 평균 나이는 얼마나 될까요?

마흔여덟명의 평균 나이는 72세라고 합니다.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은빛 고운 할머니, 그들의 청춘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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